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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33화 (34/201)

제33화

특공대장이 돌아간 후, 도서관에서 윤도아가 걸어 나왔다.

머리카락이 젖어있는 것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 모양이었다.

“아, 관장님.”

윤도아가 고개를 꾸벅여 인사했다. 안세인과 김지석, 박효진이 빠른 걸음으로 윤도아에게 다가갔다.

“도아 씨, 괜찮아요?”

“네. 좀 졸린 것 말고는 괜찮네요.”

윤도아가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김지석이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윤도아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윤도아가 받아든 손수건으로 얼굴과 손의 물기를 닦아냈다.

“놀랐네요. 연락이 안 되던 사람이 갑자기 여기에 나타났다고 해서. 덕분에 한시름 놓았지만요. 고생 많았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세인과 김지석이 윤도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좀 더 일찍 오지 못한 게 안타깝네요.”

윤도아가 바닥의 핏자국들을 바라보았다.

안세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일반 시민들의 피해는 적었어요. 일단 돌아갈 거죠? 아니면 다른 데 들를 곳 있나요?”

“아뇨. 돌아갈 겁니다. 혹시 자리 남습니까?”

“저는 저 사체 갖고 같이 이동할게요.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 같아서요.”

박효진이 커다란 천에 덮여있는 푸른 놀의 사체를 가리켰다.

“그래요, 그럼. 윤도아 씨는 우리랑 같이 가죠. 상의하고 싶은 것도 있고.”

* * *

[푸른색 털북숭이의 2미터짜리 괴물. 대전의 도서관 앞에 나타나]

[신출귀몰 각성자 윤도아, 목포 게이트에 이어 대전의 괴물까지 처리해]

[각성 기관 파견 직원 1명, 경찰특공대원 16명 순직]

[도서관에 있던 시민 13명 부상, 사망자는 없어]

[도서관 앞에 분향소 마련. 추모행렬 이어져]

[각성 기관 측, 몬스터가 도심에 나타난 현상에 대해 ‘게이트 브레이크’라 명명]

대전에서 있었던 몬스터 도심 출현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수많은 기사는 물론 커뮤니티에서도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와. 진짜 끔찍. 저런 건 모니터 안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래서 게이트 브레이크가 뭐라고?

-나타난 지 3달 이상 된 게이트에서 그 안의 몬스터들이 바깥으로 나오는 현상입니다.

-진짜 윤도아 아니었으면 대전 좇 될 뻔.

-우리 집 근처에도 오래된 게이트 있는데…. 괴물 튀어나오면 어떡하지?

-뭘 어떡해. 졸라 튀어야지.

-도서관 안에 있었는데 특공대들 진짜 손도 못 썼음. 총도 안 통한다더라.

-근데 그걸 칼로 뚫었다고? 또 사기 치고 있네. 완전 사기꾼들 아냐?

-치성이 부족한 탓입니다.

-아, 제발. 그만 좀 와, 너.

-원래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에게 총기류는 안 통합니다.

-아이고, 각성자세요?

-저런 일 일어날까 무섭네. 각성자들 지방 출장 좀 와라.

-나한테 그때 영상 있음. 올려드림. 혐오 주의.

도서관 안에 있던 사람들이 촬영한 영상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그 영상은 외국에까지 퍼지게 되었고, 순식간에 외신의 관심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윤도아가 있었다.

“후우.”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던 윤도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이야?”

뒤를 돌아보니 이진아가 윤도빈에게 생수병을 내밀고 있었다.

“아, 땡큐.”

윤도빈이 생수병을 받아드는 사이, 이진아는 윤도빈의 핸드폰을 흘긋 보며 말했다.

“아, 도아 언니 기사네? 그 영상도 봤어?”

이진아가 윤도빈의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봤지.”

윤도빈은 대전 도서관 앞의 영상을 떠올렸다.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죽어 나가던 특공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특공대 여럿을 한 번에 베어버리는 커다란 도끼를 든 푸른 괴물.

그리고 그 괴물을 단번에 제압한 영웅, 각성자 윤도아.

“진짜 영화래도 믿겠어. 그렇게 대단한 누나를 뒀는데 얼굴이 왜 그리 죽상이야?

“누나가 너무 대단해서 문제다.”

윤도빈이 생수병의 뚜껑을 열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한탄하듯 말했다.

“저렇게 위험한 일을 하고 다니는데 연락도 제대로 안 되고. 우리 누나 소식을 너처럼 기사로만 접한다는 게 말이 되냐.”

한 달 전,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신의 가호를 받았다고 한 이후로 지금껏 제대로 된 연락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윤도빈은 학교 때문에 본가에서 나와 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던 신정에 갑자기 S급을 클리어했다는 기사를 보고 기가 막혀 전화를 걸었지만 도통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음 날이 돼서야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 한 통만 덜렁.

그 뒤로도 연락이 제대로 된 적은 없었다.

기자 중에 윤도아를 졸졸 쫓아다니는 기자가 하나 있어서 윤도아가 계속 무사한 건 알 수 있었지만.

‘직접 연락이 돼야 안심이 될 거 아냐.’

물론 걱정만 하던 것보다 그렇게 직접 몬스터를 제압하는 영상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이기는 했다.

그런 실력이 있어서 그렇게나 자신 있어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윤도빈은 몇 번이나 그 영상을 돌려 보았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궁금해졌다.

‘…각성한다면 나도 누나처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윤도빈은 생수병을 옆에 내려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뛰게?”

이진아가 물었다.

“응.”

계속 앉아 있어 봤자 잡생각만 들 것 같았다.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쉰 윤도빈은 앉아 있던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그리고 앞의 운동장 트랙을 향해 걸어가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 울렸다.

머리가 띵해지더니 세상이 뒤집어지는 느낌에 윤도빈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털썩!

“꺅! 도빈아!”

황급히 다가온 이진아가 윤도빈을 부축하려했지만.

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 윤도빈은 입을 틀어막았다.

“웁!”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소름 끼치는 무언가가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이상한 감각이 모두 사라졌다.

윤도빈은 핏발이 선 눈으로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한참 동안 숨을 골랐다.

‘…뭐지?’

갑자기 두통이 오는 것 정도야 많이 겪어봤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괜찮아? 왜 그래?”

이진아가 놀란 듯 울먹이며 윤도빈에게 물었다. 윤도빈이 입을 막았던 손을 떼며 괜찮다고 하려는데.

앞의 바닥에 이상한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호랑이 신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호랑이 신의 가호]

[날개 돋친 범]

[전용 스탯 : 근력 11/위협 5/치명 7]

* * *

이틀 전,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안세인에게 게이트 브레이크에 대해 귀띔해 주었다.

다행히 잘 이해하고 추측한 모양인지 제대로 기사가 퍼져나갔다.

기관은 급하게 기관 소속의 각성자들을 강릉 저수지의 C급 게이트로 불러 모았다.

기관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그곳에 와달라는 기관의 요청을 거절했다.

강릉의 게이트 브레이크가 3일 안으로 일어나긴 하겠지만, 3일이나 그곳에 묶여 있을 수는 없거니와.

바깥으로 나온 놈을 잡아봤자 기본 보상은 이미 날아간 상태니까.

‘게다가 C급이라면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

안세인이나 권재경 등 기관 소속 각성자들로도 충분하다.

그곳은 기관에게 맡겨두고 차라리 브레이크 직전의 다른 게이트들을 돌면서 보상을 챙기는 게 나았다.

전국적으로 브레이크가 가까운 게이트는 총 9개. 그중 A급이 2개, S급이 1개 있었다.

개수도 얼마 되지 않고 급도 마음에 들었지만.

‘거리가 멀다.’

3개의 게이트 사이가 너무 멀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운전과 게이트 닫기를 모두 하려면 과로사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운전기사 일을 김지석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이제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각성 기관과 나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각성 기관을 세계로 퍼트릴 야심을 가진 김지석이 이런 좋은 기회를 걷어찰 리 없었다.

결국 기관에서 차만 한 대 빌린 후 따로 운전기사를 고용했다.

“아니 돈도 안 챙겨 줄 거면서 너무 하시네, 진짜.”

운전석에 앉은 신교진이 잔뜩 투덜거렸다. 나는 보조석에 앉아 핸드폰을 두드리며 말했다.

“뭘 너무해. 아직 네 시간이 내 시간인 거 몰라?”

“…….”

신교진이 고개를 돌렸다. 아마 욕을 내뱉고 있겠지.

“후. 근데 언제 출발해요?”

“잠깐만.”

‘올 때가 됐는데.’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침 앞쪽에서 걸어오는 키가 큰 한 남자가 보였다.

나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어 보였다.

나를 발견한 윤도빈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내게 다가왔다.

내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왔어?”

뚱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살피던 윤도빈이 중얼거렸다.

“…멀쩡해 보이네.”

“당연하지. 일단 타.”

내가 뒤를 가리키며 말하자 윤도빈이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던 신교진이 물었다.

“누군데요?”

“동생.”

“…엥? 누나 동생 있었어요?”

신교진이 놀라며 뒷좌석에 올라타는 윤도빈을 돌아보았다.

“와. 아무 얘기도 없고 맨날 혼자 다니길래 형제 없는 줄 알았더니.”

“그렇죠? 저도 누나가 있는 건지 가끔 헷갈리더라고요. 윤도빈이라고 합니다.”

윤도빈이 신교진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건넸다.

“신교진입니다.”

“아, 두 번째 각성자 맞으시죠? 말 편하게 하세요. 저 23살이라서.”

“아, 그래? 너도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근데 이렇게 보니까 닮긴 했네.”

신교진이 신기하다는 듯 나와 윤도빈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도 동생 있는데 걔랑은 완전 딴판이거든. 게다가 얼마나 왈가닥인지.”

신교진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왈가닥 동생과 신교진이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신교진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기에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가면서 얘기할까?”

내 말에 신교진이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 가?”

아무런 설명 없이 차를 출발시키자 윤도빈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너 가호 받았지?”

내 말에 윤도빈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위, 옆, 아래로 데굴데굴.

“머리 굴리지 말고. 가호자 등록한 거 다 봤어.”

“…후.”

윤도빈이 한숨을 내뱉었다.

“받았어. 확인했으면서 굳이 왜 물어본대.”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기념으로 게이트 닫으러 가자고.”

윤도빈이 가호를 받은 날은 목포, 대전의 게이트 브레이크 시점과 비슷했다.

그래서 기관의 가호자 명단을 확인해본 결과, 역시나 윤도빈이 있었다.

물론 회귀 전처럼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는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

결국 특훈의 일환으로 도빈이를 데리고 브레이크 직전의 게이트들을 돌려는 생각이었다.

“…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듯, 되묻는 윤도빈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브리핑해 봐.”

내가 신교진을 향해 손을 까닥였다.

“…후. 일단, 2월 3일 청주 출발해서 남원에서 S급 하나 닫고요. 밀양에서 A급 하나 닫습니다.”

출발하기 전 신교진에게 주입해둔 코스였다.

설명을 듣는 윤도빈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다음 정선에서 A급 게이트를 닫으면 끝! 이라고 옆의 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윤도빈이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쩍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그럼.”

내 평온한 대답에 옆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아니 다짜고짜 왜 그런 강행군을 해야…, 아니지. 하긴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요?”

“진짜 너무하네.”

신교진의 말에 윤도빈이 거들었다. 하지만 윤도빈의 지적 포인트는 신교진과 달랐다.

“그럴 거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그냥 멀쩡한가 확인만 하려고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왔는데….”

윤도빈의 투덜거림에 신교진은 입을 다물고 운전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나와 윤도빈을 동급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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