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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49화 (50/201)

제49화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게이트도 닫게 되고, 저희도 많이 배웠어요.”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몰리가 나와 주선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닙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나는 몰리와 뒤에 선 카터와 타일러, 그리고 루크를 천천히 훑어보며 말했다.

사실 이렇게 모두가 마중을 나와 줄 줄은 몰랐다.

며칠 전 처음 이곳에서 봤던 때와는 나를 보는 눈빛이 다들 달라져 있었다.

카터가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게이트 입장 전에 무례했던 것은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나는 피식 웃고는 카터의 손을 맞잡았다.

타일러 역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다음번에 만날 땐 부끄럽지 않도록 실력을 쌓겠습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셋은 주선오와도 간략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사이 나는 루크에게 악수를 청했다.

루크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양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정말 멋있었어요! 어제는 좀 홀린 것 같은 기분이라 말을 못 했는데…. 다음에도 꼭 같이 게이트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루크가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사실 게이트까지는 모르겠고, 외국에 다니게 되면 루크의 특성이 필요할 때가 많았다.

‘먼저 이렇게 말해주면 또 놓칠 수 없지.’

나는 일부러 재차 물었다.

“진짜요?”

“그럼요!”

“혹시 제가 부르면 바로 올 수 있어요?”

루크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리고는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감이 잔뜩 서린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루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좋아요. 그럼 루크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연락할게요.”

“네!”

나는 루크와 연락처를 교환한 후 주선오와 함께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얻을 건 다 얻었어.’

이곳에 온 이유였던 스탯 증폭의 돌도 성공적으로 얻었고, 추가로 모부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 생각도 못 했던 루크까지 만났고 한국에 돌아가면 게이트 지원금까지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설렘 가득한 기분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 * *

[한국 랭커들, 캐나다의 공원 속 무덤 클리어 성공]

[어떻게 모두 무사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윤도아 각성자 ‘상대를 잘 만났다’ 대답]

[캐나다 1위 랭커 몰리, ‘윤도아 각성자, 감히 평가할 수준이 아니다’]

[2위 랭커 카터, ‘한국의 랭커들이 아니었다면 모두 죽은 목숨’]

[‘바닷물로 만들어진 고래가 모래성을 휩쓸었다’ 각성자 루크가 전하는 공원 속 무덤의 이야기]

한국의 랭커들이 캐나다의 공원 속 무덤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는 소식은 금세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윤도아의 인터뷰에 실패했던 기자들은 캐나다의 랭커들과 루크의 인터뷰를 통해 게이트 안에서의 긴장감 넘치던 상황들을 전달했다.

그 덕에 사람들은 게이트 안에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

모래성에서 만난 모래 슬라임과 슬라임이 부리던 모래 인형들.

모든 것을 삼키는 슬라임들의 공포와 그걸 베어내던 주선오.

그리고 모래성 자체로 변한 슬라임을 쓸어버린 윤도아의 이야기까지.

게이트 안에서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게이트 브레이크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몬스터의 실체를 보게 된 커다란 사건으로, 윤도아의 능력보다는 몬스터가 더 주목받았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캐나다 게이트 클리어는 게이트 안에서의 일들이 다른 각성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들의 경외심까지 함께 전달되었다.

윤도아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고 순식간에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은 윤도아를 신봉하기 시작했다.

10km 상공 위의 윤도아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기분 좋게 잠들어 있었다.

* * *

11시간의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굳은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어우, 죽겠다.”

주선오 역시 피곤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게이트를 도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네요.”

“그러게.”

우리는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진득한 시선들이 따라붙었지만 주선오가 항상 그런 시선을 받았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입국장을 벗어나자 생각지도 못했던 김지석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지석이 밝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그런 김지석에게 다가갔다.

“여기까지 오셨어요? 힘드실 텐데.”

“같이 가지는 못했더라도 마중은 나와야지요. 두 분 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김지석이 우리를 안내했다.

마침 긴 비행에 피곤한데 잘 됐다 싶었다.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주선오도 고생이 많겠네.’

우리는 곧 김지석의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차에 탄 이후에야 꺼두었던 핸드폰을 켠 나는 그동안 별 일 없었나 싶어 기사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통 캐나다의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나는 대충 캐나다 게이트의 기사들을 훑어보며 김지석에게 물었다.

“그동안 뭐 별일 없었나요?”

“네. 두 분께서 캐나다에서 한 일 때문에 떠들썩한 것 말고는요.”

김지석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쩝, 입맛을 다시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캐나다의 네 각성자가 인터뷰에서 어찌나 나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던지, 읽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오늘은 집에서 푹 쉬시고 내일쯤 기관에 한 번 들러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알겠어요.”

김지석은 기어코 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준 후에야 주선오를 데려다주러 떠났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는 대신 곧바로 벙커로 향했다.

모부에게 보상을 마저 뜯어내고 오른 옵션들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레부, 모부.”

내 부름에 염력으로 들고 있던 심연의 불꽃과 모래의 심장에서 두 슬라임이 스르륵 튀어 나왔다.

“쿄!”

“…휴….”

“돌아왔군요, 쿄쿄.”

레부가 벙커 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모부는 처음 보는 공간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모부는 뭐 궁금한 거 생기면 레부한테 물어보고. 그전에.”

내가 모부에게 손을 까닥였다.

모부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내게 한 발 다가왔다.

“모부야. 새롭게 주인을 맞으면 해야 할 일이 있어.”

“…휴? 뭔가요?”

나는 모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

“네가 가진 스킬들 좀 다 뱉어 봐.”

“쿄쿄쿄쿄쿄.”

뒤에서 레부의 웃음이 들려왔다.

레부는 이미 한 번 겪었던 일.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기에 웃고 있는 것이었다.

모부의 직선 눈이 살짝 치솟았다.

“…스킬을요?”

“그래. 나는 이제 네 주인이지?”

“…휴. 네.”

“그럼 모부가 먹은 스킬은 누구 것일까, 레부야?”

“당연히 주인 겁니다, 쿄쿄쿄쿄.”

레부가 다시 쿄쿄거리며 웃었다. 모부의 입이 쭉 찢어졌다.

“…스킬을 갈취하다뇨! 제가 어떻게 모은 스킬들인데요!”

모부가 반항을 시도했다.

어떻게 모으긴 어떻게 모았겠나. 각성자들을 집어삼키고 녹여서 얻었겠지.

“네가 삼켜서 얻은 건 정당한 거고?”

내가 피식 웃으며 묻자 모부가 오히려 화를 냈다.

“그건 제 특성이잖아요!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나도 갈취를 특성으로 삼으면 되겠네.”

“휴? 뭐라고요?”

나는 모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림자 밟기와 백어택의 연계로 모부를 터트렸다.

콰앙!

후두두둑.

후들거리며 모여드는 모부의 뒤에서 다시 한 번 백어택.

퍼억!

“…휴…. 휴으….”

모부가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의 모래들을 끌어모았다.

나는 그런 모래 더미의 중앙을 퍽 밟았다.

“휴웃!”

그리고는 발로 모래 더미를 비비며 말했다.

“내놔. 이 정도면 갈취 특성 맞지?”

“…휴…, 못된…. 휴…. 휴…. 휴…! 휴웃!”

화를 참다못한 모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국어 욕을 배우지 못한 건지 아니면 내가 무서워서 욕을 하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휴휴거리기만 하는 것이 꽤 웃겼다.

“그리고 모부야. 항상 명심해 둬. 모래의 심장은 주인한테 있다는 걸 말야.”

내가 발을 치우며 모부의 머리 위에 모래의 심장을 흔들어 보였다.

“…휴…. 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저런 사람이랑 말을 섞는 게 아니었는데…. 휴!”

모부가 잔뜩 구시렁거리며 몸의 형태를 회복했다.

이번에는 레부의 웃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뭘 하고 있나 했더니 터져나가는 모부를 보며 겁을 먹은 듯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져 있었다.

“휴! 제가 정말 상종 못할 주인을 만났네요! 휴, 자요, 자! 다 가지세요!”

모부가 품고 있던 스킬들을 바닥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모부가 뱉어낸 작은 모래덩어리 위로 스킬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모부가 뿌린 스킬들은 모두 1회용 방어, 혹은 공격 스킬들이었다.

‘쓸모없는 것들뿐이네.’

“모부야.”

“휴! 또 왜요! 다 뿌렸잖아요!”

나는 들고 있던 심연의 불꽃을 휘휘 돌리며 말했다.

“이딴 거 말고. 스킬 레벨업권이나 전용 특성 레벨업권 같은 질 좋은 걸 줘야지.”

“…휴! 휴! 휴우우우웃!”

모부가 온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휴, 미쳤네요, 미쳤어! 정말 어쩜 이렇게 못된 사람이 다 있죠?”

“우리 모부가 또 터져봐야 정신을 차릴까?”

“휴우우웃!”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모부가 결국 바닥에 뿌려뒀던 스킬들을 모두 흡수했다.

그리고는 다시 몇 개의 스킬들을 뱉어냈다.

“흇! 휴웃! 흇!”

꼭 침을 뱉는 것 같은 동작에 기분이 조금 껄끄러웠지만, 모부가 뱉어낸 스킬들을 보고 그런 모부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스킬 레벨업권이 무려 2개나 있었다!

“거봐, 모부야. 이렇게 좋은 거 갖고 있었으면서 감추고 있었어?”

하지만 모부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구석에 있던 레부에게 달려들었다.

“쿄, 쿄! 뭐, 뭡니까!”

“휴우웃! 주인을 팰 수는 없으니 레부라도 괴롭혀야겠습니다!”

“쿄오옷!”

모부가 레부를 향해 모래들을 쏘아냈다.

불꽃 슬라임인 레부가 모래 슬라임 모부에게 당하고 사는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레부를 모래로 뒤덮어버리면 레부의 불꽃은 살 수 없으니까.

레부가 빠르게 모부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레부를 모부는 잔뜩 치켜뜬 눈으로 쫓았다.

‘…잘들 노네.’

나는 벙커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둘에게서 시선을 떼고 스킬 레벨업권 2장을 주웠다.

‘이걸 어디에 써야 하나.’

나는 악마의 고양이 특성을 살폈다.

[전용 특성 : 악마의 고양이 lv.3]

[전용 스탯 : 마나 운용 50/탐지 44]

[특성 스킬 : 마나 방패 lv.2/블링크 lv.1/염력 lv.4]

일단 한 장은 망설임 없이 염력의 레벨을 올리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남은 한 장으로는.

‘블링크를 올릴지, 마나 방패를 올릴지 고민이네.’

“휴웃! 불을 꺼버릴 겁니다, 레부!”

“아니, 쿄! 왜, 저한테 그럽니까, 대체! 쿄오옷!”

마나 방패는 방어 용도 이외에 도약을 할 때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점을 확인했고.

블링크도 직접 사용해보니 꽤 괜찮았다.

오히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공간에서는 블링크를 사용한다면 쉽게 뒤를 잡을 수 있었다.

‘백어택 연계도 되고.’

하지만 블링크로 이동한 곳의 마나가 소모된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것도 레벨을 올리다 보면 마나 소모량이 줄어든다던가 하려나?’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확인을 해보려면 직접 올려보는 수밖에 없고.

‘하긴 뭐.’

어차피 모부가 있으면 이제 스킬 레벨업권을 얻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쿄…! 쿄오! 열 받습니다! 저도 이제 안 참습니다, 모부!”

“휴? 휴휴휴휴, 전에는 내가 힘이 없어서 당했지만 지금은 아닌데요? 휴흇!”

‘시끄러.’

나는 염력으로 심연의 불꽃과 그림자 단검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탐지로 뒤쪽에서 서로를 물고 뜯고 난리를 피우는 둘의 위치를 파악해 두 단검을 날렸다.

쐐애액!

퍽! 퍼억!

“쿄!”

“흇!”

단검이 꽂히는 소리와 함께 둘의 짧은 비명이 들렸다.

“늬들 조용히 놀아.”

대답은 없었다.

조용해진 주변에 나는 잠시 고심하다가 스킬 레벨업권을 사용했다.

“마나 방패 레벨 3으로, 염력 레벨 5로.”

스킬의 레벨업을 알리는 알림글들이 촤르륵 떠올랐다가 곧 사라졌다.

나는 다시 한 번 특성을 확인했다.

[전용 특성 : 악마의 고양이 lv.3]

[전용 스탯 : 마나 운용 50/탐지 44]

[특성 스킬 : 마나 방패 lv.3/블링크 lv.1/염력 lv.5]

이제야 S급 종합 보상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나온 것 같은 만족스러운 옵션이 만들어졌다.

‘그럼 이제 테스트 차례지.’

나는 씩 웃으며 레부를 쫓아다니는 모부를 바라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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