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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0화 (11/201)

제10화

[지금 내려가요.]

메시지를 확인한 주선오는 핸드폰을 내려두었다.

1월 5일 오전 9시.

각성 기관이 정부로 넘어간다는 공표와 함께 자신의 전용 특성을 딴 개의 이빨 무리를 만드는 날이었다.

윤도아가 함께 해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떼를 쓸 수는 없었다.

더구나 먼저 협력관계를 유지하자는 제안까지 해주지 않았던가.

주선오로서는 굉장히 고마울 따름이었다.

무려 S급 게이트를 40분 만에 닫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 말했다. 꼭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윤도아와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어제만 해도 윤도아는 광신도들을 단번에 제압했다.

거기에 S급 게이트를 2번이나 닫은 걸 보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사람과 협력을 하려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해.’

똑똑.

누군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창밖에 갈색의 긴 머리를 묶어 올린 깔끔한 인상의 여자가 서 있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네 번째 각성자 이리나였다.

주선오는 차 문의 잠금장치를 열었다.

“안 늦었죠?”

이리나가 보조석에 올라타며 물었다.

“응.”

이리나가 안전벨트를 매자 주선오가 차를 출발시켰다.

“참. 전에 윤도아 각성자 만났다면서요.”

“어.”

“어떤 사람이에요? 실력은 굉장한 것 같은데 좀 특이해 보이던데. 기자들 질문도 하나밖에 안 받고.”

이리나가 창틀에 팔을 걸치고 턱을 괸 채 물었다.

“그냥…. 대단한 사람이야.”

“뭐야. 주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에요?”

이리나의 물음에 주선오의 미간이 찌푸러들었다.

“아. 그렇게 좀 부르지 말라고.”

이리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왜. 성씨 줄여서 부르는 건데. 나름 팬들 애칭이잖아요.”

주선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주선오가 첫 번째 각성자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팬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능력과 재력을 갖춘 24살의 청년.

게다가 연예인에게 지지 않을 생김새는 상당수의 여성 팬들을 끌어 모으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정작 주선오는 전혀 원한 적 없는 관심이었다.

주선오는 그런 것보다는 게이트에 온전히 관심을 쏟고 싶었다.

“이번에 오빠네 무리 들어간다고 하면 또 나만 공격당하는 거 아닌지 몰라.”

이리나가 투덜거렸다.

각성자들끼리 게이트를 다녀오기만 하면 커뮤니티에 이리나에 대한 뒷말이 가득했다.

안세인도 함께였지만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기에 주 공격대상은 이리나였다.

“신경 쓰지 마.”

“윤도아 각성자처럼 그냥 확 겁줘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난 그럴 만한 힘이 없네.”

윤도아가 종묘 앞에서 예고대로 게이트를 닫은 이후 윤도아에 대한 악플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근데 게이트도 같이 가볼 수 있을까요? 윤도아 각성자랑.”

이리나가 조금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S급을 혼자서 밀어버리는 사람이라.”

“흐응. 아쉽다.”

이리나가 입술을 비죽였다.

도착한 회견장 대기실에는 이미 안세인이 도착해 있었다.

회색 줄무늬 수트를 빼입은 안세인은 굉장히 품위 있어 보였다.

“왔어?”

안세인이 둘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주선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안세인이 물었다.

“왜? 누구 찾아?”

“혹시 윤도아 각성자가 있나 해서요.”

“오. 벌써 얘기 들은 거야? 윤도아 씨 각성 기관에 소속되기로 한 거.”

안세인이 놀랍다는 듯 되물었다.

“네. 들었습니다. 오늘 옵니까?”

“올 거야.”

“어? 윤도아 각성자 와요? 진짜 각성 기관 소속이에요?”

이리나가 놀라며 물었다.

“그렇게 됐어. 나랑 김 이사가 영입한다고 꽤 애썼지.”

안세인이 씩 웃어보였다.

때마침 대기실에 윤도아가 나타났다.

회견에 참여한지라 평소와는 다르게 흰 셔츠에 검정색의 바지 정장으로 격식을 차린 차림이었다.

“와, 진짜네!”

이리나가 윤도아를 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왔어요?”

안세인이 먼저 윤도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윤도아가 안세인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주선오와 이리나를 바라봤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네 번째 각성자 이리나에요.”

이리나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도아입니다.”

“오늘 볼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봬서 영광이에요.”

이리나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윤도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올 사람은 다 왔으니. 이제 슬슬 회견장으로 갈까요?”

안세인이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 * *

오전 10시.

회견장 안은 고위급의 정부 인사들과 그들의 경호원들, 경찰들, 그리고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선오와 안세인이 먼저 앞줄의 정부 인사들과 악수를 했다.

그들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이리나가 내게 속삭였다.

“국가안보실이랑 국정원 사람들이에요.”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보는 내 시선은 그닥 곱지 않았다.

저 사람들이 차후에 기관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장본인들이기 때문에.

안세인이 나를 이야기한 건지 그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다가가지 않고 고개만 살짝 꾸벅였다.

짧은 이야기가 끝난 후, 우리는 단상 위에 마련된 탁자에 나란히 앉았다.

소란스러웠던 회견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먼저 주선오가 입을 열었다.

“주선오입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각성 기관이 이제는 개인 소유가 아닌 정부 소속의 기관이 되었음을 알려드리고자 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각성 기관장 자리에서 물러나 이리나 각성자와 함께 새로운 무리를 만들 생각입니다.”

기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기자들을 살폈다. 아직 딱히 눈에 띄는 기자는 없었다.

“각성 기관은 여기 안세인 각성자가 기관장의 자리에 올라 이끌 예정입니다.”

주선오가 할 말을 끝낸 듯 몸을 살짝 뒤로 뺐다. 그 뒤를 이어 안세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부로 각성 기관장 자리에 앉게 된 각성자 안세인입니다. 주선오 각성자가 이야기했듯이 각성 기관은 이제 정부 소속 기관입니다. 그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만, 그 전에. 이 자리를 빌려 발표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안세인이 나를 슬쩍 바라보고는 말했다.

“어제 각성자 등록을 마친 윤도아 각성자가 이제 각성 기관과 뜻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꾸벅여 보였다. 다시 한번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그럼 앞으로 각성 기관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안세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앞으로 전국에 지부를 늘릴 것이며 가호자와 각성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안세인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앞쪽에 앉은 기자들 몇몇이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저놈들이군.’

그리고 그때.

팟!

회견장에 갑작스러운 정전이 찾아왔다.

“뭐죠?”

“정전인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기자들의 노트북 불빛들 덕분에 완벽한 어둠이 잦아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를 향해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사방으로 분산됐다.

안세인과 주선오, 이리나 역시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꺄아아악!”

회견장의 뒤쪽에서 커다란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뒤쪽으로 쏠렸다.

앞에서 눈빛을 주고받던 다섯 놈만 빼고.

그러던 중,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쪽에서 비명을 지른 여자가 쓰러진 모양이었다.

“어, 이봐요! 괜찮아요?”

“뭐야? 쓰러졌어!”

“다치기라도 한 건가? 정전 좀 빨리 확인해줘요!”

뒤쪽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뭐죠? 무슨 일이지?”

안세인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선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이 몰려드는 회견장의 뒤편으로 향하려 했다.

나는 그런 주선오를 붙잡았다.

“잠깐.”

그때 눈빛을 주고받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반 사람치고는 꽤 날랜 움직임이었다. 책상을 훌쩍 뛰어넘은 그들은 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으악!”

“뭐, 뭐야!”

“칼! 조심해요!”

“다들 피하십시오!”

경호원들이 빠르게 정부 인사들을 둘러쌌다.

근처에 있던 경찰들이 광신도 기자들을 제압하려 달려왔지만, 놈들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것이 더 빨랐다.

가장 먼저 튀어나온 기자가 일어선 안세인에게 칼을 휘둘렀다.

“!”

안세인이 흠칫 놀라며 칼을 막을 자세를 취했지만.

그전에 내가 먼저 앞의 탁자를 걷어찼다.

쿵!

“크헉!”

칼을 휘두르려던 남자가 탁자에 깔려 쓰러졌다.

“꺅!”

이리나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뒤따라오던 놈들이 넘어진 탁자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가장 먼저 내게 칼을 휘두르는 기자의 손목을 툭 올려 쳤다.

“헉!”

기자가 놓친 칼을 바라봤다. 그 틈에 나는 기자의 명치를 가볍게 쳤다.

‘쯧. 이런 놈들이 무슨 습격을 한다고.’

나는 기절한 기자를 바닥에 던지고 옆으로 몸을 틀어 뒤이어 달려드는 광신도의 칼을 피했다.

그리고 옆구리에 한 방.

퍽!

“컥!”

아마 한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은 광신도를 밀어내며 옆을 살폈다.

안세인이 막 광신도 한 명을 제압했다. 주선오 역시 하나를 넘어트린 상태였다.

‘다섯.’

회귀 전 회견장에 나타난 괴한의 수는 총 여섯.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주선오가 칼을 쥔 채 안세인과 내 사이로 다가왔다.

“이, 이 사람들 뭐예요? 사이비? 외계인 추종자?”

뒤에 있던 이리나가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흠. 글쎄. 보면 알겠지.”

안세인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기자의 품을 뒤적였다.

그때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던 마지막 광신도가 움직였다.

기자석에 앉아있던 놈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안세인에게 던졌다.

날카로운 비수였다.

나는 옆에 있던 주선오의 칼을 쥔 손을 덥석 잡았다.

“잠깐 힘 빼.”

“네?”

주선오가 당황했지만 나는 그대로 주선오의 손을 위로 끌어당겼다.

“무슨…!”

채앵!

안세인에게 날아들던 비수가 주선오의 칼에 치여 위로 솟구쳤다.

“젠장!”

계획이 실패하자 광신도가 벌떡 일어났다. 그 손에는 작은 기계가 하나 들려있었다.

단순히 우릴 협박할 용도의 장난감이었지만.

“다 움직이지 마! 여기 한 방에 날려버리는 수가…!”

나는 다시 한번 주선오의 손을 휘둘렀다.

허공에 잠시 머물다가 떨어지던 비수가 휘둘러진 주선오의 칼에 맞고 기자에게 날아갔다.

콰직!

비수는 내가 노렸던 대로 기자의 손에 들려있던 기계를 꿰뚫었고 그대로 뒤의 탁자에 박혔다.

“있어….”

탁자에 박혀버린 기계를 보며 기자가 말끝을 흐렸다.

“…흠.”

안세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멍하게 탁자를 바라보는 기자에게 걸어가서는.

놈의 명치에 주먹을 깊숙이 꽂았다.

“허업!”

회귀 전 맞아봤던 기억 때문에 괜히 내가 고통스러운 기분이었다.

물론 그때보다야 훨씬 약하겠지만 그래도 일반 사람이 견디기에는 힘든 고통일 것이다.

기자가 탁자 위로 널브러졌고 마침 다시 회견장에 불이 들어왔다.

광신도들의 습격이 끝났다.

“휴. 난장판이네.”

회견장을 둘러본 안세인이 혀를 찼다.

* * *

[각성 기관 기자 회견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습격!]

[각성자들을 노린 신로견교 광신도들로 추정]

[각성자들의 빠른 대응, 다행히 사상자 없이 마무리]

수많은 기사들과 함께 습격상황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내가 주선오의 손을 빌려 한 일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폭주하고 있었다.

-뭐야? 저걸 쳐냈어?

-사람 맞음??;;;

-미쳤네; 저러니까 S급 게이트 혼자서 닫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라 멋있네.

-와… 할 말이 없다…

사실 이런 퍼포먼스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좋았다.

‘이제 실력 갖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군.’

기본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내 단검들이 아까워서 가져오지 않은 상태였다.

여차하면 비전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비수가 날아오는 걸 보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주선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주선오가 흠칫 놀랐다.

“아깐 미안. 급해서. 그렇다고 네 무기를 뺏어다 쓸 수도 없잖아.”

“아. 괜찮습니다. 덕분에 안세인 기관장님이 무사하시니까요.”

우리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대기실 소파에 멍하게 앉아있던 이리나가 끼어들었다.

“진짜 놀랐어요. 기자 중에 그런 사람들이 숨어있을 줄이야….”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 거예요.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니까. 저나 선오나 기관장님은 그래도 괜찮겠지만, 이리나 씨는 위험할 것 같으니까요.”

이리나에게 말했다.

네 번째 각성자 이리나.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상태라 그런지 이전에 알던 이리나보다 더 어리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아직 전투 관련 스킬을 얻지 못한 모양이었다.

“으음….”

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그러네요.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되겠죠. 참,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이리나 씨라고 불리는 거 익숙하지 않아서. 저도 그냥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그러든지.”

“네, 언니!”

이리나가 방긋 웃었다.

‘회귀 전보다 훨씬 싹싹하네.’

그때 안세인이 대기실로 돌아왔다.

“나 원. 별일을 다 겪네. 다들 괜찮죠?”

“네.”

“괜찮아요.”

“앞으로는 회견 때도 조심해야겠어. 이런 경우를 전혀 생각 못 했네.”

한숨을 내쉰 안세인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전이랑 뒤에서 소리친 여자랑 다 시선을 끌려던 수작이었더라고. 들고 있던 작은 기계는 그냥 가짜. 우릴 협박하려는 용도였고요.”

안세인이 곧 나를 보고는 말했다.

“고마워요, 윤도아 씨. 자기 아니었으면 칼집이 될 뻔했어.”

“아니예요.”

“사이비 광신도들은 다 경찰에 넘겼고. 기자회견은 뭐 그대로 끝났고. 대충 마무리는 됐네요. 고생들 했어.”

안세인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에 이리나가 방긋 웃으며 안세인과 함께 손뼉을 쳤다.

“참.”

안세인이 곧 손을 멈추고는 모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시간 괜찮으면 이왕 이렇게 모인 거 근처에 보너스 게이트에 가볼까 싶은데 어때요?”

‘보너스 게이트?’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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