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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58화 (159/201)

제158화

은은한 녹빛을 뿜어내고 있는 다각형의 광석. 투박하게 가공된 광석과 다를바 없어보였다.

만약 내게 악마의 고양이 특성이 없었다면 별 생각없이 레부에게 다시 저것들을 삼키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 광석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나가 잔뜩 응축되어있는 마나석이었다!

마나석은 굉장히 고가에 거래되던 광석이었다. 절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레부의 몸속에서 이 많은 마나석들이 나왔다?

눈을 번뜩이며 레부를 돌아보았다.

죽어가는 불꽃 슬라임의 젤리가 파르르 떨렸다.

“마, 말씀 드리려고 했습니다!”

염력으로 입구 근처의 탁자 위에 있던 광휘의 서리를 끌어당겼다.

빠르게 날아온 광휘의 서리가 레부의 앞에 박혔다.

콰직!

쩌저적.

놈의 앞 바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쿄오오옷!”

레부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놈을 보았다.

“설명.”

“…쿄오, 주인. 그게 말입니다.”

놈이 내 눈치를 살폈다.

“…쿄, 광산에서 말입니다.”

“말 흐리지말고 똑바로 빠르게.”

“쿗!”

레부의 젤리가 파르르 떨렸다.

곧 놈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더니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터진 린드웜 뱃속에 있던 겁니다. 주인께서 잠깐 멈춰계시길래 제가 빨리 챙겼습니다만. 주인이 보실 때 챙긴거라 당연히 알고 계실거라 생각했는데 말씀이 없으셔서 그냥 있었던 것 뿐입니다!”

“린드웜?”

“쿄! 그렇습니다!”

린드웜이라면 광산의 쓰레기장에서 잡았던 공룡을 닮은 몬스터였다.

‘그놈 몸 속에 이런게 있었다니….’

린드웜을 터트리고 고양감에 취해있을 때였나보다. 어깨에 있던 레부가 어느새 바닥에 내려서 있던 이유가 그것이었나.

조심스레 마나석 하나를 집어들었다.

마나석을 잡은 손끝에 응축된 마나가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굉장해.’

회귀 전에는 본적도 없었다.

당연히 관심도 없었다. 나는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왜 그렇게 마법사들이 마나석을 찬양하며 못 구해서 안달인지 몰랐는데. 마법사의 시선으로 보니 단번에 그들이 이해가 갔다.

이정도의 마나라면 적어도 수십 미터 반경의 마나를 응축시켜놓은 것과 비슷했다.

조이가 이런 마나석을 하나만 갖고 있어도 마력 걱정없이 마음껏 장난질을 칠 수 있었으리라.

하나만으로도 그런데 이렇게 많은 갯수라니.

‘…그래서 광산에 마나가 없었던 거였어.’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광산은 마나석이 나는 광산이었다. 광석이 그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며 자라났고 그곳에서는 그 마나석을 캤던 것.

쓸만한 마나석들은 가공되어 지상으로 나갔고 그 잔해들이 쓰레기장에 버려졌는데, 그곳의 린드웜이 광석들을 집어삼켜 놈의 체내에서 이렇게 응축된 마나석이 만들어진 것이리라.

“…하.”

아까웠다.

이 사실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린드웜을 죽이지 않고 마나석을 더 생산해내도록 쓰레기장 전체를 헤짚는 건데!

“…누나. 레부 죽겠어.”

도빈이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레부는 여전히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우부의 바닷물에 젖은데다가 광휘의 서리의 서리가 놈을 옥죄어들어 놈의 불꽃이 거의 꺼져가고 있었다.

레부가 죽기라도하면 내 손해가 컸다.

‘…어쩔수 없지.’

이미 광산을 나왔고 이놈이 내 눈앞에서 마나석을 삼키는데도 그걸 몰랐던 것도 나였으니까.

조금전 숨긴걸 들킨듯한 반응에 짜증이 솟았던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말로는 숨길 생각이 없었다고하니. 믿어주기로 했다.

바닥에 박혀있던 광휘의 서리를 뽑아 뒤로 이동시킨 후 심연의 불꽃을 레부에게 꽂아주었다.

화르륵!

“쿄오!”

레부가 심연의 불꽃을 흡수하며 몸을 불렸다.

순식간에 거대한 불꽃이 일었고 레부는 금세 본모습을 찾았다. 그러더니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눈치를 본다.

나는 그런 레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했어. 내가 미처 못 본걸 챙겼네.”

“…쿄, 쿄오….”

레부가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받은 칭찬에 놀란 모양이었다.

“잘 넣어둬.”

“쿄! 알겠습니다! 앞으로 더 잘 하겠습니다!”

놈은 크게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채찍 후에 당근을 주는것이 꽤 통하는 것 같았다.

잽싸게 바닥에 늘어진 아이템들을 집어삼키는 레부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윤도빈이 물었다.

“저게 뭔데?”

“마나석이야.”

“마나석?”

처음보는 것이리라.

아직까지 게이트 내에서 마나석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게이트 안에 마나석이 있었더라도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마나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테고.

마나석은 아이템처럼 정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광석 덩어리일 뿐이었으니까.

도빈이는 마법사가 아니었기에 더욱 마나석을 알 수 있을리 없었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쓰기위해 필요로하는 마나가 저 안에 응축되어 있어.”

“엥, 진짜? 그럼 누나한테 완전 좋은 거 아냐?”

“맞아.”

좋지 않을리 없었다.

저게 있다면 주변의 마나를 다 쓰더라도 마나석에서 마나를 뽑아 쓸 수 있을테니까.

“잘됐네! 양도 엄청 많던데. 누나가 다 쓰면 되겠다.”

하지만 나는 저 마나석들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연구소에 가져다줄까 싶어.”

“연구소? 왜?”

도토리들에게 손짓하자 다들 알아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며 회귀 전 기관 연구소장 박효진이 이뤄냈던 성과를 떠올렸다.

그 때의 그녀는 마나석을 가공해 무기를 만들어냈다.

이곳의 무기가 게이트 내 몬스터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전의 게이트 브레이크 때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박효진이 만들어낸 마나석을 가공한 무기는 그놈들에게도 통했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였지만 더 대단한 것은 그 무기에 속성효과를 입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을 도빈이에게 곧이 곧대로 말해줄 수는 없었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저 상태의 마나석은 마법사들밖에 사용이 불가능해. 박 소장님한테 가져다주면 마법사 외에도 저걸 활용할 방법을 찾아주지 않을까 싶어서.”

박효진이 발명한 마나석을 가공한 무기들은 내가 각성을 할 즈음에 나오기 시작했었다. 몇 년이나 더 당겨진 지금 그녀에게 마나석을 미리 준다면 아마 박효진은 더 굉장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도토리들의 집을 염력으로 챙겨들고 벙커의 출구를 향해 걸었다.

“연구소는 갔다와도 되지?”

뒤를 따라오는 도빈이에게 묻자 녀석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래. 데려다줄게.”

혹여라도 연구소에 갔다가 게이트로 샐까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는수없이 윤도빈과 함께 기관 연구소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연구소의 불은 환히 켜져 있었고 박효진 역시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나석을 건네주라 이야기하자 레부는 눈물을 삼키며 품고 있던 마나석들을 넘겼다.

연구는 이제 박효진이 알아서 진행할 것이니 내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도빈이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 집을 비웠던 이시결이 돌아와있었다.

“이제 돌아다닐만 해지셨나보군요.”

말을 하더라도 꼭 저런식이다. 무언가 잔뜩 꼬인 사람처럼.

하긴 정상은 아니지.

그를 흘겨보고 지나치자 그가 나를 따라오며 물었다.

“잠깐 얘기 좀 가능합니까?”

그리고는 슬쩍 뒤에 있던 도빈이를 돌아보았다.

“왜요. 뭐 나몰래 또 무슨 작당을 벌이길래 그렇게 봅니까?”

윤도빈이 상당히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시결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놈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는 터라 도빈이는 들여보내는게 나을 것 같았다. 자리를 피해달라고 어떻게 해야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 눈치를 챘는지 녀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들어갈게.”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는 도빈이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조금 미안해졌다.

도빈이의 방문이 닫히자 나는 팔짱을 낀 채 물었다.

“뭔데.”

이시결의 눈이 살짝 번뜩였다.

“누구한테 뭘 샀는지 알아냈습니다.”

“…뭘 사?”

순간 무엇을 얘기하는건가 싶었다. 내 의아함을 눈치챘는지 이시결의 눈빛에 조금 한심함이 섞여들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벌써 잊으셨습니까? 꿈 속에 기억이라도 놓고 온겁니까?”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며칠 전이라면.

‘…박성현!’

“선지자 말입니다.”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이시결이 입을 열었다.

그에 대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에 나 역시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어떻게 그걸 잊었지?’

광산에서 세라피스를 만났던 것이 어지간히 타격이 컸던 모양이긴 하다.

잠시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자니 이시결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아프더니 머리까지 어떻게 된겁니까? 나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새 그걸 잊었다니요. 실망스럽습니다만.”

저 주둥이를 비틀어버리면 소원이 없을 것 같은데. 내가 누워있는동안 저놈이야말로 입에 독을 품은 모양이다.

쯧 혀를 차고는 놈을 쏘아보았다.

“시끄러. 그래서 누구한테 뭘 샀는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이시결이 작게 입을 열었다.

“그쪽에 정식 판매자로 등록되지 않은 상인들이 있다는 건 아십니까?”

“암거래 상인.”

“맞습니다. 1층의 상가에서는 합법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지만 그 위층의 구석진 곳에서는 암암리에 암거래가 일어나고 있더군요. 그것도 굉장한 아이템들을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선지자는 그놈들 중 하나에게서 아이템을 몇 개 구매했어요. S급의 무기 두 개와 가호가 담긴 아이템을요.”

역시나.

예상이 적중했다.

암거래 상인에게 아이템들과 가호를 산 후 게이트에 입장한 것이었다.

“실제로 가호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가호는 그저 받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야기를 듣다보니 조금 의아해졌다.

“아이템 사전에는 그런게 없나보지?”

“가호가 아이템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쓰여있긴 합니다만 어떤 가호가 있다는 이야기까지는 써있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아직 나타나지 않은건가 싶었는데, 이렇게 암암리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는게 상당히 재미있군요.”

나야 돌고래 신의 가호를 아이템으로 얻었기에 그런게 존재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각성자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르리라.

회귀 전 후반에야 가호가 깃든 아이템이 굉장한 고가에 거래가 되긴 했지만 그것을 구매하는건 각성자가 아니라 일반인들이었다.

그당시의 웬만한 각성자들은 가호를 이미 받은 상태라 다른 가호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때문에 포기하기 일수였고.

내가 회귀를 하자마자 레부에게서 돌고래 신의 가호를 얻어낸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어떤 가호였는데?”

박성현이 회귀 전 내가 알고 있던것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것을 꼭 알아야했다. 그래야 그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테니까.

하지만 이시결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지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불법이다보니 거래 장부를 꽁꽁 숨겨놓아서 쉽게 찾을 수가 없더군요. 나름 보안을 지키겠다고 상인이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고요.”

아무래도 가호를 알아내려면 직접 박성현을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게이트를 클리어하는데 가호도 중요했지만 같이 구매한 S급의 아이템들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것들이라도 알면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이템은?”

“S급 스탯 증폭의 룬과 S급 승표라는 무기입니다.”

스탯 증폭의 룬이라면 나도 하나 갖고 있었다. 캐나다의 게이트를 닫고 얻은 EX급의 룬.

하지만 박성현이 구매한것은 S급. EX급은 스탯의 최대치를 영구히 증가시켜주는 것이었다. S급이라면 그 최대치의 증가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박성현은 그 룬을 써서 스탯을 증가시킨 후 게이트에 입장했을거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아이템이 놈이 사용한 무기일텐데.

“승표라면….”

처음 듣는 무기의 이름을 되뇌이자 이시결이 알아서 설명을 해주었다.

“기다란 끈 끝에 작은 칼날이 달린 무기입니다. 보통 멀리서 칼날을 던져 공격을 한후 줄을 당겨 다시 회수하는 형식으로 쓰입니다. 처음 사용하면 적중률이 현저히 떨어지긴 할텐데 S급이라서 어느정도 목표 보정이 된다고 적혀있더군요.”

이시결이 아이템 사전에서 그 무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모양이었다.

상당히 괜찮은 룬과 아이템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시 S급 종합 보상 게이트를 30분만에 클리어하기는 힘들다.

분명 승표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종류의 가호를 구매했으리라.

“판매자를 한 번 만나봐야겠네.”

내 중얼거림에 이시결이 그럴줄 알았다는듯 말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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