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5화 (6/201)

제5화

정식 명칭 개의 이빨 주선오였다.

회귀 전 꽤 친했고 나와 단독 게이트 클리어 랭킹 1, 2위를 다툴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리고 오만의 칼날을 유일하게 피해내 내게 기회를 만들어줬던 각성자.

죽어가던 주선오를 본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의 주선오는 멀쩡했고, 그때보다 훨씬 어렸다.

‘10년 전이니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멀쩡한 모습을 보게 되니 반가움과 미안함 등 온갖 감정이 뒤섞였다.

“아시는 분입니까?”

유지은이 주선오를 보며 물었다.

“아뇨.”

주선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선오는 아직 나를 모른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저도 모르게 아는 척 했네요.”

나는 대충 둘러댔다.

세계 최초의 각성자이자 각성 기관을 만든 장본인이기에 주선오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고로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터.

역시나 주선오는 내 반응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그저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회귀 전에도 느끼긴 했지만 그 잘난 얼굴이 어디 가겠나.

연예인이래도 믿을 만한 얼굴로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부담을 넘어서 기분이 나빠지려는 무렵.

주선오가 말했다.

“각성자 맞습니다.”

유지은이 당황했다.

“네?”

주선오가 코를 훔쳤다.

“몬스터 피 냄새가 가득합니다, 여기. 저분한테 묻은 피.”

‘아. 후각 스탯이 있던가.’

예전에 주선오 본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후각 스탯 덕분에 한 번 만난 사람이나 몬스터의 냄새는 모두 기억하고 있고, 일정 범위 안에서는 냄새의 분별이 가능하다고.

“아…. 그렇습니까?”

유지은이 조금 찝찝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경찰 측에서 확인을 위해 부른 사람, 게다가 각성자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지만 냄새로 판단하니 찜찜할 수밖에.

“어디를 닫으셨다고요?”

주선오가 이번에는 나를 향해 물었다.

“율동공원 S급 게이트요.”

내 대답에 주선오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렇군요. 어쨌든 각성자 맞습니다. 확인했으니 됐지요?”

금세 유지은을 향해 고개를 돌린 주선오가 딱딱하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유지은은 여전히 찜찜해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주선오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이런 일로 부르지 마십시오. 지금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게 각성자입니다. 게다가 전 이제 각성 기관 소속도 아니잖습니까.”

예의는 갖춘 말투였지만 분명 짜증이 섞여있었다.

주선오를 오래 알지 못했다면 알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지만.

그것보다 말의 내용이 더욱 신경 쓰였다.

‘각성 기관 소속이 아니라고? 벌써 각성 기관을 나와서 무리를 만든 건가?’

정부가 각성 기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조금씩 퍼지고 있었지만, 각성 기관이 정부에 넘어갔다는 발표가 있는 날은 1월 5일이었다.

‘조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서에는 각성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각성자라 칭하며 일반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도 있잖습니까? 저희는 그걸 가만히 둘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 발표가 난 건 아니잖습니까.”

유지은이 차분히 응수했다. 주선오가 후,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전 할 만큼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각성 기관 소속을 부르세요.”

냉정하게 말한 주선오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유지은이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확인됐으니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각성자 등록 바로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유지은에게 고개를 까닥인 후 외투와 가방을 챙겨 조사실을 나섰다.

파출소 밖은 소란스러웠다.

플래시도 간간이 터지는 것이 기자들이 몰려있는 것 같았다.

‘주선오 때문에 몰려온 건가?’

살짝 바깥을 내다보니 파출소 앞을 둘러싼 기자들이 주선오에게 뭔가 묻고 있었다.

살짝 돌아서 나가면 조용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부러 기척을 죽인 채 파출소 문을 열고 나가자.

“말씀드렸다시피 전 아닙니다. 율동공원에 있던 S급 종합 보상 게이트를 닫은 건 이분입니다.”

갑자기 주선오의 손바닥이 나를 가리켰다.

동시에 기자들의 수많은 시선과 카메라들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

플래시가 한 번 터졌다.

“단독으로 S급 종합 게이트를 닫으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한 기자의 질문을 시작으로 그제야 다른 기자들도 정신을 차린 듯 질문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정말 단독으로 닫으신 겁니까?”

“각성자는 아니신 것 같은데 첫 게이트로 S급을 선택하신 겁니까?”

“어떤 신의 가호를 받으셨나요?”

“이전에 게이트를 닫아본 적 있으십니까?”

정신이 없었다.

회귀 전에도 가장 싫어하던 것이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었다.

그때는 내게 이렇게 쉽게 말을 붙여오는 기자들도 몇 없기는 했지만.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입 앞에 검지를 세워 보였다.

“…….”

내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곧 기자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리고 말했다.

“선착순. 질문 하나만 받아요. 시작.”

기자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판단력이 빠른 한 기자가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세운 일보 강그린 기자입니다!”

“말씀하세요.”

그제야 기자들이 안타깝다는 표정과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강그린 기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강 기자는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난감해 보였다.

난 쫙 펼친 손을 들어 보였다.

“5초 드립니다.”

‘5, 4, 3, 2.’

손가락이 세 개 접혔을 때 강 기자가 물었다.

“파출소에서 나오신 걸 보니 각성자는 아닌 것 같은데 율동공원에 있던 S급 종합 보상 게이트가 첫 게이트이셨던 겁니까, 아니면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고 활동하고 계신 겁니까?”

나름대로 머리를 쥐어짠 질문인 것 같았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주선오까지.

“첫 게이트는 아니에요. 그럼 끝.”

“네?”

기자가 당황해했지만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주선오를 바라봤다.

“괜찮으면 차 좀 얻어 탈 수 있을까요?”

분명 주선오라면 이곳까지 올 때 차를 끌고 왔을 것이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주선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깐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기자들이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질문 하나 끝났으니까 안 받아요.”

나는 기자들의 사이를 벗어나 빠르게 주선오의 차에 올라탔다.

주선오 역시 더 이상의 대꾸 없이 바로 차에 올라타서는 문을 잠그고 시동을 걸었다.

주선오가 잠시 품을 뒤적여 각성증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각성자 주선오입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이름 좀 알 수 있겠습니까?”

나 역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보였다.

“아까 들어보니 각성 기관 소속이 아니라고 하던데 기관에서 나온 건가요?”

내가 지갑을 넣으며 물었다.

주선오가 잠시 대답이 없었다. 아마 내게 말을 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곧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아직 공표는 안 했지만 각성 기관은 정부 소속으로 넘어갈 겁니다.”

벌써 결정은 나 있는 모양이었다.

그날 그 발표와 동시에, 주선오는 각성 기관을 나와 자신의 무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모른 척 물었다.

“그럼 그쪽은요?”

“전 무리를 만들 겁니다.”

“무리? 무리라면 어떤 거죠?”

“음…. 각성 기관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애초에 각성 기관을 만들었던 이유는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가호자들이 각성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같이 게이트를 닫으려는 목적이었어요. 하지만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정부는 그냥 각성자를 새로운 무기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용할 생각 밖에 없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각성 기관이 정부 소속으로 넘어가면서 각성 기관 소속의 각성자들은 본연의 목적 이외의 곳에 사용됐다.

‘범죄자들 뒤처리나 심지어는 스파이로 이용해먹기까지 했지.’

그렇게 희생된 상당한 실력자의 각성자도 많았다.

“그래서 아예 별도의 독자적인 집단을 만들어서 가호자나 각성자들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주선오는 그 말을 그대로 지켜냈다.

주선오의 개의 이빨 무리는 차근차근 세력을 넓혔고 첫 번째 시험 전까지 세력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 상황은 알 것 같았다.

‘아직 각성 기관도 크게 삐뚤어진 건 아냐.’

“그래서 그런데 혹시 무리에 들어오실 생각 없으십니까?”

“네?”

주선오가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S급 종합 보상 게이트를 단독으로 닫으셨다면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고 판단되어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그래서 방금 같은 이야기도 사실대로 말씀드린 거고요. 아시겠지만 지금껏 A급 이상의 게이트를 혼자 닫은 각성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S급을 닫으셨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시작의 날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나타난 각성자들은 단독으로 A급 이상의 게이트에 도전하지 않았다.

‘주선오 역시 마찬가지고.’

주선오가 이어 말했다.

“무리에 들어오신다면 그만큼의 대우는 보장하겠습니다.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최대한 맞춰드리고 필요하신 건 얼마든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주선오에게는 그만큼의 재력이 있었다.

‘괜찮은 조건이긴 한데.’

“생각 좀 해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다만 최대한 5일 이전에는 답변을 주셨으면 합니다.”

발표 전까지 확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알겠어요.”

파출소와 공원은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세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선오의 연락처를 받은 나는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 *

미등록 각성자가 S급 종합 보상 게이트를 단독으로 클리어했다는 이야기는 금세 화젯거리가 되었다.

인터넷의 각종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리는 건 기본이었고 TV에서도 끊임없이 기사가 흘러나왔다.

[미등록 각성자 A씨, ‘첫 번째 게이트는 아니다’라고 밝혀.]

[A씨, 주선오 기관장과 친분 있는 사이?]

[미등록 각성자 A씨의 등장, 이상현상 해결에 대한 희망인가?]

나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헤드라인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확한 사실은 알지 못한 채 나에 대해 파헤치려 하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거기다 매스컴에 내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것이 설레는 맛도 있었다.

회귀 전에도 박성현을 죽인 후 이런 상황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각성자들이 익숙한 시기였고, 아무도 죽이지 못했던 박성현을 죽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게 가졌던 감정은 경외심에 가까웠다.

게다가 그때는 도빈이의 유지를 이어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해야 했기에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분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니네.’

공식적으로 이름이 밝혀진 건 아니었지만 내 사진이 함께 실렸기 때문에 신상은 금세 밝혀졌다.

핸드폰은 꺼둔 지 오래였다.

도빈이에게 짧은 문자를 하나 남기는데도 수많은 연락들이 쏟아졌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집 앞에 잠깐 나가더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이쯤 되니.

‘귀찮아.’

행동에 제약이 생겨버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더구나 불확실한 추측들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S급 종합보상 단독 클리어? 말이 됨?

-최초 각성자 주님도 단독은 힘든데 웬 나부랭이가?

-주님한테 꼬리치지마라, 요망한 것!!

-기레기들 원래 헛소리 많이 쓰잖음. 단독은 무슨. 무시가 답.

-저런 쓰레기 기사에 신경 쓸 이유 없습니다, 여러분.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 함께 치성을 드립시다.

-사이비 꺼져.

-나 쟤랑 같은 학교였는데 절대 저럴 재목 아님ㅋㅋㅋ. 그냥 쇼하는 거.

-게이트 같은 거 안 들어가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S급이면 진짜 죽을 위험이 큰 곳 아닌가? 그런 곳에 다녀온 것 치고는 너무 태평한데. 짜고 치는 듯.

-사기꾼들. 진짜면 어디 증명해 보이던가.

빠각.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다수의 사람이 나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었다.

물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회귀 전에는 커뮤니티에조차 이런 얘기를 지껄일 생각도 못 했던 것들이.’

“후.”

잠시 심호흡을 해 마음을 가다듬은 나는 다시 비난의 글들을 쏘아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다시는 저런 뒷말을 하지 못 하도록 못을 박아버려야겠다.

그러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한 번 더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

그것도 예고제로.

미리 게이트 하나를 정해서 그 게이트를 닫겠다고 공표하면 기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럼 나는 그 게이트를 닫고 나오기만 하면 끝. 날 의심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추가로 서포터까지 붙게 되면 아주 좋고.’

주선오야 워낙 재력이 받쳐줬기 때문에 서포터들이 필요 없었지만 평범한 소시민인 나에게는 든든한 배경이 있으면 좋았다.

‘주선오의 제안대로 개의 이빨 무리에 들어가서 게이트를 닫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쪽에 들어간다면 주선오 자체가 내 서포터가 될 터였다.

분명 주선오는 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옆에 두고 있으면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부려먹기도 쉽고.

‘그러자니 각성 기관 쪽이 조금 걸리는데.’

일단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일단 목표 게이트를 정하기 위해 각성 기관 사이트에서 S급 게이트들을 확인했다.

‘대부분이 C급, B급이군.’

가장 난이도가 높은 S급 게이트는 출현 빈도가 가장 낮았다.

어제 동네에서 S급 게이트를 닫았기에 한동안 이 근처에는 S급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을 터였다.

‘아예 서울로 올라가 볼까.’

나는 서울 쪽의 게이트들을 살폈다. 종묘 앞에 S급 스킬 보상 게이트가 있었다.

나는 곧바로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했다.

[S급 종합보상게이트 클리어한 사람입니다]

[저에 대해 의심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그 논란을 없애려 합니다.

내일 1월 3일 오전 11시.

종묘 앞 S급 스킬 보상 게이트에 입장할 겁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물론 대다수가 욕과 함께 믿지 못하겠다는 이야기였지만.

‘내일 이 시간에도 같은 생각을 할지 궁금하네.’

나는 댓글들을 보며 코웃음을 치고는 염력 연습에 집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