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66화 (167/201)

제166화

그런 최정식의 모습에 신교진 역시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리를 번갈아보았다.

최정식은 내 손을 꽉 붙든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

“아, 아버지가 게이트에 들어가셨어! 왜, 왜 자꾸 나한테 이런 일이…!”

50대 중후반인 최정식의 아버지라면 적어도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어르신일 것이다.

‘80대의 가호자….’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런 사람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가호가 내려지는데에 나이는 없었다. 갓난 아기부터 어린이, 청년, 중년, 노년까지 가리지 않았다.

다만 그중 각성자가 되는 사람은 청년층 뿐이었다. 문기훈이나 안세인과 같이 중년층에서도 각성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만 50대만 넘어가도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급격히 줄었다.

각성 기관에서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게이트에 입장하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가장 체력적으로 좋을 청년들도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체적인 능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노년층이 과연 게이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때문에 50대 이상의 가호자들은 대부분 기관에 가호자 등록만 해두고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언제 들어가셨죠?”

최정식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그건….”

옆에서 듣고 있던 신교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설마 언제 입장했는지도 모르는거에요?”

최정식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흘 전에는 분명 집에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네.”

“연락을요? 누구한테?”

“…가사도우미에게 말이네.”

직접 본 건 아닌 것 같았다.

“나흘 전이면 그 사이에는요?”

“가사도우미는 일주일에 두 번 들르기 때문에….”

그렇다면 가사도우미가 퇴근을 하고 오늘 출근을 하기 전까지, 그 사이 언제 게이트에 입장을 했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그럼 가사도우미도 직접 본 게 아니겠네요?”

“…맞아.”

“뭐야? 그럼 게이트에 들어간게 아닐수도 있잖아요.”

신교진이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말했다. 하지만 최정식은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닐세. 집에 아버지가 없는걸 확인하고 곧바로 주변을 찾아다녔어. 근데도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에 CCTV 조회를 요청했는데…. 집앞의 작은 공원에 생긴 게이트에 입장을 하는게 찍혀 있었네….”

CCTV영상을 확인했다면 확실한 것이었다.

일단은 그곳으로 빨리 이동을 하는 편이 나았다. 다른 이야기는 가면서 들어도 충분했다.

“어디에요?”

내 질문에 최정식이 반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도, 도와주는 건가!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최정식이 헐레벌떡 개의 이빨 사무실을 뛰어나갔다.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아 사무실을 나가려다 뒤를 돌아보았다. 신교진이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최정식의 아버지가 어떤 게이트에 들어갔을지 모른다. 그 안이 얼마나 넓고 위험할지 모르니. 신교진의 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뭐해? 안오고.”

“…아, 가요!”

최정식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동안, 신교진은 최정식의 아버지가 입장한 게이트의 정보를 검색했다.

“경기도 광주시…. 아, 여기인가?”

“찾았어?”

다행히 기관 사이트에 상세한 정보들이 적혀있었다.

“네. B급 아이템 게이트에요. 그리고 아직 누군가 입장해있는 상태고요. 입장한건 오늘 새벽인가보네요. 5시에서 7시 사이.”

S급도 아니었고 종합 보상 게이트도 아닌데다가, 아직 살아있다.

그렇다고 안심할수는 없었다.

‘게이트는 위험한 곳이니까.’

“그런데 여기 생긴지 꽤 됐네요?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집에서도 가까운 공원인데 아버지가 가호자인걸 알았다면 더 빨리 닫아달라고 의뢰를 했어야죠.”

신교진의 타박에 최정식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몰랐구나.’

확인을 위해 그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가호자이신걸 모르셨나요?”

“…몰랐네. 전혀. 아무 말씀을 안 하셨어. 본인이 말을 하지 않는데 우리가 알 방도가 없지 않은가.”

같은 가호자나 각성자끼리도 서로가 말을 하지 않는한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최정식이 몰랐다면 당연히 그의 아버지는 가호자 등록도 하지 않았을 터. 온전히 그의 탓으로 돌릴수는 없는 일이었다.

“허, 참…. 아니, 근데 그 사이에 연락도 안해봤나보네.”

신교진의 빈정거림에 최정식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일이 바빠서….”

그냥 평범한 자식의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면서 부모와 소원해지는 그런 평범한 자식 말이다.

가사도우미에게 늙은 아버지를 맡겨두고 본인의 일에만 집중하며 잘 찾아가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하는 정도로 그 죄책감을 묻어뒀을테고.

‘그것조차 부러울 일이네.’

이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게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이런 일이 있을때면 씁쓸함이 몰려왔다.

살짝 눈을 감으며 애써 그 씁쓸함을 삼켜냈다.

한 시간 쯤이 지나 도착한 곳은 경기도 광주의 전원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 사이의 작은 공원에 푸른색의 연기에 뒤덮인 구체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곧바로 게이트로 다가섰다. 게이트가 펼쳐지며 그에 대한 정보를 띠웠다. 그것을 읽는대신 여우 구슬을 발동했다.

[B급 아이템 보상 게이트]

[꿈의 바다로 통하는 게이트입니다.]

[꿈지기들이 원하는 꿈을 일정 수량만큼 낚으면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 클리어 시 B급 이상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의 서식지와 연결된 게이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해서 위험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률자체가 달라지기에 훨씬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입장해서 그를 데리고 나오는 편이 좋았다.

“…바로 갈거죠?”

자신의 활을 든 신교진이 내 옆에 서며 물었다. 뭔가 찝찝함이 묻어있는 얼굴이었지만 지금 신교진의 상태에 신경을 쓸 새는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게이트에 입장하려는데 뒤에서 최정식이 우리를 불렀다.

“이보게들.”

뒤를 돌아보자 그가 우리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제발 부탁이네. 꼭 아버지와 함께 돌아와주게나. 그렇기만 한다면 내 자네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거야.”

‘지원이라.’

회귀 전에 그가 박성현에게 했던 지원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순간 EX급의 가호를 구매할 돈은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를 안심시키기위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세요. 금방 돌아올테니까. 대신 그 말은 꼭 지키셔야합니다.”

“약속하네.”

꿋꿋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최정식을 뒤로하고, 우리는 게이트에 입장했다.

* * *

‘꿈의 바다.’

왜 이곳에 그런 명칭이 붙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는 곳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건 온통 보랏빛으로 뒤덮인 공간이었다.

‘보라색이 맞나?’

처음 인지한 색은 보라색이었지만 그 색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보라색에서 서서히 파랗게. 청록색을 거쳐 다시 보라색으로. 혹은 미세한 붉은빛을 띠기도 했다.

그 모든 색들이 일렁이며 사방에 퍼져있었다.

막혀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곳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곳을 보더라도 끝없이 고풍스럽고 우아한 빛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아주 작게 수놓아져 있었다. 사이사이로 떨어지는 기다란 꼬리를 가진 혜성, 그리고 작은 별빛들이 모여 만든 하늘을 가로지르는 작은 강. 그 앞으로 실을 엮어둔 것 같은 구름이 잔잔하게 흘렀다.

그리고 발밑의 바다는 그 하늘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파도가 없이 매우 잔잔한 물결은 하늘의 빛을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반사시켰다. 두 공간의 경계는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했다.

‘비현실적인 느낌.’

꿈의 바다라는 명칭처럼, 정말로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바다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꿈 같네….”

내 옆에 선 신교진이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무심코 한 발을 앞으로 내딛자 갑자기 바닥이 출렁거렸다.

“우왁!”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신교진의 팔을 확 끌어당기며 뒤로 물러났다.

바닥이 다시한번 심하게 출렁였다.

은밀한 고양이 특성의 전용 스탯 균형감 덕분에 넘어지려는 신교진을 붙잡고도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흐, 힉! 뭐, 뭐가….”

신교진이 내 팔을 꽉 붙잡으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 이거….”

우리는 푸른색의 나룻배 위에 있었다. 다섯 명 정도가 타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나룻배였다.

신교진의 갑작스러운 움직임때문에 배가 기울었던 것이었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내 팔을 놓은 신교진이 입을 열었다.

“…와, 씨…. 놀래라. …여기 바다에요?”

“그런 것 같아.”

우리의 움직임이 일으킨 파동이 바다의 표면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바다에 비친 하늘이 울렁거렸다.

“…근데…. 주변에 아무도 없네요?”

신교진이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몽환의 바다 한 가운데에 우리가 타고 있는 나룻배 한 척만이 떠 있는 상황. 먼저 이곳에 입장한 최정식의 아버지는 커녕 안내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탐지로 물 속을 살폈지만 그곳에도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움직여야할지 감이 안오네.’

사방이 같은 모습의 망망대해라 방향을 구분하기도 힘들고 바람조차 불지 않는 조용한 곳이었다.

물론 그것들을 해결할 방법은 있었다. 원하는 것으로 나를 안내해주는 나침반으로 최정식의 아버지가 있는 방향을 찾은 후. 우부를 이용해 바다를 움직여 배를 이동시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B급 게이트.

그렇게까지 해서 이 장소를 벗어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오히려 자리를 벗어나면서 게이트의 난도가 더 올라가버릴지도 몰랐다.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아?”

신교진에게 묻자 그는 정색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저 물 무서워해서요. 안 움직이고 싶은데요.”

‘물을 무서워한다고?’

의외의 대답이었다.

문득 게이트에 입장하기 직전, 그가 보였던 표정이 떠올랐다.

뭔가 찝찝한 표정.

‘이것 때문이었나.’

그렇다면 더 이상했다.

신교진의 운이라면 그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는 게이트에 입장하는 것을 거부했을텐데.

왜 그가 순순히 이곳까지 따라왔는지 의아했다.

‘뭔가 다른 이득이 있나?’

잠시 신교진의 이야기를 곱씹던 나는 곧 생각을 포기하고는 그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신교진이 움직이지 않고 싶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어쨌든 그의 가호는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니까.

최정식의 아버지를 찾고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멈춰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으….”

신교진이 나를 따라 주저앉더니 활을 옆에 내려두었다. 세운 무릎을 감싸쥔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이곳이 물 위라는 사실을 인지한 후부터, 신교진은 나룻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롭긴 하네.’

항상 까불거리고 말많은 놈이었는데 저렇게 기가 죽은채 겁을 먹은 모습이라니.

저정도라면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이 있다던가 하는 큰 트라우마가 있는 모양이었다.

“우부.”

내 부름에 품 속에 있던 용주에서 우부가 쏙 얼굴을 내밀었다.

“푸우!”

“나와봐. 여기도 바다가 있어.”

그러자 우부가 나룻배 너머를 쓱 바라보더니 곧 활짝 웃으며 용주에서 튀어나왔다.

“푸! 여기도 바다!”

무거운 물 고양이가 나룻배 위에 착지하자.

쿵!

나룻배가 거세게 출렁거렸다.

“흐, 흐억! 누, 누나!”

신교진이 바들바들 떨며 나룻배의 난간을 꽉 붙들었다.

“우부, 배 좀 안 흔들리게 해.”

“푸푸푸! 물이 무섭나아?”

우부가 신교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교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재미있어하며 그를 놀리려하는 우부를 만류했다.

“우부.”

“푸.”

순식간에 나룻배의 출렁임이 멈추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이 땅 위로 이동한 것 같았다. 우부가 물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리라.

우부는 덜덜 떨고 있는 신교진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에 앞발을 척 얹으며 말했다.

“걱정마! 물에 빠지게 되면 우부가 구해줄게!”

“…끔찍한 소리 하지마.”

신교진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래도 좋은지 우부는 다시 푸푸푸 웃었다.

출렁임이 전혀 없자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신교진의 떨림이 멈추었다. 그는 옆에 몸을 늘어트리며 누운 우부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주변은 조용했다.

주변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는게 맞긴 한걸까? 이동하는 최정식의 차 안에서 잠이 들어서 꿈을 꾸는건 아닐까.

점점 몽롱해지는 기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무렵.

갑자기 우부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곧이어.

촤아아.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소리에 반응한건 신교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물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늘과 바다의 사이에서 나룻배 여러척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