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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랭커가 회귀하는 방법-178화 (179/201)

제178화

나이트메어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놈들이었다.

빛을 싫어하는건 아니었지만 빛은 놈들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때문에 불을 켠다면 놈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빛을 없애기위해 달려드는 나이트메어 모두를 동시에 상대해야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만 악몽을 꾸게 만드는 나이트메어를 분리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불빛이 필요하긴 한데….’

레부를 불러내면 이 섬의 모든 나이트메어를 불러들일 위험성이 있었다.

어느정도의 나이트메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짓을 벌일수는 없었다.

심연의 불꽃 정도의 크지 않은 불빛이라면 도빈이에게 붙은 나이트메어를 떼어낼 정도로 알맞을 것 같았다.

마른침을 삼키고 허리 뒤의 심연의 불꽃을 꽉 잡았다.

‘빠르게.’

스릉.

심연의 불꽃을 뽑자 그 빛에 주변이 확 밝아졌다.

단검을 앞으로 내밀자 도빈이 붉게 물든 얼굴이 나타났다.

그 아래로 늘어진 그림자.

도빈이의 머리쪽 그림자에 이상한 덩어리가 하나 덧붙어 있었다.

둥그스름한 형태지만 천천히 일렁이고 있는 어둠.

각성자들을 이렇게 만든 악몽의 근원. 나이트메어였다.

‘저기구나.’

도빈이의 머리 위쪽으로 심연의 불꽃을 휘둘렀다.

서걱!

도빈이의 머리 위쪽에 붙어있던 그림자가 반으로 쪼개지더니 도빈이와 분리되었다.

‘됐어.’

스스스슥.

멀리서 무언가의 움직임 소리가 들려왔다.

빛쪽으로 다가오는 나이트메어들의 움직임이리라.

빨리 심연의 불꽃을 칼집에 넣으려는데.

<꺄르륵.>

기묘한 웃음에 일순 몸이 굳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나이트메어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싸한 기분에 심연의 불꽃을 들어 주변을 비추었지만 눈에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꺄르르르.>

‘…신급 몬스터인가?’

도빈이를 깨워야한다는 생각에 급급해서 신급 몬스터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단검을 넣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저 웃음소리 역시 빛을 꺼내기 전에는 들리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재빨리 단검을 칼집에 넣었다.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왔고 주변의 부스럭거림이 사라졌다.

숨을 죽인채 주변을 경계했지만 더이상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놈이 나이트메어와 마찬가지로 빛을 찾는 습성이 있다면, 빨리 도빈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곳을 벗어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나이트메어를 떼어냈음에도 도빈이의 몸은 여전히 차가웠고 의식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이트메어 때문이 아닌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꺄르르륵!>

“!”

귓가에 들려온 웃음소리에 광휘의 서리를 뽑아 휘둘렀다.

촤락!

단검의 궤적을 따라 얼음결정들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무언가 베였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디에…!’

<찾았다.>

작은 속삭임과 함께.

화악!

섬광이 터졌다.

“윽!”

황급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적으로 눈이 멀었다.

탐지로 앞을 살펴보니 기묘한 형태의 무언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코끼리를 닮은 코를 가진 커다란 동물의 형상.

신급 몬스터 꿈과 환상의 맥이었다.

하지만 맥은 악몽을 심는 몬스터가 아니다. 오히려 악몽을 먹는 놈에 속하는데…!

<꿈과 환상 속으로.>

<악몽 속으로.>

<너를 초대할께.>

이유를 생각해볼 틈도 없이 섬광이 나를 감쌌다.

그와 함께 내 정신은 심연 속으로 떨어져내렸다.

* * *

“아직도 해결이 안 됐나보네요.”

김현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의 기사들을 살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유지은 역시 얼굴을 굳혔다.

“걱정이네.”

브레이크를 일으키고 섬이 사라진지 이틀 째. 아직까지 섬은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기관 소속인 유지은과 김현우는 이번 게이트 브레이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임무가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각성자들을 감시하는 것.

원래 기관의 지하에 있었던 각성자들의 감옥은 그 수가 점차 늘어남에따라 근처의 건물로 이전할수밖에 없었다.

점점 늘어나는 범죄를 일으킨 각성자들을 둘이서만 감시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경찰 중에서도 각성을 한 사람이 점점 늘었다. 그들은 모두 이곳, 각성자들의 교도소로 배정을 받았다.

“그래도 윤도아 씨가 갔다고 하니까 이제 곧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건 듣던 중 다행인 소식이었다.

기관과의 계약이 끝난 후 홀로 활동하는 윤도아의 행적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게이트 브레이크 사건이 일어났을때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에 우왕좌왕하던것이 눈에 보였는데. 그곳에 윤도아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한편으로는 그것도 걱정이었다.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것도 문제야.”

“왜요?”

“너무 윤도아 씨 한테만 의존하고 있잖아.”

“아….”

무슨 일이 터지기만하면 일단 윤도아를 찾는다. 윤도아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윤도아 역시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도 지칠 때는 지치고 힘들때는 힘들며, 다칠수도 있고 죽을수도 있다.

만능의 열쇠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모든걸 윤도아 씨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을텐데 말야.”

그러다가 만약 윤도아가 도울 수 없는 상황이라도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처럼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던지, 최악의 경우로 그녀가 죽기라도 한다면….

“에휴. 됐다. 내가 누굴 걱정해. 쓸데없는 생각은 관두고 할 일이나 해야지.”

유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런 유지은에게 일거리를 던져주기라도 하려는듯, 건물 내에 미묘한 진동이 퍼졌다.

평소에 느끼던 것과는 다른 진동.

“…뭐지?”

“무슨 일 있어요?”

김현우가 유지은을 따라 일어서다가 대수롭지 않은듯 물었다.

유지은은 그에게 대답하는 대신 다른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은서 씨. 무슨 일 생겼습니까?”

휴게실의 안에는 둘 밖에 없었지만, 곧 둘의 귓가에 제 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시만요.]

프레리독 신의 가호를 받은 최은서였다.

그녀의 가호는 성문의 언어.

일정 거리 내에서라면 자신이 무리를 지은 구성원들과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교도관들은 모두 최은서의 구성원으로, 그녀와 마주보지 않더라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 화, 확인중이에요.]

CCTV와 함께 건물 곳곳에 심어져있는 그녀의 특성 감시의 눈은 수감소 안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지은은 최은서의 대답을 기다리며 벨트에 매고 있던 철편을 꺼내쥐었다. 김현우 역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움켜쥐었다.

[서, 서문이 뚫렸어요! 도, 동문 쪽도!]

다급한 최은서의 외침에 유지은과 김현우의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소장실을 뛰쳐나간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보이는 인원은 각각 셋 씩인데, 수,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모두 각자 위치로 가라고 전해주십시오!”

반층의 계단을 한번에 뛰어내린 유지은이 외쳤다.

[네!]

최은서의 연락을 받은 교도관들은 알아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1층에 가까워질수록 후각이 예민하게 반응해 낯선 침입자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냄새를 통해 방향을 잡은 유지은은 이어서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열감지.’

순식간에 시야가 변했다.

열화상 카메라를 보는 것 같은 시야가 펼쳐졌다. 다른점이라면 그 시야에 건물의 벽은 없었다.

주변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붉은 열덩어리들이 포착되었다. 옷을 보아하니 다들 경찰 각성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그들과 다른 복장의 사람 세 명이 보였다.

‘저기다.’

서문을 통해 침입한 사람들이 분명했다.

유지은은 그들을 향해 이동하며 자신의 손등을 까득 깨물었다. 아릿한 통증과 함께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그 피를 철편의 끝에 묻혔다.

‘독주입.’

스스슥.

빠르게 피를 흡수한 철편의 봉신이 붉게 물들었다.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들이 있는 모퉁이 가까이 다가간 유지은은 열감지를 풀었다. 시야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위장.’

스륵.

유지은의 모습이 벽과 동화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코너를 도는 순간.

‘기습!’

부웅!

빠르게 움직인 철편이 세 사람의 복부를 빠르게 갈랐다.

촤악!

“!”

큰 상처는 남지 않았다.

철편이 스쳐지나감에 따라 복부의 옷과 함께 피부가 살짝 찢어지는 정도였다.

그정도로 충분했다.

철편에 묻어있던 독이 작은 상처를 통해 그들에게 주입되었으니까.

“헉!”

그들의 상처가 빠르게 부풀어올랐다. 곧이어 온몸이 경직됐는지 바닥으로 쓰러졌다.

쿵!

유지은은 철편을 훅 털어내고는 최은서를 불렀다.

“최은서 씨. 해결 안된 곳 어디입니까?”

잠시 대기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소심하긴 했지만 일처리에 미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대답이 없는 경우도 매우 드물었고.

유지은의 미간이 좁아졌다.

‘설마….’

최은서가 있는 곳은 건물의 정 중앙이었다. 건물을 두루 감시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였다.

유지은은 다시 열감지를 활성화하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겹겹이 쌓인 층 사이로 최은서가 있는 곳의 위치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최은서 외의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새…!’

입술을 깨문 유지은은 곧장 건물의 계단을 뛰어 올랐다.

하지만.

콰과광!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발에 건물이 흔들렸고, 계단을 뛰어오르던 유지은 역시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컥!”

쿠구구구!

흔들리는 건물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유지은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대체 어떤 놈들이…!’

* * *

안세인은 배의 앞머리에 주저앉은채 하염없이 텅 빈 바다를 바라보았다.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도저히 장막은 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지잉.

지이잉.

코트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안세인은 장막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전화를 받았다.

“…네.”

[관장님, 박효진입니다!]

“…아아. 박 소장. 무슨 일이죠?”

[아직 여기 계시죠? 저 방금 도착했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이리나 씨 같이 있죠?]

“…도착했다고요?”

연구소장이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왔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을 내팽개치고 올 사람은 아니었다.

“…잠깐 기다려요.”

전화를 끊은 안세인은 곧 선장에게 배를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항구로 돌아가자 그곳에 서 있던 박효진이 손을 마구 흔들었다.

“관장님! 여기요!”

“어라? 박 소장님?”

이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빨리, 빨리 와보세요. 보여드릴게 있어요. 완성되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

박효진이 들뜬 목소리로 안세인의 팔을 끌어당겼다.

“뭐죠?”

트렁크가 열려있던 박효진의 차 앞으로 끌려간 안세인은 그 안에 있는 까만 박스를 발견했다.

“기대하셔도 되요, 관장님.”

박효진이 상당히 들뜬 목소리로 박스를 열었다.

“짠!”

안세인의 눈이 커졌다.

“…이건…?”

손가락 끝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의수였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달려왔어요.”

박효진이 조심스레 의수를 들어올려 안세인에게 내밀었다.

“…나에게?”

“상당히 유용할거에요. 이거 이사님이 고안하고, 도아 씨가 구해다준 재료들로 만든거에요. 부서지지 않는 강철과 마나석을 합쳐둔거라 내구성도 좋고 마나석이 담고 있는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말문이 막힌 안세인은 박효진이 내민 뼈를 바라보았다.

“…대체 언제….”

기사를 보고 찾아왔던 윤도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김지석과 윤도아가 자신도 모르게 이런 짓을 벌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방긋 웃은 박효진이 이리나에게 말했다.

“리나 씨. 연결 부탁해요.”

“…네!”

이리나가 밝아진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나와 박효진이 안세인을 차로 데려가 앉히고 왼팔을 연결할 준비를 하는동안, 안세인은 이 의외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장님, 아파도 참으셔야돼요. 신경을 연결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이리나의 말에 안세인이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고른 이리나가 품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 안에서 나온건 은색의 날카로운 메스였다.

“시작할게요.”

메스가 아물었던 상처를 들쑤시자 몰려오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막 안에 있는 각성자들의 안위는 잊을 정도였다.

아물게 했던 상처를 벌리고 의수와 신경을 연결하고 봉합하고.

의수의 연결이 끝났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끄, 끝났어요….”

이리나가 힘에 부쳐 떨리는 손으로 메스를 넣었다.

안세인의 온몸이 피와 식은땀으로 절어 있었다.

박효진이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훔쳐낸 그녀는 새롭게 생긴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조심스레 팔을 굽혔다 펴보고, 이리저리 비틀어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다가 불끈 힘을 주어보기도 했다.

아직 연결부위가 욱신거렸지만 새로운 팔이 생겼다는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고마워요, 둘다.”

안세인이 지친 표정의 이리나와 박효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박효진이 그런 안세인에게 씩 웃어보였다.

“감사인사는 이사님이랑 도아 씨 한테 하셔야죠.”

그에 안세인 역시 피식 웃었다.

“그래요. 안으로 들어가서 둘을 좀 혼내줘야겠어. 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기관 연구소장한테 일을 시키고 말이야.”

대충 옷을 걸친 안세인이 즉시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바람에 안세인의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왠지 모르게 몸상태도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셋은 다시 배를 타고 장막 앞으로 이동했다.

아까와 똑같이 배의 앞머리에 선 안세인은 코트 주머니 속에 보관해오던 왼손용 너클을 꼈다.

‘…이걸 다시 낄 수 있을 줄이야.’

안세인은 천천히 자신의 의수, 새로운 왼손에 너클을 낀 후 주먹을 꽉 쥐었다.

‘부술 수 있어.’

안세인의 눈빛이 투지로 불타올랐다.

“다들 꽉 잡아요.”

그녀의 경고에 이리나와 박효진, 그리고 배의 선장이 자세를 낮추며 배를 꽉 붙잡았다.

안세인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장막을 후려쳤다.

콰아앙!

“!”

크게 퍼진 충격파에 안세인이 휘청이며 뒤로 밀려났다.

배가 크게 흔들렸고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느낌부터가 달랐다!

오른손으로 쳤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안세인이 빠르게 균형을 잡으며 장막의 상태를 살폈다.

‘…뚫렸다!’

마치 허공에 균열이 일어난 것처럼 장막이 찢겨 있었다. 하지만 안쪽은 완전한 암흑의 공간이었다.

‘뭐지? 아무것도 안보여.’

“다, 다시 닫혀요!”

박효진의 외침대로 찢어졌던 공간이 아래쪽부터 다시 아물어들고 있었다.

“이런!”

안세인이 빠르게 몸을 일으켰지만 계속해서 출렁이는 배 때문에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들어가야했다.

장막을 찢었다는 생각에 기뻐 신경쓰지 않았지만, 조금 전의 후려치기 이후로 팔은 너덜너덜하게 벌어진 상태. 다시 연결을 하려면 또 시간이 걸렸고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후려치기를 할 수 있는 몸상태는 아니었다.

‘들어가야…!’

훅!

그때 무언가가 안세인의 위를 슥 스쳐지나갔다.

“!”

놀란 안세인이 위를 바라보았다.

“깨느라 고생많았습니다. 먼저 들어가도록 하죠.”

나른한 목소리를 남긴 그가 아물어들던 균열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시결을 삼킨 균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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