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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40화 (41/201)

제40화

“왔어?”

본가에 들어가 보니 윤도빈이 태연한 얼굴로 날 맞이했다.

전화로 이야기했던 대로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도빈이의 어깨 너머로 세 개의 까만 덩어리가 보였다.

다들 코가 뭉개지고 코피가 터져 있는 걸 보니 제대로 한 방씩 맞은 모양이었다.

“잘했네. 일단 나가자.”

나는 의아한 표정의 윤도빈을 끌고 집을 나서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집 앞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아는 사람들이야?”

“사이비들.”

“엥?”

“지난번에도 한 번 왔었거든. 이사한 집에 들어가질 못하니까 여기서 죽치고 기다렸나 본데.”

내 말에 윤도빈이 혀를 차며 집을 쏘아봤다.

“그걸 그냥 뒀어?”

“아니지. 그때 겁을 줬는데 모자랐나 봐.”

윤도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뭘 어쩌겠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지.”

그런 것치고는 거하게 때려눕혔던 것 같지만, 어쨌든 동의하는 바다.

“그래서 어쩌려고?”

“저것들 나오면 쫓아가야지. 교주 잡으러.”

“그래? 쟤들 요새 문제도 많더라.”

윤도빈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뭔가를 검색해 내게 내밀었다.

“이거 봐봐.”

[가짜 각성증 내민 각성자,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 신로견교 신도]

[신로견교, 가짜 각성증으로 사람들 속여 유인 등 포교 활동]

[가짜 개인의뢰 사이트 유포로 의뢰자들 낚시]

“…….”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분명 각성자인 나한테 사탄이라고 했던 놈들인데, 이제는 각성증을 내밀며 사람들에게 포교를 한단다.

‘거기에 개인 의뢰 사이트까지 따라 했다고?’

기가 차서 한숨을 내뱉는데 윤도빈이 앞을 가리켰다.

“어, 오, 나온다. 좀 세게 친 것 같았는데 금방 일어났네?”

본가 빌라 입구에서 코를 부여잡은 세 명의 사람이 내려왔다.

옷차림이 평범해져 있는 것이 집에서 검은 옷들을 벗어 등의 배낭에 집어넣은 모양이었다.

셋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나는 윤도빈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말했다.

“가, 그럼.”

“같이 갈까?”

윤도빈이 물었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지. 내가 누굴 걱정하고 있냐. 잘 갔다 와.”

윤도빈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나는 도빈이의 말에 피식 웃고는 놈들의 뒤를 쫓았다.

웬만하면 큰 단체들을 이렇게 나서서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집에 숨어든 데다가 동생까지 습격했으니.

‘지금부터는 정당방위다.’

* * *

그들이 향한 곳은 서울 광진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여전히 부러진 코뼈를 나란히 부여잡은 셋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위로 올라갔다.

나는 엘리베이터로 다가가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층수를 확인했다.

‘8층.’

엘리베이터는 8층에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나는 비상계단을 이용해 조용히 8층으로 올라갔다.

8층의 비상문 앞에 도착한 나는 탐지를 이용해 비상문 너머의 공간을 살폈다.

길쭉한 복도와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여러 집이 있었다.

대부분의 집 문이 열려 있고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8층 전체를 본거지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살짝 손을 풀어준 후 벌컥 문을 열었다.

복도에 있던 몇몇 신도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모두 우리 집을 습격했던 놈들처럼 까만 로브로 몸을 감싼 상태였다. 아무래도 저 까만 것이 신도 기본 복장인 모양이었다.

“…! 이, 이단이다!”

나를 보자마자 이단이라 칭하는 것이, 까만 로브를 둘러야만 신도로 인정해주는 모양이었다.

이단 소리를 들은 복도의 모든 신도가 품에서 비수를 꺼내 들었다.

“쯧.”

이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암살단을 만들고 싶었나 보다.

곧 닫혀있던 집 안에서도 비수를 든 신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략 50명 정도.

나는 모두에게 같은 성흔을 심어주자고 생각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반대편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수들이 날아들었지만 그래봤자 다 칼을 제대로 사용해본 적 없는 초짜들이었다.

나는 지나가면서 신도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죽지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해서.

“으악!”

“꺅!”

“내 코!”

3분 뒤.

털썩.

마지막 한 놈이 내려앉은 코뼈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복도 끝에 도착한 나는 왔던 길을 돌아보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신도들이 모두 양손을 고이 모아 코를 부여잡고 있었다.

새로운 기도 자세 같은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독실한 신자들에게 기절의 은총을 베풀어주었다.

동시에 활짝 열려 있는 문 안을 모두 살펴봤지만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기절한 사람들은 다 신도였고 교주로 보일 법한 사람은 없었다.

‘다른 층을 같이 쓰는 건가?’

나는 염력을 이용해 신도들이 떨어트린 비수들을 주워들었다.

아포피스를 잡고 올린 염력 레벨 4의 설명대로, 총 24개의 비수를 주워들 수 있었다.

내 의지대로 허공에 떠 있는 24개의 비수를 보고 있자니, 뿌듯함이 샘솟았다.

나는 그 비수들을 든 채로 비상문을 나가 위층으로 향했다.

9층 역시 8층과 같은 구조였다.

다만 이곳의 문들은 모두 꽉 닫혀 있었고 탐지 결과 한 집에 네다섯 명씩 들어앉아 있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비상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일반 오피스텔을 잘못 습격할까 걱정이 되어 각 문 앞의 호수들을 확인해보았더니.

호수 대신 문패가 달려 있었다.

여신도방 1, 2, 3….

‘쓸데없는 걱정이었군.’

헌데 이상하게 모든 방이 여신도 방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복도의 중앙에 있는 문에는 색다른 문패가 달려 있었다.

신의 방.

‘염병.’

복도 끝까지 확인을 해봤지만, 그 방 하나 빼고는 모두 여신도의 방이었다.

쎄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바로 앞집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슬쩍 문의 뒤로 숨었고, 집 안에서 까만 옷을 두른 네 명의 신도가 나타났다.

그들은 뒤에 있던 나를 보지 못한 채 복도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멈춰선 곳은 신의 방 앞.

한 신도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교주님. 새 신도를 데려왔습니다.”

“부디 세례를.”

철컥 문이 열렸다.

한 신도가 중앙에 있던 신도를 문 안으로 슥 밀었다.

신도는 잠시 주춤했지만 집 안으로 들어갔고 곧 문이 닫혔다.

‘왜 혼자만 들어가?’

기분 나쁜 쎄함이 강해졌다.

신도를 안으로 들여보낸 남은 세 신도는 문 앞을 지키고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행동을 개시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복도 구석에 멈춰있던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명의 신도 역시 나를 발견했다.

“누, 누구!”

셋은 빠르게 비수를 뽑아 들었지만, 곧 내 주변에 떠 있는 24개의 비수를 보고는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내가 이길 것 같은데. 그냥 내려놓으시죠?”

하지만 이들은 그냥 신도들이 아니었다.

비수를 거두지 않고 내게 달려드는 걸 보니, 아주 광신도들이었다.

아직 24개의 비수를 각기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다.

‘레부랑 연습 좀 해야겠네.’

나는 비수들을 모두 바닥에 떨어트렸다.

챙! 채앵! 챙!

비수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울렸다.

그 리듬에 맞추어 달려든 광신도의 얼굴에 한 방, 뒤의 광신도에게도 한 방, 마지막 광신도를 향해 마무리!

퍽!

세 광신도가 차례로 쓰러졌다. 역시 양손을 코앞에 고이 모은 채.

가볍게 손을 털어낸 나는 이제 교주와 대면하기 위해 단단히 잠긴 문을 열려던 중.

“꺄아아악!”

안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와장창,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깨지는 소리 등이 들려왔다.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내 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까지.

나는 슬쩍 한발 뒤로 물러났고, 곧 도어락이 풀리며 문이 벌컥 열렸다.

“저런 썅년이! 잡아!”

안에서 중년 남성의 외침이 들려왔고. 안에서 튀어나온 사람이 내 품에 부딪혔다.

“도, 도와주세요…!”

내 옷을 붙잡고 울먹이며 외친 건 조금 전 안으로 들어갔던 신도였다.

둘러 입었던 까만 옷은 사라진 상태였는데.

‘옷차림이….’

교복이었다.

얼굴 역시 많게 봐도 20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때 쿵쿵거리며 다가온 중년 남성이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감히 세례를 거부하다니!”

“꺄악!”

여학생이 내 옷을 놓으며 휘어 잡힌 자신의 머리카락을 붙들었다.

“…아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례라는 것이 무엇인지 순식간에 이해해 버렸다.

여학생이 머리끄댕이를 잡힌 채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서서히 문이 닫혔다.

“사, 으아앙, 살려줘, 집에, 집에 갈래요! 으허엉!”

문틈으로 여학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닫히기 직전의 문을 텁 잡고는 다시 활짝 열었다.

중년 남성이 안에 있던 침대 위로 여학생을 내팽개쳤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복도에 떨궈두었던 24개의 비수를 다시 들어 올렸다.

‘염력.’

24개의 비수가 내 뒤로 날아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중년 남성이 아직까지 열려있는 문을 보고는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뭘 보고 있는 겝니까! 세례는 단독이라는 거 모릅니까?”

난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오히려 문을 활짝 열고 문의 발걸이를 내려 문을 고정시켰다.

“…뭐야? 너 누구야? 신도가 아니잖아?”

드디어 교주님께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었다.

나는 성큼성큼 교주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나가라고!”

교주가 당황하며 품을 뒤적였지만 비수는 벗어둔 상의에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교주의 앞에 서서 모자를 벗어 던진 후, 마스크를 내렸다.

“…헉! 너, 너는…! 유…, 윤도아?”

나는 내 뒤에 있던 24개의 비수를 천천히 주변으로 퍼트리며 웃었다.

“이거 영광이네. 교주님께서 사탄을 다 알아봐 주시고.”

빈정거린 나는 비수들을 교주의 주위로 빙 둘러 배열했다.

“이…, 이게 무슨…!”

교주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비수들을 바라보았다.

“아, 참고로 지금 내가 컨트롤이 불안정하니까 괜히 헛소리해서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일부러 한 개의 비수를 휙 날려 교주의 눈앞으로 스쳐 보냈다.

교주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에 맺히고, 눈알이 데룩데룩 구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를 벗어났던 비수를 다시 되돌려놓고 말했다.

“나랑 얘기가 하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본인이 찾아왔어야지. 그렇게 조무래기 신도들만 보내봤자 쓰겠어?”

“시, 신고! 신고할 거다, 네놈! 명백한 주거 침입이야, 이건!”

교주가 벌벌 떨며 말했다.

날카로운 비수들을 앞에 두고도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나름 패기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주거 침입을 두 번도 넘게 당했던 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교주님도 시켰던 거 아냐. 덕분에 우리 집이 몇 번이나 털린 줄 알아?”

“내, 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럼 조무래기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사탄을 없애겠다고?”

“그, 그래! 신도들의 신앙심이 그렇게나 높았다니, 나도 몰랐다네!”

사이비 교주라 그런지 아주 말은 잘한다.

“그래? 안타깝네.”

“그, 그러니 이것 좀 치우고 얘기합세!”

“그럴 순 없지. 교주님 신도의 짓이니까 어쨌든 교주님 탓일 거 아냐. 연대 책임, 알지?”

“뭐, 뭐? 이런, 씹!”

교주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지만, 자신을 겨눈 비수들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나는 교주를 감쌌던 비수들을 다시 내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교주가 후다닥 뒤로 물러나며 벽에 붙었다.

“뭐, 나를 사탄으로 몬 건 교주님이니까 제가 그쪽한테는 진짜 사탄 짓 한 번 해드릴게.”

나는 벽에 붙은 교주를 보며 옆에 떠 있는 비수 하나를 잡았다.

“…뭐, 뭐라고?”

“일단, 이건 주선오 습격했던 놈들이 나한테 던진 비수 값.”

나는 힘껏 비수를 던졌다.

쇄액!

퍽!

빠르게 날아간 비수가 교주의 머리에서 1cm 위에 박혔다.

“흐, 히이익!”

자신의 머리 위에 박힌 비수를 보며 교주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기 시작했다.

내가 또 하나의 비수를 붙잡으며 말했다.

“어, 움직이면 위험할 텐데. 내가 움직이는 걸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서.”

그러자 교주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최대한 몸을 고정시켰다.

말을 잘 듣는 표적이었다.

“이건 쓸데없이 주선오 습격을 우리 동네에서 한 값.”

그렇게 나는 별별 이유를 다 붙여가며 21개의 비수를 던졌다.

벽에는 내가 던진 21개의 비수가 교주의 몸을 따라 박혀 있었다.

나는 이제 세 개 남은 비수 중 하나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윤도빈 습격한 값.”

쇄액!

퍽!

비수가 날아가 교주의 왼손 옆에 박혔다.

이제 댈만한 이유를 다 댄 상태라 남은 두 개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중.

“저기….”

내 뒤에 숨어 있던 여학생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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