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5/218)

Level 15. 메인 퀘스트 : 재회 (01)

대륙 최북단. 사계절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나라, 하스티아.

그 하스티아에서도 가장 북쪽, 내뱉는 숨마저 얼어붙을 듯한 키엘 고원지방.

만년설 위로 뜨거운 피가 튀었다.

6년 가까이 하스티아를 흔들리게 만든 내전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왕세자를 암살하고 왕위를 노렸던 반역자의 목이 떨어짐으로써.

잘린 목의 주인은 하스티아 국왕의 조카이자 죽은 왕세자의 사촌으로.

왕세자 암살뿐 아니라 6년 가까이 이어진 반란의 주체이기도 했다.

동시에 처형을 집행한 이와도 사촌지간이었다.

반역자의 목을 직접 벤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무 오래 걸려 버렸어.’

그녀의 탄식은 소리 없이 얼어붙었다.

은빛 단발머리가 빗발치는 눈보라 속에서 시리게 빛났고.

오묘한 청보랏빛 눈동자가 회백색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립해 있던 기사들이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드디어 반역자의 목을 베었으니 이제 하스티아는 평탄할 것입니다.”

“경하드립니다, 왕세녀 전하.”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먼 곳, 남쪽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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