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갑작스러운 상황에 도린은 마른침을 삼켰다.
두 번째 간이 시험의 게이트에 윤도아가 입장을 한 이후. 간이 시험에 참여하기로 했던 도린 역시 게이트에 입장을 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문과 함께 입장을 거부당한지 수차례.
다른 각성자들 역시 자신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도린은 반쯤 포기한 채 멍하니 게이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또 다시 나타난 안내문.
[시험을 치룰 사람으로 선택되었습니다.]
[10초 후 게이트 안으로 이동합니다.]
곧이어 시작된 카운트 다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도린은 게이트 안으로 입장되어버렸다.
다행히 반사적으로 무기인 부메랑을 붙잡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맨몸으로 게이트에 입장할 뻔 했다.
도린은 몸집만한 부메랑을 땅에 짚은채 주변을 살펴보았다.
눈앞에는 폭이 대략 300미터 정도 되어보이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의 물은 잔잔히 흘러갔고 그 위로 넓적한 바위들이 놓여 징검다리를 이루고 있었다.
강을 기점으로 도린이 있는 곳은 갈대들이 무성했고, 반대편은 울창한 풀숲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곤충들의 소리는 더없이 평화로웠다.
‘목표가 뭐지?’
생각에 빠지려는 찰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무언가 훅 나타났다.
머리카락을 한올 남김없이 깔끔하게 밀어낸 큰 덩치의 남자였다. 양손에 끼고 있는 투박한 회색의 건틀릿을 보아하니 각성자임이 틀림없었다.
그 역시 갑작스럽게 이동된건지 험상궂은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왠지 다른 각성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 도린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도린이 헛기침을 하자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도린을 발견한 그의 얼굴에 깃들었던 당혹감이 조금 사라졌다.
그는 성큼성큼 도린을 향해 걸어오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겁니까? 갑자기 선택됐다는 안내문이 뜨더니 입장이 돼버렸습니다.”
혹시 몰라 통역기를 끼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례지만 소속이 어떻게 되십니까?”
도린의 차분한 질문에 남자 역시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캐나다 랭커 카터입니다.”
“루마니아 기관장 도린입니다.”
게이트 안인만큼 느긋하게 서로를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긴 한데…. 윤도아 각성자가 예상한대로라는게 참 기가 막히네요.”
12월 초에 있었던 각성자 회담에서 윤도아가 했던 이야기가 적중했다.
물론 윤도아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적중할 줄이야.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란말야.’
그에 다시금 윤도아에 대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카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도 그때 기사를 보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이렇게 될 줄이야….”
카터는 이전에 보았던 윤도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캐나다의 공원 속 무덤 게이트를 닫으러 왔을 때, 그 역시 그곳에 있던 랭커 중 한 명이었다.
그때는 윤도아의 실력을 잘 몰랐다. 그저 세계 랭킹 1위라는 이야기에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리 칭송받는가에 대한 의문 뿐이었는데. 그곳에서 윤도아의 실력을 직접 목격한 이후로, 그는 그녀를 확실히 신뢰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회담에서 나왔던 윤도아의 이야기에도 크게 귀를 기울였고, 그덕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게이트에 입장했음에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도린이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일단 저희 뿐인 것 같은데. 게이트의 목표를 좀 찾아봐야겠군요.”
그에 카터가 곧바로 갈대숲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뭔가 있습니다. 음파 탐지로 살펴보기에는 알 같은 모양입니다.”
범고래 신의 가호를 받은 카터는 소리를 이용해 주변 사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호. 가볼까요?”
잘됐다는듯 고개를 끄덕인 도린이 큰 부메랑을 들쳐 맨 후, 허리에 꽂아뒀던 기역자 모양의 사냥용 부메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갈대를 헤치며 카터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여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도린과 카터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기야.>
다시 한번 들려온 어린 아이의 목소리. 그 소리는 그들이 향하던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안내자인가봅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자 갈대들 사이에 사람 머리 크기의 알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래, 나야. 내가 말했어.>
게이트 내부에서 알이 말을 한다는건 그리 특별할 일은 아니었다.
도린은 알의 앞에 쪼그려앉으며 물었다.
“그래. 그래서 뭘 해주면 되지?”
<눈치가 빠른 인간이네. 좋아, 좋아. 그럼 나를 저기까지 데려다줘.>
알이 저기라고 지칭을 했지만 도린과 카터는 그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정확하게 말로 해주지 않겠어?”
<강가 건너의 숲으로.>
도린과 카터의 시선이 강 건너의 숲으로 향했다.
강을 건너가려면 저 징검다리를 건너야했다.
하지만 강을 건너는 것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 같았다.
잔잔하게 흐르던 강물의 표면이 어느새 파동으로 가득했다.
물결의 파동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뱀을 닮은 수십의 몬스터였다.
머리에는 날카로운 뿔들이 사방으로 치솟아있었고 가늘게 찢어진 눈과 뾰족한 주둥이 사이로 날름거리는 두 갈래의 혓바닥. 그리고 온몸을 뒤덮은 은색의 비늘들까지.
“쉬싯. 쉿.”
“시시싯!”
사방에서 튀어나온 뱀들이 빠르게 도린과 카터를 향해 돌진했다.
“이봐. 네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놈들에 대해 말해주지 않겠어?”
도린이 알을 향해 말했다.
<흠. 좋아. 너희가 죽기라도 하면 나도 죽은 목숨이니. 저놈들은 나가. 비열한 뱀의 자식들이지. 놈들과 나는 오래된 숙적 관계로….>
“아니, 아니. 그런 배경지식 말고 말야.”
도린이 큰 부메랑 안쪽에서 기역자 모양의 투척용 부메랑을 꺼내들며 말했다.
“놈의 공격 스타일이라든지, 약점이라든지. 좀 도움이 될만한걸 말해주시죠.”
카터가 험상궂은 얼굴로 건틀릿을 낀 손을 들어올렸다.
그 사이, 나가들은 도린과 카터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있었다.
<공격 스타일이라. 그래, 그건 항상 싸워왔던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지. 놈들은 아주 빠르고 민첩해. 정말 뱀처럼 말야.>
도린과 카터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둘 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알의 말을 듣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직접 부딪혀보는 편이 좋을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놈들도 독이 있을지 모르니 제가 앞서겠습니다.”
도린의 말에 카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먼저 하는 것을 보아, 그에게는 독에 대한 면역체계가 있는 것 같았다.
<오, 어떻게 알았어? 저놈들은 독이 있어. 놈들이 꼬리에서 쏘는 독에 맞으면 온몸이 마비되지.>
그제야 쓸만한 정보를 던져주는 알이었다. 어깨를 으쓱인 도린은 앞으로 나섰다.
일단 나가들의 돌진을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부메랑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는 두 다리를 굳건히 고정시킨 후, 힘껏 부메랑을 휘둘렀다.
부웅!
묵직한 부메랑이 허공을 가르며 가장 먼저 달려오던 나가의 머리를 쳐냈다.
퍼억!
머리가 깨진 나가가 날아가 옆의 나가에 부딪혔다.
부메랑의 반동에 도린은 한 바퀴 돌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덕에 나가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
부메랑의 위력을 확인한 나가들이 주춤하며 돌진을 멈추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한 놈들은 곧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래, 저게 독이야. 독을 쏠 준비를 하는거라고.>
뒤쪽에서 흥분한 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아무리 면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직접적으로 독을 받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이었다.
카터의 물음에 도린은 그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일 뿐이었다.
수십개의 꼬리가 도린에게 향했다. 꼬리의 끝에서 가느다란 침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잠시후 일제히 도린을 향해 독침이 발사되었다.
촥!
촤자작!
도린은 그것을 피하는 대신 부메랑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파바바박!
“!”
지켜보던 카터가 움찔했다.
부메랑을 들어올려 가린 얼굴을 제외한 온몸에 나가들의 독침이 박혀있었다.
<고슴도치가 됐는데?>
알이 중얼거렸다.
<분명 마비될거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그냥 맞고 있다니. 이봐, 저 인간은 글렀어. 네가 나서줘야겠는데. 다행히 나가들의 독침이 다시 재생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 사이에 놈들을 쳐부수면 될거야.>
카터는 미심쩍은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며 알의 앞으로 나섰다.
분명 독면역이 있어서 앞으로 나섰을텐데. 한번에 너무 많은 독이 번졌기 때문일까.
도린은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그 모습에 도린에게 독이 퍼졌다고 확신한 나가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시싯!”
“쉬싯!”
도린의 행동은 계산된 것이었다. 나가의 독침에서 흘러들어오는 독들을 모조리 저장한 도린은 곧바로 주변으로 그 독을 확산시켜두었다.
때문에 도린의 옆으로 다가오던 나가들은 그 독을 모조리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을 기어 도린의 옆을 지나치던 나가들은 얼마 가지 못해 서서히 멈추었다.
“시싯…?”
“쉬시싯…!”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나가들이 눈을 굴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린이 퍼트려둔 독이 제대로 작용을 한 것이다.
당황한 나가들을 보며 씩 웃은 도린은 그제야 부메랑을 내렸다.
“아이고, 삭신이야.”
“…괜찮으십니까?”
카터가 의심가득한 목소리로 물으며 도린을 향해 발을 떼었다.
“아, 오지 마십시오.”
도린이 황급히 그를 막았다.
멈칫한 카터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자 도린이 몸에 박힌 독침들을 하나씩 뽑아내며 말했다.
“지금 이 부근에 독이 퍼져있거든요. 놈들의 독을 역이용했습니다.”
“역이용이요?”
카터의 질문에 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 독을 저장한 다음에 주변으로 흩뿌려뒀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려던 놈들이 이지경이 된거고요. 아직 독이 퍼져있으니 다가오시진 마십시오.”
차분히 독침들을 제거한 도린이 곧 다시 부메랑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주변으로 확산시켰던 독들을 다시 흡수했다.
‘저장.’
그러자 공기중에 퍼져있던 독들이 다시 도린에게로 흡수되었다.
이제 주변에는 독이 남아있지 않았다. 도린은 다시 부메랑을 들어올려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부웅!
온몸이 마비된 나가들은 그 부메랑을 피할 방도가 없었다. 놈들은 묵직한 부메랑에 모조리 찢겨나갔다.
촤아악!
“후.”
도린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휘둘렀던 부메랑을 멈춰세웠다.
나가들의 정리는 간단하게 끝났다. 하지만 모든 나가가 쓰러지고나서 보인 징검다리의 위에 또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껏 상대한 나가보다 훨씬 커다란 덩치. 머리에 치솟은 수많은 뿔. 온몸을 뒤덮은 금빛의 비늘. 또아리를 틀고 있는 긴 꼬리는 물 속으로 잠겨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쉬시시싯!”
놈의 길쭉한 주둥이에서 세갈래로 찢어진 붉은 혀가 튀어나왔다.
일단 그 크기에 압도당한 도린과 카터가 멍하니 놈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둘의 뒤로 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놈은 나가라자. 나가들의 대장이지. 저놈까지 상대해야 강을 건널 수 있을거야.>
“…그렇다면야….”
도린은 잠시 나가라자의 크기를 가늠해보고는 말했다.
“저놈은 독으로 마비를 시킨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 혼자 상대하기는 무리일 것 같군요.”
도린의 말에 카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겠습니다.”
건틀릿을 낀 양손을 꽉 쥔 카터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카터가 다가가자 나가라자가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그를 위협했다.
덩치가 큰 놈인만큼 아무래도 가까이 다가가면 눈치를 채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우선 가까이 접근하는게 좋겠습니다.”
카터의 말에 도린이 커다란 부메랑 안쪽에 걸려있던 십자 모양의 리터닝 부메랑을 꺼내들었다.
“주위를 끌어보죠.”
그리고는 나가라자를 향해 리터닝 부메랑을 힘껏 던졌다.
휘리릭!
리터닝 부메랑이 나가라자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나가라자의 찢어진 은빛 눈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리터닝 부메랑을 쫓았다.
“쉬시시싯!”
도린은 이번에는 기역자 형태의 투척용 부메랑을 꺼내들고 부메랑의 전체에 독을 발랐다.
나가라자의 시선은 여전히 자신의 주변을 크게 돌고 있는 리터닝 부메랑을 향해 있었다.
리터닝 부메랑이 놈의 뒤를 돌아, 놈의 시선이 도린과 카터에게서 벗어난 순간. 카터가 앞으로 돌진했다.
그 묵직한 진동에 나가라자가 빠르게 앞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도린이 독을 바른 부메랑을 투척해서 다시 한번 나가라자의 시선을 돌렸다.
휘릭!
나가라자가 또아리를 틀었던 몸통을 들어올려 도린이 투척한 부메랑을 쳐냈다.
부메랑은 힘없이 튕겨져 나와 징검다리 위로 떨어져내렸다.
‘이정도로 뚫리지는 않는건가.’
나가라자의 비늘은 생각보다 튼튼했다. 독을 바르려면 도린 역시 놈에게 접근해야 했다.
그 사이 카터는 무사히 나가라자의 앞쪽에 도달해 나가라자의 뒤쪽에 위치했다.
도린은 돌아온 리터닝 부메랑을 가볍게 받아든 후, 이번에는 큰 부메랑을 들쳐멘 채 놈에게 돌진했다.
그때 물살을 가르며 물 속에 있던 놈의 꼬리가 튀어나왔다.
촤아악!
꼬리 끝에는 여느 나가와 마찬가지로 독침이 위치해있었는데 그 크기는 사뭇 달랐다.
저걸 맞게되면 독을 저장하기는 커녕 그것에 꿰뚫려 죽게 생겼으니 말이다.
꼬리의 독침이 도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도린은 부메랑을 들어올려 그 독침을 막아내었다.
쾅!
나가라자의 꼬리 힘에 밀려 도린은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나가라자의 꼬리는 그런 도린을 부메랑 채로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윽!”
그 엄청난 힘에 부메랑을 들고 있는 도린의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넘어진 이상 밀어내는 것은 힘들었다.
‘어떻게든 버텨야…!’
콰드득!
나가라자의 독침이 도린의 부메랑을 꿰뚫고 나타났다.
“헉!”
날카롭게 벼려진 독침이 점점 도린에게로 접근했다.
힘껏 부메랑을 밀어내는 도린의 얼굴에 핏줄이 솟아났다.
하지만 독침은 점점 도린에게로 다가왔고, 곧 날카로운 끝이 도린의 가슴팍에 닿았다.
콰광!
갑작스러운 충격음과 함께 나가라자의 독침이 멈추었다.
그틈을 타 빠르게 부메랑을 놓고 그자리에서 벗어난 도린은 나가라자의 머리 쪽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나가라자의 몸통 일부분에 깊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마치 동그란 무언가가 한입 뜯어먹기라도 한 것처럼, 동그랗게 잘려진 나가라자의 몸통에서 붉은 피들이 쏟아져내렸다.
아마도 카터의 능력이리라.
“쉬시시시싯!”
나가라자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마구 뒤틀었다.
도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바닥에 떨어져있던 투척용 부메랑에 독을 바른 후, 나가라자의 상처를 향해 던졌다.
휘리릭!
부메랑은 몸부림치던 나가라자의 상처에 정확히 박혔다.
“쉬시시시시싯!”
상처를 파고드는 이물질에 나가라자의 요동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상처를 타고 도린의 독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내 놈의 움직임이 서서히 멈추었다.
“시시싯…!”
그런 나가라자의 몸통 뒤에서 피를 뒤집어쓴 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동작을 멈춘 나가라자를 보며 오른손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나가라자의 상처 옆. 이미 절반이 날아간 상처의 옆쪽이었다.
그곳을 마저 끊어내면 나가라자의 목숨 또한 끊어지리라.
‘돌격.’
카터의 우직한 주먹이 천천히 움직였다.
장난이라도 치는것처럼 아주 느린 동작이었지만, 그의 주먹에는 그가 가진 마력 스탯의 최대치인 82마력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의 느릿한 주먹이 나가라자의 몸에 닿는 순간.
콰앙!
또 한번의 굉음과 함께 나가라자의 몸통이 터져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