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화 (2/201)

제1화

[고양이 신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고양이의 목숨은 9개]

[1개의 목숨이 차감됩니다]

[선택한 시간으로 회귀합니다]

* * *

“윤도아, 듣고 있어?”

누군가의 높아진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헉!”

난 숨을 들이켜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내 심장에 꽂혀 있던 오만의 칼날은 사라지고 없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을 찌르던 칼날의 소름 돋는 감촉이 생생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에 앞을 바라봤다. 당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동생인 윤도빈이었다.

‘도빈이는 3년 전에 죽었는데?’

“…누나? 괜찮아?”

도빈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팔을 붙잡았다. 확실한 촉감과 체온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다.’

“…어, 괜찮아. 잠깐만.”

나는 도빈이의 팔을 걷어내고는 주변을 살폈다.

카페였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 때문인지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향해있었다.

“잠깐, 화장실 좀.”

나는 일단 자리를 피해 카페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로 들어서자 아직 철없고 어렸던 20대 중반의 내가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냈다.

2022년 1월 1일.

‘시작의 날.’

잊을 수 없는 날짜였다.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마주한 25살의 내 얼굴은 새삼스러웠다.

‘이때는 이랬었구나.’

지난 10년, 아니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일들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달라진 세상과 그에 적응해나가던 사람들.

하지만 예고되었던 첫 번째 시험에서 세계의 실력있는 각성자들이 모두 죽어 나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암습을 위해 숨어있던 덕분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만 결국 그들과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난 살아났다.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내 가호 덕분에.

“고양이 신의 가호.”

거울에 비친 내 얼굴 위로 글자들이 떠올랐다.

[고양이 신의 가호]

[고양이의 목숨은 9개]

[1개의 목숨이 차감되었습니다.]

[남은 목숨은 8개입니다.]

이 가호는 내가 죽는 순간 발동되었고 내가 떠올렸던 시점으로 나를 되돌려놓았다.

모든 것이 뒤바뀐 시작의 날.

바로 오늘로.

내게 다시 한 번 오만의 그리폰을 잡을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놈은 고작 첫 번째 시험관이었고, 앞으로 몇 개의 시험이 더 있을지 모른다.

나는 다시 가호를 바라보았다. 내게도 아직 8개의 목숨이 남아 있었다.

이 가호를 잘 활용한다면.

‘승산은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른 설렘이 섞인 두근거림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개 같은 시험을 모조리 박살내주겠어.’

나는 시작의 날 100일 전, 이 혼란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받음과 동시에 고양이 신의 가호를 받았다.

메시지는 전 세계의 모든 핸드폰에 전송되었고 동시에 모든 영상 매체를 통해 송출되었다.

하지만 신의 가호는 달랐다.

가호는 선택받은 사람만이 받을 수 있었고 가호를 받는 시기도 일정치 않았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빠른 가호를 받은 상태였다.

가호를 받은 사람인 가호자는 메시지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게이트에 입장해 각성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 달 후 도빈이가 가호를 받아 각성을 하고 다른 각성자들과 함께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시험을 대비하기 시작할 때에도.

세계적으로 폭동과 반란이 일어날 때에도, 각성자들끼리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각성을 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각성자들의 전쟁을 주도했던, 정식 명칭 ‘마나의 주인’ 박성현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놈이 도빈이를 죽였기 때문에. 나는 7년간의 무지에서 벗어나 각성을 했다.

그 후 1년 만에 모든 전용 옵션의 최고점을 찍었다.

10년 동안 최고점을 찍지 못했던 각성자들이 많았다는 점을 보면 내 성과는 굉장한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내가 가진 전용 특성인 은밀한 고양이, 암살자의 특성과 잘 맞았고 그에 대한 재능도 있었다.

결국 나는 놈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어스름 그림자 윤도아.’

그 사건 이후 내게 붙은 정식 명칭이었다.

나는 금세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나를 영웅으로 생각했다.

그 후 나는 도빈이의 유지를 이어 첫 번째 시험을 위한 준비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첫 번째 시험인 그리폰의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앞으로 10년.

‘결과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야.’

“전용 옵션 확인.”

거울의 글자들이 사라지더니 내 전용의 옵션들이 떠올랐다.

[전용 특성 : 은밀한 고양이 lv.10]

[전용 스탯 : 근력 99/명중 99/민첩 99]

[전용 스킬 : 균형감 lv.10/도약 lv.10/유연성 lv.10/조용한 발걸음 lv.10]

[특성 스킬 : 그림자 밟기 lv.10/백어택 lv.10/은신 lv.10/표식 lv.10]

모든 특성과 스탯, 스킬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 번 얻은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 건가?’

거울 속의 내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이 정도면 해 볼 만했다.

‘아니, 가능하다.’

감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같이 시험에 맞설 각성자들을 찾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 * *

“괜찮은 거 맞아?”

자리로 돌아가자 도빈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 괜찮아. 잠깐 어지러워서.”

“뭐야, 빈혈이라도 생겼어?”

의외라는 듯 물어온 도빈이가 이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설마 누나도 뭐 가호인가 뭐시기 그거 받은 거 아냐?”

“그런 것 같아.”

내 무덤덤한 대답에 당황한 건 도빈이였다.

“…뭐? 진짜…?”

“어.”

도빈이가 한참 입을 벙긋거리는 동안 나는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윤도아 미쳤네.”

도빈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누나한테 할 소리야?”

“와…. 조금 전까지 그 얘기 하던 거 기억 안 나? 가호자니 각성자니 미친놈들 투성이라고?”

회귀 전에는 내가 가호를 받았다는 사실을 도빈이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도빈이가 이렇게 어이없어하는 것도 이해가 가긴 했다.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받아버리니까 뭐 할 말이 없네.”

“후…. 상당히 당황스러운데.”

도빈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래서 어떡하게? 진짜 게이트라도 들어가 볼 거야?”

“가봐야지. 궁금하기도 하고. 너도 궁금해하긴 했잖아?”

내 말에 웬만해서는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윤도빈이 목소리를 높였다.

“궁금한 거랑 직접 가는 거랑은 다르지!”

도빈이가 탁자를 쿵 내리쳤다.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윤도빈에게 쏠렸다.

잠시 헛기침을 한 윤도빈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위험하다며, 거기.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진짜 나 혼자 남으라고?”

도빈이의 말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몇 년 전 어머니 역시 암에 걸려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꼭 서로 잘 챙겨주렴. 그만 좀 싸우고. 엄마 없어도 지금까지처럼 신년에는 얼굴 꼭 보고.’

그 말 때문에 우리는 평소에는 만나지 않아도 신정에는 꼭 얼굴을 보곤 했었다.

‘덕분에 회귀하자마자 도빈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고.’

“걱정 마. 안 죽어.”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감 가득한 말에 도빈이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지지 않고 도빈이의 눈빛을 마주했다.

‘이번엔 네가 죽을 일은 없어.’

곧 윤도빈이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내 말은 안 들을 거고. 다른 각성자한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는 건 어때?”

시작의 날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나타난 각성자는 총 다섯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중 누구를 데려가더라도 방해만 될 뿐이었다.

“됐어. 어차피 게이트도 난이도가 다 다르잖아. 제일 쉬운 데 가면 돼.”

물론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빈이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윤도아 고집 어디 가나. 누가 엄마 딸 아니랄까봐.”

“네가 그런 말 할 처지야?”

잠시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던 윤도빈이 옆에 벗어뒀던 외투를 주워들었다.

“간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나를 바라봤다.

“조심해.”

나는 씩 웃어 보였다.

“그래. 네 누나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여줄게.”

“…연락이나 잘 줘.”

윤도빈이 대화를 포기한 듯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피식 웃은 나는 유리 너머로 지나가는 윤도빈을 바라보았다.

윤도빈이 뚱한 얼굴로 나를 보며 지나갔다.

도빈이가 사라진 후, 나는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며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평범한 일상.

‘이런 모습을 보는 게 대체 얼마만이야.’

조금 전까지 오만의 그리폰과 마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잡념들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려 했다.

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그리고 식은 커피를 모두 입에 털어 넣은 후 카페를 나섰다.

카페 앞의 커다란 공터에서는 이름 모를 단체의 집회가 한창이었다.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앞으로 1년이 될 수도 있고 5년, 혹은 10년이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그동안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합니다. 무엇에? 메시지에서 말했던 시험? 네, 맞습니다. 그 시험이요. 그 시험은 외계인들이 여기 이곳, 우리가 사는 지구를 침략하기 위한 초석인 겁니다. 우리는 그에 맞서야 합니다!”

바로 옆에서는 그에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침략? 아닙니다. 그들은 분명 우리에게 이로운 존재입니다. 지구의 환경문제부터 시작해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던져줄 구원자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험을 받아들고 순응해야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외계인들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외계인 신봉자의 단체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시끄러운 취객을 보는 것처럼 그들을 피해 돌아갈 뿐이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춘 채 빠르게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회귀 전 알았던 각성자 중 외계인 신봉자들이 꽤 있었다.

특히 박성현.

그놈 역시 외계인 신봉자였다.

혹시라도 저곳에 그놈이 있다면 허튼짓을 못하도록 미리 손을 좀 봐줄까 싶었지만 그중 아는 얼굴은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관심을 끊고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 안에는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회개하십시오, 여러분. 지난 100일 동안 저희가 치성을 올린 덕에 우리의 신은 유예기간을 주셨습니다. 다가올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우리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가호자니 각성자니 이딴 건 다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며 그들은 곧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저희와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메시지를 계기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사이비 종교인들이었다.

가호자와 각성자가 적이라고 말했지만 분명 저들 중에서도 가호자는 존재했다.

그리고 몇몇은 나와 함께 첫 번째 시험을 함께하기도 했었다.

‘웃긴 일이지.’

나는 한쪽 입꼬리를 비죽였다.

핸드폰으로 확인한 커뮤니티의 상황도 거리와 다를 바는 없었다.

외계인 신봉자들의 이야기와 사이비 종교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가호자 혹은 각성자들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굳이 볼 필요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커뮤니티를 종료하고 각성 기관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직 만들어진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회귀 전에 비하면 굉장히 허술했다.

하지만 그간 나타났던 게이트들에 대한 설명과 현재 등장해 있는 게이트의 위치들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나는 집 근처의 게이트들을 확인한 후 집에 들러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사이트에서 봤던 대로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커다란 공원에 내가 찾던 것이 있었다.

지겹도록 보아온 게이트였다.

2미터 크기의 원을 그리는 까만 안개.

외곽의 안개는 끊임없이 생성되어 소용돌이를 그리며 중앙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게이트의 앞으로 다가서자 까만 안개의 움직임이 변했다.

중앙까지 이어지던 안개의 소용돌이가 일순 멈추더니 다시 외곽을 향해 스스스 벌어지며 중앙을 비워냈다.

안개들이 사라진 중앙에는 새까만 물결 같은 막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곧 그 위로 안내문이 떠올랐다.

[S급 종합 보상 게이트입니다.]

[게이트 안의 시간은 바깥의 시간과 동일하게 흐릅니다.]

[하지만 생체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많은 보상을 줄 확률이 큰 S급 종합 보상 게이트였다. 그만큼 난이도도 높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껏 닫아온 게이트가 몇 갠데.’

나는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입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