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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28화 (29/201)

제28화

‘일단 현관 모서리에 한 놈.’

집에 들어서서 문을 닫았다.

삐리릭.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외투 안의 허리 뒤로 손을 넣으며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비수가 반짝이며 내게 찔러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그림자 단검을 뽑아 비수를 쳐냈다.

캉!

비수가 날아가 천장에 꽂혔다.

“헉!”

옆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을 휘둘러 단검의 손잡이 끝으로 놈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퍽!

쿵!

나는 쓰러진 시커먼 놈을 바라보았다. 옷차림이 지난번 주선오를 습격했던 놈들과 같은 패거리 같았다.

놈을 발로 밀어내고 거실로 들어섰다.

화장실 옆을 지나치자 화장실에 숨어 있던 놈이 슬쩍 나와 내 뒤를 노렸다.

나는 팔꿈치를 휘둘러 놈의 안면을 후려쳤다.

콰직!

“큽!”

뒤를 돌아보자 나를 칼로 찌르려던 놈이 코를 부여잡고 뒷걸음질 쳤다. 놈의 손틈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나는 적당한 힘으로 그놈의 명치를 올려 쳤다.

놈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퍽!

그 충격에 벽이 흔들렸다. 나는 떨어지는 벽시계를 염력으로 받아들었다.

소란 때문에 앞의 놈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곧 작은 방의 문이 열리며 한 놈이 튀어나왔다.

나는 염력으로 받아든 벽시계를 그대로 놈에게 던졌다.

벽시계는 정확히 놈의 이마를 맞췄고 그사이 놈의 앞으로 이동해 비틀거리는 놈을 기절시켰다.

침대가 있는 방에 마지막 두 놈이 숨어 있었다.

나는 방문을 확 걷어찼다.

“컥!”

문 뒤에 있던 놈이 문에 맞고 주춤거리는 사이, 옆에 숨어 있는 놈을 걷어찼다.

빠각.

“헉!”

놈의 정강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한번 문을 차 문 뒤의 놈을 기절시켰다.

바닥에 앉아 정강이를 부여잡은 놈을 보며 핸드폰을 꺼낸 나는 유지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 주소와 함께 도둑들을 잡아가라고.

“야.”

내 부름에 까만 옷을 둘러 입은 놈이 흠칫 놀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후 놈의 얼굴을 가린 까만 복면을 벗겼다.

“윽!”

모르는 얼굴. 여우 구슬로도 정보가 뜨지 않았다.

“지금부터 내 마음에 안 드는 대답이 나오면 한 대씩 맞는 거야.”

“닥쳐라! 너 같은 사탄에게 해줄 말은 없다!”

“또 염병하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놈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조금 힘이 실려버렸다.

그 바람에 머리에 꽤 충격이 간 듯, 놈의 머리가 덜컹거렸다.

“딱 들어도 사이비구만.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어?”

“내, 내가 대답 할 것 같, 으악!”

다시 한 번 머리를 쥐어박았다. 조금 전 때린 곳이었다. 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맞은 데 또 맞는 게 얼마나 아픈지 알지? 난 같은 곳만 때려.”

네 번 정도 머리를 쥐어박자, 놈이 여러 정보를 술술 불었다.

집 주소는 이미 커뮤니티에서 소문과 추측이 나돌고 있었기에 찾기 쉬웠다고 했다.

게다가 놈들 중 도어락 업체 직원도 있어서 집에 쉽게 침입할 수 있었다.

침입한 이유가 꽤 웃겼다.

각성자들을 잡아 겁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나를 잡으려 한 것이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선택이었다. 회견장에서 당해 놓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었다.

‘조만간 교주를 족쳐야겠네.’

윗대가리가 건재하면 아랫놈들은 계속 세뇌당할 것이다. 그럼 끊임없이 이런 놈들이 나타날 테고.

그전에 정리를 한 번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죽는다.”

놈에게 경고한 후 곧바로 놈을 기절시켰다.

나는 일단 기절한 다섯 놈을 거실에 쌓아두고 놈들의 몸을 수색했다.

물건을 건드리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레부야.”

심연의 불꽃에서 레부가 튀어나왔다.

“쿄.”

“물건들 좀 옮길 거니까 잘 받아먹어.”

“쿄. 알겠습니다.”

나는 일단 난쟁이 왕에게 받은 술들을 챙겼다. 그것들을 받아든 레부가 화들짝 놀랐다.

“쿄, 이, 이건 난쟁이 술 아닙니까?”

“네가 내 경고를 잊지 않았을 거라 믿어.”

내 말에 레부는 울상을 지으며 술들을 몸속으로 밀어 넣었다.

‘가구들은 다 있으니까 됐고.’

“이것도 삼켜.”

내가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레부는 처음 보는 물체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것을 꿀꺽 삼켰다.

‘딱히 챙길 게 많이 없네.’

집안을 둘러봐도 크게 가져갈 만한 물건은 없었다.

나는 옷가지들을 레부에게 던져준 후 마지막으로 책상에 두었던 가족사진을 챙겼다.

* * *

신교진은 여느 때와 같이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다만 그 장소가 집이 아니라 개의 이빨 무리의 단장실이라는 게 조금 달랐다.

접대용 소파에 늘어진 채 탁자 위에 발을 올리고 게임기를 두드리던 신교진은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주선오를 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얍.”

“…….”

신교진의 모습을 보자마자 주선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신교진은 계속 게임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커피 마실래?”

“아니.”

“차 마실래?”

“꺼져.”

“그럼 술?”

주선오가 탁자를 걷어찼다.

쿵!

“아, 씨! 깜짝아!”

신교진이 화들짝 놀라며 게임기를 놓쳤다. 그리고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는 외쳤다.

“기껏 무리 가입하러 왔더니 왜 지랄이야!”

“가입할 거면 가입처로 가야지 왜 여기서 행패인데?”

주선오가 탁자에서 물러나 책상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행패는 네가 우리 집에 와서 했던 게 행패지.”

신교진이 게임기를 다시 들어 올리며 투덜거렸다.

“이제 게임도 질렸다. 심심해.”

“도아 누나가 시킨 건 다 했어?”

책상 옆에 칼을 세워둔 주선오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진작에 끝났지.”

사이트 구축은 윤도아에게 말했던 대로 주말 안에 끝났다.

이제 할 일은 의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광고도 좀 때리긴 했는데 뭐 그렇게 빨리 연락이 오겠냐?”

신교진의 말에 주선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기를 탁자 위에 올려둔 신교진이 소파 위에 드러누우며 물었다.

“야. 근데 그 누나, 어제도 S급 하나 닫았다던데?”

신교진은 조금 전 보았던 기사들을 떠올렸다.

[윤도아 각성자, 아이를 구하기 위해 S급 게이트에 뛰어들어]

[A 어린이집 원장, ‘윤도아 각성자 덕분에 부녀가 무사할 수 있었다’ 말해]

크게 뜬 기사는 아니었지만, 최근 윤도아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 취미가 된 신교진에게는 유용한 기사였다.

윤도아의 활약상을 보다보면 S급이 그렇게 쉬운 게이트였나 싶기도 했다.

‘당연히 아니라는 건 아는데.’

신교진은 운 좋게 혼자서 A급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하지만 소 신의 가호가 아니었다면 그곳이 자신의 무덤이 됐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위인 S급이라니.

“너 S급 혼자 닫냐?”

“안 해봤는데 힘들걸.”

주선오가 고개를 저었다.

“하긴. 항상 다른 둘이랑 같이 갔던가.”

신교진이 안세인과 이리나를 떠올렸다.

“너도 한 번 혼자 가 봐. 혹시 모르잖아.”

“네가 혼자 가보지?”

주선오의 대꾸에 신교진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엎드린 채 주선오를 보았다.

“야. 내가 골라주면 가볼래?”

“뭐?”

“아니. 내가 고르면 내 운으로 깰 수 있는 게이트일 거 아냐. 그럼 다른 각성자들 없이도 우리끼리 깰 수 있지 않을까?”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주선오도 솔깃했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신교진을 바라보았다.

“갈 마음 생겼어? 너 게이트 안 가고 싶어 했잖아.”

“음. 뭐…. 가볼 만 할 것 같긴 해서. 여차하면 네가 지켜주겠지, 뭐. 설마 친구를 죽게 두겠어?”

신교진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주선오를 바라봤다.

주선오는 이전에 신교진이 했던 것처럼 가볍게 중지를 펴보였다.

“개 같은 놈.”

신교진이 주선오를 욕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개인 의뢰 사이트를 보고 연락드립니다. 혹시 지금 의뢰 가능합니까?]

“어?”

핸드폰을 확인한 신교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헐, 연락 왔다!”

“무슨?”

“의뢰!”

신교진은 빠르게 의뢰인에게 답변을 보냈다.

[네. 가능합니다. 위치 알려주시면 확인해볼게요.]

잠시 후 의뢰인에게 답변이 왔다.

소파에서 후다닥 일어선 신교진은 주선오가 앉아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야, 야, 야. 기관 사이트 좀 켜봐. 아니, 비켜 봐.”

졸지에 자리를 빼앗긴 주선오가 한숨을 내쉬며 책상에 기대어 섰다.

신교진은 빠르게 기관 사이트에 접속해 의뢰인이 보내온 곳의 게이트를 검색했다.

“어, 있다, 있어. A급 스탯 보상…. 어? 뭐야.”

신교진이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옆의 주선오를 툭툭 쳤다.

“야, 개선오야. 이런 경우도 있어?”

“뭐가.”

신교진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한 지점에 두 개의 게이트가 떠 있었다.

“게이트가 동시에 두 개가 생겼는데 그 거리가 10미터도 안 되는데?”

주선오가 찌푸린 눈으로 두 게이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음…. A급 스탯 보상이랑 A급 아이템 보상이 같이라.”

신교진이 팔짱을 낀 채 의자에 파묻혔다.

순간 신교진의 머릿속에 이 게이트는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야.”

“뭐.”

“…도아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나랑 여기 갈래? 가서 게이트 하나씩, 어때.”

신교진이 슬쩍 주선오를 돌아보며 물었다.

빤히 신교진을 바라보던 주선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누나. 교진이가 할 말 있다는데요.”

신교진은 주선오를 죽일 듯이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개새끼.”

* * *

한국 최고의 건설회사로 인정받는 하임건설.

그 하임건설의 부사장 강재호는 이틀 전 터진 사건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최근 들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이 터졌다.

골조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현장에 갑자기 게이트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2개가 동시에.

1개의 게이트가 생겨나도 그 일대로 퍼지는 충격파는 굉장했다.

그런데 2개라니. 말할 것도 없었다.

게이트가 나타나는 순간 두 충격파가 부딪히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에 아파트의 뼈대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거렸다.

다행히 빠른 피신 덕에 사망자는 없었고 부상자도 적었다.

뼈대 역시 무너지지 않았다.

게이트가 나타난 곳이 운 좋게도 단지와 단지의 사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지, 운이 좋은 게 아냐.’

강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운이 좋을 거였으면 단지 내에 게이트가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건설이 중단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게이트를 빨리 없애야 다시 공사 재개가 가능한데….’

각성 기관에 요청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 골머리를 썩던 중, 강재호의 눈에 띈 것이 바로 개인 의뢰 사이트였다.

하지만 사장인 최정식은 영 탐탁지 않아 했다.

그는 애초에 게이트니 각성자니 가호자니 하는 것들에 학을 떼는 사람이었다.

세상이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결국 강재호는 몇 시간의 설득 끝에 최정식의 수락을 받아내고 바로 의뢰를 요청했다.

그리고 게이트가 나타난 지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강재호의 구세주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도착했다.

하지만 셋을 보자 강재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가능한 건가?’

최근 가장 화제인 각성자 윤도아는 실제로 보니 평균의 여자보다 조금 큰 20대 중반의 청년. 그게 다였다.

게다가 파마머리의 키 작은 남자는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 비쩍 마른 것이 영 못 미더웠다.

그나마 믿을만한 건 첫 번째 각성자 주선오였다. 키도 크고 튼튼하게 생긴데다가 허리에 칼까지 갖추고 있으니 꽤 믿음직해 보였다.

“오셨습니까. 하임건설 부사장 강재호입니다.”

강재호가 윤도아와 주선오, 그리고 못 미더운 남자와 인사를 나누었다.

함께 있던 사장 최정식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사장 최정식이오.”

강재호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들인데 최정식은 어떻겠는가. 역시나 최정식이 한마디 덧붙였다.

“거 확실히 정리 가능한 거요?”

“일단 게이트 볼 수 있습니까?”

윤도아가 꽤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

“이쪽이오.”

최정식이 퉁명스레 길을 안내했다.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 강재호가 오랜 친구인 최정식의 옆에서 걸으며 작게 말했다.

“자네, 너무 뚱한 거 아닌가. 그래도 우리 요청으로 온 사람들인데.”

“혹시 돈 뜯어먹을라고 사기 치는 걸지도 모르잖나.”

“에이, 설마. 그래도 공인 아닌가.”

하지만 강재호 역시 마음속에 불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아니지.’

강재호는 곧바로 잡념을 떨쳐냈다. 그래도 게이트들을 많이 닫아온 전문가들이었다.

‘파마머리 놈은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지만.’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의뢰 사이트에서 만약 게이트를 닫지 못했을 시 위약금을 물어준다고도 했으니.

인부들이 없는 골조공사 현장은 꽤 을씨년스럽고 삭막했다.

으레 공사장에서 들려야 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중앙에 있는 두 개의 게이트는 이 현장을 흉물스러워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강재호는 웬수라도 보듯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노란색의 게이트와 푸른색의 게이트가 서로 마주 보며 연기를 일렁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걸어간 윤도아가 가만히 두 게이트를 돌아보았다. 윤도아를 지켜보던 강재호가 조심스레 물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네. 가능합니다.”

윤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최정식이 삐딱하게 물었다.

“진짜요? 사기 치는 거라면 가만 안 둘 거요.”

최정식의 말에 파마머리 놈이 발끈했다.

“아니, 사기라뇨. 이 사장님이 진짜 기껏 의뢰받아서 왔더니 기분 나쁘게 하시네.”

“뭐요?”

그 말에 최정식 역시 도끼눈을 뜨며 파마머리 놈을 바라보았다.

그때 주선오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물론 못 믿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호를 받고도 한동안 믿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못 믿으시겠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돌아가는 수밖에요.”

주선오의 목소리는 점점 딱딱해졌다. 동시에 서늘한 눈빛이 최정식에게 꽂혔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지금 이분보다 게이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손해일지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 목소리와 눈빛에 최정식이 주춤했다.

주선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정식은 물러서지 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어린 놈들이 지금 어른 앞에서!”

강재호가 급히 그런 최정식을 만류했다.

“이봐, 그만하게. 일단 저걸 없애야 다시 일을 시작할 거 아닌가. 성질 좀 죽이게.”

만약 여기서 저들이 그냥 돌아가게 된다면 둘은 다시 게이트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생할 것이 뻔했다.

“…에잉, 쯧!”

최정식이 화를 삭이며 뒤로 물러났다. 강재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거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 저 친구가 각성자들한테 별로 좋은 감정이 없어서. 어쨌든 이렇게 왔으니 잘 부탁합니다.”

주선오는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최정식을 바라보았다.

그런 주선오를 윤도아가 뒤로 잡아 끌며 대답했다.

“그러죠.”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옆의 두 각성자에게 말했다.

“너희는 저기. 난 여기.”

“파랑이요?”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손목의 시계를 확인한 후 강재호에게 말했다.

“저녁은 제때 먹겠네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입장.”

그러더니 순식간에 노란색의 게이트로 들어가 버렸다.

“어? 어, 어. 우리도 가자.”

파마머리가 잠시 당황하며 어버버 거리다가 주선오와 함께 파란색의 게이트로 입장했다.

강재호와 최정식은 각성자들이 서 있던 자리에 남은 연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녁?”

최정식이 인상을 찡그리며 시계를 보았다. 강재호 역시 현재 시각을 살폈다.

5시 반.

보통 저녁 시간은 6시에서 8시 사이.

‘그 안에 나오겠다고?’

“옘병, 지랄도 정도껏 하라지.”

최정식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강재호 역시 걱정이 앞섰지만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림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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