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50화 (151/201)

제150화

신수연에 관한 일이 해결된것은 선지자가 박성현이 맞는지를 확인하기위해 성위의 수하 사무실을 감시하던 중이었다.

사무실의 출입구는 총 두곳이었지만 후문은 미등록과의 싸움으로 길이 망가져 이용할 수 없었다.

그덕에 감시할 곳은 정문뿐.

정문이 잘 보이는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그곳을 지켜보았지만.

사흘째. 선지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별 수확이 없군요.”

다른 얼굴의 가면을 쓴 이시결이 중얼거렸다.

그는 내 명령에 의해 이곳에서 함께 정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지자가 박성현일 것이라는 짐작은 어느정도 하고 있었지만, 말그대로 짐작일 뿐이었다. 확실하게 선지자의 얼굴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시결은 선지자와 만나 대화를 했고 그동안 선지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선지자가 보인다면 내게 말해줄것이고 나는 그가 박성현인지 확인하면 되니까.

“선지자는 둘째치고 단장조차 보이지 않네요.”

조금 의아한 일이었다.

성위의 수하라는 무리가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는 잘 알지 못했기에 딱잘라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웬만한 무리의 단장들은 게이트를 갈 때를 제외하고는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곤 했다. 자신의 단원들을 돌보고 무리의 운영을 위해서는 단장이 사무실에 얼굴을 비추는 쪽이 좋으니까.

단순히 며칠사이에 개인적인 일이 생겨 사무실을 비운 것인지도 몰랐지만, 그렇다기에는 뭔가 찜찜했다.

“…지루하군요. 이럴 시간에 차라리 게이트를 더 도는 게 낫겠습니다.”

짜증이 섞인 그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돌려 그를 쏘아보았다.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대꾸하기가 귀찮았는지.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지루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자신의 붕대가 감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따지고보면 이 상황의 모든 원인은 눈앞의 이놈이었다.

이시결이 조금만 더 주의해서 움직였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터.

‘아니, 아니지.’

나는 살짝 고개를 젓고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원인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거슬러올라가다보면 결국 내가 회귀를 했기때문에 일어난 일이 되버리니까.

나는 생각을 지운 후 다시 성위의 수하 사무실 감시에 신경을 쏟았다.

그때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그 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성위의 수하 건물 앞에 멈춰섰다.

‘왔나?’

조금 긴장한 채 차를 주시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건 한손에 카메라를 든 남자. 이어서 운전석에서 한 여자가 내렸다.

왠지 익숙한 모습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이트를 닫은 후 있었던 인터뷰 때 거의 매번 내게 질문을 던질 기회를 따냈던 세운 일보 강그린 기자였다.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차 몇 대가 더 다가왔고 차에서 내린건 전부 기자들이었다.

그들은 금세 성위의 수하 사무실 앞을 가득 메웠다.

‘무슨 일이 생겼나?’

이렇게 한번에 기자들이 몰려들 일이라면 분명 이에 관련된 기사가 떠 있을터.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꺼진 화면을 켜고 인터넷 창을 열자, 기사 헤드라인 수십개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여러 탭의 기사들 중 게이트에 대한 기사가 실리는 탭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기사가 하나 있었다.

[성위의 수하 단장 김영우,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죽었다고…?’

각성자들의 사망 소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첫 회귀 전보다 각성자들의 실력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게이트는 게이트.

여전히 게이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각성자의 수는 많았다.

김영우 역시 각성자였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있을법한 일이었지만.

그가 죽은 곳은 게이트가 아니었다.

‘...자택.’

“뭡니까?”

들려온 이시결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한참동안 말없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이상히 여긴 듯 했다.

그가 내 핸드폰 화면을 흘긋 바라보았다.

“단장이 죽었다고요?”

조금 의외였는지 그가 관심을 보였다.

혹시나싶은 마음에 다른 기사들도 찾아보았지만 김영우가 죽은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했다.

“그렇군요. 왜 죽었답니까?”

무미건조한 말투.

그나 나나 김영우와는 안면이라고는 없는 사이였다. 때문에 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할 이유는 없었지만.

슬픔이든, 아니든. 다른 사람의 죽음에 대해 조금의 감정이라도 느끼는 것이 내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김영우의 죽음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가 죽은 곳이 게이트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자택이었기때문에.

하지만 이시결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은 새를 보더라도 그의 반응보다는 더 감정을 느낄 것 같았다.

그의 차디찬 눈빛에 왠지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김영우의 정확한 사인을 찾아보았다.

어쨌든 김영우는 성위의 수하를 이끄는 단장이었다. 그런 그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의문투성이였다.

[자살로 추정…자택 책상에서 유서 발견 돼]

[김영우 단장이 유서에 남긴 말, ‘내가 신수연을 죽였다’]

[신수연 각성자를 죽인 죄책감에 자살]

[정황상 모든 것이 일치하는 유서, 신수연 각성자를 죽인 건 정말로 김영우 단장인가]

‘…아냐. 틀렸어.’

이 기사들 중 사실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수연 각성자를 죽인 사람, 봤다고 했지?”

“네. 단장은 절대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단장이 신수연을 죽이는데 동조했을지는 모르지만 직접 죽인건 다른 사람입니다. “

그런 김영우가 신수연을 죽인게 자신이라며 죄책감에 자살을 했다?

분명 김영우의 죽음 또한 성위의 수하에 의한 것일터. 그들이 김영우를 죽인후 자살로 위장을 해두었거나, 아니면 성위의 뜻이라며 자살을 부추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의아한 점이 생긴다.

‘놈들 입장에서는 이시결이 신수연을 죽였다고 밀고 나가는 편이 나을텐데?’

정황상 이시결이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들끓는 여론은 가라앉지않았다. 이대로 며칠만 더 몰아붙였다면 아마 기관은 어쩔수없이 이시결을 다시 지하에 가두었을것이다.

그렇게되면 이시결을 제어하겠다고 약속했던 나의 신용도 또한 떨어졌을테고.

하지만 그들은 그런 이점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단장인 김영우에게 신수연의 살인죄를 뒤집어 씌웠다.

단장이 단원을 죽이고 자살을 했다. 이 일은 성위의 수하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을 진행했다는건 그걸 덮을만한 이득이 있다는 것.

“윤도아 씨.”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이시결의 손짓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멀리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선지자가 왔습니다.”

꽤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까득.

옥상 난간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놈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보다 훨씬 어려보였지만, 이시결이 가리킨 사람은 분명 박성현이었다.

순식간에 회귀 전의 기억이, 감정이 나를 휩쓸었다.

그 당시. 도빈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성현의 마나구에 산산조각이 난 도빈이의 시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제야 나는 정말로 동생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남은 가족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그를 죽인 박성현에 대한 분노로 바뀌는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도빈을 죽였던 것처럼, 너도 똑같은 죽음을 선사해주겠노라고. 똑같이 갈기갈기 찢어주겠다고.

그런 다짐을 품에 안고 박성현을 죽이려 사력을 다했고, 결국 놈을 죽였지만. 그 뒤로 찾아온건 허탈함과 후회 뿐이었다.

이렇게 다시 눈앞의 놈을 보니, 그때의 분노가 다시 솟구쳤다. 한번더 놈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만. 진정하자.’

입술을 꾹 깨물며 분노를 억눌렀다.

지금은 도빈이가 살아있고 저놈은 도빈이에게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놈은 벌써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하게 처리된 각성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각성자를 죽이려 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두지 않아.’

놈은 절대 이전의 수순을 밟지 못할 것이다.

“정보, 보입니까?”

이시결의 물음에 나는 여우 구슬로 박성현의 정보를 살폈다.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어?”

“무슨 일입니까?”

내 당혹스러운 목소리에 이시결이 곧바로 물어왔다.

나는 다시 한번 여우 구슬을 발동시켰지만 눈 앞에 나타나는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가호자가 아니었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미 성위의 수하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그였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가 각성자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산이었다.

박성현은 평범한 사람. 성위의 수하 단원 목록에 그가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호를 받지 않았으니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김영우나 다른 성위의 수하 단원들도 이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성위의 말씀을 전한다는 선지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랐다. 그런데 그 선지자라는 사람이 가호자가 아니라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그들이 박성현의 말을 따랐을까?

“윤도아 씨.”

이시결이 재촉하듯 나를 불렀다. 그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사람, 가호자가 아니야.”

그것은 이시결에게도 꽤 놀라운 이야기였다.

“…가호자가 아니라고요?”

이시결은 다시 박성현을 돌아보았다.

박성현은 사무실 앞에 몰려있는 기자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기자들은 여전히 사무실 안에 들어가지 못한채 그 앞을 맴돌고 있었다.

“…하.”

이시결이 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아래로 그의 가면이 꿈틀거리는게 느껴졌다.

‘이런 반응은 처음인데.’

그에게 대부분의 사람은 별볼일 없었다. 그만큼 본인의 실력에 자신있어했고 상대할만한건 나와 주선오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박성현에게 속았다.

각성자가 아니면서 각성자인척 그를 설득했고, 심지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시결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박성현은 그를 공격하기까지했다.

그렇게 별것아닌 사람에게 당했다는 것. 이시결에게 그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니다.”

이시결이 작게 중얼거렸다.

“뭐?”

내 되물음에 그는 입에서 손을 떼었다.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그의 눈은 박성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시결이 다시 말했다.

“선지자는 제가 죽입니다.”

문득 그가 기관의 지하에 갇혀 있을 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저는 당신이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될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시결은 확실히 그의 말에 충실하고 있었다.

‘박성현을 잡는게 생각보다 쉽겠어.’

박성현을 죽이는 것은 얼마든지 양보해줄 수 있었다. 내 목표는 그가 이전의 수순을 밟지 못하도록 막는것이지 그를 죽이는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 적어도 그 순간이 지금은 아니었다.

박성현은 상당히 머리가 좋은 놈이었다. 잘못 행동했다가는 역으로 당하기 십상.

‘신중해야해.’

어설프게 행동했다가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것이 한순간에 무너질것이다.

“안 돼.”

그에 이시결이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네 처지가 어떤지 몰라?”

“알고있습니다. 굳이 여기서 일을 더 키워서 지하감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선지자가 가호를 받고 각성을 하고 어느정도의 게이트를 닫았을 때. 그리고 그의 역량이 최고에 달했을 때. 그때를 기다릴겁니다.”

이시결의 입이 기분나쁜 호선을 그렸다.

자신을 농락한 박성현을 평범하게 죽게 둘 생각은 없어보였다. 박성현이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에 그를 잡는 것이 본인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더 좋은 방향이리라.

이시결에게 박성현이 가호를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 따위는 던지지 않았다.

놈이 각성을 한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윤도아 씨의 허락이 필요하겠지만요.”

그의 눈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왠지 내 생각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 그를 도구로 사용하려는 내 생각이 읽힐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다시 박성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사무실 앞에 몰려있는 기자들 때문인지 다시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박성현을 보며 그에게 표식을 걸었다.

‘표식.’

하지만.

[대상에게 표식을 걸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표식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표식은 게이트 내부에서 몬스터를 추적할 때 주로 사용했었다.

물론 각성자에게 사용한 적도 있었기에 당연히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호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박성현을 그냥 놓칠수는 없었다.

움찔하는 사이.

“따라가겠습니다.”

딱히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이시결이 박성현을 쫓았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표식이 새겨지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었는데.

이시결이 박성현을 뒤쫓는다면 그에게 달아둔 표식을 통해 박성현의 행적을 알 수 있을 터.

나는 몇 분 더 있다가 조용히 옥상을 내려갔다.

그날 저녁.

이시결에게서 이상한 문자를 받았다.

[선지자가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가호자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우 구슬이 잘못되지는 않았다.

나도 의심스러운마음에 두어번 그의 정보를 확인해보았으니까. 분명했다.

어느 게이트냐고 묻자 그는 안성에 있는 S급 종합보상게이트라고 대답했다.

즉시 확인을 위해 그곳으로 향하던 도중 터져나온 속보에 나는 이동을 멈추었다.

[S급 종합 보상 게이트, 30분만에 클리어한 각성자 등장]

[윤도아 각성자의 S급 종합 보상 게이트 클리어의 최단 기록인 40분을 돌파한 각성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기사와 함께, 박성현의 얼굴 사진이 실려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