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유리병 안에서 모래가 꿈틀거렸다.
엄지손가락만 한 모래 슬라임이 고개를 삐죽 들어 올렸다.
거대했던 모래성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아진, 모부의 몰락한 모습이었다.
“…휴…. 왜 저를 죽이지 않고 잡아 온 거죠?”
모부가 힘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왜긴 왜야. 레부야.”
내 부름에 탁자 위 심연의 불꽃 속에서 레부가 튀어나왔다.
“쿄! 쿄쿄쿄쿄쿄!”
레부가 형체를 갖추기도 전에 웃음부터 터트렸다.
유리병 안에 갇힌 모부의 신세를 보며 비웃는 것이리라.
“쿄쿄쿄쿄쿄, 꼴좋습니다, 모부! 쿄쿄쿄쿄!”
레부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자, 모부야. 하나만 물어볼게. 너도 레부처럼 재취업할 생각 있어?”
모부가 유리병 안에서 꿈틀거렸다.
“…휴…? 레부처럼 당신 밑에서 굽신거리면서 일하라는 말인가요?”
“쿄! 누가 굽신댔다는 말입니까? 전 충심을 다해 주인을 모시는 겁니다!”
레부가 발끈하며 외쳤다.
‘그 충심이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부는 입을 꾹 다문 채 작게 찢어진 눈으로 나와 레부를 돌아보았다.
“별로 안 내키는 모양이네. 레부야.”
나는 손을 까닥여 레부를 불렀다.
“손.”
“쿄?”
레부가 의아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유리병에 있던 모부를 레부의 손 위에 쏟아 부었다.
“휴? 무슨….”
“쿄?”
레부와 모부 둘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모부를 보며 말했다.
“가열 좀 해줘. 뜨뜻하게.”
“…쿄!”
내 말에 레부가 음흉하게 웃으며 손안의 모부를 바라보았다.
“쿄쿄쿄쿄쿄쿄. 알겠습니다, 쿄쿄쿄쿄쿄.”
“휴? 절 가열하겠다고요? 그래봤자 레부의 열기로는 절 어떻게 못할 텐데요.”
모부가 레부를 무시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면 모부를 깨뜨릴 수 있는지 알고 있는 레부는 모부의 말에 계속 음흉한 웃음만을 흘릴 뿐이었다.
“호텔 타면 안 되니까 손에만 열 내.”
“쿄쿄쿄쿄, 알겠습니다.”
레부가 다른 손으로 모부가 올려져 있던 손을 툭 덮었다.
금세 레부의 손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레부에게 모부를 맡겨두었다.
모부가 재취업을 하겠다고 할 때까지, 모부를 굳혔다가 깨트리는 것을 반복할 생각이었다.
이미 굉장히 약해져 있는 모부는 그것을 얼마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한 번이면 충분할지도.’
내 심부름으로 모부를 담아둘 유리병을 사 온 주선오는 소파에 앉아 신기한 듯 두 슬라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주선오에게 물었다.
“보상 확인했어?”
“네? 아, 아뇨. 아직 안했습니다. 게이트 클리어하고 좀 정신이 없어서.”
모래성을 바닷물 고래로 무너뜨리고 난 뒤, 각성자들은 뭔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긴 했었다.
‘나도 신기했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냐만.’
“보상 확인 해봐. 나도 확인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침대의 머리맡에 기대앉았다.
게이트 클리어의 기여도가 가장 큰 만큼, 회귀 전 이곳에서 나왔던 EX급 아이템도 나에게 뜰 확률이 높았다.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보상을 확인했다.
“보상 확인.”
침대 위로 세 개의 보상이 떠올랐다.
[스탯 포인트 11]
[EX급 아이템]
[전용 특성 레벨업권]
보상의 목록을 보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급 아이템은 물론 생각지도 못했던 전용 특성 레벨업권까지 얻은 것이었다!
나는 마음대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어 슬쩍 입을 가렸다.
그리고는 일단 오랜만에 얻은 전용 특성 레벨업권을 사용했다.
‘전용 특성 레벨업권 사용. 악마의 고양이 레벨 3으로.’
[전용 특성 악마의 고양이의 레벨을 올립니다.]
[전용 특성 : 악마의 고양이 lv.3]
기분 좋은 오싹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고, 드디어 악마의 고양이의 레벨이 3으로 올랐다.
[악마의 고양이 lv.3]
[마나 운용의 속도가 10%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나 운용 속도 120%]
레벨이 2로 올랐을 때처럼 새로운 스탯이 생겨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나 운용의 속도가 10% 더 증가했으니, 마나막이나 마나구를 만드는 속도 역시 더 빨라졌으리라.
‘이건 한국에 돌아가서 확인해보고.’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스탯 포인트를 분배했다.
‘마나 운용에 7, 탐지에 4 추가.’
[마나 운용에 스탯 포인트 7을 분배합니다.]
[마나 운용 50]
[탐지에 스탯 포인트 4를 분배합니다.]
[탐지 44]
드디어 마나 운용의 스탯 절반을 올렸다.
기쁘기도 했지만 뭔가 조금 아쉽기도 했다.
스탯의 최대 수치는 99.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얻을 수 있는 한계였고, 추가로 스탯을 올릴 수 있는 경우도 존재했다.
‘신교진의 경우가 그렇지.’
전용 스킬의 행운증폭.
보통 패시브로 적용되는 전용 스킬의 하나인 행운증폭 때문에 신교진의 행운 스탯의 폭이 크게 증가한다.
그리고 스킬의 레벨에 따라서 스탯의 증가 폭 또한 커진다.
하지만 내 전용 스킬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마나 운용이 최대 수치인 99를 찍게 되면, 그 이상의 거리에 대한 마나는 사용할 수 없다.
한계점이 너무 명확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난쟁이 술을 이용하면 두 배로 뻥튀기 시킬 수는 있지만.’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이 최대 수치를 영구적으로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아이템.
그것이 바로 회귀 전, 이곳에서 나왔던 EX급 아이템이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EX급 아이템을 개봉했다.
‘EX급 아이템 개봉!’
[EX급 아이템을 개봉합니다.]
침대 위에 반짝이는 빛을 내뿜으며 작은 조약돌이 나타났다.
[EX급 아이템 스탯 증폭의 룬을 획득했습니다.]
‘좋았어!’
내가 얻고자 했던 바로 그 아이템이었다.
나는 하얗게 빛나는 조약돌을 주워들었다.
이렇게 보니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약돌 같았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룬의 정보를 살폈다.
[EX급 아이템 스탯 증폭의 룬]
[한 스탯의 최대치를 현재 스탯 수치의 제곱만큼 증가시켜줍니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 그대로였다.
한 가지 스탯에 적용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쨌든 한 개라도 어디인가 싶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현재’ 스탯 수치의 제곱이라는 점.
이 아이템의 효과를 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일단 최대 수치인 99를 찍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건 그때까지 아껴둬야지.’
나는 스탯 증폭의 룬을 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는 성장한 악마의 고양이 옵션을 살폈다.
[전용 특성 : 악마의 고양이 lv.3]
[전용 스탯 : 마나 운용 50/탐지 44]
[특성 스킬 : 마나 방패 lv.2/블링크 lv.1/염력 lv.4]
S급 종합 보상 게이트를 돌고 난 후 오른 옵션이라기에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킬 레벨이 아쉽네.’
다른 때 같았으면 스킬 보상이 없었다는 것에 실망했겠지만.
아쉬우면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레부의 손에서 열심히 타오르고 있는 모부는 스킬 보부상이니까.
‘명색이 스킬 보부상인데 레벨업권 한두 장쯤은 갖고 있겠지.’
나는 씩 웃으며 모부를 바라보았다.
레부의 손에서 타오르는 불의 아지랑이가 주변의 배경을 왜곡시켰다.
그 열기는 2미터 정도 떨어진 내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모부야, 생각 좀 해봤어?”
그러자 레부가 손의 불꽃을 확 죽이더니 내게 다가와 모부를 감쌌던 손을 슥 열어 보였다.
레부의 손 위의 모래덩어리가 꽤 단단하게 뭉쳐져 있었다.
“…휴…. 레부의 불꽃도 굉장히 뜨거울 때가 있군요….”
모부가 작게 입을 뻐끔거리며 말했다.
모부는 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상태였기에, 나는 염력을 이용해 모부를 들어 올렸다.
굳어진 모부는 손가락으로 툭 치면 깨질 것 같았다.
“대답은? 맘에 안 들면 때릴 거야.”
내가 모부에게 딱밤을 때릴 자세를 취한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휴. 못된 사람이네요, 정말. 알겠어요. 어차피 이렇게 처절하게 패배한 이상 제가 당신을 이길 수는 없겠죠.”
모부가 중얼거렸다.
“휴, 근데 제가 심장을 잃어버려서 다시 커지려면 모래가 좀 필요해요…. 이런 손가락만한 상태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이놈이 도망을 치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건가 싶어 슥 레부를 바라보았다.
레부는 내 눈빛의 의미를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쿄. 저는 불꽃이라 마음껏 불꽃을 번지게 할 수 있지만 모부는 모래 심장이 있어야만 모래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주인.”
레부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면 모부의 모래 심장이 있을만한 곳은 모부의 모래성.
하지만 그곳은 이미 무너졌고, 모래성으로 갈 수 있는 게이트는 닫혔다.
나는 쩝 입맛을 다셨다.
‘그럼 모부를 모래 제공용으로는 쓰지 못하려나.’
스킬 보부상으로는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모래를 생산해낼 수 없다면 레부처럼 다양한 용도로 부려먹지는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데.
“…혹시.”
가만히 앉아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주선오가 입을 열었다.
“이게 그겁니까?”
주선오의 손에 작은 모래 구슬이 들려 있었다.
“응? 잠깐 볼 수 있어?”
주선오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내가 내민 손 위에 주선오가 손톱만한 작은 구슬을 올려두었다.
나는 구슬의 정보를 살폈다.
[S급 아이템 모래의 심장]
[지속적으로 모래를 제공하는 심장입니다.]
둥둥 떠 있던 모부가 입을 뻐끔거리며 말했다.
“휴! 맞아요. 그게 모래 심장이에요.”
모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 심장이라면, 모부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주선오한테 뜬 게 좀 아쉽네.’
그래도 다른 랭커들에게 뜨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주선오가 갖고 있다면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부를 수 있으니까.
“잘됐네.”
나는 주선오에게 다시 구슬을 돌려주며 말했다.
“이걸로 일단 쟤 좀 회복시켜줄 수 있어?”
“아, 네. 근데 누나는 마법으로 모래를 움직이는 게 가능한 거죠?”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금세 주선오의 질문이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챘다.
이런 모래를 생성해 주는 아이템이 있어봤자, 주선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저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이것을 넘길 의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속으로 살짝 기대를 품은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그러자 주선오가 내게 다시 구슬을 내밀었다.
“그럼 이건 누나 드릴게요. 어차피 전 쓸 일이 없을 것 같네요.”
기특한 소리였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모래의 심장을 감사히 받아 들었다.
“그래, 그럼. 고마워. 잘 쓸게.”
염력으로 띄워뒀던 모부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모래의 심장을 놓아두자, 모부가 꿈틀거리며 모래 심장으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에 레부가 가열해서 굳어졌던 몸에 쩌적 금이 가며 모래가 부서져버렸다.
“쿄쿄쿄쿄쿄쿄쿄! 꼴좋습니다, 모부! 쿄쿄쿄쿄!”
그 꼴을 본 레부가 정말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잘게 부서진 모래 더미에서 모부의 한숨이 길게 들려왔다.
그러더니 모래 더미가 스르륵 움직여 모래 심장을 감쌌다.
사락. 사락.
모래더미가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괜히 또 움찔한 레부가 슬쩍 내 뒤로 다가왔다.
주선오 역시 게이트 안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살짝 칼의 손잡이를 쥐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모부의 움직임을 매섭게 살폈다.
혹시라도 이놈이 나나 주선오에게 공격을 가하려 한다면 즉각 모래를 찢어버릴 생각을 품고서.
잠시 후, 모부가 처음 봤을 때처럼 보통 체격의 사람의 형체를 취했다.
그리고 머리 위의 삿갓과 손안의 구불거리는 모래 막대까지 만들어냈다.
“휴…. 이제야 좀 살 것 같군요.”
모부의 얼굴에 직선 세 개가 그어졌다.
다행히 모부는 그 상태로 가만히 서 있었다.
자존심이 쎄고 실력에 자부심도 강한 놈이었지만 자신보다 강한 것에게는 확실히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이제 확실히 정리해볼까.”
내 말에 모부의 찢어진 두 눈이 내게 향했다.
“…휴. 그래요. 레부가 하는 것처럼 당신을 따라다니며 수행하면 되는 건가요?”
“주인으로 모시는 겁니다, 쿄!”
뒤에 숨어있던 레부가 거들었다.
“그렇지.”
나는 일단 모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부가 내밀어진 내 손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죠?”
“모래 심장 썼으면 내놔야지. 선오가 나한테 준 거니까.”
모부의 눈이 더욱더 가늘어졌다.
“…….”
“주인이 달라는데 안 줄 거야?”
“…….”
여전히 모부는 답이 없었다.
모래 심장을 찾으니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괜한 객기였지만.
“그렇다면 뭐. 마나 단검.”
나는 두 개의 마나 단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예전의 레부에게 했던 것처럼, 모부의 몸을 깎아나가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흇! 뭐, 뭐죠?”
갑자기 몸을 이루던 모래들이 깎여나가는 것을 느낀 모부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모부의 몸에서 잘려나간 모래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사르륵. 사륵.
“안 주면 직접 찾는 수밖에.”
나는 염력을 이용해 모래를 한 뭉텅이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숭덩.
서걱.
“흇! 그, 그만!”
모부의 삿갓에서 한 움큼, 팔에서 한 움큼, 배에서 한 움큼 모래를 떼어내니 모부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모부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는 모부의 가슴팍에 손을 콱 찔러 넣었다.
푹!
해변의 모래 속에 손을 넣은 기분이었다.
모부의 두 눈이 부르르 떨렸다.
“흇!”
“내 손 삼킬 생각은 하지 마. 언제든 부술 수 있다는 거 알지?”
“…휴….”
모부의 직선 눈이 살짝 쳐졌다.
나는 모래 심장을 찾아 모래 속에 넣은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모래알들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곧 가슴 중앙 아래쪽에서 모래 심장을 붙잡을 수 있었다.
“찾았다.”
촥!
사르륵.
모래 심장을 움켜쥔 내가 그것을 빼어내자, 뻥 뚫린 구멍으로 모래들이 사르륵 쏟아져 내렸다.
“…휴….”
모부가 다시 쏟아진 모래들을 끌어모아 구멍을 메꾸었다.
“…그래요, 휴. 제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당신한테는 못 당한다는 걸 확실히 알겠어요. 주인 하세요.”
모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말이 조금 맘에 안 드네? 주인 하세요?”
“쿄! 주인한테 그런 말버릇이라니! 용서 못 합니다!”
레부가 또다시 거들었다.
아무래도 모부의 모래 인형을 부순 이후로, 레부의 충정심이 굉장히 강해진 것 같았다.
모부의 가느다란 눈이 레부에게 향했다.
레부가 다시 내 뒤로 숨어들었다.
“…휴. 그래요. 주인. 주인으로 모실게요. 휴.”
모부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 꼴을 보며 레부가 내 뒤에서 쿄쿄거리며 웃어댔다.
“쿄쿄쿄쿄! 꼴좋다, 모부! 쿄쿄쿄쿄쿄!”
사실 레부가 모부에게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았지만.
‘본인이 즐겁다는데 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