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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45화 (146/201)

제145화

이시결의 묘한 반응에 주선오는 자신의 말이 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굳이 그 오해를 풀어야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앞으로 성위의 수하들을 계속 조사하려면 좋든싫든 당분간 협력을 해야할 상대이기도 했다.

살짝 한숨을 내쉰 주선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성위의 수하들은 당신을 놓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었던 거겠지. 그쪽을 처리할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그게 어떤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시결은 입을 다문 채 주선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고. 어쩌면 선지자가 가진 특성이 그쪽을 상대할만한게 아닐수도 있고.”

“…흠.”

이시결이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그럴 가능성도 있었군요.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시결이 중얼거렸다.

오해는 풀린 것 같았지만 그닥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주선오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들을 쓸어올렸다.

“그런데 그놈들이 왜 그쪽한테 굳이 자기들이 신수연 각성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려준거지?”

주선오의 질문에 이시결이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난듯 작은 탄성을 흘렸다. 그러더니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저를 끌어들이려고 하더군요.”

그에 주선오가 멈칫했다.

“끌어들인다고?”

“네. 뭐 제가 선택받았다나 뭐라나. 그런 헛소리를 하길래 저한테 신수연을 죽였다는 오해가 있는건 어쩔거냐 물었더니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라는 걸 고백했습니다.”

이시결은 잠시 소리를 죽여 웃었다.

그러더니 곧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후 옆에 있던 코트를 집어들었다.

“그럼 전달할 건 다 한 것 같으니 오늘은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윤도아 씨에게는 연락이 온다면 제가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시결이 레부의 팔찌를 찬 왼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주선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참.”

현관으로 걸어가던 이시결이 주선오를 돌아보았다.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린 그가 말했다.

“혹시라도 주선오 씨가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딱 한 번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뭐?”

당혹스러운 주선오의 되물음에 이시결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의도야 어쨌든 지금 절 살려주셨잖습니까. 주선오 씨가 이리나 씨를 불러주지 않았다면 전 죽었을지도 모르지요. 제가 받은 건 꼭 돌려줘야하는 성격이라서말입니다.”

이시결이 주선오와 눈을 맞추며 살짝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

“물론 무조건은 아니지만요. 그럼 이만.”

이시결은 코트를 걸치고는 집을 나섰다.

* * *

<뭐, 그렇게 돼서 당분간은 계속 치료를 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레부를 통해서 이시결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일단 알겠어. 당분간은 치료에만 전념해. 괜히 또 분쟁일으키고 다니지 말고.”

이시결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마시죠. 그럼 피곤하니 이만 쉬겠습니다.>

나는 레부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레부가 연결을 끊었고 더이상 이시결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두워진 초원을 걸었다.

‘역시 신수연을 죽인건 성위의 수하들이었어.’

게다가 놈들은 이시결을 회유하여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나를 적대시한다는 것도 확실해졌고, 방심했다지만 이시결을 다치게 할 정도의 각성자도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상처는 서약때문에 생긴것이었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회귀 전과는 상황이 다른 것 같았다.

‘어쩌면 거기에 벌써 박성현이 있는걸지도 몰라.’

“얘기 끝났어?”

앞에 멈추어있던 도빈이가 다가온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근데 아직까지는 뭐 안 보이는데.”

윤도빈이 내 옆을 따르며 중얼거렸다.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낮에 보았던 폭포가 흐르는 산을 향해 걷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말해준 산신의 영역이자, 반딧불이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곳.

하지만 아직까지 산에는 어둠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일단 가봐야지.”

우리는 산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왔다.

쿠구구구…

“쿄오….”

레부가 조금 겁을 먹은듯 내 뒤에 숨어 산을 바라보았다.

시부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점점 걸음이 뒤쳐지더니 결국에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저는 여기까지만….”

우리를 산까지 안내해주기위해 따라온 놈이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았기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저 소리 들리시죠?”

시부의 말에 우리는 잠시 귀를 기울였다.

거대한 폭포의 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들려오는 우웅거림이 있었다.

우웅…

우우웅…

“저게 무슨 소리야?”

도빈이가 동그래진 눈으로 시부에게 물었다.

시부는 겁먹은 표정으로 밤의 산을 바라보았다.

“경고에요. 산신의 경고.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것 같아요.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저 울림이 심해져서….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

“그러든지.”

나는 시부를 남겨두고 계속 산을 향해 걸어갔다. 도빈이는 그런 시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고는 내 뒤를 따랐다.

레부나 모부 역시 이곳에 남아있고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어림없었다.

우리는 금방 산의 아래에 다다랐다.

가까이에서 본 밤의 산은 밖보다 더욱 어두워보였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달빛을 가로막고 있어 바닥까지 빛이 닿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로 아까보다 더 거대해진 울림이 들려왔다.

우우우우웅…

우우웅…

더이상 접근하지 말라는듯한 경고음 같았다.

“들어가볼거야?”

도빈이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못 가.”

“응?”

“들어갈 수가 없어.”

내 말에 도빈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슬쩍 발을 내밀었다.

앞으로 내밀어지던 도빈이의 발은 어느순간 허공에 멈춰버렸다.

“어?”

도빈이가 동그래진 눈으로 발을 몇 번 앞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때마다 같은 지점에서 도빈이의 발이 멈추어섰다.

“막이 쳐있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탐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앞에는 얇은 막이 있었다.

마나 운용의 범위 내 영역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 막은 산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리라.

외부의 침입을 막기위해 산신이 두른 막일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막을 만져보았다. 보이지 않는 딱딱한 벽을 만지는 것 같았다.

“진짜네.”

윤도빈 역시 나를 따라 막을 만지작거렸다.

“대장장이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던게 이거였구나.”

도빈이가 이제사 이해를 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물었다.

“들어갈 방법이 있어?’

산신의 보호막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럴 힘이 있다고 해도 이걸 강제로 뚫게 되면 산신과 맞서겠다는 뜻이 되어버린다.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상황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쿄, 주인!”

레부가 급하게 나를 불렀다.

“저기에 뭔가 있습니다!”

놈의 손이 산을 가리켰다.

나와 도빈이는 동시에 산 중턱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주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건…!’

“…반딧불이!”

윤도빈이 외쳤다.

대장장이의 말대로 아직 산신의 영역인 이 산에는 반딧불이가 남아있었다.

그것도 한두마리가 아니었다.

어두웠던 산 여기저기에서 반짝거리는 빛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어렸을 적의 언젠가를 떠오르게 했다.

도빈이와 함께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반딧불이를 바라보았던 그 때를.

“저거….”

윤도빈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나와 같은 것을 떠올렸는지, 도빈이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었다.

현재의 날짜만으로 따지면 고작 십 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내 기억은 십 년의 시간을 더 살았다. 그렇기에 더욱 흐릿했지만 저렇게 반짝이는 모습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와 함께 밀려오는 그 순간의 감정들에 조금 가슴이 먹먹해지려는 무렵.

“푸우, 반짝거려!”

우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우부, 서리.”

“푸.”

우부가 서리를 꺼내 내게 건넸다.

잠시 반짝이는 산을 바라보던 윤도빈이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들어갈 수가 없잖아.”

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 우부가 건넨 서리를 받아들었다.

지금 이 게이트는 광휘의 서리를 만들기위한 모든 것이 모여있었다.

서리와 광휘, 그리고 그것을 제작할 난쟁이 대장장이까지.

첫 회귀 전 이시결도 분명 이곳에 와서 광휘의 서리를 만들었으리라.

그가 광휘의 서리 제작에 성공했다면 분명 서리에 광휘를 담는 방법이 있을 터.

나는 다시 산을 바라보았다.

우우우우우…

산신이 보내오는 경고음이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반딧불이가 밖으로 나올 수는 있지 않을까?”

내 중얼거림에 세 슬라임과 도빈이의 눈이 내게 쏠렸다. 도빈이는 내 생각을 눈치챈 것 같았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레부에게 말했다.

“레부, 불. 작게.”

“쿄.”

레부가 작은 불꽃을 떼어 내게 건넸다.

나는 염력으로 그 불을 받아들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반딧불이를 보았을 때. 어머니는 반짝거리는 빛을 이용해서 반딧불이를 끌어 모았었다.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불꽃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었다. 반딧불이의 빛처럼 아주 작은 불꽃으로.

“도토리들, 들어가.”

내 말에 레부와 모부가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우부 역시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곧 팔찌의 형태로 변해 내 팔에 감겨들었다.

레부가 심연의 불꽃 속으로 들어가자 주변을 비추는 것은 잘게 쪼갠 작은 불꽃들 뿐이었다.

나는 최대 염력의 갯수대로 만들어낸 작은 불꽃들을 사방으로 흩어놓았다.

그덕에 우리는 꼭 반딧불이들의 사이에 서있는 것 같았다.

“꽤 비슷하지?”

내 물음에 도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그런데 진짜 올까?”

잠시 작은 불꽃들을 바라보던 도빈이가 다시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산에는 여전히 반딧불이들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기다려봐야지.”

나는 주변에 흐트러트린 불꽃들을 반딧불이의 움직임을 따라 살짝살짝 흔들었다.

남은것은 산에 있는 반딧불이들이 이 불꽃들을 보고 나와주기를 기다리는 것 뿐.

이 방법이 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하는것 보다는 나으리라.

잠시 후.

“누나.”

윤도빈이 작게 나를 불렀다.

그가 가리킨 곳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빛 하나가 보였다.

살랑거리며 내려온 반딧불이는 산신의 방어막을 통과해 우리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곧이어.

산의 능선을 타고 빛의 물결이 우리에게 몰려들었다.

윤도빈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소리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내게 바짝 다가선 후 속삭이며 물었다.

“그래서? 그 다음엔?”

하지만 나도 어떻게 광휘를 얻느냐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반딧불이를 무작정 잡아갈 수도 없었다. 산신의 영역에 있던 반딧불이였기에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산신이 우리를 공격할지도 몰랐다.

어찌됐든 목표는 서리에 빛을 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일단은 반딧불이와 서리를 가까이에 두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들고 있던 서리를 슥 들어올린 후, 작은 불꽃들을 서리의 주변으로 끌어모았다.

그러자 불꽃들을 따라 나온 반딧불이들이 서리의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서리의 표면에 반딧불이의 불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반딧불이들을 바라보았다.

산에서 들려오는 강한 울림이 조용해진 우리의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우우우우…

우우…

반딧불이는 한참동안 서리의 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곧 하나 둘 산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

윤도빈이 당황하며 반딧불이들의 움직임을 쫓았다.

곧 모든 반딧불이들이 서리 위를 떠나 산으로 돌아갔다.

“잡아야하는 거 아냐?”

도빈이가 안절부절못하다가 내게 물었다.

나는 반딧불이들이 떠난 서리를 바라보았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반딧불이의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이던 서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반딧불이들은 이미 내가 만들어낸 가짜 불빛들에게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계속해서 작은 불꽃들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반딧불이들은 다 시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 안으로 들어가야하나?’

나는 산신의 방어막을 더듬었다.

촉감은 여전히 단단했다. 하지만 그 두께가 1cm도 채 되지 않았기에, 마나구를 이용한다면 이걸 깰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광휘를 얻고자 산신의 방어막을 깨는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걸 깨고 바로 광휘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고, 이곳에는 도빈이도 함께였다.

방어막을 깨고 침입한다면 분명 산신은 노할 것이고 곧바로 우리를 공격할 터.

‘섣불리 행동해서 도빈이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내 어깨를 잡아챘다.

“누나!”

어깨를 꽉 붙잡은 도빈이를 돌아보려 고개를 돌리는 중, 내 눈에 허공에 떠 있는 서리가 비추었다.

서리의 중심부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저거!”

도빈이 역시 그것을 본 것 같았다.

중앙에서 시작된 미약한 빛은 서리의 결을 따라 이리저리 꺾이며 퍼지기 시작했다.

빛은 순식간에 서리의 내부를 가득 메웠다.

화악!

갑작스레 눈앞을 메운 빛에 우리는 고개를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번쩍이는 밝은 빛이 사라지고 눈을 뜨자.

서리는 광휘를 품고 있었다.

‘됐어…!’

나는 주먹을 꽉 쥐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우우우…

그때 산에서 다시 한번 울림이 들려왔다.

그 울림은 조금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무언가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산신.’

어떤 형태의 산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산신의 의지에 따라 산 전체가 우리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산을 바라보며 그 시선들을 마주했다.

우우우웅…

우우우…

울림은 점점 약해졌고 곧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대신 산을 통과하는 바람소리만이 귀를 스치며 지나갔다.

산에서는 여전히 반딧불이들이 빛을 밝히고 있었다.

“누나.”

도빈이의 목소리에 나는 산에서 눈을 떼었다.

서리는 여전히 반짝이는 광휘를 품고 있었다.

“돌아가자.”

나는 혹여나 광휘가 사라질까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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