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0화 (1/201)

프롤로그

‘이 시험의 중심은 윤도아 씨에요.’

이곳에 오기 직전 나를 격려했던 단장님의 목이 잘려 나갔다.

서걱.

단장님뿐만이 아니었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놈의 날개 끝에 달린 수십 개의 오만의 칼날이 각성자들의 몸통을 훑고 지나갔다.

내로라하던 전 세계의 랭커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일러!’

내 전용 특성은 은밀한 고양이. 암습에 있어서는 그 어떤 특성보다도 치명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모두 이번 시험의 중심으로 나를 지목했다.

다른 각성자들이 그리폰의 시선을 끄는 동안, 내가 암습으로 놈의 목을 베어버리는 것.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적어도 10분은 버틸 줄 알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전투가 벌어진 지 1분여 만에 각성자 대부분이 사망했고, 나를 제외하고 남은 숫자는 단 하나였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해.’

간신히 오만의 칼날을 피해낸 주선오가 아직 그리폰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주선오마저 죽는다면 모든 이들의 죽음은 그야말로 개죽음이 될 터.

나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폰은 이 게이트에 은신을 한 채 입장한 나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격에 끝장낸다.’

주선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간신히 피해낸 오만의 칼날에 이미 치명상을 입었기에.

주선오의 발밑에 고인 피의 웅덩이가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양손에 쥔 단검을 꽉 붙잡았다.

오만의 그리폰이 거대한 양 날개를 펼쳤다.

날개의 끝에 매달린 오만의 칼날들이 쇳소리를 내며 펼쳐졌고, 순식간에 주변이 어둠에 잠식됐다.

놈이 펼친 날개가 만들어낸 거대한 그림자가 내 위를 덮은 것이었다.

기회였다.

‘그림자 밟기.’

적의 사각지대로 순간 이동하는 그림자 밟기 스킬로 놈의 뒤로 이동한 후.

단숨에 그 등 위로 도약했다.

놈은 아직 주선오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놈의 목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죽일 수 있어.’

나는 양손의 단검을 역수로 고쳐 쥐었다.

S급 단검인 심연의 불꽃과 광휘의 서리.

세트 아이템인 두 단검은 함께 사용할 경우, 기본 공격력의 100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거기에 백어택의 효과가 더해진다면.

나는 놈의 목을 향해 거침없이 단검을 찔러 들어갔다.

‘백어택!’

단검이 놈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푸욱!

서늘한 느낌과 함께 세상이 정지되었다.

“쿨럭!”

피를 토하며 아래를 보니 섬뜩한 칼날이 내 가슴에 박혀 있었다.

수십 초 전 다른 동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칼날. 그 칼날이 내 목숨마저 탐하고 있었다.

오만의 그리폰은 마치 모기를 잡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 이후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억울함이나 분노 같은 것은 느낄 틈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다만.

헛되이 보냈던 지난 시간이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시작의 날.’

내가 그때부터 움직였다면.

‘이놈을 이길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죽음을 기다리던 그 순간.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호가 발동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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