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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4화 (5/201)

제4화

[S급 아이템]

[랜덤 스킬 부여권 1장]

[스탯 포인트 12]

S급 종합 보상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보상이 주어졌다.

‘역시 다 잡은 보람이 있어.’

고블린 30마리와 그리폰 1마리를 모두 잡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최대의 보상이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보상이 떠올랐다. 그 보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보상이었다.

[전용 특성 선택권]

“뭐?”

나도 모르게 알림글에 되묻고 말았다.

전용 특성 선택권.

이것은 처음 게이트를 닫은 가호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게이트를 닫은 것도 아니었고 이미 은밀한 고양이라는 전용 특성을 가진 상태였다.

‘그런데 왜….’

나는 잠시 전용 특성 선택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회귀 전의 나, 시작의 날 시점의 나로서는 게이트를 처음 클리어한 것이 맞았다.

회귀를 했기 때문에 이전의 특성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게이트가 원칙에 충실한 점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어쨌든 이득이다.’

어차피 암살자의 전용 특성은 최대치였다. 다른 도움이 되는 전용 특성을 골라서 잘 올려두면 손해 볼 일은 절대 없다.

나는 일단 난쟁이 왕에게 받은 단검과 술 두 병을 챙긴 후 게이트 밖으로 이동했다.

“출구 오픈.”

[게이트 밖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한 번 닫힌 게이트에는 다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알아. 출구.”

눈앞에 입구와 같은 검은색의 연기 덩어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곳을 통과하자 내가 입장했던 공원이 나타났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다.

하지만 가로등 불빛에 피범벅인 내 몰골이 드러났고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회귀 전에는 이런 꼴이 일상이었는데.’

시작의 날이라 아직 사람들이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반응이었다.

나는 얼른 외투를 주워 입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가방에 단검과 술병들, 집에서 들고 왔던 식칼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잠시만요!”

누군가 날 불러 세웠다.

찜찜한 표정으로 돌아보니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저요?”

“다치신 거 아닙니까? 괜찮으신가요?”

피범벅인 내 모습을 살피며 다가온 여자 경찰이 물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안 다쳤어요.”

내 대답에 앞의 여자 경찰이 뒤에 선 남자 경찰을 슬쩍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내 대답이 애매했던 모양이다.

다시 내게 얼굴을 돌린 여자 경찰이 말했다.

“잠시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나는 가방 속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내밀었다.

경찰은 나와 신분증을 번갈아 살폈다.

나도 빠르게 경찰의 이름을 살폈다. 내 신분증을 보고 있는 경찰의 이름은 유지은이었다.

‘유지은…. 뭔가 익숙한데.’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지만 얼굴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각성자이신가요?”

“아, 네.”

분명 각성자 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할 것이 뻔했기에 나는 덧붙였다.

“등록증은 아직 없어요.”

경찰 둘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확인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조금 귀찮았지만 나는 경찰의 말을 따랐다.

이때는 각성자의 흉내를 내며 일어나는 범죄들이 많은 시기였다.

경찰들이 각성자에게 예민한 것도 당연했다.

나는 얌전히 둘을 따라 근처의 파출소로 이동했다.

유지은은 나를 조사실로 안내했다.

“여기 잠깐 계십시오. 확인할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말을 마친 유지은은 조사실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확인할 사람?’

짐작이 가지 않았다.

가호자나 각성자를 확인할 방법은 많지 않았다. 겉으로 봐서는 그저 똑같은 사람일 뿐,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

구분이 가능한 아이템이 있긴 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아직 그 아이템이 나타나지 않았을 터.

어쨌든 사람이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폰의 피가 굉장히 찝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외투를 벗어두고 가방에서 식칼을 감쌌던 옷을 꺼내 피에 젖은 셔츠를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를 확인해줄 사람이 올 때까지 받은 보상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선은.’

“전용 특성 선택.”

앞의 탁자 위에 글이 떠올랐다.

[전용 특성 선택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한 줄의 글이 사라지더니 곧 글자들이 촤르륵 펼쳐지기 시작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전용 특성들이 나타났다.

고양이 신의 가호 아래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용 특성들이었다.

‘확실히 내가 선택했을 때보다 개수가 많네.’

회귀 전 내가 특성을 선택할 때에는 특성이 다섯 개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다른 신의 가호를 받은 사람들이 특성을 선택했기에 나에게 보이는 것은 선택받지 못하고 남은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작의 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특성이 남아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역시 내가 가진 은밀한 고양이 전용 특성은 목록에 없었다.

‘이런 건 선점이 중요하단 말이지.’

나는 차분하게 전용 특성들을 살폈다.

대부분의 특성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아직 이 특성을 가질 사람들이 각성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보는 특성들을 위주로 살피던 중. 유독 한 특성이 눈에 띄었다.

[악마의 고양이]

‘이건…?’

도무지 특성에 대한 짐작이 가지 않았기에 나는 악마의 고양이에 대한 설명을 확인했다.

“악마의 고양이 설명.”

[악마의 고양이]

[비전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

‘!’

비전 마법사의 특성이었다.

외계인 신봉자이자 도빈이를 죽였던 전쟁의 원흉.

마녀의 까마귀라는 전용 특성을 선택했던 박성현만이 가졌던 유일한 직업.

놈이 가진 비전 마법은 모든 마법 중 최고라고 손꼽혔다.

그 덕에 박성현은 마나의 주인이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좀 의아했다.

악마의 고양이라는 가호는 회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가호였다.

내 이전의 각성자가 선택했을 수도 있다지만 내가 알기로 이런 특성을 가졌던 각성자는 없었다.

게다가 비전 마법을 사용하는 건 박성현뿐이었다.

똑같은 비전 마법을 사용하는데 그 강력한 마법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리 없었다.

‘어쩌면….’

내가 회귀를 하면서 마녀의 까마귀가 악마의 고양이로 업그레이드됐을지도 모른다.

신빙성 있는 가설이었다.

어쨌든 내가 이것을 선택한다면, 박성현은 비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악마의 고양이.”

[전용 특성 악마의 고양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선택.”

내 말이 끝나자 악마의 고양이 이외의 특성들이 모두 사라졌다.

[전용 특성 악마의 고양이가 추가됩니다.]

[전용 스탯 마나 운용이 생성됩니다.]

갑자기 주변의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

변한 것은 없었다. 조사실에는 여전히 나 혼자뿐이었다.

하지만 공기 중에서 이상한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투명하지만 뭔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나!’

회귀 전, 나는 박성현을 죽이기 위해 놈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사했었다.

놈과 특성에 대해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건 분명 놈이 다루던 마법의 원천, 마나였다.

나는 손을 뻗어 허공을 훔쳤다. 공기와 똑같이 촉감은 없었다. 하지만 마나는 내 손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천천히 주먹을 쥐자 주먹 안에 마나가 갇힌 것이 느껴졌다.

다시 손을 펼치자 내 손의 모양대로 뭉쳐진 마나가 보였다.

여전히 투명했지만 미묘한 일렁임이 마나의 뭉침을 보여주고 있었다.

‘놈은 이걸 압축해서 폭발을 일으켰었지.’

나는 다른 손으로 뭉친 마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마나를 살살 굴려 동그랗게 만들며 압축했다.

작은 구슬 크기의 마나구가 만들어졌다.

‘이런 거였나.’

놈이 만들었던 마나구와 비슷했다. 잠시 마나구를 들여다보던 나는 그것을 살짝 튕겨보았다.

빠르게 날아간 마나구는 앞의 벽에 부딪혔고 그 순간 작은 충격파를 일으켰다.

“!”

깜짝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구슬이 부딪힌 벽을 살폈다.

벽이 움푹 파여 있었다.

“허….”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겨우 주먹 안의 마나를 구슬 정도의 크기로 압축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벽을 팔 정도의 위력이라니.

‘굉장한데?’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걸 잘 익힌다면 그놈이 사용했던 모든 기술을 내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넘어설 수 있다.'

“뭡니까?”

유지은이 문을 벌컥 열며 조사실로 들어섰다. 유지은은 벽 앞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게이트 닫고 받은 보상 좀 확인하고 있었어요.”

내 말에 유지은은 잠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가만히 앉아계십시오.”

“네.”

내가 자리로 돌아가며 얌전히 대답하자 유지은이 다시 조사실을 나갔다.

나는 다시 차분해진 기분으로 다른 보상을 마저 확인했다.

“S급 아이템 개봉.”

[S급 아이템을 개봉합니다.]

빛이 반짝이더니 앞의 탁자에 50cm 정도쯤 되는 길이의 까만 단검이 나타났다.

단검을 주워들자 아이템 정보가 떠올랐다.

[S급 그림자 단검을 획득했습니다.]

[S급 그림자 단검]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절삭력이 2배로 향상됩니다.]

칼을 뽑아보자 역시 까만색의 날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칼을 돌려보고 살짝 휘둘러도 보았다.

‘좋은 무게감.’

이전에 쓰던 광휘의 서리보다는 못했지만, 그 단검을 얻기 전까지 사용하기에 딱 좋았다.

나는 그림자 단검을 가방에 넣었다.

남은 것은 스탯 포인트와 랜덤 스킬 부여권이었다.

“스탯 포인트 분배.”

[스탯 포인트 12를 분배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은밀한 고양이의 스탯은 더 올릴 것이 없었다.

새롭게 얻은 악마의 고양이 전용 스탯인 마나 운용에 얻은 스탯 포인트를 모두 투자했다.

“마나 운용에 12 전부.”

[마나 운용에 스탯 포인트 12를 분배합니다.]

[마나 운용 15]

마나의 사용 범위를 결정짓는 건 마나 운용 스탯이었다.

보통 스탯의 개념에 범위가 들어가면 그 단위는 미터였다.

즉 지금 내 마나 운용의 범위는 15미터. 반경 15미터 이내의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랜덤 스킬 부여권을 사용했다.

“랜덤 스킬 부여권 사용.”

[랜덤 스킬 부여권을 사용합니다.]

[랜덤으로 전용 특성에 관련된 스킬이 하나 부여됩니다.]

알림 글이 떠오르고 곧 슬롯머신처럼 글자들이 파바박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더니.

[염력 스킬을 얻었습니다.]

‘염력!’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첫 스킬로 굉장히 좋아!’

보통 비전 마법은 주변의 마나를 압축해서 폭발을 일으키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폭발은 압축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위력도 강해진다. 하지만 조금 전처럼 손으로 할 수 있는 압축에는 한계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염력.

허공의 마나들을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

박성현은 수십 미터 이내의 마나를 끌어 모아 구슬 정도의 크기로 압축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위력은 건물 하나 정도는 가볍게 무너트릴 정도였다.

벌컥!

다시 조사실 문이 열렸다. 유지은이 경찰봉을 잡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말씀드렸다시피 보상 확인 하고 있었습니다.”

“5분 내로 온다고 했으니까 조용히 앉아 계세요.”

유지은이 싸늘하게 말하고는 다시 조사실을 나갔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염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우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지갑을 쏘아봤다.

‘주변의 마나를 이용해서 지갑을 들어 올린다.’

나는 지갑 주변의 마나를 지갑 밑으로 밀어 넣어 그것을 들어올리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지갑이 둥실 떠올랐다.

“!”

생각이 흐트러지자 지갑은 금세 탁자로 떨어졌지만, 가슴의 두근거림은 더욱 세졌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일단 확인.’

나는 전용 옵션들을 점검해보았다.

[전용 특성 : 은밀한 고양이 lv.10]

[전용 스탯 : 근력 99/명중 99/민첩 99]

[전용 스킬 : 균형감 lv.10/도약 lv.10/유연성 lv.10/조용한 발걸음 lv.10]

[특성 스킬 : 그림자 밟기 lv.10/백어택 lv.10/은신 lv.10/표식 lv.10]

은밀한 고양이의 특성은 그대로였다.

대신.

[전용 특성 : 악마의 고양이 lv.1]

[전용 스탯 : 마나 운용 15]

[특성 스킬 : 염력 lv.1]

새 특성이 추가되어 있었다.

암살자의 특성상 나는 원거리 공격에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비전 마법을 얻음으로써 모든 범위의 공격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설레는 기분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처음 은밀한 고양이를 얻고 느꼈던 설렘과 비슷했지만. 그 당시에는 도빈이의 죽음에 상심이 컸기에 그 설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밖에는.’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다시 조사실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유지은이 손바닥으로 나를 가리켜보였다.

“저 분입니다.”

곧 유지은의 뒤에 키가 큰 남자가 나타났다.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허리에 기다란 칼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각성자였다.

남자가 조사실 안으로 들어섰고,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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