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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급 에스퍼를 피하는 방법 (78)화 (78/112)

#78

“…도와줄까?”

듣던 중 반가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갑갑한 옷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델로즈의 도움을 받아 상의 단추를 풀어 던지고, 바지 버클까지 열었다. 얼른 몸을 옥죄는 허물을 벗어낸다. 피부처럼 부드러운 속옷의 촉감도 지금은 무겁고 거친 짚단 같았다. 어서 모든 걸 벗어내고 싶다.

평소엔 뜨겁던 델로즈의 손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맨살 위 닿는 곳마다 열이 식었다가 더 강한 온도로 타오른다. 본능적으로 시원한 곳을 향해 몸을 붙인다. 델로즈의 손바닥에 고개를 묻자 머리 위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진행하면 델로즈에게 안겨야겠지. 상상도 해본 적 없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팔 하나 제대로 올리지 못한 상태로 누군가를 품을 수도 없고, 이대로 백치가 될 순 없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몸은 본능적으로 파고들었다.

굵은 손마디를 잡아 뺨에 잡아 올렸다. 닿은 손바닥이 움찔한다. 물러서려는 손목을 양손으로 잡았다. 왜 물러난단 말인가. 지금까지 반테온에게 좋다고 직진한 건 델로즈였다. 막상 유일한 구원자가 되자 발을 빼다니, 느낄 필요 없는 배신감까지 몰려온다.

서로 순진한 척할 사이도 아니다. 반테온과 임시로 매칭 하기 전엔 다른 가이드들과 가벼운 밤을 보냈다고 들은 것만 해도 몇 명인…… 아.

혼란한 머릿속에 번개 치듯 스친다. 잠시 잊고 있었다. 자신을 좋아한다며 접근한 델로즈의 성벽이 그제야 떠올랐다. 막상 남자와 몸 닿을 일이 생기니 거부감이 드는 것일까. 가이딩에 홀려 호감을 느꼈어도 벗은 남자의 몸에 닿으니 현실감이 든 걸지도 모르지.

반테온의 몸은 부드럽고 온화한 여자의 몸과는 다르다. 아무리 섬세하고 곱다 하여도 단단한 근육으로 각진 몸은 그녀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차이를 느끼고 질린 걸지도 몰랐다.

“진짜로…… 남자 몸을 보니… 징그러워?”

“넌 이럴 때도 그딴 소리를 하는군.”

아니면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델로즈의 입매가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비난하듯 반테온을 노려본다. 지금 억울한 사람이 누군데.

쏟아질 것 같은 속마음을 억지로 삼키며 잘게 떨리는 델로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응급 상황인 건가?”

뜬금없는 말에 혼미한 머리로 현실을 되짚었다. 그랬었지. 마음대로 손을 댔던 델로즈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응급 상황이 아니면 두 번 다시 자신에게 불손하게 닿지 말라고.

이 와중에도 저런 소리를 하다니. 조심스럽다 못해 고지식한 말에 헛웃음이 나온다. 누가 그 무례하고 오만하던 델로즈라고 생각할까. 머릿속까지 치고 오르는 열기 속에서도 반테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키스를 엉망으로 할 때 알았어야 했다. 그래. 저 녀석은 남들과 몸이나 섞었지. 연애다운 연애를 한 적이 없을 것이다. 용병으로 살면서 가볍게 사람을 만나고, 센터에 와선 알아서 달려드는 상대를 취했을 테지.

절대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비실비실 튀어나오는 미소를 숨긴다. 팔을 억지로 들어 혼자 잘 차려입은 델로즈의 목덜미를 향한다. 덜덜 떨리는 손이 겨우 셔츠 카라에게 닿았다.

안 듣느니만 못한 말이다. 반테온은 그대로 델로즈를 당겨 그의 입술을 삼켰다. 접촉과 동시에 환호하듯 양손을 뻗어 자신의 뒤통수를 잡아 누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입술과 숨이 막히도록 파고드는 두꺼운 혀뿌리에 입 안이 전율한다. 핥고 빨고 깨무는 행동에 머리끝까지 저릿하다. 숨이 막히기 직전에야 겨우 떨어진 델로즈는 흉흉하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얇은 거미줄 위를 걷는 듯 섬세하던 시선이 광폭하게 퍼졌다.

그는 단추를 풀지도 않고 몸을 감싼 셔츠를 잡아당겨 벗은 후 바닥에 내팽개쳤다. 반테온의 눈에 강하게 헐떡이는 가슴팍과 육중한 그의 상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흐린 달빛 아래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델로즈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살피며 그가 몸을 내리는 행동을 숨을 멈추고 바라봤다.

침대를 쥔 손에 아프도록 힘이 들어간다. 갈피 없이 온몸을 잠식하는 감각에 허리가 덜덜 떨린다. 온몸을 삼키려는 듯 입술을 박아넣는 행위에 꿈틀거리며 바르작거리자 거대한 손이 단단히 고정한다. 그대로 쇄골, 가슴, 배꼽 천천히 내려오는 감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허리를 잡기 위해 움직인 손이 슬며시 유두 위를 스칠 땐 어쩔 수 없이 몸이 튀었다.

“읏… 흐으…….”

젖은 시선이 혼탁하게 흐려졌다. 애원하듯 매달리며 갈구하는 눈빛으로 델로즈를 바라본다. 어서. 빨리 해결해 달라고 예민한 구석을 핥고 쓰다듬으면서 정작 욕구는 해결되지 않는다. 어서 가게 해줘. 벗어나게 해줘. 델로즈는 볼록 솟은 반테온의 유두를 비틀고 긴장된 복근을 쓸어내렸다.

“남자라 거부감이 드냐 물었지.”

아래로 내려간 델로즈의 뜨거운 점막이 망설임 없이 잔뜩 발기한 것을 물었을 땐 온 세상이 점멸하듯 눈앞이 튀었다.

“아…! 잠깐…!”

젖은 타액이 질척한 소리를 내며 끝까지 머금는다. 충격에 온몸이 벌벌 떨린다. 진동하듯 경련하는 몸을 다시 짓누르고 두툼한 혀가 선단을 눌렀다. 눈동자 안이 새까맣게 탈 정도로 열이 올랐다.

남자와 해본 적도 없다던 델로즈의 과감한 행동에 충격과 동시에 몸이 경직된다. 뒤따라 망설임 없이 삼키는 델로즈의 행동에 깊은 신음이 샌다. 반테온의 퍼덕이는 몸을 누르며 뿌리까지 깊게 빨아 삼킨다. 잡아먹을 듯 세찬 힘에 시트를 잡았던 손을 뻗어 검은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

이미 한계까지 몰아세워진 몸은 쉽게 절정에 도달한다. 파드득 떨리던 허리가 격하게 요동치고 울컥하고 터지는 감각이 온몸에 퍼진다. 쾌감이라 말하기도 힘든 강한 자극에 눈앞이 벌벌 떨린다. 델로즈는 파정한 흔적을 모조리 먹어치운 후에야 고개가 들었다.

“왜 그걸 더럽게….”

멍한 시야 사이로 그제야 자신의 꼴이 보였다. 아직은 달아오른 몸뚱어리와 잔뜩 젖어 오르락거리는 가슴팍, 그리고 절정에 도달한 자신의 다리 사이를 유심히 바라보는 델로즈의 시선. 뒤늦게 치솟는 수치심에 다리를 모으려 했으나 단단한 몸통이 그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반테온의 허벅지를 누르며 델로즈가 섬뜩하게 말했다.

“긴장 풀어. 이제 시작이니까.”

그의 말대로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열기에 아랫도리엔 다시 피가 쏠린다. 얼마나 독한 약인 거야. 잇새로 욕을 짓씹으며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된 걸까. 서러움에 눈물이 차올랐다.

델로즈는 굵은 손끝으로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며 반테온의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그대로 열기 가득한 기둥과 회음부를 노골적으로 문질렀다.

생소한 감각에 허벅지가 잘게 떨렸다. 축축하게 젖은 살결을 뭉근하게 매만지는 자극이 뇌까지 올라온다. 슬며시 움직이던 손길이 좁은 틈새에 멈추더니 꽉 다물린 틈을 쓸었다.

“으…….”

낯선 감각에 어설프게 휘두른 다리가 델로즈의 사타구니 위를 스쳤다. 덜덜 떨리는 반테온의 다리 안쪽에 묵직한 질감이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델로즈의 아래쪽을 살폈다.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델로즈의 형태에 침을 삼켰다.

전에 봤을 때도 무식하게 크다고 생각한 델로즈의 물체는 꽉 잠긴 바지 위로 흉흉하게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크기일까. 약에 취한 머리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저런 걸 넣어야 한다는 거지. 손가락 하나도 넣기 힘든 상황에서 암담할 만큼 버거운 크기다. 악다문 잇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서랍…… 안.”

그대로 할 순 없다. 지금이라도 망할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이미 약에 절어 덜덜 떨리는 몸뚱이론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다. 지금도 머릿속은 이 갈증을 빨리 해소해 달라며 아우성친다. 그렇다면 최소한 걸어 다닐 수는 있어야지. 반테온이 겨우 손으로 서랍을 가리키자 델로즈가 뜯어낼 듯 거칠게 손잡이를 당겼다. 안에는 수면용으로 태우는 향유가 들어 있었다.

미끈한 액체를 손에 바른 델로즈가 낯선 촉감에 멈칫한다. 망설임은 잠시였다. 손이 흠뻑 젖을 정도로 비싼 향유를 가득 뿌리더니 입구를 쓰다듬던 손가락에 힘을 줘 바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가락 뿌리까지 들어와 내벽 깊숙이 박혔다.

“……!”

겨우 손가락 하나가 들어왔는데도 형언할 수 없는 부피감에 몸이 굳었다. 처음으로 안에 무언가 들어온 것이지만, 약에 달아오르고, 향유를 발라서인지 다행히 고통은 크지 않았다. 대신 안쪽을 넓히는 감각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뒤쪽을 질척이는 소리가 귓가를 괴롭히고, 이미 달아오른 전신이 붉게 타올랐다.

낯선 이물감과 내부를 휘젓는 행동에 전신이 저항 없이 흔들렸다. 골반이 들리는 느낌과 동시에 안으로 손가락이 더 들어왔다. 안이 벌어지며 찬 공기가 닿는 감각에 절로 허벅지가 움츠러든다. 차라리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몰아쳐서 이 지옥 같은 현실이 끝나기를. 아파도 괜찮으니 그냥 처박고 흔들면 이 끔찍한 약 기운도 끝나지 않을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점점 과감해지는 델로즈의 움직임이 바뀌는 순간, 몸을 뒤틀던 반테온의 눈앞이 하얗게 튀며 점멸한다.

“으…!”

온몸이 굳으며 발가락이 구부려진다. 선연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감당할 수 없는 자극과 쾌락이 온몸을 관통한다. 앞을 자극당할 때와 선연히 다른 감각에 약에 지배당한 몸은 더, 더 강한 자극을 달라고 애원한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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