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39화 (40/201)

제39화

[각성 기관, 게이트 브레이크 확인 결과 발표]

[강릉 C급 게이트 브레이크 발생, 열린 지 5개월째]

[강릉 게이트 브레이크, 각성자 2명의 희생으로 무사히 막아내]

[각성 기관, 열린 지 3개월 이후부터 게이트 브레이크 발생 위험도 증가 추정]

[안 기관장, ‘3개월 이상 된 게이트들을 최우선으로 닫을 것’]

[개의 이빨 무리, 게이트 브레이크 막기 위해 기관과 협력]

강릉의 게이트 브레이크 이후 열린 기자회견은 다시 한번 전국에 파장을 일으켰다.

-3개월 이상??? 남원 휴게소에 오래된 S급 있는데???

-그거 닫혔어요. 며칠 전에 윤도아랑 신교진이랑 남자 하나 와서 닫고 감!

-어, 우리 동네도 얼마 전에 세 명 와서 A급 하나 닫고 가던데?

-여기도. 1시간 안에 닫고 감;; A급.

-근데 3개월 이상 된 게이트들 너무 많지 않나…?

-무서워 죽겠네, 진짜. 나한테도 가호 좀 주던가. 그럼 다 쓸어버릴 텐데.

-ㅈㄹ도 정도껏 하셈. 막상 진짜 괴물 눈앞에 두면 기절할 ㅅㄲ가 ㅉㅉ.

-무서워서 살겠냐, 빨리 좀 어떻게든 해줘라, 좀.

다행인 점은 문제가 될 A급이나 S급은 윤도아가 빠르게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남은 것들은 대부분 C급과 B급. A급도 한두 개 정도 있었지만, 개의 이빨 무리의 도움을 받는다면 금세 닫을 수 있는 숫자였다.

3일 후, 기관은 위험한 게이트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안세인은 한시름 놓았고 거의 일주일 만에 기관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권재경의 말에 안세인이 고개를 저었다.

“고생은 다 같이 했지요. 권 선생님도 마찬가지고요.”

권재경 역시 전국을 돌며 위험한 게이트들을 닫고 온 상태였다.

“나라는 괜찮나요?”

“네. 괜찮습니다. 리나 씨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아무리 나라가 각성자라고 해도 급하게 게이트를 닫아야 하는 곳에 나라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는 나라를 이리나에게 맡기고 게이트들을 닫고 온 것이었다.

“그러게요. 리나 도움을 많이 받네요, 우리가. 그런데 나라 스킬 말입니다.”

안세인의 말에 권재경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야기가 나올 거라 짐작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강릉에서 보니까 굉장히 좋은 스킬이더군요. 그런 스킬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나요?”

잠시 침묵하던 권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라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던 겁니다.”

안세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부모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세인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자신도 분명 그렇게 했으리라.

“그런데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권재경의 말에 탁자를 바라보던 안세인이 시선을 들었다.

“나라가 적어준 스킬의 조건을 보면 하루 이내에 예지의 1순위는 사용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더군요.”

“흠. 그럼 사용자의 신변에 문제가 없다면?”

“주변 다른 사람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라고만 되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사람일지 특정할 수는 없고요. 그리고 예지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다시 예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더군요.”

안세인은 무릎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음…. 어쨌든 그럼 나라가 우선순위라는 거니까, 나라의 가호를 키워보는 건 어떤가요?”

하얀사슴의 인도.

앞으로 한 치 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인도와 예지는 굉장히 유용한 능력이었다.

아직 한 번밖에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라의 가호를 잘 활용한다면 분명 앞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터.

‘어쩌면 나라의 예지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줄지도 모르고.’

“…역시 나라를 데리고 게이트에 가야 하는 겁니까?”

권재경이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

“저도 아이를 별로 사지로 떠밀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보너스 게이트라면 나라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보너스 게이트요?”

권재경은 보너스 게이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듯했다.

“다른 게이트들과는 다르게 목숨 걸고 싸울 필요가 없는 곳이에요. 물론 제대로 된 보상 게이트를 가는 게 가장 도움은 되겠지만. 그게 안 되니 보너스 게이트라도 가서 나라의 스킬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법한 것들이라도 얻게 되면 좋으니까요. 다만 보너스 게이트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안세인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다행히 권재경은 납득한 모양새였다.

“알겠습니다.”

“네. 그리고 조만간 열리는 회담 때문에 김 이사님이랑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될 것 같아요.”

안세인이 달력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동안만 기관을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 * *

‘…남매가 똑같네요, 진짜.’

게이트 투어를 모두 마친 신교진의 간략한 소감이었다.

남원 휴게소의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후, 남은 두 개의 A급 게이트는 거의 윤도빈이 처리했다.

역시 한 번 S급을 겪고 나니 자신감을 얻은 모양인지 윤도빈은 거침없이 몬스터들을 베어나갔다.

윤도빈이 대형 낫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의 목이 날아갔다.

체력이 좋아서인지 쉽게 지치지도 않고 계속 돌격했다.

오히려 윤도빈을 보조하던 신교진이 먼저 지쳐 떨어져 나갔다.

윤도빈은 게이트 닫기에 재미를 붙인 것 같았다.

곧바로 각성자 등록을 하더니 쉴틈없이 근처의 게이트들을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고 나에게 매일 게이트에 가지 않겠냐는 연락을 취해왔다.

‘물론 게이트 닫는 게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저런 이야기는.’

텔레비전에서는 온종일 세계 정상회담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게이트 브레이크 이후, 각성 기관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이 급증한 틈에 김지석은 세계 각국에 게이트에 대한 회담을 요청했다.

심각성을 느낀 각 나라는 흔쾌히 회담에 응했다.

‘첫 회담에서는 게이트에 관한 국가의 권한이 결정되지.’

게이트를 닫을 권한은 게이트가 나타난 해당 국가에 있었다.

만약 국가 내에서 3개월 안에 게이트를 닫지 못하게 되면 다른 국가의 각성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1개월 안에도 게이트가 닫히지 않는다면?

해당 국가의 게이트에 대한 권한이 사라지게 된다.

즉, 4개월 이상 닫히지 않은 게이트라면 외국인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4개월 이후라면 브레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지지만.’

마침 텔레비전에서도 게이트 브레이크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A라는 나라가 어떤 마을에서 일어난 게이트 브레이크를 막지 못했어요. 그럼 그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은 전국으로 퍼질 겁니다. 그러면 과연 그 나라가 유지가 되겠습니까?]

[몬스터들을 막지 못하는 한은 안 되겠지요.]

[네. 거기에 만약 A와 국경이 붙어있는 B라는 나라가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A 나라를 초토화시킨 몬스터들은 B 나라로 넘어가겠지요?]

‘몬스터한테는 국경이 없지.’

그놈들에게는 그저 이어진 땅덩어리일 뿐이다. 결국 피해는 대륙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게다가 만약 그 몬스터들이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놈들이라면요? 혹은 바다에 서식하는 몬스터라면 어떨까요? 결국 게이트 브레이크는 세계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게이트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 국가가 소속 게이트들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나라에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각성자가 충분하냐였다.

이번 회담이 끝나면 각 나라에서는 현 각성자들이 어떤 게이트를 얼마나 닫았는지를 따져 랭킹을 고지할 것이다.

각국은 그 랭킹을 토대로 어떤 나라에 어느 정도 능력의 각성자가 있는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기간 내에 닫지 못한 게이트가 있을 시, 본국의 랭커보다 더 높은 다른 나라의 랭커에게 게이트 클리어를 요청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랭킹 집계 후, 며칠 이내로 각성 기관에 캐나다 쪽에서 보낸 공식 지원 요청이 들어올 것이다.

우리나라 랭킹 1위에게 본국의 위급한 게이트를 닫아달라는 요청이.

‘아마 우리나라 랭킹 1위는 나 아니면 주선오겠지.’

가호를 받자마자 움직인 주선오가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게이트를 닫았을지도 몰랐다.

‘못해도 2위.’

둘 중 누가 2위가 되더라도, 그 2위 역시 다른 나라의 각성자들보다 수준이 높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맘때쯤 각성자들의 수준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인 덕에 주선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노력도 했고.’

사실 이번 회담을 가장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나였다.

회귀 전, 탐나던 아이템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캐나다의 게이트였기 때문에.

공원 속 무덤이라고 불리던 그 게이트가 닫히는 것은 6개월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곳은 브레이크를 일으키지 않고 꽤 오래 유지됐던 게이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게이트를 가기 위해서는 전에 만났던 스킬 보부상 모부를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었다.

‘그놈이 있어야 그 게이트를 깨기가 쉬워.’

문제는 모부 놈을 어디서 찾냐였다.

“레부야.”

“쿄?”

신기한 듯 텔레비전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던 레부가 나를 돌아보았다.

“혹시 모부 놈 어딨는지 알아?”

“모부 놈이요? 스킬 보부상 모부 말씀이십니까?”

“응.”

레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쿄…. 글쎄요. 같은 상급 슬라임이긴 하지만 인간들처럼 서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몬스터끼리 친목을 다질 것도 아니고 연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발상이었다.

‘역시 돌아다니면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나.’

분명 모부는 지난번처럼 게이트 안에서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 봤던 곳이 종로의 S급 종합 보상 게이트.

아마 레부보다 더욱 자존심이 세다고 알려진 그놈은 S급의 게이트 안내자만 맡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S급을 맡아야 더욱 재미있는 시험을 낼 수 있으니까.

‘근처 S급부터 좀 찾아볼까.’

나는 각성 기관 사이트에 접속해 서울 경기 지역의 게이트를 검색했다.

확실히 각성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게이트의 수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대부분이 B급이나 A급이었다.

각성하려는 가호자들이 C급을 모두 닫아버렸기에 각성자들은 필연적으로 B급 이상의 게이트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B급도 금세 사라질 것이다.

나쁜 현상은 아니었다.

높은 급수의 게이트가 남을수록 돋보이는 각성자들이 있을 테고 그 사람들이 다른 각성자들을 키워나갈 테니까.

‘어쨌든 그전까지 S급은 대부분 내가 닫겠지만.’

근처의 게이트들을 살펴보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나는 소파에 던져뒀던 핸드폰을 염력으로 끌어당겨 전화를 받았다.

“네.”

[누나.]

윤도빈이었다.

또 게이트에 안가냐고 물어보려나 싶어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너 혼자 돌 수 있잖아, 이제.”

[아니, 아니. 게이트 가자는 거 아니고.]

“그럼 왜?”

[나 잠깐 본가에 왔는데 주인이 없는 집에 손님이 있네?]

“…뭐?”

순간 인상을 확 쓸 수밖에 없었다.

“손님이라니?”

[까만 옷을 맞춰 입은 놈들인데….]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또 그놈들인가?’

설마 또 숨어서 기습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건가?

그런데 윤도빈이 본가에 있다는 건….

‘나 대신 도빈이를 습격했다고?’

[일단 칼을 들고 덤비길래 제압해두긴 했어.]

“다치진 않았고?”

[응. 멀쩡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이번에도 실력자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거기 있어. 금방 갈게.”

나는 통화를 마친 후, 곧바로 집을 나섰다.

사이비 놈들이 지난번의 경고를 그새 잊은 모양이었다. 앞으로 더 귀찮은 일을 만들기 전에.

‘싹 정리해버리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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