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6/218)

Level 21. 메인 퀘스트 : 덫을 놓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01) 

짧은 휴가가 끝난 뒤.

나는 여러 가지를 챙겼다. 나의 정신 건강 관리 및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 이것들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 외에 가장 집중한 건 하나였다.

“흐음. 아멘다, 취미 생활 같은 거 없어?”

“취미, 말씀이신가요? 으음…….”

아멘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개인 시간을 가지겠다며 아멘다에게만 차 시중을 들라고 명해서 만들어 낸 단둘만의 대화 시간!

나의 프로젝트는 간단했다.

‘아멘다의 각성 및 아스트라 제작!’

사실 진작 시작했어야 했는데, 워낙 일이 많아서 좀 늦어졌다.

하지만 한 가지 예상 못 한 난관이 있었는데.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주 때문에 오랫동안 몸이 안 좋았다 보니, 취미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렇구나! 이제 건강해졌으니까, 새로운 취미 생활을 해 볼 여유도 충분하지 않을까?”

“전부 황녀님의 은혜 덕분이죠. 그러니까 더더욱 심신을 다 바쳐 황녀님께 봉사하겠습니다!”

그거 아냐!

-라는 말을 나는 차마 내뱉지 못했다.

“으응. 그래도 나는 아멘다가 좀 더 여유 있게, 또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어.”

“저를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시다니……!”

전생에 열음 언니는 나와 만난 후 각성했지만.

그 전에 이미 금속 세공과 화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전공이 화학이었고, 금속 세공은 취미였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그러면 안 되는데!’

나는 당황을 애써 눌렀다.

지금 내가 입은 알라나의 드레스를 보며, 심호흡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괜찮아. 알라나는 전생보다 몇 배는 빠르게 장비들을 뽑아내고 있잖아? 그것도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것들로! 아멘다도 조금만 길을 잡아 주면 그렇게 될 거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 취미 생활을 만들고 싶어! 아멘다가 같이 찾아 줘!”

“네, 황녀님!”

다행히 아멘다는 열정적으로 내 명에 따라 주었다.

그리고…….

“음. 뭔가 단단한 걸 마구 두드리는 취미라든가, 이런저런 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걸 만드는 취미는 어때?”

“뭔가 알쏭달쏭한 취미들이네요.”

“아니야! 틀림없이 재밌을 거야!”

“그러면 제가 미리 경험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바라던 바였으므로, 나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삼일 뒤.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아멘다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때리는 건 확실히 좋은 취미 같습니다. 몸을 움직이니까 상쾌하고, 수련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엥?”

“그리고 요리도 재밌는 취미 같습니다. 왜 귀부인들이나 영애들이 요리나 베이킹을 취미로 가지는지 알겠더군요.”

“…….”

목검으로 허수아비 때리기?

요리나 베이킹?

그래, 그것들도 단단한 걸 마구 두드리는 거고, 이것저것 섞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거긴 하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오!

이 창의적인 고구마를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멘다의 손목을 잡고서 마구 달려갔다.

“화, 황녀님?”

“대장간! 대장간, 어디야?”

뜬금없는 건 나도 알았지만, 내 퍼런 서슬에 당황한 하녀들이 위치를 알려줬다. 나는 곧바로 시녀들을 다 끌고 황궁 외곽에 있다는 대장간에 달려갔다.

“화, 황녀님을 뵙습니다!”

“어찌 이런 곳에 귀하신 분이!”

대장장이들이 당황하고 황송해하는 와중에, 나는 구석에 있는 망치 하나를 아멘다의 손에 들려 주었다.

“자!”

“어, 네?”

아멘다는 두 손으로 어설프게 망치를 받아 들고 당황스러워했다.

나는 단호박을 먹고 조금 전까지 대장장이들이 만들고 있었던 미완성의 칼날을 가리키며 외쳤다.

“두드려!”

“네?”

“두드려!”

아멘다는 당황하면서도,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깡, 깡!

대장장이들도, 다른 시녀들도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아멘다는 영 어설프게 칼날을 내리쳤고, 붉게 달아올라 있는 날에서는 작은 불티가 튀었다.

깡깡깡!

‘좀…… 아닌데? 열음 언니가 두드리던 그 찰지고 영혼까지 울리는 그 소리랑 달라!’

나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더! 더 크게!”

“이, 이렇게요?!”

땅땅!

그때였다.

내가 끌고 온 시녀들 사이에 섞여 있던 세실리아가 뾰족한 말을 한 것은.

여전히 세실리아와 아멘다는 앙숙이었다.

“흥. 아멘다 영애에게 딱 어울리는 천한 일이네요.”

이 폭언에, 아멘다의 손길에 분노가 어렸다.

그리고.

캉!

조금 전과 명확하게 다른 소리가 울렸다.

내 영혼의 가장 심부까지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이거다!’

그와 동시에, 아멘다의 눈에 총기가 돌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 주변에 희미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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