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화 (6/846)

6화

초기의 단풍잎스토리.

보스 몬스터 하나하나가 절대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일반 유저들은 우스갯소리로 관상용이다, 격파하라고 내놓은 게 아니다, 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정환환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 실패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개 감사합니다. 합이 잘 안 맞으셨나 보네.”

―개판이더라

―1단계부터 부활 빠지고 본체에서 꼬리도 못 깨고 끝남.

―ㄹㅇ 오합지졸

―그 와중에 라테일 시간도 지 거 아니었음ㅋㅋㅋ

매우 어렵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렇게 되리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예상했다.

‘인원을 줄이는 건 단순히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하는 게 아니야.’

보스 몬스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구조를 재해석해야 한다. 근데 이해도 없고, 경험도 없으니 도출되는 결과는 당연히 실패지.

―메이플아재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6인텔 클리어 별풍 1만 개 빵 ㄱㄱ?

“메이플아재 님 100개 감사합니다! 네? 미션이에요?”

―무슨 1만 개야. 어그로 끌고 있네.

―저분 펑이조방 큰손인데ㄷㄷ

―아재 님은 진짜야!

―정환이방으로 런각 재나 봐ㅋㅋㅋ

반대로 이해도 있고, 경험도 있다면? 내가 괜히 성공을 자신한 게 아니다. 하물며 미션까지 걸리게 된 마당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안 잡을 이유는 없지.’

100만 원의 미션. 그로 인해 배가될 방송 어그로. 이 정도 떡밥이면 조금 무리를 해봄 직하다.

오정환[스카니아―08]<< 님 지금 길드텔이죠?

자리삽니다[스카니아―08]>> ㅇㅇ 잡는 중

―ㄷㄷ

―자리삽니다가 아까 펑이조 개팼는데ㅋㅋㅋㅋ

―이게 인맥인가?

―역시 친창!

라테일 레이드는 정해진 서버에서만 입장할 수 있다. 필연적으로 경쟁이 심하다. 아니, ‘자리’라는 개념이 존재하게 된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풍잎스토리에 자리라는 개념을 만든 분이 자리삽니다 님이죠. 과장 약간 보태서 말하자면.”

―자리삽니다는 무조건 알지!

―ㄹㅇ 저분 이전까지 논쟁 심했는데

―아이디 존나 잘 만듦ㅋㅋㅋㅋ

―그 악폐습을 쟤가 만들었다고??

단풍잎스토리 고유의 문화다. 사냥터나 퀘스트 같은 것을 할 때 먼저 온 사람이 우선권 내지 소유권을 가진다.

‘이 당시만 해도 좋은 사냥터가 한정적이어서 경쟁이 매우 치열했어.’

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필요악이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규칙조차 없으면 난장판이 돼버리고 만다.

편의성 패치가 진행되는 건 빅뱅 이후. 현재는 꿀사냥터가 몇 곳 없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카쿰과 라테일 등 보스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카쿰은 10채널, 라테일은 8채널에서만 레이드가 가능하다.

월화수목금토일 0시부터 24시까지 전부 다 소유권자가 나눠졌다.

물망초 길드의 시간은 금요일 오후 두 시부터 일곱 시. 스카니아 2위 길드답게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실제 클리어 시간은 그만큼 들지 않는다. 즉, 양해만 구하면 남은 시간을 빌려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메이플S2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길드 시간 빌리려고요? 너무 민폐 아닌가ㄷㄷ

“괜찮아요. 이분 평소에 징징거리는 걸 내가 얼마나 많이 들어줬는데.”

―징징거린대ㅋㅋㅋㅋ

―아니, 첬첬도 그렇고 말을…….

―대체 뭘 했길래?

―존나 웃기네ㅋㅋ

친구 중에 꼭 한 명은 있는 타입이다. 세상 모든 게 억울한 새끼!

결론도 안 날 이야기 주야장천 떠드는 타입. 세간에는 유명 네임드로 알려진 자리삽니다도 실상은 그냥 평범한 유저A다.

워낙 친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얘 징징거리는 거 들어주다가 강의 늦은 적도 있어.’

한번 징징대면 기본이 시간 단위다. 그게 뭐 싫다는 건 아니다. 그냥 평소 그 정도로 돈독한 사이라고.

오정환[스카니아―08]<< 끝나고 시간 남으면 저 좀 써도 돼요?

자리삽니다[스카니아―08]>> 음~ 물어봐야 하긴 하는데 아마 될 듯.

―인맥킹

―그 Boom과는 다르네ㅋㅋ

―물망초 부길마의 ‘권력’

―텔 시간을 말 한마디로 빌린다고?

라테일 레이드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선결 과제를 가볍게 클리어했다. 물론 고작 첫 단추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6인이잖아.’

정예 중의 정예로 꾸려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미션 임파서블 수준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손가락에 꼽히는 랭커가 굴러다니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짚이는 곳이 있다. 스카니아의 랭커들이 굴러다니는 장소가 말이다.

[친구 관리]―온라인

자리삽니다―LV184 궁사

무적그리고―LV198 창기사

첬첬―LV185 표도

프로―LV197 성직자

미들마치―LV185 표도

q샤키노p―LV191 표도

바로 친창.

초고레벨 유저들이 즐비하다. 아이템 세팅도 자기 직업에서 최소 다섯 손가락에 드는 이들이다.

“이중에서 한번 골라볼까요?”

―와~

―친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려하누

―아무나 골라도 최소 드림팀!

게임 친구, 좀 더 치장해서 말하면 인맥이라고 한다. 아이디만 봐도 랭커다 보니 반응이 성화다. 딱히 자랑을 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공대장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필요하니까.

6인텔을 위한 정예 멤버를 급조해야 한다.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쉽지 않다.

“제가 말했잖아요. 안정성과 수익성이라고.”

안정성은 깰 확률. 수익성은 한 마디로 돈이다. 그리고 정규와 비정규의 유무까지 포함된다.

현실 사회에서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선호되듯 레이드도 그런 게 있다.

한 번 하고 땡 치는 건지, 아니면 주마다 하는지.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영입이 난해하다. 아무리 나라도 성공을 100% 보증할 수 없다. 시간도 빌려 쓰는 거라서 오늘 하루만 하고 끝이다.

자리삽니다[스카니아―08]>> 6인텔 시도한다고요? 저 부캐로 가능하긴 함.

오정환[스카니아―08]<< 화력이 돼요?

자리삽니다[스카니아―08]>> 화력은 오히려 부캐가 세요. 아무래도 석궁이 활보다 쓰레기라…….

―아ㅋㅋㅋㅋ

―자리삽니다도 석궁을 버렸어 ㅠㅠ

―돈슨이 밸런스 패치를 ㅈ으로 하니 어쩔 수 없지.

―샤프 필수인데 바로 구했네.

직업은 똑같이 궁수다. 쓰는 무기만 다를 뿐. 그러다 보니 본캐와 부캐가 아이템이 공유가 된다.

말이 부캐지 레벨은 180대. 실력도 출중한 원로 유저니 바로 발탁이다.

한 시청자의 말대로 궁수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도 잘하는 궁수는.’

직업 특징상 생존력이 빈약하다. 더불어 비선호 직업이라 랭커가 별로 없다.

이를 구한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룬 셈이다, 정말로.

일단 한 명이 나니까. 물론 나머지 네 명을 구하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깊은고독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첬첬 껴요 첬첬!

―딸기맛치킨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스공은 미들마치가 높다던데.

―메이플중독자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예인데 피뻥도 세야 하지 않음?

시청자들이 도움을 준다. 고레벨은 아니어도 어디서 본 건 많다. 자잘한 정보들이 쌓이면 브레인스토밍이 된다.

‘…는 개뿔이.’

브레인스토밍을 빙자한 수금 시간이다. 방송 내적으로도 중요한 시간이라고 본다.

시청자들이 간접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요소. 생방송만이 가질 수 있는 리얼리티다.

내 방송을 봐야 하는 이유를 만든다. 일련의 사실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법.

원정대도 자연스럽게 꾸려진다.

프로[스카니아―13]>> 저 가능! 저 가능!

미들마치[스카니아―11]>> ㅇㅇ 초대 ㄱ

q샤키노p[스카니아―05]>> 햄 망나뇽의 울음소리 없다

―와ㅋㅋㅋㅋㅋㅋ

―와 소리밖에 안 나오네…….

―스카니아 레전드 집합임?

―만렙 3명 On!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중 적당히 뽑는다. 그 한 명, 한 명이 순위권의 랭커들일 뿐이다.

‘평소에 공대를 많이 하다 보니 그렇게 되네.’

마지막 한 명, 창기사는 가깝게 지내던 삼촌이 합류한다. 나이 차가 나다 보니 호칭적인 의미로 부르는 삼촌이다.

“일단 급조한 파티이긴 한데 이 정도 멤버면 얼추 될 것 같아요.”

―얼추ㄷㄷㄷㄷㄷ

―얼추 드림팀 완성했네.

―어지간한 공대 가면 다 에이스 먹을 랭커들이잖아;;

―‘진짜’의 인맥!

물론 과거의 나다. 친분이 있다고는 해도 어색한 감이 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퇴색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도 있지.’

6인텔. 차후 시간이 지나며 공략법이 생긴다. 그 방법에 대해서도 얼추 기억이 나는 입장이다.

* * *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

화제는 자연스레 이어진다.

―펑이조에 이어 오정환도 미친 짓 하네

오정환 이 새끼, 신비주의자라 쿨한 줄 알았는데 BJ 되자마자 돈독 올랐누ㅋㅋㅋ└별풍맛 보면 정신 못 차리지 └방송한 지 얼마나 됐다고?

글쓴이―큰손이 1만 개 미션 걺

└아ㅋㅋ 1만 개면 ㅇㅈㅇㅈ

펑이조의 갑작스러운 빅 콘텐츠. 그리고 망신에 가까운 실패. 판을 크게 키운 만큼 그 뒷감당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왈가왈부가 오간다. 한마디로 까이고 있다. 그런데 불씨가 꺼지기도 전에 후발 주자가 등장하다니.

―BJ들 개씹 민폐네ㅋㅋㅋㅋ

―라테일 시간 있는 건 맞음??

―펑이조 이 새끼 물망초 텔 시간에 민폐 오지게 끼침ㅋㅋㅋㅋㅋ…

단순히 돈X랄로 끝날 일이 아니다. 라테일은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특권이다.

일반 유저들은 그것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단풍잎스토리 특유의 ‘자리’라는 제도 때문이다.

잘못 시도하다간 길드에 찍힐 수도 있다. 해당 서버에서 자유로운 삶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오정환은 인맥이 없는 곳이 없네

물망초 텔 시간

귓 한 번 때려서 바로 빌려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망초를ㄷㄷㄷㄷㄷㄷ

└오정환은 그래도 급이 있지

└펑이조랑은 급이 다르지

└급이 아니라 격이 다르지ㅋㅋㅋ

농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2011년의 단풍잎스토리.

게임 내에서 유무형의 가치가 있던 것들을 길드 단위로 점유했다. 다른 RPG 게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라테일과 같은 보스 몬스터들은 민감하다. 웬만한 사람한테는 견제의 의미로라도 빌려주지 않는다.

―오정환 X발 친창 까리한 거 봐

상위권 길마랑

네임드 유저들 다 있네

미쳤냐고야 ㅋㅋㅋㅋㅋㅋㅋ

└스카니아 그 자체네

글쓴이―ㄹㅇㅋㅋㅋ 채팅 창 난리 남

└저 네임드들을 어떻게 다 안대?

└그냥 다 친창임ㅋㅋ 미쳤음ㅋㅋ

웬만하지 않다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오정환, 그는 정말 최근에 BJ를 시작했다. 즉,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하늘 같은 유저였다.

천상계의 일익으로 닿을 수도 없던 존재다. 그런 이가 방송을 하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까무러칠 만하다.

그런데 하고 있다. 겨우 여섯 명으로 라테일을 도전하는 획기적인 시도.

―오정환 6인텔 원정대 멤버 떴다…….

성직자―프로

창기사― 창들의혼령

활마스터― Love자리

딜러― 오정환, 미들마치, q샤키노p

└프로면 프로 길마 아니야?? 6위 길드

└X발… 미쳤누

└인방에서 볼 퀄리티가 아닌데?

└역시 갓정환이다. 이건 일개 BJ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2011년.

BJ는 그냥 어중이떠중이다. 랭커들은 방송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오정환이 구성한 6인 원정대. 일반 시청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볼 퀄리티다.

―오정환 공대 텔 들어갔다ㄱㄱㄱㄱ

―생방 안 보는 흑우 없제??

―이건 무조건 봐야 됨!

펑이조 때와는 다르다. 커뮤니티에서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온다. 격이 다르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한 광경이다.

진짜 랭커.

진짜 랭커의 레이드.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은 현재는 돈을 주더라도 볼 수가 없다. 발록 한 번 보고 싶어서 다크 사이트 쓰고 신전에 몰래 숨어 들어가던 시절이다.

학교에서는 새비지 블로우가 지건의 역할을 대신했다. 본격적인 레이드는 상상으로나 해봤다.

그런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화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오정환의 원정대가 영광스러운 첫 시도를 알린다.

“펑이조 님이 6인텔 시도하신 건 아는데 우리만큼 본격적으로 하진 않았을 거예요.”

―맞짘ㅋㅋㅋㅋㅋㅋㅋㅋ

―갓정환 찬양해!

―이 멤버로 실패하면 난리 나지!

―ㄹㅇ 다른 서버면 진짜 시도도 못 함

그것도 단순한 시도가 아니다. 근본 서버인 스카니아 서버의 대근본들이 모였다.

사실상 단풍잎스토리의 최고 전력이 집약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멤버로도 안 된다면 누가 해도 안 될 것이다.

과연 6인텔을 성공할 수 있을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이 시청자들의 심층 의식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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