Level 3. 메인 퀘스트 : 아빠 공략 (10)
“폐, 폐하!”
어딘지 모르게 상기된 목소리.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황후궁의 부시녀장인 다브네스 후작 부인이다.
주인이 없는 방을 정리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손에 몇 가지 옷가지와 액세서리를 들고 있었다.
황제는 덤덤하게 물었다.
“황후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나?”
“아, 예, 예!”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치맛자락을 펼쳐 인사했다.
“다브네스의 미망인이 폐하를 뵙습니다. 햇살의 영광이 폐하께 비치기를.”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와 황제에게 말을 걸려 했다.
“옥체가 미령하신 것은 아니신지요? 시종들이 폐하의 건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은…….”
황제는 고개를 돌렸다.
“물러가라. 혼자 있고 싶으니.”
“…….”
몇 번 더 말을 붙여 보려다가 다브네스 후작 부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물건을 챙겨 물러난 뒤, 카스톨트는 마침내 혼자 남았다.
그제야 겨우 초상화를 가린 비단 천을 치울 수 있었다.
결혼식 때 그리게 한 초상화였다.
약 8년 전 카스톨트의 모습과, 그 옆에 선 강인한 눈빛을 가진 우아한 미녀의 자태.
그림 속에서 더없이 행복한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여인이 여전히 웃고 있었다.
현실은 이리도 가혹한데, 그림 속의 그녀만은 행복한 시절에 박제된 것처럼.
루퍼스리안이 닮은 시린 은발, 그리고 아나트리샤가 닮은 신비롭고 강인한 청자색 눈동자를 가진 우아한 미녀.
“이젤리아.”
이젤리아 하스티아.
그의 아내였고, 황자 황녀의 어머니인 사람.
너무나도 그리운 이름을 황제는 조심스럽게 입에 담았다.
천천히 들어 올려진 손은 감히 그림 속 여인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