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61화 (62/201)

제61화

[브란 마을에 의문의 살인 사건 발생해. 피해자의 목에 남은 두 개의 구멍]

[루마니아 브란 성의 괴담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는 브란 마을의 주민들]

[실존하는 드라큘라? 혹은 게이트 브레이크?]

루마니아의 기사를 확인한 나는 곧장 루마니아로 향했다.

브란 마을 사람들은 괴담이 실현됐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이는 분명 게이트 브레이크였다.

루마니아의 공항에 도착했지만 바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기다려야 할 사람이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살폈다.

‘3시.’

아직 그 사람이 도착하려면 3시간은 더 있어야 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밀린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김지석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도아 씨. 루마니아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일전에 말씀하신대로 주선오 각성자에게 전달할게요.]

뒤이어 도빈이에게 온 메시지도 있었다.

[누나. 김 이사님한테 누나 거기 갔다고 말했어. 상관없지?]

나는 피식 웃고는 도빈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응. 막 도착했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메시지를 보낸 나는 브란 마을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기사들을 살폈다.

[21일부터 브란과 브란 성 일대 통제 시작해]

[루마니아 각성 기관, 게이트 브레이크로 추정]

[루마니아, 세계 랭킹 1위 윤도아에 지원 요청]

‘딱 좋은 타이밍에 왔네.’

기사들을 확인한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세 시간 후.

주변의 대화소리가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주변을 살피자 근처에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루크가 있었다.

나는 루크에게 다가갔다.

캐나다의 게이트에 다녀온 지 한 달 정도의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루크는 그새 키가 자라 있었다.

“아!”

루크 역시 나를 알아보더니 곧장 내게 다가왔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잘 있었어요?”

“네, 그럼요. 당신 소식은 기사로 잘 보고 있었어요.”

루크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몰리랑 카터, 타일러가 두 분께 자극을 받은 모양이에요. 그 이후로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게이트를 닫고 있거든요.”

“아, 그런가요?”

아무래도 나와 주선오가 캐나다의 랭커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온 모양이었다.

“저야 게이트에 들어가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요.”

루크가 조금 침울해보였다.

‘도움이 안 된다고?’

회귀 전 내가 알던 루크는 통역 이외에도 꽤 도움을 주곤 했었다.

나는 루크의 특성을 살폈다.

그래도 게이트를 아예 안 간 건 아니었는지 지난번보다 성장해 있었다.

[루크]

[카피바라 신의 가호]

[초원의 지배자]

[전용 특성 : 만인의 친구 lv.1]

[전용 스탯 : 공감 18/매력 21/지배 16]

[전용 스킬 : 감정공유 lv.1]

[특성 스킬 : 친화 lv.1]

‘도움이 될 텐데?’

특성 스킬인 친화를 사용하게 되면, 루크가 가진 공감 스탯의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루크를 공격하지 않는다.

클리어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지만, 클리어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좋은 스킬이었다.

회귀 전 루크와 게이트를 돌 때면 일단 무조건 루크가 앞장을 섰다.

나는 은신한 채 루크를 따랐고.

‘루크가 먼저 친화 스킬을 쓰고.’

몬스터들이 루크에게 관심을 보일 때, 뒤에서 몬스터들을 정리해나가면 간단했다.

아직 매력 스탯과 친화 스킬의 레벨이 낮은 지금은 조금 위험하지만.

저 수치들이 높아진다면 루크가 게이트 안에서 죽을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아직 특성의 진가를 모르는군.’

루크 본인도 아직 친화 스킬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친화 스킬을 다른 각성자들이 알게 된다면 루크에게 게이트에 가자는 요청은 엄청나게 쇄도할 터.

지금도 사실 루크에게 함께 게이트에 가자는 요청은 많을 것이다.

루크가 가진 매력 스탯 때문에 어디서 호감을 사면 샀지 미움을 받지는 않을 테니까.

‘아직은 본인이 자신이 없는 거야.’

“일단 지금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지금 가는 곳은 게이트 안은 아니니까.”

나는 나름대로 루크를 다독였다.

다행히 조금 위안이 되었는지 루크는 금세 웃어 보였다.

우리는 차를 대여한 후 브란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역시 게이트 브레이크겠죠?”

“네. 그것밖에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요.”

회귀 전에는 브레이크가 일어난 게이트의 위치를 한참동안 찾지 못했다.

루마니아 측에서는 계속 각성자들을 파견하긴 했지만 무사히 돌아오는 각성자들은 몇 없었다.

대부분이 실종되거나 죽은 채 발견되었다.

간신히 살아 돌아온 각성자들도 게이트의 위치는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게이트는 브란 성의 비밀 통로 안에 있었다. 쉽게 발견될 리 없었다.

“사실 좀 놀랐어요. 진짜 연락이 올 줄은 몰라서.”

루크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다른 국적을 갖고 다른 언어를 쓰는 내게는 굉장히 도움 되는 특성을 가진 루크였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도움이 되니까요.”

내 말에 루크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캐나다의 각성자들에게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으리라.

“…기쁘네요.”

잠시 헛기침을 한 루크가 다시 물어왔다.

“그런데 굉장히 절묘하네요. 드라큘라가 하필 브란에 나타나다니.”

“장소랑 게이트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거죠.”

뱀파이어들의 소굴과 연결된 게이트에서 일어난 브레이크.

브란 마을 사람들의 추측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 게이트의 보스는 드라큘라였으니까.

“근데 그 게이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루크가 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찾지 못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게이트의 위치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브레이크가 일어난 게이트예요. 보스 몬스터만 잡으면 게이트는 알아서 닫힐 거고요.”

“아, 그렇군요.”

루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납득했다.

“역시 게이트 브레이크를 겪어보셔서 잘 아시네요.”

루크의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회귀 전, 루마니아의 게이트 브레이크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게이트 브레이크와는 달랐다.

뱀파이어의 소굴이라는 게이트의 특성 때문이었다.

뱀파이어들은 밤이 되면 브란 성의 비밀 통로와 지하에서 빠져나왔다.

놈들은 브란 마을 주민들을 습격했고, 결국 브란 마을은 뱀파이어의 소굴이 되어 버렸다.

‘그때 중요한 전력이 될 각성자들이 많이 죽었어.’

그제서야 다른 나라의 각성자들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한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되어 버렸고, 실종됐던 마을 주민과 각성자들은 감염자가 되어 다른 사냥감들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인 드라큘라를 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 남짓.

그 사이에 피해를 입은 각성자의 수는 오십여 명.

‘한 달 동안 지속된 게이트 브레이크 치고는 피해가 적은 편이었지.’

밤에만 움직이는 뱀파이어들이었기에 게이트 브레이크가 크게 번지지 않은 것이었다.

‘다행이라고 하기에도 뭣하지만.’

나는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도착하면 바로 움직여야 할 수도 있어요. 오래 앉아있어서 지겹겠지만 그래도 좀 쉬어둬요.”

내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도린은 빠르게 주위의 뱀파이어들을 훑어보았다.

‘둘, 넷, 여섯….’

어림짐작으로도 열 마리는 넘어 보였다.

‘디나는?’

브란 성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살폈지만 디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캬아!”

가장먼저 뛰어온 뱀파이어가 도린에게 이를 드러냈다.

허리를 숙여 뱀파이어의 송곳니를 피해낸 도린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이놈들을 먼저 정리해야겠군.’

이대로 놈들을 지나쳐 디나를 쫓아간다 하더라도 이들은 끝까지 도린을 쫓아올 것 같았다.

커다란 부메랑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도린으로서는 브란 성같이 좁은 내부보다는 이런 바깥에서 싸우는 편이 훨씬 나았다.

‘빨리 끝내자.’

도린은 끈질기게 달려드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부메랑을 휘둘렀다.

부웅-!

놈들은 부메랑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위치에 멈춰 섰다.

“허!”

도린이 기가 찬 감탄사를 내뱉었다.

놈들의 반응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무거운 부메랑을 사용하는 도린에게 까다로운 상대.

상대가 부메랑을 피하면 도린에게는 어쩔 수 없는 빈틈이 생기고 만다.

지금처럼.

“캬아아아!”

뱀파이어들이 도린에게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놈들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도린은 자신의 끝이 이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도린은 뱀파이어들을 피해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확산.”

도린의 몸에서 미세한 아지랑이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스스스스-

가장 앞서 도린에게 뛰어들었던 뱀파이어는 도린이 자신의 먹이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도린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하지만 도린에게서 피어오른 무색무취의 아지랑이가 뱀파이어의 손에 닿는 순간.

손가락 끝이 더 이상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음을 느꼈다.

“캬아?”

뱀파이어의 눈알이 데굴데굴 구르며 멈추어 버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비라도 된 것 같았다.

그것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뱀파이어는 보이지 않는 틀 안에 갇힌 것처럼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놈뿐만이 아니었다.

도린에게 달려들던 모든 뱀파이어가 동작을 멈춘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휴.”

바닥에 주저앉았던 도린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석상처럼 굳어버린 뱀파이어들이 눈알만을 굴려 도린을 바라보았다.

“뭔 일인지 모르겠지?”

도린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얌전하니까 얼마나 좋아.”

도린은 부메랑을 크게 휘둘렀다.

후우웅!

동작을 멈춰버린 뱀파이어들은 이전처럼 도린의 부메랑을 피하지 못했다.

촤아악!

도린의 부메랑이 깔끔하게 뱀파이어들의 허리를 두동강 냈다.

“…캬아아….”

작은 울부짖음이 새어나왔다.

도린은 거침없이 부메랑을 휘둘렀다.

서걱!

“억울하냐? 그럼 그냥 게이트 안에 처박혀 있지, 왜 나왔어.”

도린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늬들은 지금 집안에 나온 벌레나 마찬가지인 거야. 눈에 띄지만 않았으면 같이 공존했을 텐데. 안 그래?”

촤악!

세 뱀파이어의 머리가 날아가 재로 흩어졌다.

남은 건 한 마리뿐.

홀로 남은 뱀파이어의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렸다. 움직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아. 포기해라. 이거 강력한 신경독이거든.”

도린은 친절한 설명과는 다르게 거칠게 부메랑을 내리쳤다.

퍽!

마지막 뱀파이어가 회색의 재로 사라졌다.

브란 성의 정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부메랑을 거두고 숨을 돌린 도린이 말했다.

“저장.”

넓게 퍼져있던 아지랑이들이 순식간에 도린에게 흡수되었다.

잠시 제자리에 멈춘 채 아지랑이들을 모두 흡수한 도린은 부메랑을 어깨에 걸쳤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디나의 뒤를 쫓아야 했다.

도린이 언덕길을 올려다보자, 언덕길의 끝에 한 인영이 보였다.

그 인영은 도린의 시선을 느꼈는지 성 쪽으로 빠르게 숨어버렸다.

‘디나?’

뱀파이어들을 정리하기 전에는 분명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머릿속으로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도린은 이미 언덕길을 내달리고 있었다.

브란 성 입구와 연결된 계단 밑에 도착한 도린은 숨을 헐떡였다.

디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 안으로 들어간 건가?’

도린이 계단 위로 한 발을 내딛었다.

‘여길 올라가는 게 맞는 건가?’

도린은 동작을 멈췄다.

다시 생각해보면 디나의 행동은 너무 이상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브란 성으로 뛰어가기만 했다.

게다가 조금 전 정원에서 뱀파이어와 싸운 후에도 디나는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듯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졌다.

마치 계속 따라오라는 듯한….

‘…설마….’

뱀파이어들 역시 이상했다.

디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도린에게만 달려들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였지만.

‘어쩌면 디나는….’

이미 뱀파이어에게 물린 것일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 성을 올라가는 것은 자신을 물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디나를 죽일 수 있을까.’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몇 개월 동안 함께 생사를 걸어온 각성자였다.

아니, 각성자라는 건 둘째 치고 같은 사람이었다.

디나를 죽이게 되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떄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사사삭.

도린은 생각을 멈춘 채 반사적으로 부메랑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사사사삭!

‘위!’

도린이 고개를 번쩍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드높은 성벽을 타고 수 개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조금 전 상대했던 놈들과는 뭔가 달랐다.

창백하고 깡마르고 송곳니가 두드러진 생김새는 같았지만, 옷차림이 달랐다.

까만 옷이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옷들.

뱀파이어들이 미쳤다고 사람들의 옷을 훔쳐입을 리는 없었다.

‘실종된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 생기라고는 없었다.

뱀파이어로 변한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망설이는 사이.

그들은 바닥 가까이까지 내려와 벽에서 뛰어올라 도린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아!”

“젠장!”

도린은 부메랑을 휘두르는 대신, 부메랑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들이 떨어져 내릴 충격에 대비해 살짝 몸을 숙였다.

파바박!

쿵! 쿠웅!

도린은 부메랑 위로 떨어져 내린 그들의 무게에 무릎을 꿇었다.

‘젠장, 어쩔 수 없나.’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죽이는 것이 사람이냐 괴물이냐를 따지기는 힘들었다.

‘한 번 더 확산을….’

툭.

투둑.

도린을 덮쳤던 주민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젠장!’

도린이 위로 치켜들었던 부메랑을 휘두르려다가 멈칫했다.

바닥에 떨어진 주민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몸에 붉게 타오르는 불꽃의 창이 박힌 채.

화르르륵.

‘…뭐지?’

도린은 당황한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꿈틀거리던 그들은 이내 축 늘어졌다.

그들의 몸을 관통했던 불꽃창이 천천히 뽑혀 올라갔다.

도린은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불꽃창의 움직임을 쫓았다.

화르륵.

불꽃창들은 이내 작은 구슬의 형태로 뭉쳐지며 더 위로 올라갔다.

도린은 붉은 구슬의 움직임을 따라 위로 시선을 돌렸다.

“!”

붉은 구슬이 안내한 시선의 끝,

수 미터 높이의 브란 성 꼭대기에 누군가 서 있었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잘 알고 있는 얼굴.

세계 랭킹 1위 윤도아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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