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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20화 (121/201)

제120화

“꺅!”

굉장한 힘에 뒤로 날아가는 이시결을 보며 놀란 박효진이 비명을 질렀다.

니엘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이시결을 날려버린 장본인인 이네스도 당황했는지 자세가 흐트러졌다.

‘보이지 않는 손.’

나는 이시결의 뒤로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냈다. 이시결을 받아낼만큼 커다란 손이었다.

잘못해서 벽에 머리라도 부딪혀 뇌에 충격이 가기라도 하면 그건 이리나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시결이 벽에 부딪히기 전 그를 받아낼 수 있었다.

퍽!

날아가던 것을 억지로 멈추게 하니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부딪힌 이시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바닥에 붉은 핏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툭.

투둑.

“피, 피가!”

박효진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이네스의 눈동자가 바닥에 떨어진 피를 훑고 자신의 레이피어를 향해 움직였다.

레이피어의 날을 타고 흐르는 선명한 피를 본 이네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뚫렸나.’

하긴 몬스터를 상대하던 그대로 공격에 임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나는 곧바로 이시결의 앞으로 이동했다.

‘블링크.’

훅!

바닥에 주저앉은 이시결이 살짝 미간을 찡그린 채 팔에 찬 보호대를 풀어내고 있었다.

‘움직이는 걸 보니 크게 다친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이시결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그의 팔을 살폈다.

그가 보호대를 풀어내자 그 안에 고여 있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괜찮습니까?”

레이피어를 넣은 이네스가 다가와 물었다.

이시결이 살짝 팔을 움직여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양쪽 팔이 부러진 적도 있는데 이 정도야.”

이시결은 나를 보지는 않았지만 나를 비꼬아 말한 것이었다.

게이트 안에서 만났던 놈을 제압하느라 팔과 손목을 부러트렸으니.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별로 안 다친 것 같은데.”

이시결에게 핀잔을 준 내가 그의 팔을 낚아채 살폈다.

“그렇게 하면 아픕니다만.”

그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붙잡은 까만 셔츠의 소매가 축축했다.

기분 나쁜 감촉에 미간을 찡그린 나는 그의 셔츠 소매를 걷어냈다.

팔의 중앙 쯤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마나를 움직여 그의 팔에 묻은 피를 슥 닦아냈다. 그러자 새끼 손가락만한 구멍이 나타났다.

초당 백여 번의 찌르기였지만 구멍은 딱 한 번 찔린 것처럼 한 개뿐이었다.

“…어우.”

니엘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평소에 게이트 안에서 피를 볼 일이 많겠지만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은 익숙치 않은 모양이었다.

“…어, 어떡해. 자, 잠깐만 기다려요. 리, 리나 씨 부를게요!”

박효진이 덜덜 떨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내가 염력으로 그녀의 핸드폰을 주워 올리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천천히 하세요.”

“네, 네.”

박효진이 허공의 핸드폰을 들고는 이리나에게 연락을 했다.

나는 혹시나 싶어 그의 팔을 뒤집어 반대편을 살폈다.

팔이 관통된 건 아니었다.

“아야. 아프다고 했습니다만.”

이시결이 조금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팔도 부러졌던 놈이 이것도 못 참아?”

“다르지 않습니까. 직접 겪어보시겠습니까?”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이시결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마나를 이용해 그의 팔을 지혈한 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보호대를 들어올렸다.

보호대 역시 한 지점에만 구멍이 뚫려있는 상태였다.

“조금 전에는 평소대로 공격한 겁니까?”

이시결이 이네스에게 물었다.

“네.”

“그럼 당신이 가장 잘 알겠군요. 어떤 것 같습니까? 당신 공격에 이정도 피해를 입었는데.”

그가 내 손에 들려있는 보호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보통 몬스터를 이렇게 찌르면 날 끝이 몸을 관통합니다.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네요.”

만약 보호대가 없었다면 팔을 관통해서 심장까지 찔러들어갔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이네스의 말에 이리나에게 연락을 마친 박효진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 그래도 괜히 제가 테스트 해달라고 해서 다치신 거 아네요? 죄송해요.”

그러자 이시결이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뭐가 죄송한 겁니까? 저한테 보호대를 착용하게 하고 이네스한테 저를 공격하라고 한 건 윤도아 씨입니다만. 사과를 하려면 윤도아 씨가 저에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둥이를 뚫어버렸어야 했는데.’

나는 이시결의 말을 무시한 채 이네스에게 말했다.

“저도 비교해보고 싶은데 한 번만 더 해줄 수 있어요?”

“공격 말입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내가 앞에 마나 방패를 만들어냈다.

촤르륵.

레벨 4의 마나 방패.

전신을 덮을 정도의 크기인 마나막이 40장 겹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는 마나 방패를 고정시켜둔 후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여기다가 해주세요.”

나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것에 안심한 듯 이네스가 망설임없이 레이피어를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레이피어를 마나 방패로 찔러 넣었다.

카가가가강!

위력은 고무 검보다 훨씬 셌지만 오히려 이번에는 마나 방패가 부서지지 않았다.

레이피어가 꿰뚫은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방패의 뒤로 레이피어의 날이 비죽 튀어나왔다.

‘예상했던 대로네.’

지금껏 마나 방패가 깨진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관통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위력의 공격을 받았는데 저정도의 상처만이 남았다면.

웬디고의 뼈로 만든 보호대가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웬만한 몬스터들의 공격은 모두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아까처럼 충격에 의한 밀려남 같은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칼 같은 무기에 의한 외상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박 소장님.”

내가 마나 방패를 없애며 박효진을 불렀다.

여전히 울먹이던 박효진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보호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좋네요, 이거.”

그러자 눈을 껌뻑이던 박효진이 활짝 웃었다.

“정말요?”

“확실히 효과 있어요. 이네스의 공격도 저만큼 막아냈고.”

“…다행이네요.”

박효진이 안심한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각성자들을 위해 열심히 만들어낸 방어구가 효과가 있다는 말에 그녀는 꽤 기쁜 것 같았다.

그것도 저렇게 얼굴이 상할 정도로 노력했는데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실망감 또한 굉장했을 터.

“보호대는 몇 개나 되나요?”

“수량은 꽤 많아요. 사실 몇 명이 시험을 치를지도 몰라서 걱정하긴 했는데 이 정도 인원이면 충분해요. 오히려 뼈가 남아서 걱정인걸요. 따로 요청하시는 게 있으면 또 만들어드릴 수도 있고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박효진이 조금 기운을 차렸는지 말을 줄줄 내뱉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한 것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뭔가 기술적인 것이 필요하면 박효진에게 부탁하면 될 것 같았다.

잠시 구멍난 보호대를 살펴보던 이시결이 말했다.

“생각보다 가볍기도 해서 나쁘지 않군요.”

이시결의 말에 박효진이 활짝 웃었다.

“역시 그렇죠?”

그러자 니엘도 궁금한지 보호대가 담긴 박스를 기웃거렸다.

“나도 좀 볼 수 있어요?”

“그럼요!”

박효진이 금세 이시결의 상처를 잊고는 박스를 열어 다른 보호대를 꺼내들었다.

이네스도 꽤 구미가 당겼는지 니엘과 함께 그것을 구경했다.

잠시 후 박효진의 연락을 받은 이리나가 연구소에 도착했다.

“…와. 뭐에 다친 상처가 이래요?”

이시결의 팔을 들여다본 이리나가 놀라며 물었다.

치유 특성을 가졌기에 이런 저런 상처들을 많이 접한 그녀였지만 이런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완전 깔끔하게 뚫렸는데요?”

이리나가 치료를 하지 않고 신기하다는 듯 상처를 살피자 이시결이 말했다.

“구경하라고 부른 게 아닙니다만.”

살짝 입술을 비죽인 이리나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언니가 피 잡고 있는 거죠? 풀어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이시결의 상처를 막고 있던 마나를 풀었다.

그러자 다시 그의 팔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이리나가 피가 흐르는 이시결의 상처 주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흐르던 피의 양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추었다.

어느새 상처는 깔끔하게 봉합되어 핏자국이 아니었다면 어디를 다쳤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져 있었다.

“끝!”

이리나는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매우 간단히 이시결의 상처를 치료해냈다.

“와, 감쪽같네요!”

뒤에서 구경하던 니엘이 감탄했다.

“독일에는 치유 특성을 가진 각성자가 없나요?”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이시결의 팔에 피를 닦아내던 이리나가 물었다.

“없어요. 이런 치유가 가능하다는 걸 처음 봤어요.’

“프랑스에도 치유 특성 각성자는 없습니다. 굉장히 가치있는 특성을 가지셨군요.”

이리스 역시 흥미로운 눈으로 이리나를 바라보았다.

회귀 전 알고 있던 바로는 치유 특성을 가진 유일한 각성자였다.

당연히 다른 나라에 치유 특성을 가진 각성자가 있을 리 없었다.

이전에 한 번 이리나에게 치료를 받아봤던 이시결 역시 직접적인 상처가 메꿔지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꽤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더 능숙해진 것 같은데.’

나는 이리나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이리나]

[여우 신의 가호]

[이치를 깨달은 여우]

[전용 특성 : 생명의 이치 lv.3]

[전용 스탯 : 회복 40]

[전용 스킬 : 봉합 lv.4/혈액차단 lv.3]

[특성 스킬 : 치유 lv.4]

나라를 돌봐주느라 게이트에 많이 가지 못했다고 들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성장을 한 상태였다.

잠시 팔을 움직여본 이시결이 몸을 일으켰다.

“이상 없군요. 시험도 문제는 없겠습니다.”

“다행이에요.”

박효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를 모두 돌아보며 물었다.

“한 세트씩 챙겨드릴까요?”

“그럼 좋지요.”

박효진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우리에게 보호대를 한 세트씩 챙겨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든 후 연구소를 나왔다.

‘꽤 도움이 되겠어.’

박효진이 만든 보호대 덕분에 다른 각성자들에게 신경쓸 일이 줄어든 셈이었다.

이네스의 공격을 거의 버텨낸 만큼 웬만한 공격으로는 다칠 일이 없을테니.

나는 나를 따라 나온 이네스와 니엘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이틀 뒤에 기관 앞에서 보죠.”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러죠.”

“네, 언니!”

* * *

간이 시험 하루 전.

나는 일부러 커뮤니티에 접속하지 않았다.

분명 사람들의 정신없는 이야기들을 보았다가 정신이 사나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간이 시험이지만 시험은 시험.

‘긴장이 되긴 하네.’

우부를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고 있을 무렵.

집에 갑작스러운 손님이 찾아왔다.

“…아저씨?”

권재경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꼭 잡은 나라가 있었다.

“이모.”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둘을 안으로 들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권재경이 내게 살짝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물었지만 이상했다.

보통 기관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김지석 혹은 안세인이 내게 연락을 해오곤 했었다.

이렇게 권재경이, 그것도 직접 집으로 찾아온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개인적인 일이 생긴건가?’

그때 나라가 권재경의 손을 놓고는 내게 달려왔다.

“이모.”

나라가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응. 나라야. 뭐 마실 거라도 줄까?”

나는 나라의 앞에 쪼그려앉으며 물었다.

하지만 나라는 아무 대답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왠지 모를 싸한 기분을 느꼈다.

“나라야?”

나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설마….’

어쩌면 나라가 무언가를 예지했을지도 몰랐다.

나는 현관에 서 있는 권재경을 바라보았다.

권재경의 안색 또한 좋지 않은 것이 내 예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대체 어떤 예지를 했길래….’

만약 나라의 신변에 위협이 될 예지였다면 나에게 찾아올 것이 아니라 기관을 통해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우리집에 온 것이라면….

그때 나라가 말했다.

“이모, 가지 마.”

나는 다시 나라를 돌아보았다.

나라가 울먹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라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내일, 거기 가지 마.”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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