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까지 푹 눌러 쓴 채 종묘로 향했다.
종묘 앞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기자들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까지도 구경을 온 모양이었다.
이곳에 있지 않더라도 근처의 다른 건물이나 방송을 통해 보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주선오나 다른 각성자들도 보고 있겠지.’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혹시나 일어날 사고에 대비해 경찰들이 게이트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파고드는 와중에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 보면 뻥이었던 거 아냐?”
“혹시 모르지. 던져는 놨는데 쫄았을지도.”
“진짜 안 오면 완전 매장 아냐? 신상 이미 다 털렸잖아.”
“일단 기자들부터 집 앞에 찾아가고 난리 나겠지.”
“기자뿐이겠냐. 커뮤니티에서 욕하던 사람들 다 가서 계란 하나씩이라도 던지고 올걸?”
‘얼마든지 떠들어라.’
코웃음을 친 나는 인파를 헤치며 게이트로 다가갔다.
“아, 뭐야?”
“밀지 마요!”
“늦게 왔으면 뒤에서 있던가! 왜 앞으로 오고 난리야?”
짜증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밀어내며 앞으로 향했다.
목표로 삼은 붉은 게이트가 보였다. 게이트 뒤쪽에는 경찰 외의 사람이 두 명 서 있었다.
‘각성 기관 쪽 사람이겠군.’
내가 위치를 공개했으니 찾아올 것은 예상한 바였다.
주선오와 각성 기관의 사이가 좋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기관은 어제 내가 주선오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초조해졌을 것이다.
내가 이곳을 클리어하고 나오면 분명 나에게 말을 걸어올 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자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시간은 11시 5분 전입니다. 하지만 아직 게이트를 닫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기자의 말대로 10시 55분을 넘기고 있었다.
‘약속은 지켜야지.’
게이트 근처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경찰들이 나를 막아섰다.
“위험합니다. 그 이상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글 작성자에요.”
내가 모자를 벗으며 대답했다. 경찰과 기자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마스크를 내리자 한 사람이 외쳤다.
“어? 저분 맞아요! 미등록 각성자!”
파출소 앞에서 만났던 세운 일보 강그린 기자였다.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경찰들을 제치고는 게이트 앞으로 다가간 뒤 몰린 인파를 돌아보았다.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기자들이 입을 열기 전에 다시 입 앞에 검지를 세워 보였다.
“질문 안 받습니다, 지금은요. 게이트 닫고 나와서 딱 1개만 받을게요. 묻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까지 기다리시던가요.”
나는 몸을 돌려 게이트 앞에 섰다.
정각 11시.
나는 얼빠진 사람들을 뒤로한 채 게이트로 입장했다.
* * *
사박.
발이 모래 속에 파묻혔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주변의 모래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모자 쓰고 오길 잘했네.’
모자 덕분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외투를 벗어둔 나는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앞쪽에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사구가 하나 있었다.
사구로 이동을 하기 위해 앞으로 한 발짝 내딛으려는데.
“저기. 저 좀 꺼내주시겠어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방향을 살피려 주변을 둘러보자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여기, 여기예요.”
무언가 묻혀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은 없었다.
“여기요.”
목소리가 다시 애타게 나를 불렀지만 나는 팔짱을 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알아서 나올 수 있는 거 다 알아.”
모래 속에 파묻혔는데 저렇게 평온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안내자가 있을 리 없었다.
잠시 후.
“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앞의 모래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위로 솟구쳐 오른 모래는 곧 사람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상급 슬라임.’
모래로 만들어진 슬라임이었다.
슬라임은 모래로 커다란 삿갓과 구불구불한 막대의 형태까지 만들어냈다.
삿갓의 그늘 밑 얼굴에 가느다란 세 개의 직선이 그려지더니 아래쪽의 기다란 직선의 틈이 살짝 달싹였다.
“휴. 불친절한 사람이군요.”
“친절도 상대를 봐서 베풀어야지 않겠어?”
슬라임은 무엇이든 삼키는 습성을 가진 놈들이었다.
다가갔다면 분명 놈의 몸을 밟는 순간 삼켜졌으리라.
놈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러더니 모래 막대로 삿갓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어쨌든 뵙게 돼서 영광이네요. 상급 슬라임 모부라고 해요.”
“모부? 스킬 보부상?”
내 질문에 슬라임 모부의 눈이 동그라미를 그렸다.
“휴? 저를 아세요?”
이전에 다른 슬라임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슬라임 중 몇몇 놈들은 그 습성을 이용해 자신만의 수집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수집품들을 각성자에게 비싼 값을 받고 팔아넘기는 것이 놈들의 낙이었다.
때문에 각성자들은 이들을 보부상이라고 불렀다.
그들 중 유명한 악덕 보부상이 셋 있었는데 모부가 여기에 속했다.
모부는 주로 스킬을 삼키는 보부상이었다.
몬스터나 각성자들을 집어삼켜 스킬을 쏙 빼먹고는 다시 뱉어버렸다.
물론 뱉어내는 것은 녹이기 힘든 딱딱한 뼈뿐이었다.
놈은 이렇게 얻은 스킬을 다른 각성자에게 팔아넘겼는데 이 스킬을 사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놈이 내는 시험에서 살아남는 것.’
“휴,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모부의 눈이 다시 직선을 그렸다.
“아시다시피 전 스킬 보부상이에요. 그리고 이 게이트를 관리하는 관리자. 제가 내는 시험을 통과한다면 이 게이트를 클리어했다고 인정할게요. 거기에 덤으로 스킬 보상까지! 휴, 이런 보부상이 어디 있겠어요? 누구랑은 다르게 엄청 친절하지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나를 보고 모부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휴. 재미라고는 모래알만큼도 없는 사람이네요. 그래요, 시험이나 시작할게요.”
모부가 모래 막대로 바닥의 모래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자 모래들이 솟아오르더니 뒤집어진 원뿔의 형태를 취했다.
그리고 원뿔의 꼭짓점에서부터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촤르르륵.
사구의 하늘에서 모래 폭포가 쏟아져 내렸다.
“휴. 이런 거에요. 아시겠지요?”
모부가 악덕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시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 것.
그래서 이놈을 만난 각성자들은 대부분 게이트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죽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게이트를 돌아온 몸. 이 정도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공간 자체가 모래시계라는 거지?”
내 추측에 모부의 눈이 다시 동그래졌다.
“그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널 잡으면 돼?”
즉, 타임어택이란 뜻이었다.
“휴휴휴휴흇!”
모부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무 빠르게 간파당했는데요? 재미없어라. 근데 상대가 전 아니에요.”
바닥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부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휴휴휴휴. 상대가 오고 있군요. 무운을….”
모부가 다시 모래로 무너져 내렸다. 놈이 만들었던 원뿔의 모래시계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남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 모래가 다 떨어지면 이 공간 자체도 모래로 가득 찰 것이 분명했다.
사사사삭.
모래 안의 움직임은 점점 커졌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촤악!
곧 사구의 옆면이 터져나가며 거대한 것이 튀어나왔다.
붉은색의 내장 같은 몸통을 가진 데스웜이었다.
놈의 뭉툭한 끝부분이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수백 개의 날카로운 이빨과 가느다란 촉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샤아악!”
나를 발견한 데스웜이 촉수들을 빳빳하게 세웠다.
그 앞의 모래 위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데스웜을 제압하십시오. 0/1]
놈의 몸통이 사구에서 모두 빠져나왔다.
5미터는 간단히 넘어 보이는 길이에 사람 하나 정도는 우습게 삼킬 정도의 크기였다.
놈의 몸통이 꿀렁이더니 몸통 중앙이 볼록 튀어나왔다. 그것은 빠르게 놈의 입 쪽으로 이동했다.
“샷!”
놈이 내게 노란색의 액체를 쏘아냈다.
‘스치기만 해도 위험하다.’
나는 도약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노란색의 액체가 닿자 증기가 피어올랐다.
놈의 체액은 강한 산성을 띠고 있었다.
이 체액은 한 번 뱉어내고 나면 다시 끌어 모으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각성자들은 보통 그 틈에 놈에게 접근해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놈의 껍질은 굉장히 단단하고 질겨서 잘못했다간 칼이 부러지기 십상이었다.
만약 베어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상처에서 체액이 튀어나오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림자 밟기와 백어택의 연계로 놈을 터트림과 동시에 뒤로 도약한다면 체액이 튈 틈은 없다.
‘그 외에도 시간 안에 놈을 죽일 방법은 많지만.’
나는 허리 뒤의 단검들은 꺼내지도 않았다.
데스웜은 새 특성을 시험할 아주 좋은 대상이었다.
뒤쪽의 모래 위에 착지한 내게 거대한 입을 벌린 데스웜이 빠르게 돌진해왔다.
“샤아아아!”
나는 염력을 이용해 반경 50cm 이내의 마나를 압축해 1cm의 크기의 마나구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몸통에 구멍 하나는 뚫겠지.’
이빨의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놈이 가까워졌을 때 마나구를 놈의 시커먼 목 안으로 던져넣었다.
그리고 빠르게 도약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콰앙!
“캬아아아악!”
폭음과 함께 데스웜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공중제비를 넘어 바닥에 착지해 앞을 바라보자.
“…허.”
데스웜이 모래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몸통에 구멍이 뚫리긴 했다.
그 구멍의 크기가 나보다 더 크다는 것이 당혹스러울 뿐.
‘무슨 위력이….’
내 악마의 고양이 전용 특성은 겨우 레벨 1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이 정도라면 내가 박성현을 죽일 당시 그놈의 비전 마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 셀지도 몰라.’
설렘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역시 악마의 고양이는 마녀의 까마귀의 상위 특성임이 분명했다.
놈의 뻥 뚫린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체액이 바닥의 모래에 스며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껏 게이트를 닫으며 즐겁다는 감정은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복수를 위해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투방식과 위력도 날 설레게 하는데 한몫했다.
항상 적에게 근접해 칼을 휘둘러야 했던 내게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적을 제압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새로운 감각이었다.
마나 운용의 거리가 되는 한 가만히 앉아서도 제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모부가 남겨둔 모래시계를 바라봤다.
4분의 1 정도가 떨어진 상태였다. 아직 시계는 멈추지 않았고 하늘에서도 계속해서 모래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저걸 멈추려면 일단 숨통을.’
데스웜이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뻥 뚫린 구멍에서 체액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캬아악!”
독기 오른 포효를 내뿜으며 체액을 끌어 모으려 했지만 체액은 구멍 밖으로 쏟아져 내리기 바빴다.
나는 한 가지 실험을 더 해보기로 했다.
조금 전에 확인한 것처럼 마나 폭발은 굉장한 위력을 가졌다.
하지만 딱 하나의 단점이 있었는데 사용한 마나가 다시 채워지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조금 전 데스웜에게 구멍을 내느라 마나를 끌어다 쓴 반경 50cm의 공간에는 현재 마나가 없었다.
‘만약 싸움 자체가 길어진다면 폭발을 난사하는 것도 위험해.’
박성현이 죽었던 원인 중 하나였다.
그래서 어제 집에서 연구해본 것이 칼날과 같은 얇은 막이었다.
일정 압축률 이상이 되지 않으면 마나는 폭발하지 않는다.
그 압축률을 넘지 않게 하면서 종이와 비슷한 정도로 얇게 막을 만들면.
‘벨 수 있지.’
나는 데스웜의 몸통보다 더 넓은 길이의 얇은 막을 만들어냈다.
빳빳하게 만들어진 얇은 막은 염력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이동했다.
나는 고개를 든 데스웜의 위로 얇은 막을 세웠다. 그리고 단두대의 칼날처럼 그 막을 내리꽂았다.
뎅겅!
데스웜의 목이 잘려 나갔다.
‘…굉장해.’
내가 한 일이지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칼날보다 예리하지만 칼날처럼 부서질 일은 없다.
움직임도 자유롭고 어디에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마나구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도 않는다.
‘최고의 암기!’
본업이 암살자이긴 나에게 아주 잘 맞는 형태의 무기였다.
나는 모래 위에서 꿈틀거리는 데스웜을 보며 막을 해체했다.
잠시 후, 데스웜의 움직임이 멈추자 모부의 모래시계 역시 흐름을 멈췄다.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던 모래 폭포도 뚝 끊겼다.
[데스웜을 제압했습니다. 1/1]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휴! 대단하네요! 아직 시간이 절반도 안 지났는데 벌써 저놈을 잡다니.”
모부가 바닥에서 솟아오르며 감탄했다.
“보상.”
“휴휴휴. 못된 사람이 성격도 급하네요.”
완전히 형체를 만들어낸 모부가 다시 모래 막대를 휘둘렀다.
“클리어 시간도 짧고 제압도 완벽했으니 원칙에 따라서 보상을 두 개 드릴게요.”
모부의 몸에서 두 개의 모래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내게 날아왔다.
“보상은 온전히 랜덤이에요. 저라고 제가 삼킨 스킬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거든요.”
나는 보상을 확인했다.
[1회용 방어 스킬권 1장]
[스킬 레벨업권 1장]
‘레벨업권!’
스킬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휴? 레벨업권이라니. 아까워라!”
모부의 눈이 축 처졌다. 확실히 스킬 레벨업권은 얻기 힘든 것이었다.
분명 모부도 꽤 힘들게 얻은 것이었을 터.
내가 상당히 즐거워 보였는지, 모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이미 준 보상을 빼앗을 수도 없고…. 아쉽네요. 그리고 이것도 받아요….”
모부가 내게 손가락을 툭 튕겼다. 손가락의 일부가 튕겨 나왔다. 그것을 낚아채자 모부가 말했다.
“모부의 조각이에요. 10개 모으면 스킬 1개랑 교환해드려요….”
‘…쿠폰제.’
나는 삼각형의 모래를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럼 게이트 출구 열어드릴게요….”
모부가 나무 막대로 바닥을 두드리자 곧 출구 게이트가 열렸다.
나는 출구로 향하다 말고 모부를 돌아봤다.
“야.”
“휴?”
모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다음에 보게 되면 이런 쓸데없는 시험 관두고 직접 나랑 붙는 건 어때.”
축 처져 있던 모부의 눈이 동그래졌다.
“휴? 저랑 싸우겠다고요?”
“그래.”
내 대답에 모부가 눈을 껌뻑이더니 곧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휴휴휴휴휴.”
모부의 눈과 입이 모두 휘었다.
“재밌는 사람이었네요. 이름이 뭡니까? 휴휴휴휴.”
“윤도아.”
“휴흇, 좋아요. 좋아. 윤도아. 기억해둘게요. 다음번에 만나게 되면 당신이 가진 스킬들을 모조리 삼켜버리겠어요. 휴휴휴….”
모부가 모래로 흩어져내렸다.
“뭐. 그래보든지.”
흩어진 모래를 보며 내가 대꾸했다. 모부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이제 어디, 얼굴들 좀 보러 갈까.’
종묘 앞에 남아있을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됐다.
피식 웃은 나는 게이트의 출구로 걸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