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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2화 (13/201)

제12화

[술래가 놀래의 증표를 1개 빼앗았습니다.]

[남은 놀래의 증표 1개]

떠오르는 알림글을 보며 주선오는 칼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분명 술래는 윤도아였다.

주선오가 두 번째로 입장했을 때 이미 술래는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윤도아가 술래를 선택한 이상 놀래에게서 도망 다니지만은 않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벌써 둘의 뱃지를 빼앗은 건가.’

이리나는 그렇다 쳐도, 안세인에게서 이렇게 순식간에 뱃지를 빼앗을 줄이야.

곧 윤도아는 주선오의 뱃지를 마저 빼앗으러 올 것이다.

주선오는 긴장한 채 후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주선오에게는 후각 스탯과 함께 후각 분석 스킬이 있었다.

후각 분석 스킬은 이전에 만났던 사람이나 몬스터 등에 대한 정보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게다가 이전에 맡아보지 못한 냄새라도 후각 스탯의 범위 안에서라면 무언가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주선오가 현재 갖고 있는 후각 스탯은 14.

본인으로부터 14미터 범위 이내에 있는 것들은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곧 그 범위 안에서 윤도아의 체향이 느껴졌다.

보통 사람의 체향은 아주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 맡기 힘들었지만 가호 때문에 후각이 예민해진 주선오는 그 체향을 이용해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다.

주선오는 반사적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곧 상대가 윤도아라는 걸 상기하고는 칼을 바닥에 내려둔 후, 칼집을 풀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윤도아가 나타날 앞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역시. 후각 스탯 있구나?”

윤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곧 주선오의 눈에 윤도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윤도아의 재킷 카라에 나무로 조각된 여우 머리 모양의 뱃지가 달려 있었다.

‘저게 술래의 증표.’

윤도아의 시선 역시 주선오의 재킷에 매달린 뱃지에 꽂혔다.

주선오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까지는 직접 윤도아의 실력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렜었는데. 이렇게 맞붙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히려 좋은 기회일지도.’

주선오가 검집을 고쳐 쥐었다.

그 순간 윤도아가 움직였다.

훅!

눈 깜짝할 새에, 윤도아가 자신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굉장히 빠른 움직임에 당황했지만, 주선오는 한 발 물러서며 자신의 재킷으로 뻗어오는 윤도아의 손을 간신히 막아냈다.

“오.”

윤도아가 가벼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막아낼 줄 몰랐다는 듯.

주선오가 칼집으로 윤도아의 손을 밀어냈다.

뒤로 물러나는 윤도아에게 주선오가 칼집을 휘둘렀지만 윤도아는 가볍게 피해냈다.

현재 윤도아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아온 결과, 광신도들을 쓰러트릴 때도 그렇고 회견장에서도 그렇고.

윤도아는 단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거리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는 게 나한테는 유리하다.’

주선오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는 윤도아에게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윤도아는 너무나도 가볍게 주선오의 공격들을 피해냈다.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주선오의 칼집을 피해낸 윤도아가 허공에서 몸을 뒤틀더니 주선오의 칼집을 차냈다.

휙!

윤도아가 쳐낸 주선오의 칼집이 뒤로 날아갔다.

주선오가 흠칫 놀라며 놓친 칼집을 바라보았다.

그 틈에 날랜 고양이처럼 바닥을 딛은 윤도아가 즉시 주선오에게 달려들었다.

쿵!

주선오를 넘어트린 윤도아가 즉시 앞으로 몸을 굴려 주선오의 위에서 벗어났다.

땅에 세게 부딪혔지만 보너스 게이트의 특성상 큰 충격을 받지 않은 주선오는 즉시 몸을 일으켜 윤도아를 바라봤지만.

주선오의 뱃지는 이미 윤도아의 손에 있었다.

윤도아가 얼굴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는 주선오에게 씩 웃어 보였다.

잠시 멍하게 윤도아를 보던 주선오 역시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술래가 놀래의 증표를 1개 빼앗았습니다.]

[남은 놀래의 증표 0개]

[술래가 승리했습니다.]

[게임이 종료됩니다.]

그런 둘의 사이로 안내글이 주르륵 떠올랐다.

윤도아는 주선오에게서 빼앗은 증표를 재킷의 주머니에 넣고는 근처에 떨어져 있던 주선오의 칼집을 주워들었다.

가만히 안내글을 살핀 주선오가 물었다.

“게이트 클리어가 아니네요?”

주선오의 물음에 윤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진짜 술래잡기 시작이거든.”

윤도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알림글이 떠올랐다.

[진짜 술래가 나타납니다.]

[진짜 술래를 잡을 권한은 게임에서 승리한 술래에게만 주어집니다.]

윤도아가 주선오에게 다가와 칼집을 건넸다.

그러고보니 윤도아에게 있는 술래의 증표는 여우의 머리.

“진짜 술래는 여우군요.”

“맞아.”

칼집을 받아든 주선오는 근처에 놓아뒀던 칼을 찾아 주변을 살폈다.

“혹시 근처에 여우 냄새 안 나?”

윤도아의 물음에 주선오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후각 범위 내에는 윤도아뿐이었다.

“좀 찾아봐야겠네.”

윤도아가 조금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곧 칼을 찾아 주워든 주선오가 윤도아에게 물었다.

“찾아드릴까요?”

“그럼 좋지.”

윤도아가 곧바로 대답했다.

주선오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주선오는 살짝 웃고는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라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조금 기뻤다.

몇 미터 이동하자, 주선오의 후각에 여우가 감지되었다.

주선오는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잡혔어요. 앞쪽에.”

옆에서 걷던 윤도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오네요.”

여우의 냄새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선오에게는 어차피 진짜 술래를 잡을 권한이 없었기에 칼을 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5미터.”

몇 발짝 더 나아가자 여우는 코 앞에 있었다.

“곧.”

그리고 앞쪽의 나무에서 나타난 것은 이리나였다.

“…어?”

주선오가 의아한 눈빛으로 이리나를 바라보았다.

이리나가 둘을 보고 외쳤다.

“앗. 오빠랑 언니다!”

주선오는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이리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여우의 냄새인데?’

그리고 주선오가 알던 이리나의 체향은 나지 않았다.

이리나가 받은 여우 신의 가호와 연관이 있는 걸까?

그런 주선오의 당혹스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리나는 반가운 표정으로 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순간.

“마나구.”

윤도아가 중얼거렸다.

주선오가 윤도아를 돌아보자 앞으로 내밀어진 윤도아의 손 위로 무언가가 뭉쳐지고 있었다.

손의 주변을 맴돌던 공기의 일렁임이 점점 작아졌다.

그것은 윤도아의 손바닥 위로 뭉쳐들어 작은 구슬을 만들어냈다.

1cm 정도 되어 보이는 투명한 구슬의 안에 거세게 요동치는 파동이 보였다.

“무슨….”

주선오가 윤도아의 손 위에 나타난 구슬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윤도아가 그 구슬을 앞으로 훅 튕겨냈다.

구슬은 그대로 이리나에게 날아갔고.

“응? 이게 뭐…!”

콰앙!

이리나에게 부딪힌 구슬이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

주선오가 놀라며 앞을 바라보았다.

폭발을 직격으로 맞은 이리나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튕겨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주선오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윤도아를 돌아보았다.

윤도아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었다.

주선오는 말문이 막혔다.

물론 보너스 게이트 안이라 이리나가 죽어도 게이트 밖으로 나가질 뿐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래잡기도 끝난 마당에 이리나를 죽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보너스 게이트 안이라지만, 이렇게 쉽게 사람을 죽인다고?

“…왜….”

주선오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윤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선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가?”

“…리나를 왜…?”

오히려 윤도아는 주선오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반응에 주선오는 입술을 잘근 깨물고는 쓰러진 이리나에게 걸어갔다.

풀숲을 헤치고 바닥을 내려다보자.

그곳에 있는 건 바닥에 쓰러져 낑낑대고 있는 회색의 여우였다.

잠시 주선오의 사고가 정지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네가 여우라고 했잖아.”

뒤따라온 윤도아가 주선오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네?”

낑낑거리는 여우를 한손으로 집어올린 윤도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여우는 한 번 마주친 상대로 둔갑이 가능해. 분명 이리나랑 관장님을 마주쳤을 거고, 둘을 죽였겠지. 그리고 이리나로 둔갑해서 우리한테 온 거야.”

주선오가 윤도아의 손에 들린 여우를 바라보며 겨우 입을 떼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주선오의 물음에 윤도아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네 후각 스탯이 틀릴 리 없잖아.”

“…그런….”

다시 한 번 주선오의 말문이 막혔다.

윤도아에게 주선오는 기껏해야 두어 번 만난 게 다인 사람이었다.

물론 그 외에 매스컴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기는 했겠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신뢰라니.

‘대체 이 사람은….’

주선오의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믿음을 받았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 * *

[술래가 진짜 술래를 잡았습니다. 1/1]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술래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안내글이 주르륵 떠올랐다.

곧 들고 있던 여우가 펑 소리를 내더니 회색 연기를 내뿜으며 사라졌다.

그리고 여우를 잡고 있던 내 손에는 영롱한 푸른빛을 띠는 작은 구슬이 들려 있었다.

‘여우 구슬…!’

나는 씩 웃으며 구슬의 정보를 확인했다.

[EX급 아이템 여우 구슬.]

[삼킬 시 원하는 대상의 정보를 볼 수 있게 됩니다.]

‘EX급?’

정보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회귀 전 이리나가 얻었던 것은 S급의 여우 구슬이었을텐데.

‘급이 높아졌다면 추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늘었을 터.’

나는 기분 좋게 여우 구슬을 삼켰다.

꿀꺽.

[여우 구슬을 삼켰습니다.]

[원하는 대상의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안내글이 떠올랐다.

나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주선오의 정보를 살폈다.

‘주선오 정보 확인.’

그러자 눈앞에 주선오에 대한 정보가 촤르륵 나타났다.

[주선오]

[개 신의 가호]

[개 팔자 상팔자]

[전용 특성 : 개의 이빨 lv.2]

[전용 스탯 : 근력 22/암소시 13/후각 14]

[전용 스킬 : 버티기 lv.2/후각 분석 lv.2]

[특성 스킬 : 물어뜯기 lv.3/이빨벼림 lv.1]

정보를 확인한 나는 살짝 감탄했다.

전용 특성의 레벨이 2였다.

다른 스탯이나 스킬을 봐도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게이트를 닫았는지 티가 나는 수치였다.

조금 전 내가 뱃지를 빼앗기 위해 덤벼들었을 때는 처음의 도약 말고는 큰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도약을 막아냈을 때는 꽤 놀랐다. 그만큼 반응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물론 그래봤자 나에게 증표를 빼앗겼지만.

‘어쨌든 작동에는 문제가 없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여전히 멍한 주선오를 툭 쳤다.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주선오가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조금 전 있었던 상황에 꽤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하긴 다짜고짜 내가 이리나로 둔갑한 여우를 공격했으니, 놀랄 법도 했다.

‘하지만 스탯이 틀릴 일은 없지.’

신의 가호와 그 가호 아래 얻을 수 있는 모든 스탯과 스킬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가호를 통해 회귀를 경험했기 때문에 전용 옵션에 대한 신뢰가 컸다.

주선오의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신뢰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지만,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회귀 전 알았던 주선오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녀석이었으니까.

나는 피식 웃고는 주선오에게 말했다.

“나가자.”

* * *

“앗, 나왔다!”

게이트의 밖에서는 이리나와 안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여우에게 당해 먼저 바깥으로 내보내진 모양이었다.

나와 주선오가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게이트는 하얀 연기만을 남기고는 슥 사라졌다.

“보너스 게이트 오길 잘했네요. 덕분에 도아 씨랑 가벼운 대련도 했고.”

안세인이 웃으며 말했다. 주선오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죽는 경험은 끔찍하네요.”

이리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셋이 잠시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여우 구슬이 게이트 밖에서도 잘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이리나 정보.’

[이리나]

[여우 신의 가호]

[이치를 깨달은 여우]

[전용 특성 : 생명의 이치 lv.1]

[전용 스탯 : 회복 20]

[전용 스킬 : 봉합 lv.1/혈액차단 lv.1]

[특성 스킬 : 치유 lv.2]

역시 아직 초반이라 능력치 자체가 높지는 않았지만 치유에 필요한 스킬은 대부분 지니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이번에는 안세인의 정보를 살폈다.

‘안세인 정보.’

[안세인]

[곰 신의 가호]

[재주넘는 곰]

[전용 특성 : 곰의 앞발 lv.1]

[전용 스탯 : 근력 17/맷집 35]

[전용 스킬 : 후려치기 lv.1]

[특성 스킬 : 버티기 lv.1]

‘맷집이 35라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 타고난 기본 스탯 자체가 높았을 것이다.

회귀 전에도 쓰러지지 않는 곰으로 유명한 안세인이었다.

“그럼 이만 돌아갈까요?”

안세인이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덧붙였다.

“일이 생기면 김 이사를 통해서 연락할게요.”

“알겠습니다.”

우리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보너스 게이트 원정을 마쳤다.

* * *

다음날, 나는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집 근처의 강변으로 향했다.

회귀 전에 비하면 지금의 내 체력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회귀 후 돌았던 게이트 안에서는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것이 가능했기에 지금의 체력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싸움은 길어질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려면 미리미리 체력을 길러두는 편이 좋았다.

게이트를 가지 않더라도 매일 몸을 풀어줘야 하는 건 기본.

하지만 집에서 몸을 푸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밖은 괜찮냐.

그것도 아니었다.

거리에서 칼을 휘두르거나 마나를 움직인다면?

‘테러나 마찬가지지.’

모든 사람에게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수십, 수백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온전히 몸을 풀고 단련을 할 수 있는 곳은 게이트 안뿐이었다.

개인적으로 단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럴만한 돈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일단은 뛰자.’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몸을 풀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김지석에게서 온 전화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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