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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64화 (65/201)

제64화

“…저건…!”

“박쥐…?”

도린과 루크 역시 내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던 박쥐는 정원의 한 나무 위로 내려앉았다.

까만 눈동자가 우리를 훑고 지나갔다.

“저게 드라큘라…?”

루크가 중얼거렸다.

나는 확인차 박쥐의 정보를 살폈다.

[드라큘라]

[S급 스킬 보상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

‘역시.’

드라큘라가 맞았다.

게다가 놈이 있던 게이트는 S급의 게이트였다.

확실히 놈들이 밤에만 활동한다는 제약이 없었다면 루마니아가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크크크….”

다른 조무래기들과는 다른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박쥐의 얼굴로 기괴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곧 박쥐를 중심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스르르르—.

검은 연기는 점점 위쪽으로 퍼지더니 곧 사람의 크기 정도로 커졌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려는 것 같았지만.

‘굳이 기다려줄 필요는 없지.’

나는 내 주변을 맴돌던 불꽃의 뱀을 검은 연기로 쏘아 올렸다.

쉬이익!

불꽃의 뱀은 검은 연기의 중앙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불꽃의 뱀을 통과시켰다.

그러더니 다시 모여들어 다리와 몸통, 팔, 머리의 형체를 만들어 냈다.

나는 불꽃의 뱀을 되돌려 놈의 뒤를 노렸지만, 놈은 불꽃이 지나는 심장 부근만을 검은 연기로 바꾸어 불꽃을 통과시켰다.

‘역시 보스라 이건가.’

드라큘라는 이 정도의 공격은 우습게 피해냈다.

나는 불꽃의 뱀을 내게 끌어당기며 놈을 살폈다.

그 사이 놈은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취했다.

금색의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뒤로 빗어 넘긴 창백한 피부를 가진 호남형의 남자.

드라큘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비단으로 만든 것 같은 붉은 블라우스 위에 검은 양복까지.

기품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드라큘라가 미소를 짓자 입술 사이로 두 개의 송곳니가 비죽 튀어나왔다.

놈의 창백한 손이 살짝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붉은 빛의 눈동자는 어떤 것을 먼저 사냥할까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를 살펴보았다.

‘다른 사람한테 가게 두지는 않아.’

나는 불꽃의 뱀을 여러 개로 나누었다.

화르륵.

순간 드라큘라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었다.

나는 수십 개로 나뉜 불꽃의 뱀을 다시 드라큘라에게 쏟아부었다.

촤악!

불꽃의 뱀들이 드라큘라에게 도달하기 전, 놈이 다시 안개처럼 흩어졌다.

사르륵.

검은 안개가 나무 위에서 흘러내리듯 아래로 떨어졌다.

내 손짓에 따라 불꽃의 뱀들이 드라큘라를 추적했다.

바닥에 내려선 검은 안개는 다시 빠르게 사람의 형태를 취했다.

나는 놈의 머리 위로 불꽃의 뱀들을 떨구었다.

하지만 그때.

촤라락!

갑자기 드라큘라의 등에서 붉은 빛의 액체들이 튀어나와 놈을 감쌌다.

붉은 액체는 놈의 주변을 빠르게 흐르며 고치를 만들었다.

동시에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피인가?’

나는 불꽃의 뱀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피의 고치를 향해 내리쳤다.

화륵!

촤아아아!

불꽃의 뱀이 부딪힌 붉은 고치에서 잿빛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눈을 부릅뜨며 연기를 바라보았다.

‘상쇄!’

순식간에 피와 닿은 불꽃이 모두 꺼져버렸다.

불꽃이 상쇄되는 일은 처음이었다.

지금껏 물을 다루는 몬스터와 마주친 적이 없었거니와 아직 내 악마의 고양이 특성이 완벽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다시 레부를 향해 손짓했다.

“쿄아!”

레부가 뱉어낸 불을 끌어당기는데 드라큘라를 감쌌던 피의 고치가 풀리기 시작했다.

피는 사과의 껍질을 깎듯이 위에서부터 깎여 나왔다.

그러더니 가느다란 줄기로 바뀌며 드라큘라의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쪼르륵.

피가 보이지 않는 유리잔에 담기는 것처럼 어떠한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송곳의 끝처럼 뾰족한 날을 시작으로 기다란 꼬챙이 같은 것이 나타났다.

1미터 정도 길게 뻗은 꼬챙이의 위로 섬세한 장식의 손잡이가 나타났다.

‘레이피어!’

날카로운 검의 날을 가진 레이피어였다.

손잡이 끝에 길게 늘어선 실 같은 붉은 선은 드라큘라의 등 뒤로 이어졌다.

레이피어가 내게 빠르게 찔러 들어왔다.

쇄액!

‘마나 방패는 뚫린다!’

확실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그림자 단검으로 레이피어의 날을 막아냈다.

카앙!

날카로운 레이피어의 날과 그림자 단검의 옆면이 부딪혔다.

그리고 곧바로 심연의 불꽃을 꺼내 레이피어의 날을 내리쳤다.

치지지직.

피로 만들어진 레이피어의 날이 동강나며 연기가 일었다.

하지만 부러진 레이피어의 날이 다시 날카롭게 벼려지기 시작했다.

손잡이와 연결된 가느다란 피의 선이 계속해서 피를 공급해주는 것 같았다.

날을 회복한 레이피어의 끝이 살짝 휘며 내 얼굴을 노렸다.

나는 땅을 박차고 뒤쪽으로 도약했다.

훅!

동시에 공중에 수십 개의 마나막을 만들어 피의 레이피어와 드라큘라에게 내리쳤다.

파바밧!

하지만 마나막이 놈에게 닿자마자.

사르륵!

놈의 형체와 피 모두가 흩어져 버렸다.

‘빠르다!’

보이지 않는 마나막이 피부에 닿는 순간 바로 연기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민첩하다고 생각했던 조무래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반응 속도였다.

연기로 변한 드라큘라는 아직 허공에 떠 있는 내게 순식간에 날아왔다.

훅!

연기는 순식간에 나를 감쌌다.

‘이대로 있으면 먹힌다.’

잿빛의 연기가 내 시야를 막기 시작했다.

나는 놈에게 삼켜지지 않기 위해 빠르게 스킬을 사용했다.

“블링크.”

슉!

순식간에 시야가 변했다.

나를 감쌌던 회색의 연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

그대로 바닥으로 착지한 나는 레부에게 손짓했다.

“쿄아!”

레부가 불꽃을 뿜었다.

나는 그 불꽃을 그대로 움직여 연기를 향해 날려보냈지만.

화르르륵!

역시나 드라큘라의 연기는 빠르게 흩어져 불꽃을 피해냈다.

나는 불꽃을 여러 개로 쪼개어 쉴 틈 없이 연기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드라큘라는 이제 사람의 형태를 취한 채 불꽃이 지나가는 부분만을 연기화해 불꽃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등에서 연결된 피의 실은 어느새 새로운 형태의 무기를 만들어냈다.

거대한 날을 가진 도끼가 내게 날아왔다.

부웅!

나는 불꽃을 모두 내 앞으로 모이게 해 두꺼운 불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마나 방패!”

나와 불의 방패 사이에 마나 방패까지 만들어냈다.

치지지직!

내리쳐진 도끼와 불의 방패가 충돌하며 거친 연기를 뿜어냈다.

도끼는 마나 방패에 닿기도 전에 모두 상쇄되어 사라져버렸다.

나는 마나 방패를 해제시켰고, 드라큘라는 자루만 남은 도끼를 회수했다.

놈과 나는 잠시 약속이라도 한 듯 공격을 멈추었다.

놈을 바라보자.

놈의 붉은 눈동자 역시 내게 꽂혀 있었다.

그리고 호선을 그리는 놈의 입술.

나 역시 놈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드라큘라와의 싸움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놈이 위협적이지는 않아서 싸움의 스릴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피라는 액체를 이용한 공격이 굉장히 독특했다.

놈은 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무기들을 만들어냈다.

피가 놈과 이어져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긴 했지만, 놈에게는 제약이 아니었다.

안개나 박쥐로 변할 수 있는 드라큘라는 빠른 이동이 가능했다.

피가 끊어질 것 같이 멀리 있다면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

나는 놈이 피로 구현하는 무기들에게 흥미를 느꼈다.

‘나도 마나로 똑같은 무기들을 구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

놈의 공격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물론 마나 단검을 만들었던 것처럼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놈의 피로 구현된 무기들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해보자.’

드라큘라 역시 나에 대한 관찰을 끝냈는지 다시 등에서 피를 뽑아내어 무기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기다란 자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놈이 구현하는 무기를 보며 똑같이 불을 다듬기 시작했다.

1미터가 넘는 긴 자루를 만들어낸 피는 곧 양 옆으로 넙적하게 퍼져나갔다.

한쪽은 짧고 반대쪽은 긴, 거대한 낫이 구현되었다.

나 역시 그것을 따라 똑같이 불꽃의 낫을 만들어내었다.

화르륵!

“크크크크.”

놈이 내가 만들어낸 불꽃의 낫을 보며 웃고는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부웅!

나 역시 불꽃의 낫을 휘둘렀다.

두 개의 붉은 낫이 허공에서 부딪혔고.

촤아악!

치지지직—.

두 개의 낫이 상쇄되며 연기로 사라졌다.

동시에 빠르게 내게 도약해온 드라큘라가 팔을 휘둘렀다.

어느새 핏빛으로 물들어 날카롭게 벼려진 놈의 손톱이 내 목을 노렸다.

촤악!

나는 허리를 뒤로 젖혀 놈의 손톱을 피했다.

그리고는 오른발을 휘둘러 놈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퍼억!

생각지 못한 공격이었는지 정통으로 옆구리를 맞은 놈이 옆쪽으로 날아갔다.

부웅!

하지만 놈은 연기로 흩어지며 빠르게 멈추더니 다시 사람의 형태를 취했다.

내가 다리를 거두며 자세를 잡는 사이, 놈이 이번에는 등에서 다섯 개의 핏줄기를 끄집어냈다.

또 다시 무기를 구현하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뭐냐.’

나는 똑같이 불꽃을 다섯 개로 나누며 놈이 구현하는 무기를 관찰했다.

동시에 다섯 개의 장검이 만들어졌고 놈이 내게 돌진했다.

촤르륵!

나 역시 똑같이 다섯 개의 불꽃 검을 만들어냈다.

핏빛의 장검들이 내게 휘몰아쳤고, 나는 불꽃의 장검들을 휘둘렀다.

다시 한 번 피와 불의 무기가 부딪혔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촤악! 치지지직!

동시에 놈의 손이 내게 뻗어왔다.

쫙 펼쳐진 놈의 손바닥에서 수십 개의 핏빛 가시가 빠르게 자라나 내 눈을 노렸다.

“마나 방패!”

나는 눈앞에 마나 방패를 소환했다.

카가각!

핏빛의 가시들이 마나 방패에 박혔다.

나는 가시가 박힌 마나 방패를 앞으로 밀어낸 후 옆으로 홱 움직였다.

콰드득!

카득!

놈의 핏빛 가시들이 부러졌다.

동시에 나는 심연의 불꽃을 휘둘러 놈의 팔을 베어냈다.

서걱!

“캬악!”

드라큘라가 뻗었던 손을 거둬들이며 뒤로 물러났다.

놈의 잘린 손은 바닥에 떨어지더니 곧 조무래기 뱀파이어들처럼 재가 되어 흩어졌다.

물러난 놈의 잘린 손목에는 그새 새로운 손이 자리잡고 있었다.

피로 만든 손이었다.

“크크크.”

손이 잘렸음에도 드라큘라는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그 후로도 놈은 여러 개의 무기를 만들어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지지 않고 놈의 무기를 그대로 복제했다.

‘디테일은 필요 없어.’

한 번 쓰고 버릴 무기에 중요한 것은 성능이지 디자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략적인 형태만을 빠르게 베껴야만 놈의 공격을 맞받아칠 수가 있었다.

촤륵!

화르륵!

치지지직—!

무기들의 공방이 여러 번 이어졌다.

계속해서 놈을 따라 무기를 구현하다보니 그새 무기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빨라졌다.

놈의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나 역시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촤악—!

나와 놈은 서로의 무기를 상쇄시키며 서로를 지나쳤다.

드라큘라는 아직 지친 기색은 없었지만, 어느새 웃음은 사라진 얼굴이었다.

놈이 이번에는 등의 피로 창을 구현해냈다.

나도 놈을 따라 빠르게 창을 만들었다.

화륵!

순식간에 불의 창이 완성되었다.

평소에 만들던 불꽃 창은 그저 불꽃을 늘려놓은 정도였지만, 이번에 만들어낸 것은 놈이 만든 대로 정교한 형태를 지닌 창이었다.

‘좋아.’

이제 내 무기의 구현 속도는 놈을 넘어섰다!

드라큘라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놈의 핏빛 창이 내게 날아들었다.

코웃음을 친 나 역시 불꽃 창을 날려 놈이 날린 창과 충돌시켰다.

치지직!

그리고 양손에 단검을 쥔 채, 놈에게 돌진했다.

드라큘라 역시 내게 돌진했다.

핏빛의 손이 꿈틀거리며 뭉개지더니 날카로운 날의 형태로 변했다.

동시에 놈은 다시 여러 개의 창을 만들어 내게 날렸다.

‘질 수 없지.’

나는 놈의 창을 상쇄시키고 더 나아가 놈에게까지 창을 날렸다.

쇅!

쇄애액!

놈의 몸이 연기로 화하며 창들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나와 충돌하기 직전, 손의 칼날을 내게 내리쳤다.

촤아악!

핏빛 칼날이 길게 늘어나며 내게 날아들었다.

“마나 방패!”

나는 놈의 칼날이 내리쳐지는 왼쪽 편에 마나 방패를 생성했다.

그리고는 놈에게 파고들며 두 개의 단검을 놈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푹!

놈이 바로 연기로 변하며 나를 스쳐 지나갔지만.

‘찔렸다!’

양손에 무언가를 찌르는 감각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나는 빠르게 몸을 돌리며 놈을 살폈다.

역시 내게 몸을 돌린 놈의 가슴에 두 개의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스스슥.

그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회복.’

마치 내 돌고래 신의 가호처럼, 저놈도 비슷한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놈은 굳어진 얼굴로 나를 쏘아봤다.

초반에 나를 좋은 먹잇감이라고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없애야 할 적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놈의 핏빛 손이 빠르게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그러더니 다시 등에서 핏줄기가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가느다란 줄기가 아니었다.

놈의 몸통보다도 커다란 줄기로 뽑혀져 나온 피들이 허공에 울렁거렸다.

‘…!’

놈의 피는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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