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7/218)

Level 13. 메인 퀘스트 : 첫 번째 선택 (01)

황궁 안은 물론, 황도 전체에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세상에, 들었어? 사실 정화의 마력을 가지신 건 대공녀가 아니라 황녀님이셨대!”

“에아루스 후작가의 영애는 물론이고, 나스카의 왕자까지 정화 하셨대.”

“지난번에 태양석이 쬐끔 빛나고 연이어서 눈부시게 빛났잖아. 그게 대공녀와 황녀님께서 연달아 하신 일이라더군.”

“나도 그때 빛을 봤어. 두 번째가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워서 첫 번째 빛은 생각도 안 나던데.”

“그건 그냥 태양 아래 반딧불이였지.”

“정화의 마력을 가지신 황녀님이라니.”

“이게 대체 몇백 년만인지!”

“태양신께서 황녀님을 보내셔서 우리 제국을 굽어살피시는 게 틀림없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황녀의 능력을 칭송했다.

한편, 제국민들의 기쁨과 자부심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황녀님은 고뇌에 차 있었다.

사실 지금 아나트리샤의 작은 머릿속에서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마구 싸우고 있었다.

우선, 시종장이 오늘 가져다 놓은 서류 한 장은 황녀를 기쁘게 해야 마땅했다.

“능력 증명의 의식 결과에 따라 몰수한, 세실리아 대공녀의 금광 권리서입니다. 전례에 따라 이제 황녀 전하의 소유입니다.”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당근 꼬다리에게 한 방을 먹여 주고, 열음 언니도 구해 냈고, 핵심인 금광도 빼 왔으니까.’

하나같이 즐거워야 마땅한 일들뿐이다.

금광 권리서답게, 글자 하나하나가 번쩍거리는 것 같았다.

아니. 금가루를 넣은 잉크로 작성된 것이라 실제로 번쩍거렸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시스템 알림창도 기쁜 소식을 전해 주고 있었다.

[퀘스트 보■ 수%^ 가능합니다. #▩하시겠습니까?]

“…….”

‘근데 왜 기본적인 메시지까지 깨지는 건데? 시스템이 드디어 갈 때가 된 건가?’

이건 있다가 혼자 있을 때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황제와 황자도 평소처럼 아나트리샤의 곁에 찰싹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루퍼스리안의 차례라, 아나트리샤는 오빠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들딸의 옆에서 대 루스템 제국의 황제 폐하께선 자식들에게 줄 밀크티를 직접 타는 중이셨다.

루퍼스리안이 차 우리는 솜씨로 동생에게 칭찬을 받자, 황제 역시 그쪽 소양을 개발하는 데에 힘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든 일이 잘 풀렸다.

벨론드 대공가는 사실상 영향력을 상실했고.

황가의 권위는 반석에 올랐으며, 내부로도 가족끼리 화목했으니까.

그런데도 아나트리샤는 순수하게 기뻐하기만 할 수 없었다.

환생한 이후 최고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기분.

계속 누군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깜빡거리던 눈꺼풀. 그 안에 감춰져 있던 금빛 눈동자가 그녀를 향해 올려다보며 마침내, 웃던 순간.

“나스카의 미하일이, 은인에게 인사 올립니다.”

그 순간, 여동생의 기분을 살피는 데에는 귀신같은 루퍼스리안이 눈치채고 물었다.

“리샤,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그러게 말이다. 혹시 밀크티가 입에 맞지 않으냐? 아빠가 새로 해 줄까?”

“아니에요. 맛있어요.”

아나트리샤는 일부러 더 환하게 웃으며, 밀크티를 원샷 해 버렸다.

그리고 금광 권리서를 들어 올리고 희희낙락했다.

“금광은 이제 내 겁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다들 흐뭇한 시선으로 황녀를 보며 박수를 쳤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복잡해 보이는 여동생의 상태에, 루퍼스리안이 툭, 하고 물었다.

“리샤, 혹시 ‘그놈’ 때문에 그래?”

어딘지 모르게 흉흉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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