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다가온 상대를 환영하듯 양손을 뻗었다. 물이 찰랑거리며 맨몸과 부딪혀 파동쳤다. 그와 동시에 델로즈의 거대한 상체가 그늘을 만들며 반테온의 위에 쏟아졌다.
거칠게 잡아채면서도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끌어안았다. 목에 입술을 박아넣은 짐승이 턱, 쇄골, 가슴까지 잡아먹을 듯 물었다.
“으…… 흣…….”
따뜻한 물에 부드럽게 녹은 가슴을 물고 빨 땐 참지 못한 숨이 새어 나갔다.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온천물에 미끈거리는 몸을 물 밖으로 올려 핥는다. 배꼽과 아랫배에 고개를 묻은 단단한 머리통을 잡는 손이 자극으로 떨렸다.
“좋……아…….”
“…….”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욕을 짓씹은 델로즈가 손을 뻗어 옆에 접어둔 가운을 펼쳤다. 마른 대리석 위에 거칠게 집어 던지곤 그 위에 반테온을 눕혔다.
순식간에 햇볕 아래 전신을 드러내고 눕게 된 반테온이 본능적으로 가운 자락을 잡았다.
“여기서 하게?”
적당히 분위기를 달궈서 침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무언가 잘못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등에 닿은 대리석이 딱딱하다. 아무리 푹신한 재질이라 하여도 가운 한 장으로 막을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또 도망치려고?”
방금까지 반테온이 환자라며 걱정했던 사람이 맞는 것일까. 순식간에 흉흉해진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델로즈의 표정은 갈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뭐 문제야 있을까. 어차피 오는 사람도 없는 곳이고, 바로 씻을 수도 있으니 좋네. 라는 생각은 다시 몸을 붙여오는 델로즈로 인해 순식간에 증발하였다.
델로즈는 몸을 굽혀 발가락부터 하나하나 물기를 핥았다. 그의 손을 따라 들리는 허벅지가 태양 아래서 벌려진다. 물에 젖은 피부가 쩌억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뻔뻔하게 있으려던 반테온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무 그늘이 중간중간 가려준다고 하여도, 맨몸 하나 가릴 것 없는 공간의 개방감은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발목과 종아리를 핥으며 올라오는 델로즈의 시선이 흘낏 반테온의 중심부를 스쳤다.
“으…….”
몸의 중심부, 그 아래 살짝 벌어진 틈새. 명확하게 델로즈가 바라본 곳을 깨달은 반테온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이건 좀 부끄러울지도.’
지금 와서 무르자고 하면 또 저 상처투성이가 마음대로 오해할 텐데. 침실로 가자고 말해도 하기 싫은 걸 돌려 말한다고 생각하겠지. 이번에만 맞춰 주자. 다음부터는 평범하게 실내에서 하자고 해야…….
“아!”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몸이 강한 손에 잡혔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핥고 올라온 델로즈의 입술이 위로 올라와 반테온의 중심을 파고들었다.
정확히는 성난 앞쪽이 아니라, 은밀한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촉에 어깨가 튀어 올랐다. 미끄러운 혓바닥이 채 마르지 않은 온천수와 함께 매끄럽게 안쪽을 쑤셨다.
점점 과감해지는 혀 놀림에 만류하려고 뻗은 손이 멈췄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나친 자극에 전신이 엉망으로 떨렸다.
“흐으……흐…….”
수치심과 쾌락이 뒤엉켜 입가에 수습하지 못한 타액이 흘렀다. 핥아질 거라 예상하지도 못한 부위를 부드럽게 찌르는 행동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질척거리는 아래쪽을 맴돌던 손가락이 혓바닥과 함께 안쪽을 찌르며 구멍을 벌렸다. 더 깊게 들어오는 혓바닥의 매끈함에 골반이 뒤틀렸다.
축축한 물소리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혀로 내벽 주름을 핥으며 손가락으로 사이 사이를 펴는 행위엔 버티지 못하고 허벅지가 볼썽사납게 떨렸다. 충분히 벌어진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추삽질하며 움직이자 버티지 못하고 애원했다.
“그만…….”
잘게 떨리는 목소리에 파고든 손가락이 더 거칠게 움직였다. 이미 껄떡이며 선 성기는 다른 자극이 닿은 적이 없음에도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몰려들 것 같은 절정에 눈을 질끈 감았다.
절정을 눈앞에 둔 순간, 끊임없이 달라붙어 있을 것 같던 델로즈의 몸이 떨어졌다. 열이 잔뜩 올라 흥분한 얼굴로 태양을 등지고 일어서는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보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금색 눈동자가 욕망을 품고 일렁였다.
델로즈는 옆에 놓인 바구니를 뒤엎더니 바닥에 떨어진 갈색 병 하나를 주웠다. 거칠게 뚜껑을 열어 던지고는 그대로 차가운 액체를 반테온의 몸에 들이부었다. 다리 사이부터 상체까지 온몸이 액체로 뒤덮였다. 열이 오른 몸에 쏟아지는 차가운 액체에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직 핥아진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잘게 떨던 반테온은 팔을 타고 흐르는 액체를 비벼봤다. 미끄럽고 점성을 가진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 오일을 병째로 들이부은 것이다.
“이건…….”
과하지 않냐고. 온몸이 미끈거려서야 뭘 하겠냐고 묻기도 전에 델로즈가 손으로 우악스럽게 반테온을 잡아 눌렀다. 단단히 허리를 고정시키고 그대로 흥분한 것을 반테온의 몸에 꽂아 넣었다.
“……아……!”
태양 아래서 평소보다 크게 보이던 것이 사정없이 끝까지 들어박혔다. 잔뜩 풀린 몸에, 오일까지 번들거리니 작은 거슬림 따위 없이 그대로 끝까지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져 가장 예민한 곳까지 사정없이 짓눌린 반테온이 가운 자락을 잡고 몸부림쳤다.
미친놈. 환자라며. 환자니까 조심해야 한다면서…!
“아……으…… 흐으…….”
소리도 내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몸부림쳤다. 오일 때문에 손이 미끄러워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델로즈의 몸을 밀어도 그의 단단한 복근에 오일만 잔뜩 묻어 태양 아래서 더 매끈거릴 뿐이었다.
예민한 내벽이 간헐적으로 떨릴 때마다 델로즈의 미간이 깊어졌다. 숨을 참고 날아가려는 이성을 억지로 잡고 이를 악물었다. 과하게 뿌린 오일 때문에 온몸이 미끈거렸다. 델로즈의 허리를 감싼 허벅지도, 바닥을 차는 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기름칠한 내벽을 거칠게 쑤시는 감각에 저항도 못 하고 모든 자극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다.
강제로 벌어진 내벽이 벼락 맞은 것처럼 떨렸다. 주체하지 못하고 오므라들었다가 다시 경련하며 델로즈의 것을 조였다. 자신에게 느껴질 정도로 요란한 움직임에 힉, 흑… 짧게 숨을 삼키며 쾌감에 꼴사납게 몸부림쳤다.
“……미안하다.”
델로즈의 다물린 입매 사이로 겨우 나온 말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짧은 사과를 끝으로 매끈거리는 반테온의 허리를 잡고 그대로 더 깊게 움직이는 행동에 종아리에 힘이 들어갔다. 발가락이 완전히 펴졌다 굽는다.
내벽을 짓누르며 들어간 성기가 가장 깊은 곳까지 헤집는다. 미리 사죄한 델로즈가 사정없이 움직이자 반테온은 페이스를 잃고 애원했다.
안 돼, 안 돼,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입 대신 고개를 저었다. 반테온을 유혹하던 여유 따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반테온의 애원에도 속을 파고드는 델로즈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완전히 빼낼 듯 뒤로 물러섰다가 가장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흐……! 아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감각이 짜릿하게 뇌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면으로 내리쬐는 태양보다 더 밝은 빛이 터진다고 생각하며 꽉 쥔 손가락까지 점령한 절정이 몰려왔다.
“아……으…….”
몰려온 절정이 온몸을 집어삼키고, 반테온의 몸을 가라앉힌다. 뒤이어 몸 안에 퍼지는 뜨거운 감각에 허벅지가 경련했다.
입가에 흐른 타액도 추스르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반테온의 이마에 다정한 손길이 올라왔다. 델로즈는 땀에 젖어 달라붙은 반테온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다정하게 뺨에 키스했다. 조심스럽게 내려와 살짝 닿았다 떨어진 델로즈의 입술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그래. 만족했으면 됐지.
조금 전 허덕이며 상대를 원망했던 마음이 가시려는 찰나, 아래쪽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델로즈?”
“미안.”
한 번 더 뺨에 키스하며 떨어진 델로즈는 손으로 반테온의 허리를 단단히 쥐었다. 잠깐. 사과한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
반테온이 항의하려고 벌린 입술 사이로 델로즈의 혀가 들어왔다. 두꺼운 델로즈의 혀가 반테온의 입 안을 채우고, 아래에선 무자비한 부피감이 다시 반테온의 내벽을 가로질렀다. 여린 살을 짓누르는 감각에 반항하자. 델로즈가 반테온의 허리를 띄우며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거대한 상체에 속박당한 반테온은 넓은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 다시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물이 넘치는 온천에서 거하게 뒹군 덕에 오일은 씻어내기 쉬웠다. 당연히 온몸에 들러붙은 오일을 씻겨준 건, 힘이 빠져 커튼처럼 늘어진 반테온이 아니라 델로즈였다.
겨우 번들거리던 오일이 닦이고, 손으로 물건을 쥘 수 있게 된 반테온이 원망을 담아 델로즈의 매끈한 뺨을 꼬집었다. 델로즈는 그런 행동에도 좋다고 웃으며 묵묵히 몸을 씻겼다.
그 바보 같은 표정을 보면서 따라 웃은 걸 보면 자신도 같이 바보가 되어 가는 걸지도 모른다.
온몸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씻고 새 목욕 가운을 입었다. 델로즈는 머리까지 꼼꼼하게 말리고 반테온을 안아 옮겼다. 거기까진 분명히 기억이 있었는데, 침대에 머리가 닿는 순간이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