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덜컹.
[문이 열렸습니다.]
“오.”
레부의 불덩이 뒤쪽의 얼음벽에 알림글이 떠올랐다.
고개를 돌려 방안을 바라보니 맞은편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슥 열리고 있었다.
스켈레톤의 수가 많았기 때문인지 레부는 아직도 신나게 뼈다귀들을 삼키고 있었다.
‘저쪽이 끝났으니 여기도 끝내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염력으로 레부의 불덩이를 들어 올렸다.
[아이스 스켈레톤들을 제압하십시오. 43/70]
어느새 레부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아이스 스켈레톤들을 삼키는 중이었다.
“레부야, 뒤로 와.”
내 말에 레부가 젤리를 동그랗게 뭉치더니 퉁 튕겨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레부의 불덩어리를 두 개로 나누어 그것을 이용해 마나 단검을 만들어냈다.
“불꽃 단검.”
불타는 두 개의 마나 단검이 만들어졌다.
레부라는 적을 잃은 아이스 스켈레톤들이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남은 놈은 27마리.
나는 염력으로 두 개의 불꽃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런 뼈다귀들도 머리뼈를 잘라내면 움직임이 정지되기 마련이었다.
불꽃 단검이 가장 앞서 달려오던 아이스 스켈레톤의 눈두덩이 위쪽을 잘라냈다.
서걱!
놈의 머리 뚜껑이 부드럽게 잘려나갔고 놈은 금세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발짝 다가오던 놈의 뼈는 곧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차르륵.
힘없이 떨어진 얼음뼈들이 얼음 바닥에 부딪히며 청량한 소리를 퍼트렸다.
그 소리는 내가 불꽃 단검들을 휘두름에 따라 메아리처럼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차륵.
차르륵.
아이스 스켈레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곧 불꽃 단검이 마지막 한 놈의 머리를 베어냈다.
[아이스 스켈레톤들을 모두 제압했습니다. 70/70]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 상향됩니다.]
‘썩 괜찮네.’
나는 웃으며 만족스러운 효능을 보인 불꽃 단검을 해체했다.
그러자 마나에 붙들려 있던 불꽃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레부가 잽싸게 불꽃을 다시 집어 삼켰다.
나는 염력을 이용해 건너편의 열린 문 옆에 있던 얼음 버튼을 꾹 눌렀다.
[어딘가의 문이 열립니다.]
“연결.”
나는 건너편의 열린 문으로 걸어가며 레부에게 말했다.
곧 뒤따라오던 레부에게서 신교진의 욕설이 들려왔다.
도를 넘어서는 욕설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레부를 돌아보았다.
“뭐야? 지금 나한테 욕하는거야?”
<씨, 어? 뭐야. 이거 고장 난 거 아니었어요?>
신교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닥에 숨어있던 스켈레톤이 튀어나왔던 구덩이들을 피해 계속 걸었다.
“연결 끊었었는데. 다시 연결하자마자 욕 들으니까 기분이 좀 그렇네?”
<아니, 아뇨. 누나한테 한 거 아닌데요? 주선오 저 개새끼한테 한건데요.>
신교진의 목소리에 다시 살기가 담겼다.
“왜.”
사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물어봐 주었다.
그러자 신교진이 다시 열을 내며 말을 내뱉었다.
<아니, 글쎄, 저 개 같은 놈이 저를 다짜고짜 함정 안으로 밀어 넣었다니까요?>
“그래?”
나는 대충 대꾸하며 탐지로 앞을 살폈다.
앞의 문 너머는 또 다른 원형의 방이 있었다.
방 안에는 무언가 커다란 덩어리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그 방까지는 짤막한 연결 통로가 있었다.
나는 레부에게 손짓해 레부를 앞세웠다.
레부가 바닥에 수증기를 일으키며 연결통로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신교진의 투덜거림은 계속 들려왔다.
<와, 진짜! 밑에서는 칼날이 튀어나오지 위에서는 꼬챙이가 내리찍지 옆에서는 또 톱니바퀴가 튀어나오질 않나! 진짜 죽을 뻔했다고요!>
“응, 잘 살아있네.”
내 평온한 대답에 신교진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아마 속으로 내 욕을 하고 있으리라.
나는 레부를 따라 역시 얼음으로 뒤덮인 연결통로를 걸었다.
“거기도 열렸지?”
잠시 후 신교진의 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앞에 버튼 또 있고?”
<네.>
“눌러.”
내 앞에도 막힌 얼음벽과 얼음 버튼이 나타났다.
내가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신교진 쪽도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달칵.
덜컹.
[어딘가의 입구가 열립니다.]
[보스방의 입구가 열렸습니다.]
<으잉? 보스방?>
저쪽도 나와 같은 알림글을 본듯했다. 곧이어 마지막 퀘스트가 떠올랐다.
[보스 몬스터인 아이스 골렘이 나타났습니다.]
[아이스 골렘을 제압하십시오. 0/1]
* * *
[보스 몬스터인 파이어 골렘이 나타났습니다.]
[파이어 골렘을 제압하십시오. 0/1]
“파이어 골렘…?”
퀘스트를 읽은 주선오가 중얼거렸다. 신교진 역시 퀘스트를 읽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불붙은 돌덩이가 보스라는 거야?”
쿠구궁.
쿠구구궁.
열리는 문 안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신교진이 빠르게 주선오의 뒤로 숨었다.
주선오는 살짝 주저앉아 열리는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이 붙은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중앙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파이어 골렘이었다.
불이 붙어 있지만 어쨌든 재질 자체는 돌이었다.
다시 일어선 주선오가 허리에 찬 칼을 꺼내 들었다.
‘돌을 베어내려면 일단은.’
일반 칼로 돌을 내리치면 칼날만 상할 터였다. 주선오는 스킬을 발동했다.
“이빨벼림.”
칼의 날부분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딘 날붙이라 해도 무엇이든 벨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이었다.
<선오야.>
신교진이 찬 팔찌에서 윤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선오는 반쯤 열린 문 너머를 주시하며 대답했다.
“네.”
<핵을 베면 돼.>
윤도아가 말했다.
‘핵?’
하지만 그걸 끝으로 윤도아의 목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야, 게이머.”
“엉?”
“골렘 핵이 보통 어딨냐.”
“…엄….”
신교진이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문이 모두 열렸다.
“워, 야, 야, 야! 저거, 움직인다, 움직여!”
신교진이 후다닥 뒤로 물러나며 파이어 골렘의 움직임을 중계했다.
물론 그 모습은 신교진보다 앞서 있는 주선오의 눈에 더 정확하게 보였다.
눈앞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움직이는 거대한 돌덩어리를 모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중앙으로 모두 모인 불타는 돌덩이들이 서로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선오의 허리쯤 닿을 것 같은 두 개의 길쭉한 돌덩이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곧 두툼한 덩어리가 길쭉한 돌덩이들을 타고 올라가더니 그 위에 얹어졌다.
그리고 더 커다란 돌덩이가 그 위에, 투박한 형태의 얼굴이 조각된 머리가 가장 위로 올라가더니 팔을 제외한 형체가 모두 만들어졌다.
골렘이 천천히 허리를 숙이자, 바닥에 남은 두 개의 길쭉한 돌덩이가 일어나더니 상체에 척 붙었다.
형체가 합쳐짐과 동시에 각기 타오르던 불길이 하나로 합쳐져 거세게 타올랐다.
‘열기가 굉장하네.’
5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파이어 골렘의 움푹 파인 두 눈두덩이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게이트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 모습을 보기만 해도 겁을 먹고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신교진처럼.
“으악! 우악! 뭐야, 저게!”
하지만 게이트를 꾸준히 닫아온 주선오는 게이트에서 뭐가 나타나든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쿵!
골렘이 한 발을 내딛자 묵직한 진동이 방안에 퍼졌다.
“워, 야, 온다, 온다!”
“핵, 어디냐고.”
주선오가 골렘에게 칼을 겨누며 재차 물었다.
“어…. 머, 머리?”
신교진이 당황하며 내뱉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주선오가 빠르게 움직였다.
파이어 골렘은 주선오보다 두 배는 큰 덩치를 가진 놈이었다.
머리에 핵이 있다면 일단 놈의 머리를 떨어트려야 했다.
‘다리부터.’
다행히 놈의 움직임은 느렸다. 돌로 이루어져 무게가 무게인 만큼, 움직임이 둔한 모양이었다.
주선오가 빠르게 파이어 골렘을 스쳐 지나가며 두터운 다리돌을 베어냈다.
스걱!
이빨벼림 스킬 덕분에 돌이 매끄럽게 잘려 나갔다.
한쪽 다리를 잃은 파이어 골렘이 비틀거렸다.
주선오는 빠르게 파이어 골렘에게서 멀어졌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근처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쿠웅!
파이어 골렘이 엉덩방아를 찧자 다시 한번 방이 진동했다.
‘높이가 낮아졌다.’
주저앉은 파이어 골렘의 머리는 주선오의 눈높이에 있었다.
주선오는 재빨리 골렘에게 달려가 놈의 머리를 베어냈다.
서걱!
순간, 느낌이 왔다.
돌과 다른 재질의 뭔가를 베어낸 느낌.
주선오가 재빠르게 물러났다.
활활 타오르던 파이어 골렘의 불길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파이어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1/1]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 상향됩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성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게이트를 나가기 전 보상을 확인하십시오.]
게이트 클리어 알림글이 떠올랐다.
주선오가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이빨벼림 스킬을 해제했다.
날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신교진이 후다닥 주선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우와, 와! 와! 너 좀 쩌네?”
주선오는 고개를 저었다.
핵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면 한참동안 뜨거운 골렘과 사투를 벌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네가 핵 위치를 말 안 해줬으면 더 오래 걸렸을 거야.”
그 말에 신교진이 헤벌쭉 웃으며 주선오의 등을 두드렸다.
“으하하하. 사실 찍어본 거였는데, 한방에 맞춰서 다행이네.”
순간 주선오는 이십년지기 친구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 * *
‘주선오한테 힌트도 줬겠다, 나도 이제 일해야지.’
나는 바로 레부의 통신을 끊어버렸다.
쿠구궁.
다 열린 입구 너머로 원형의 방이 보였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중앙으로 모여든 얼음덩어리들이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더니 차곡차곡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두툼한 두 개의 얼음덩어리가 세워지고, 그 위로 둥글넓적한 돌덩이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스 골렘은 중급의 몬스터에 속했지만, 눈앞의 이놈은 아직 합체 중이었다.
완전히 모습을 갖추지 않은 골렘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마나구.”
나는 가볍게 50:1로 뭉친 마나구를 놈의 한쪽 다리에 날렸다.
쿵!
다리를 이루던 얼음덩어리가 부서져 내리며 몸통의 덩어리 역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얼음덩어리들이 멈칫했다.
“보자, 머리가….”
골렘의 핵은 보통 머리에 있었다.
나는 다시 이리저리 구르기 시작하는 얼음덩어리들을 살폈다.
“아, 합체도 못 할 거면서 왜 이렇게 움직여?”
내 짜증스러운 말에 얼음덩어리는 더더욱 속도를 냈다.
아무래도 머리를 못 찾게 하려는 수작인 것 같았다.
“쿄! 저기 있습니다, 주인.”
하지만 레부가 빠르게 골렘의 머리를 찾아냈다.
레부가 가리킨 곳에서 이미 머리는 벗어난 상태였지만 레부의 손이 골렘의 머리를 따라 슥 움직이고 있었다.
“아. 찾았다.”
나름대로 투박한 얼굴의 형태를 가진 덩어리였다.
내 말에 움푹 파인 눈 안의 허연 눈동자가 떨리는 것 같았다.
“가서 삼켜.”
내 말에 레부가 퉁겨져 나갔다.
골렘의 머리가 필사적으로 다른 얼음덩어리들 사이로 굴러들었지만.
꿀꺽.
레부는 그 주변의 얼음덩어리 모두를 삼켰다.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1/1]
뒤이어 보상 알림글이 떠올랐다.
“간단하네.”
나는 아이스 골렘의 머리를 삼킨 후 다시 옆으로 돌아온 레부의 중절모를 슥슥 쓰다듬었다.
레부의 몸속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왔다.
“보상 확인.”
얼음 바닥에 보상 목록이 떠올랐다.
[스탯 포인트 16]
“오.”
아이스 스켈레톤 70마리와 아이스 골렘까지 총 71마리를 잡은 보상치고는 짜다고 생각 될 수도 있었지만.
A급 게이트치고 이 정도면 꽤 많은 편이었다.
사실 A급이라고 해도 쌍둥이 게이트인 점을 고려해서 매겨진 등급.
실질적으로는 B급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나는 잠시 스탯 분배를 두고 고민했다.
‘생각보다 탐지가 쓸 일이 많네.’
그렇다고 마나 운용을 올리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나는 적당히 포인트를 분배했다.
“탐지에 10, 마나 운용에 6 분배.”
[탐지에 스탯 포인트 10을 분배합니다.]
[탐지 25]
[마나 운용에 스탯 포인트 6을 분배합니다.]
[마나 운용 32]
우웅—.
마나의 인지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총 32미터.
거기에 탐지를 10 올리니 조금 전보다 확실히 주변 물체의 구분이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나는 전체적으로 스탯을 한번 확인했다.
[전용 특성 : 악마의 고양이 lv.2]
[전용 스탯 : 마나 운용 32/탐지 25]
[특성 스킬 : 마나 방패 lv.1/염력 lv.2]
“됐다. 나가자.”
스탯 분배를 마친 나는 만족스럽게 게이트를 나갔다.
* * *
하임건설 부사장 강재호는 하얀빛과 함께 나타난 윤도아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예고했던 대로 저녁 시간이 지나기 전에 게이트를 클리어한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주선오와 파마머리도 다른 게이트를 닫으며 나타났다.
한발 늦게 나타난 둘은 더운 사우나라도 다녀온 듯 땀에 푹 절어 있었다.
“와, 살 것 같다!”
파마머리가 들어갈 때는 없었던 몸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까만 활을 들고 기지개를 켰다.
주선오 역시 얼굴의 땀을 닦아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허….”
‘꿈인가?’
강재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공사 현장을 끔찍하게 만들었던 그 게이트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이럴 수가. 진짜였네, 진짜였어. 자네, 봤나? 저 사람들이 진짜 게이트를 없앴어!”
강재호가 최정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최정식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뭐, 거짓말은 아니었구만.”
강재호와 최정식이 세 각성자에게 걸어갔다.
파마머리에게서 붉은 팔찌를 받아든 윤도아가 다가오는 둘을 바라봤다.
강재호가 그런 윤도아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게이트를 없애주다니! 이틀 동안 얹혔던 속이 쑥 내려간 것 같습니다그려!”
“정당한 대가 받고 하는 일인데요, 뭐.”
윤도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렇죠! 의뢰금은 곧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강재호가 최정식을 돌아보았다. 헛기침을 한 최정식이 셋을 돌아보며 말했다.
“큼. 다들 고생했소. 부사장 말처럼 의뢰금은 바로 넣어주겠소.”
“그럴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찾아오십시오. 내 도움 닿는 데까지 최대한 도와줄 테니!”
그 말에 윤도아가 방긋 웃었다.
“알겠습니다.”
* * *
집에 돌아온 나는 샤워 후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에 드러누워 계좌를 확인했다.
[신교진 1,000,000,000원 입금]
[잔액 1,107,012,200원]
한 번의 의뢰로 순식간에 앞자리가 바뀌었다!
게이트 당 10억씩, 총 20억을 받은 신교진은 양심적이게도 내게 10억 원을 고이 보냈다.
수수료를 조금 챙겨줄까 했지만 이미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기도 뭣하니 그만두었다.
의뢰금은 게이트의 급에 따라서도 달라졌지만 의뢰인의 경제 수준 역시 영향을 미쳤다.
뜯어낼 게 많은 사람이라면 추가금액을 더 붙이는 게 정석이었다.
예전이라면 A급이라도 100억 이상, 까다로운 곳이라면 조 단위로 넘어가기도 했기에 10억이면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앞으로 받아낼 지원을 생각해서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지금 못 받은 만큼 다음에 더 받아내면 되지.’
나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다시 한 번 잔액을 훑어보고는 핸드폰을 내려두었다.
“레부야.”
“쿄.”
침대 옆 탁자 위 심연의 불꽃에서 레부가 고개를 내밀었다.
“주운 아이템. 지난번에 혼났던 거 아직 기억하지?”
“…쿄…. 압니다, 주인. 근데….”
레부가 어물쩍거리는 것이 뭔가 좀 수상했다.
내가 슥 몸을 일으키며 레부를 바라보자 레부가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근데 진짜 이번에는 C급밖에 없었습니다.”
‘요놈 봐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