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단풍잎스토리.
2011년의 패자로 군림하던 게임이다. 캐주얼한 시스템 덕에 접근성이 좋으며, 경쟁 게임이라 할 만한 것들이 거의 없었다.
말이 2위지, 1위인 아이온은 폐인들이 작정하고 작업장을 돌려서 점유율이 높아진 케이스다.
실질적인 한국 게이머의 절대 다수는 단풍잎스토리에 몰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놀토 두 배 이벤트 떴냐?? [32] +5
―부화기 3연속 엘릭서에 반대 ㅡㅡ [7] +1
―80 레인저 사냥터 추천받는다 [11]
―방금 코디 해봤는데 ㅁㅌㅊ? [8] +3
…
…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
차후의 LOL을 방불케 하는 열기다. 그 정도로 현재는 국민 게임에 준하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한 일이다. 이런 인기 게임을 하는 스트리머가 없다니? 2011년만 해도 인터넷 방송인 자체가 희소했기 때문이다.
―오늘 펑이조 스공 1만 넘겼더라
현질 오지게 박더니 결국 해냄ㅋㅋㅋ
└와 1만이 가능한 수치임??
글쓴이―자시에 올라온 지존템들 싹쓸이함!
└현질에 수천만 원 박았다는 걘가ㄷㄷ
└일비도 10줄씩 있다던데 부럽당…….
한마디로 블루 오션이다. 더욱이 콘텐츠까지 충실하다. 보기 드문 고레벨 유저 플러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차원이 다른 현질.
자극적인 요소가 배합돼 있다. BJ 펑이조의 방송이 날로 번창하는 이유다. 입지까지 탁월하니 홍보도 따로 필요 없을 지경이다.
―님들 단풍잎BJ 누구 봐야 함?
ㄹㅇ 초고수 한 방 컷 마려운데
└서버가 어딘데
글쓴이―당연히 스카니아지ㅋㅋ
└대근본 서버 ㅇㅈ
└그럼 너도 펑이조 ㄱ다
스카니아는 단풍잎스토리의 서울. 최초의 서버이며, 인구수도 당연 압도적이다. 필연적으로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화제가 된다.
―보라팡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180레벨 지리네 ㄷㄷ 그 정도 레벨 되면 아싸비나 자리삽니다 같은 랭커들과도 친해요?
“보라팡 님 100개 어이구~! 그럼요. 당연하죠. 같이 레이드도 뛰어보고 그랬는데.”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
―역시 펑이 인맥ㄷㄷ
―싸비도 알아?
―스카니아에서 펑이조 모르면 간첩이지!
이른바 ‘네임드급’.
단풍잎스토리를 하지 않아도 어디서 한 번은 들어보게 되는 인지도를 가진 유저들이 스카니아에 밀집해 있다.
펑이조는 평소 그들과의 친분을 과시한다. 방송이 가파른 성장세를 그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물론 RPG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 아는 사람만 아는 네임드도 있다.
―노동요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혹시 오정환하고도 친해요??
“열 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요? 어…….”
―걔가 누구임?
―스카니아 유저면 알아야지
―레이드킹!
―단풍잎스토리에도 레이드가 있었누ㅋㅋㅋㅋㅋ
2011년도의 단풍잎스토리.
차후에는 누가 누가 현질 더 많이 때려 박냐의 게임이 돼버리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스 몬스터들이 각자의 위용을 자랑하던 때다.
격파하는 것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전설이 만들어진다.
『수많은 도전 끝에 라테일을 격파한 원정대여! 그대들이 진정한 라프레의 영웅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따금 떠오른다. 현존하는 최강의 보스 몬스터가 쓰러졌다는 알림이다. 단풍잎스토리를 하는 절대 다수의 유저들과는 상관이 없다.
왜? 어차피 죽었다 깨어나도 저거 못 잡으니까. 때문에 그런 가보다~ 하고 지나치지만 가끔씩 궁금증이 일어날 때가 생긴다.
린서냉: 누가 잡은 거임??
세 글자: 오정환 님일 걸요?
프로: ㅇㅇ 제 친창인데 정환 님 공대 맞음
그럴 때면 열에 아홉은 그 이름. 불과 1년 전만 해도 난공불락 그 자체로 언급되던 라테일의 최초 격파자이기도 하다.
소문에 살이 붙으며 전설적인 유저로 자리매김했다.
‘걔하고는 일면식이 없는데……. 완전 다른 세상 사람이잖아.’
펑이조는 고민에 휩싸인다. 다른 네임드 유저는 최소 만나는 봤다. 같이 레이드를 뛴 적도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오정환만은 예외다. 다른 세상 사람이란 표현은 여러 의미에서 적절하다. 네임드급 유저임에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본인도 대중 앞에 서지 않는다.
모른다고 순순히 말한다? 가오가 상하는 일이다. 펑이조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개인 방송은 패기와 허풍. 확인할 방도가 없다면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알지, 알지! 라테일 레이드할 때 봤는데 해적이라는 특이한 직업으로 잘하더라고. 내가 첫 레이드 입문을 그분한테 배웠는데 말이야~”
그리고 기왕 친다면 구체적으로. 그편이 보다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직접 겪진 못했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를 섞는 정도는 가능하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와, 모르는 사람이 없네
―펑이 형 클라스면 당연하지ㅋㅋ
―흠… 진짜임? 튀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는데
물론 거짓말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꼬리가 길면 밟힌다. 그 정도 사실은 펑이조도 안다. 적어도 시청자들보다는 더.
‘그러니까야.’
궁금해서 다가가려고 해도 본인이 드러나는 걸 꺼린다. 그런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도 구태여 해명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헤네일찐펑이조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스카니아 인맥 원톱! 현질 원톱! 역시 단풍잎 방송은 펑이조만 믿고 갑니다ㄷㄷ
터지는 별풍선을 보며 웃는다. 펑이조는 흡족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 정도 성장세라면 못해도 수개월 내에 일류 BJ가 될 수 있었는데…….
―님들 오정환 방송 시작했대요!
―X랄 ㄴ
―진짜면 내 손에 장 지짐
―고독한 늑대 같은 남자의 방송… 궁금하다
방금 전, 그 장본인이 방송을 시작했다.
* * *
9년… 아니 한 4~5년만 지나도 세상이 달라진다.
인터넷 조금만 검색해도 꿀팁이 널려있고, 랭커들이 팁 줄줄이 풀고, 방송하는 스트리머들도 많아서 정보 구할 데가 풍족해진다.
‘하지만 옛날에는 안 그랬어.’
마치 달빛조각사 같은 게임 소설처럼 폐쇄적인 세상이었다. 진짜 꿀팁은 절대 안 풀고, 랭커들끼리 쏠쏠하게 적폐 짓을 했다.
스~트~리~머~?
차후에야 ‘게임을 잘한다 = 방송 왜 안 함?’ 이런 공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이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개인 방송이라는 행위 자체가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노동요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노동요 님이 7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와, 진짜로 방송하네 ㄷㄷ 스카니아 레전설 오정환이…….
“열 개로 팬클럽 가입 감사합니다. 예, 방송하게 됐습니다. 자주 놀러 와주세요.”
전혀 어색하진 않지만, 과장 조금 보태면 방송 10년 차지만 마치 방송 초보인 것처럼 대답해 준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 그대로.
―우와 미쳤다 190렙 ㄷㄷ
―진짜 오정환이네
―아까 펑이조가 님 언급하던데ㅋㅋㅋ
―펑이조 님이랑 친해요??
진짜로 고레벨 유저였다. 그것도 서버에서 상당히 유명한.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면 아쉬움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새 발의 피야.’
일반 유저들 입장에서 랭커의 정보를 모르듯, 랭커도 자신들의 정보를 구태여 알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어차피 다 비슷한 고레벨 아님? 아니다. 특히 단풍잎스토리는 차이가 크다.
하물며 이 시절은 레벨만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RPG 게임으로서의 깊이가 있었던 때다.
―보라팡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보라팡 님이 8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펑이조는 인맥 쩔던데 님도 아싸비나 자리삽니다 같은 랭커들이랑 친함??
물론 그런 건 당장은 와닿기 힘든 부분이다. 차이는 천천히 교화를 해도 될 일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두는.
‘비교지.’
한국 사회는 비교를 좋아한다. 정말 안타깝지만 The Real Fact 현실이다. 더군다나 BJ들 간의 이야기는 자존심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 아빠는 이만큼 대단한 사람인데~ 어렸을 때나 했을 유치한 자랑이 이어진다. 팬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존재한다.
진심으로 BJ를 목표하는 자, 이 압박감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 비교를 하면 솔직히 나는 상관이 없다.
“자리삽니다요? 아, 이분?”
왜? 무조건 이기니까. 키보드를 달칵! 마우스 포인터로 작은 원을 그린다.
―헐
―친창에 있어…….
―자리삽니다랑 친구ㅋㅋㅋㅋ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생략시켜 버리네
그냥 친구다. 아는 지인이라고. 그 이상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할까?
‘RPG 게임의 네임드라는 게 별거 없어.’
단순히 게임을 오래, 많이 해서 레벨이 높을 뿐이다. 한 가지 시대적인 특성이 반영돼서 그렇지.
이 당시만 해도 정보 교류가 적었다. 고레벨 유저는 일반 유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원래 팬이라는 게 그렇게 형성되는 것인 만큼 딱히 오해랄 것까진 없다.
―메이플유저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메이플유저 님이 9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Zl존나로S2 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Zl존나로S2 님이 10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
…
그렇다면 받아들이면 될 뿐.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된다. 이른바 ‘민심’이란 것이다.
‘판정승 말이야.’
비교를 했을 때 어느 쪽이 우위인지.
펑이조보다 많이 나았다는 방증이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보라팡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싸비 님은? 친창에 없는데??
“아, 싸비 님은 친추는 아니에요. 그분이랑은 사이가 썩 안 좋아서.”
―사이가 안 좋다ㅋㅋㅋㅋㅋ
―이게 진짜지!
―레이드 한 번 뛰었다고 친한 척하는 누구랑은 다르네 ―펑XX? ㅋㅋㅋㅋ
굉장히 유명한 유저다. 시대가 지나고, 변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쪽으로 알고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렇지 않다.
‘존나 싸가지 없었거든.’
물론 소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아싸비의 본성.
근데 그걸 밝혀봤자 너무 큰 팬덤 탓에 역풍만 맞고, 얻을 것은 얻을 것대로 없다.
흔하디흔한 헬조선의 내부 고발자. jpg가 돼버리겠지. 하지만 나는 BJ다. BJ는 자신의 방송이라는 이름의 배를 모는 선장이다.
역풍?
이용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게 가능하다. 지금 내가 하려는 짓이 바로 그런 것이다.
“님들은 가이드북이나, 이벤트 같은 걸로 만나봤겠지만 저는 실제로 그분과 여러 트러블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확인한 아싸비 님의 인성은… 너무 대단해서 제가 감히 이 자리에서 딱 잘라 정의하기가 뭣하네요.”
―아 궁금하게 만드네…….
―해석) 복채가 부족하다
―그런 거였누ㅋㅋ
―누가 좀 쏴봐!
새로운 인생. 다시 시작하는 방송. 그 출발이 조금 시끌벅적해질 예정이다.
RPG 게임의 고레벨. 해당 서버의 사정을 누구보다 빠삭하게 안다. 적당히 썰을 푸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헤네일찐펑이조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랑은 얼마나 친함? 펑이조가 님한테 레이드 배웠다고 하던데!
이렇듯 말이다. 가장 궁금해할 만한 화두. 나로서도 꼭 해주고 싶었던 말.
'딱히 원한이랄 건 없는데.'
아무래도 알고 있다. 펑이조는 근본과는 거리가 있다. 곰펑이라는 아이디로 불법 도박을 저지르던 질 나쁜 유저.
실제로도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나무위키에도 박제가 되어있다. 그런 녀석이 차후 유명 단풍잎BJ가 되었다고 기가 차다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으니까. 중요한 건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BJ로서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고, 책잡을 생각도 없다.
그냥 돌려받을 뿐이다. 내가 없는 빈 자리에서 꿀을 쪽쪽 빨았다. 본래의 주인인 입장에서 되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허풍과 뻔뻔함. 나도 다소 사용할 뿐이다. 즉, 요지는 화제성의 도출에 있다.
"듣도 보도 못했는데요?"
라고 하면 살짝 거짓말이긴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