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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34화 (135/201)

제134화

신교진은 막대사탕을 입에 문 채 개의 이빨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1층으로 내려오는 엘레베이터의 숫자를 바라보며 그는 사탕을 까드득 깨물었다.

‘왠일로 개선오가 단장실로 부르지?’

평소 주선오는 자신이 단장실에 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물론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일때문에 간 것이 아니라 심심하거나 노닥거리기위해 갔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보통 게이트를 갈 일이 생기면 주선오는 신교진을 자신의 집으로 부르거나 게이트 앞, 혹은 무리 단련장에서 만나자고 했었다.

이렇게 단장실로 오라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1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며 신교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 뭐 잘못했나?’

물론 주선오에게 잘못한 일의 횟수를 꼽자면 자신의 머리카락 갯수를 넘어설지도 몰랐다.

하지만 주선오가 그런것에 그렇게 인색했다면 지금껏 자신과 친구로 남아있지도 않을 터.

게다가 주선오 역시 자신에게 잘해주는 편도 아니었다.

‘에이씨. 괜히 찝찝하네.’

그런 이유때문에 오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가기가 싫었지만.

단장이 오라는데 어쩔 수 있나.

신교진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연락이 온 것이 없는지 확인하며 단장실로 향했다.

“개선오, 형님 왔다.”

여전히 핸드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 채 단장실의 문을 어깨로 밀며 들어섰다.

그리고는 잔뜩 투덜거리며 말했다.

“내가 뭐 네가 오라고 할 때만 여기 올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왜 오라가라야?”

“내가 불러달라고 했어.”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신교진은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응접용 소파에 주선오와 함께 윤도아가 앉아 있었다.

“엥? 누나 여기서 뭐해요? 뭐야, 누나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신교진이 윤도아의 맞은편에 앉으며 주선오에게 물었다.

‘응?’

주선오의 표정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애써 감추고 있었지만 상당한 불쾌감이 섞인 얼굴이었다.

‘도아 누나랑 무슨 일 있었나?’

주선오의 눈치를 살핀 신교진은 이번에는 윤도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윤도아는 평소와 같았다.

눈치는 있지만 별로 눈치를 볼 생각이 없는 신교진은 주선오에게 대놓고 물었다.

“너 표정이 좀 별로다? 누나한테 혼나기라도 했어?”

주선오는 눈에 한심함을 가득 담고는 신교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시선을 돌렸다.

이상한 반응에 신교진은 더욱 고개를 비틀었다. 그리고는 윤도아를 보며 물었다.

“뭐야? 쟤 왜 저래요?”

피식웃은 윤도아가 말했다.

“그것보다 일단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윤도아의 말에 신교진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그리고는 뚱해진 얼굴로 윤도아의 시선을 맞받았다.

“아뇨, 안 할 건데요.”

신교진의 눈에는 반항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작년 초, 윤도아가 조작된 주사위 게임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빼앗았던 것을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저 아직도 그거 기억하고 있거든요? 진짜 저니까 참고 넘어갔지 다른 사람이었어봐요. 가만 안 있었어요.”

신교진의 퉁명스러운 말에 윤도아가 피식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같았으면 너니까 당했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안 당했다라는 식의 말을 던졌을 주선오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진짜 이상한데. 뭐지?’

“이번에는 그런식으로 시킬 건 아니야. 내 부탁을 들어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거고.”

“네에? 아뇨, 무슨 대가를 주신다고 해도 안 할 건데요? 저 돈도 많거든요?”

신교진이 금세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물론 환경과 능력이 타고난 주선오와 가장 값비싼 각성자로 손꼽히는 윤도아의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교진 역시 재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소 신의 가호 덕분에 벌어들인 돈이 평생을 살면서 번 돈보다 수십 수백 배는 됐으니까.

“대체 무슨 대가를 주시려고 그렇게 말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저 이번엔 절대 안 속습니다. 절대요!”

저 술수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신교진에게 윤도아가 말했다.

“일단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잖아?”

굉장히 자신감있는 목소리였다.

신교진은 팔짱을 낀 채 윤도아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윤도아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무슨 대가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 누나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괜찮은 대가일 것 같은데…. 대체 뭐지?’

대가가 너무 궁금해진 신교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말해보세요, 일단. 물론 부탁을 들어주냐 아니냐는 들어보고 결정할겁니다!”

피식 웃은 윤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시작했다.

“조금 전에 기관이랑 계약 끝내고 왔어.”

“엥?”

신교진이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는 곧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아, 계약 끝나셨어요? 하긴 날짜가 벌써 그렇게 됐구나. 재계약은 안 했나보네요? 그럼 저희 무리에 들어오시려고 설마 뭐 부탁하고 그런 건 아니죠?”

“아냐”

윤도아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실 신교진도 크게 그런 기대를 품고 던진 말은 아니었다.

“네, 뭐. 그럴 것 같긴 했어요.”

대답한 신교진은 다시 주선오를 살폈다.

자신이 오기 전 주선오도 윤도아에게 입단 제의를 했다가 거절당해서 저런 상태인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저건 실망한 표정은 아니었다. 뭔가 복잡미묘한 감정이 여럿 섞여있는 것 같은 표정.

신교진은 다시 윤도아를 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건데요?”

“단독으로 활동할거야. 근데 혼자 모든걸 처리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아.”

신교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도아가 기관과의 계약이 끝나고 소속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퍼지게 된다면 분명 굉장히 화제가 될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참, 의뢰 사이트 굉장히 커진 거 알죠?”

신교진의 말에 윤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작년 초, 신교진은 윤도아의 아이디어를 받아 의뢰 사이트를 만들었다.

초반에는 사유지에 생긴 게이트를 닫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후, 신교진이 적당한 각성자에게 일을 배분하며 수수료를 챙기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꽤 변했다.

“지금은 각성자들도 애용하고 있잖아.”

윤도아의 말에 신교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정도 게이트를 닫아본 각성자들은 필수적으로 의뢰 사이트에 자신을 등록했다.

기관에서 주어지는 지원금과 무리의 계약금이 꽤 쏠쏠하긴 했지만 게이트 밖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돈이 훨씬 많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각성자들도 의뢰 사이트를 애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각성자들이 사이트에 자신의 경력을 등록해두면 의뢰자들이 각성자를 컨택해서 개인적으로 의뢰를 넣을 수도 있었다.

“덕분에 제가 크게 신경 쓸 일은 많이 없어졌죠.”

신교진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랭커를 원하는 의뢰자들이었다.

랭커들은 다른 각성자에 비해 몸값이 비싸고 의뢰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신교진이 서로의 필요에 맞는 의뢰자와 각성자를 연결해주는 브로커역할을 주로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의뢰 사이트는 해외로까지 퍼져나갔고 각 나라별로 페이지가 나뉘어져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국가에 맞는 각성자들과 의뢰자들이 그곳에서 서로의 이익을 찾아 거래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다른 나라의 각성자를 찾아 의뢰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나라간에 이루어진 협약에 따라, 각성자가 다른 나라의 게이트에 입장하려면 그 게이트가 나타난지 3개월 후부터 가능했다.

그렇기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의뢰는 급박하고 비싼 의뢰가 많았다.

브레이크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게이트인만큼 빠르게 처리해줄 수 있는 수준 높은 각성자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뢰는 대부분 주선오가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래서 누나 기사 뜨면 해외에서도 누나한테 게이트 닫아달라고 엄청 올 것 같은데요.”

윤도아가 기관 소속일 때는 딱 짚어 그녀에게 게이트를 닫아달라고 지목할 수가 없었다.

기관은 정부의 소속. 국내에서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윤도아에게 의뢰를 하려면 국가 대 국가로 요청을 해야만했다.

하지만 이제 윤도아의 소속이 없어진다면 그런 의뢰는 쇄도할 터.

앞으로는 주선오보다 윤도아를 찾는 의뢰가 많아지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윤도아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그걸 다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까. 네가 좀 골라줬으면 좋겠어.”

확실히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요청에 비해 윤도아는 한 명 뿐이었다.

그렇기에 윤도아는 당연히 자신에게 최선이 될 의뢰들을 우선적으로 받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건 지금까지도 그렇게 했잖아요? 뭘 새삼스럽게.”

“그건 그렇지. 그런데 내가 그거 말고도 따로 부탁할 게 좀 있어서.”

신교진의 눈이 다시 가늘어졌다.

“뭔데요.”

“내가 찾는 게이트가 있어.”

신교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게이트를 찾는다고요? 뭔줄알고 게이트를 찾아요?”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하려는거야. 그 게이트를 좀 찾아달라고.”

윤도아의 부탁은 터무니없었다.

게이트는 그 안에 입장을 하기 전까지 게이트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게이트를 찾아달라니.

“아뇨, 그건 저라도 무리일 것 같은데요.”

신교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누나가 찾고 싶은 게이트를 찾아달라고 하면 힘들죠. 제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러니까 부탁하는거라니까. 전세계에 수많은 게이트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게이트를 찾는 것. 그럴 확률이 얼마나 크겠어. 그런데 넌 그런 확률에 제일 강한 각성자이니까.”

윤도아의 말에 신교진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윤도아의 말이 맞았다.

신교진은 운빨 최강자. 아무리 극악의 확률이라도 그것이 본인에게 행운이라고 판단된다면 그 확률은 무조건 신교진의 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 대부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도아의 부탁은 경우가 조금 달랐다.

“으음…. 근데 그 게이트를 찾는 게 저한테 이득이 될 건 없잖아요? 그래서 사실 제가 짚어준다고 해도 아닐 확률이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건 걱정하지 마. 대가를 들어보면 분명 찾아낼 수 있을테니까.”

윤도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신교진이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네? 대체 대가가 뭔데요?”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윤도아에게는 분명 자신을 꼬드길만한 뭔가 있었다.

신교진은 왠지 모를 기대감에 숨을 죽인 채 윤도아의 말을 기다렸다.

곧 윤도아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 게이트를 찾는 데 성공하면, 24시간을 줄게.”

“엥?”

왠지 주사위 내기가 떠오르는 대가에 신교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분명 자신이 윤도아가 원하는 게이트를 찾아내면 24시간을 준다는 것이었다.

신교진이 살짝 커진 눈으로 윤도아에게 물었다.

“누나 시간을요?”

하지만 윤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주선오를 가리켰다.

“선오의 24시간.”

“에엥?”

신교진의 눈이 튀어나올것처럼 커졌다.

주선오는 그 상태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오랑은 다 얘기 해 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신교진은 치솟으려는 입꼬리를 겨우 붙잡으며 주선오에게 물었다.

“…진짜?”

주선오가 짤막한 한숨을 다시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신교진을 쏘아보았다.

“맞아.”

신교진은 결국 입을 틀어 막았다.

하지만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크크크큭….”

윤도아가 왜 그렇게 자신있게 말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매일 욕을 하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주선오와는 어렸을 때부터 알아온 오랜 친구였다.

사실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였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주선오를 부려먹은 적은 없었다.

게다가 주선오는 외모와 재력 중 하나도 빠지지 않는 잘난 놈이었다. 성격이 좀 개차반같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잘 대해주곤 했다.

그런 주변의 상황과 성격때문에 신교진은 웬만해서는 주선오가 자세를 낮추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저놈을 24시간동안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니!’

분명 이건 평생 놀림감으로 작용할 터.

그것보다 자신에게 더 통쾌한 일은 없을 것이었다.

“진짜죠? 진짜 제가 그 게이트 찾아주면 약속 지키시는거죠?”

“그럼.”

윤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교진은 반짝이는 눈으로 주선오를 돌아보았다.

“진짜지?”

“…….”

주선오는 짜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신교진을 마주보았다.

“일단 게이트나 찾고 말해.”

주선오의 대답에 신교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윤도아를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기다리세요. 제가 일주일 안에 찾아오겠습니다.”

빠르게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던 신교진이 멈칫하더니 다시 주선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딱 기다려. 넌 내가 게이트 찾으면 일단 무릎부터 꿇린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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