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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81화 (82/201)

제81화

기다리고 있는 연락이 두 개나 있었지만 오늘 받게 된 연락은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내게 연락을 해온 것은 안세인이었다.

[도아 씨. 잠깐 기관에 들러줄 수 있어요?]

‘웬일로 관장님이 직접 연락을 하셨지?’

기관에서 내게 연락을 취하는 것은 김지석이 맡고 있었다.

더구나 잠깐 기관에 와달라는 것 같은 식의 연락을 안세인이 직접 한 것이 이상했다.

뭔가 중대한 일이 일어났다든지, 혹은 김지석이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든지 둘 중 하나의 경우일 것 같았다.

‘가보면 알겠지.’

비가 계속해서 쏟아졌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도 힘들었다.

이럴때라면 보통 김지석이 마중을 나오곤 했는데 영 신경이 쓰였다.

“오늘도 나가십니까? 몸조심 하십시오!”

언제나처럼 아파트를 지키는 보안 요원이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우산을 든 채 비를 헤치고 기관으로 향했다.

기관에 도착해서 관장실로 올라가자 그 안에는 뜻밖의 사람이 있었다.

“유 경장님?”

안세인과 유지은이 함께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유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확실히 지난번 본가에 침입했던 사이비들을 신고한 이후로는 지금껏 마주친 적이 없었다.

“기관 소속이셨나요?”

“아뇨, 소속은 아직 없습니다. 오늘 여기엔 각성자로 온 게 아닙니다.”

유지은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경찰의 신분으로 왔다는 건데….’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

안세인이 내게 자리를 권했다.

안세인의 얼굴에는 뭔가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안세인이 입을 열었다.

“뭐랄까. 이야기 꺼내기가 좀 어렵네. 혹시 도아 씨, 기관 소속 각성자 중에 오진서 각성자라고 알아요?”

“…네? 오진서 각성자요?”

안세인의 입에서 오진서의 이름이 나올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나는 조금 당황한 채로 안세인을 바라보았다.

“역시 모르려나.”

“아뇨, 알아요. 안 그래도 제가 좀 볼일이 있어서 찾고 있었는데 오진서 각성자 찾으셨나요?”

내 물음에 이번에는 안세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가요? 찾았냐고 묻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자취를 감췄던 걸 알고 있었나 보네요.”

“네. 김 이사님께 찾아봐 달라고 이야기를 해둔 상태였는데…. 그런데 김 이사님은요?”

이런 자리에 김지석이 없다는 것도 의아했다.

안세인의 안색이 다시 조금 어두워졌다.

“김 이사 얘기는 조금 이따 하기로 하죠. 일단은 이 얘기부터. 유 경장님이 설명해주세요.”

안세인이 유지은에게 말을 넘겼다.

고개를 끄덕인 유지은이 나를 보며 말했다.

“며칠 전에 공원 저수지에서 사체가 한 구 발견됐습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아, 네. 기사를 보긴 했어요.”

회귀 후 첫 게이트를 클리어했던 곳에서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기사였기에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 기사가 났던 것이 벌써 일주일 전쯤이었다.

그런데 유지은이 이곳에서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설마 그게…?”

내가 멈칫하며 묻자 유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신원 확인을 해본 결과, 방금 관장님께서 말씀하신 오진서 각성자였습니다.”

‘…오진서가 죽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김지석이 오진서를 찾지 못했던 이유도…?

“혹시 사망 시기가 언제인가요?”

“그게 조금 이상하단 말이죠.”

안세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오진서 각성자는 컨벤션의 경매에 참여했어요. 권 선생님이 확실히 각성증과 얼굴까지 확인도 했고요.”

“네. 저도 경매에서 마주쳤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권재경에게도 들었던 이야기였다.

유지은이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진서 각성자의 사망 시기는 적어도 컨벤션 전으로 추측됩니다.”

“컨벤션 전….”

“어떻게 그 전에 죽은 사람이 컨벤션에 나타날 수가 있냐는게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지.”

안세인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사람 자체가 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말을 아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진서 각성자가 미등록 각성자와 한패는 아니었군.’

평범한 기관 소속의 각성자였지만 이시결에게 이용당했을 확률이 컸다.

그게 자의였든 타의였든.

“혹시 사인도 알아내셨나요?”

내 질문에 유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 때문이에요. 신경독. 그런데 그게 제가 봤을 때는….”

유지은이 말끝을 흐렸다.

“각성자의 짓인 것 같았습니다.”

안세인이 깊은 한숨과 함께 팔짱을 꼈다.

“독에 관련된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오진서 각성자를 죽였다, 이건가요?”

내 물음에 유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떻게 확신하시죠?”

“확신은 아니고 추측일 뿐입니다만. 일단 요즘은 일반 사람들이 각성자들을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죠. 각성자들은 일반 사람들과 능력치가 다르니까.”

안세인의 말에 유지은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 그렇다고 일반 사람들에 의한 독살을 배제할 수는 없어서 저희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긴 합니다만. 가장 큰 추측의 이유는 그 독의 성분이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던 독이라서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지은의 전용 특성 또한 독이었다.

“제가 사용하는 독이랑은 종류가 달랐습니다. 제 독은 조직을 괴사시키는 출혈독이지만 오진서 각성자의 사체에서 발견된 독은 마비를 시키는 신경독이었어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시결의 정보를 보았을 때 독에 관련된 스킬이 있던 것 같았다.

‘그럼 역시 오진서 각성자를 죽인 건 이시결일 확률이 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오진서를 죽여 각성증을 빼앗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단 피해자 자체가 기관 소속의 각성자라서 관장님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온 겁니다.”

여전히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안세인이 중얼거렸다.

“유 경장님의 생각대로라면 어쨌든 오진서 각성자를 죽인 사람도 각성자라는 이야기인데….”

“네.”

“그럼 일단 각성자들을 다 확인해봐야겠군요. 후, 이런 건 김 이사가 잘 하는 일인데….”

나는 안세인을 바라보았다.

“참. 김 이사는 휴가를 냈어요.”

뜻밖의 이야기였다.

“…휴가요?”

“타이밍이 좀 절묘하긴 한데. 그렇게 쉬라고 해도 안 쉬던 사람이 며칠 전부터 상태가 좀 이상하더라고. 뭐 때문인지 물어봐도 대답을 피하기만하고. 그래서 일단 조금 쉬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웬일로 바로 휴가를 내더라고.”

내가 알던 김지석은 기관이 이렇게 어수선할 때에 자리를 비울 사람이 아니었다.

“며칠 전이라면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안세인이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글쎄…. 아, 그래. 사체 발견 기사가 났을 때쯤인데, 그때 분명 혼자서 게이트를 간 적이 있었지. 그 이후로 상태가 안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기도 했고.”

“혼자 게이트요?”

“그래요. 나도 그때 게이트를 가려다가 만나서 얘기했던 거라 확실히 기억하거든요. 혼자서 게이트를 가겠다고 갔었죠.”

대략 일주일 전이었다.

그쯤부터 나한테도 오진서를 찾는 것에 대한 보고가 끊기긴 했었다.

단순히 찾은 후에 이야기해주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일에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 큰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몰랐다.

게다가 혼자서 게이트를 갔다 온 이후라면.

‘…설마 최은서가?’

어쩌면 최은서가 레부 모르게 미등록들에게 김지석의 정보를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지석이 들어갔던 게이트에서 미등록들이 무슨 짓을 벌인 걸지도 몰랐다.

‘당장 연락해봐야겠군.’

“어쨌든 상태가 안 좋은 사람한테 일을 시킬 수는 없으니. 일단 등록된 각성자들 살펴보는 건 나랑 직원들이 해보고 연락 줄게요.”

나는 안세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런 짓을 한 각성자라면 분명 기관에 등록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 않았다고요?”

“네. 어떤 각성자든 자신이 받은 신의 가호와 연관된 전용 특성과 스킬들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럼 당연히 자신이 의심받을 걸 알 텐데 등록을 해둔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를까요?”

내 설명에 안세인이 침묵했다.

유지은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대체….”

“…미등록일 가능성이 크군요.”

안세인이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네. 제 생각은 그래요.”

“미등록…, 이요?”

유지은의 되물음에 안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했다.

“정부와 기관이 각성자 등록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필수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등록하지 않더라도 딱히 처벌을 받는다거나 하지는 않지요. 사실 자신이 등록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알아보지도 못하고요.”

“그렇다면 찾기 힘들겠군요.”

유지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에 정말 미등록이 저지른 짓이라면요. 게다가 요즘 들어 미등록들이 게이트를 닫는 경우도 많아져서 움직임이 영 수상쩍기는 했는데….”

안세인이 다시 양쪽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후.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강제적으로 등록을 시킬 수도 없고. 어려운 문제네요.”

작게 한숨을 내쉰 유지은이 애써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은 혹시 모르니 그래도 등록된 각성자와 가호자들 정보를 살펴봐주시겠습니까? 저도 뭔가 더 발견이 되거나 다른 증거를 찾게 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도 따로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래요. 다시 연락하도록 하죠.”

기관을 나온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개의 이빨 사무실로 향했다.

김지석이 자리를 비우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미등록들이 기관을 무너트리기는 쉬워진다.

김지석이 게이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든 최대한 빨리 김지석을 기관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보다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주선오가 김지석을 찾아가는 것이 나을 터.

하지만 개의 이빨 사무실에 주선오는 없었다.

‘마침 잘 됐네.’

나는 레부를 불러냈다.

“레부, 연결.”

“쿄.”

레부가 잠시 작은 불꽃을 일으켰다.

곧 그 열기를 느꼈는지 레부를 통해 최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네…?>

“나예요.”

<아. 네…. 아직 밤 거미 정보는….>

최은서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최은서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아뇨. 혹시 최은서 씨. 미등록 쪽에 김지석 이사에 대한 이야기, 했나요?”

<네? 아뇨, 안 했는데요….>

여전히 당혹스러운 목소리였다.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 영 판단이 힘들었다.

최은서가 이어 말했다.

<레, 레부가 감시하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정말로 안 했어요.>

“혹시 모르죠.”

레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른 방식으로 전달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 진짜예요!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둘러댔단 말이에요. 지금 그것 때문에 사실 이쪽 정보를 빼내는 것도 더 힘들어졌어요. 오히려 제가 의심당하고 있단 말이에요….>

억울한 듯 최은서의 말이 길어졌다.

의심을 당하고 있다면 최은서를 저대로 두는 것도 조금 위험했다.

이중 스파이라는 사실이 들킨다면 최은서가 무사하지는 못할 터.

“흠….”

<…그, 근데 김지석 이사한테 무슨 일이라도…?>

“그럼 그쪽에 뭔가 변화 같은 건 없어요? 새로 계획을 세워서 움직인다던가 뭐 사소한 거라도.”

최은서가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러더니 곧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뭔가 있었나요?”

최은서를 재촉했다.

<그…. 며칠 전에 미등록 한 명이 게이트에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게이트 안에서 사람이 죽는 건 특별할 일은 아니었지만.

김지석이 갑자기 휴가를 낸 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뭔가 쎄한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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