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방송이라는 건 일상이다. 절대 매일매일이 특별한 이벤트가 될 수 없다.
‘개인 방송과 상업 방송의 차이지.’
지상파나 케이블 등은 일주일간 촬영해서 두어 시간 짧게 내보낸다. 그런 만큼 기승전결과 방송의 묘미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개인 방송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편집이 안 되는 실시간 스트리밍이기도 하거니와, 거의 매일 하다 보니 콘텐츠를 짜내는 데 한계가 있다.
“오늘은 혼자 카쿰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끔씩은 필요하다. 자극적인 MSG가. 솔로쿰이라는 콘텐츠를 진행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오정환환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시간 또 빌리는 거?
“아니에요. 제 개인 시간이에요. 원래 3인쿰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파투가 나서.”
―공대원들 다 도망가서…….
―강제 솔쿰 하게 생겼누ㅋㅋㅋ
―솔쿰 재밌겠당!
―개인 쿰 시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거 멋지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가끔 가다 생긴다. 약속 등의 이유로 레이드를 불참하는 공대원들이 있다.
이런 우연도 개인 방송만이 가질 수 있는 묘미다. 한 마디로 리얼리티.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건 BJ 본인의 능력이다.
『이이잉~ 앗살라말라이쿰!』
제단에 제물을 바치자 나타난다. 단풍잎스토리 최초의 대형 보스 몬스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십 명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잡아야 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즘은 6인 파티가 가장 일반적이에요. 아이템이 좋아지면서 화력이 충분해진 게 이유죠.”
―님은 3명이서 잡는다면서요?
―화력이 되니까…….
―정예 of 정예
―그걸 이제 또 혼자 잡는다고 ㄷㄷ
라테일이 그랬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원이 적어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도 많다. 즉, 혼자 잡으면 카쿰으로 얻는 모든 돈과 아이템이 내 것이다.
―카쿰의 첫 번째 팔이 떨어졌습니다!
―와 화력 봐!
―두두두두두 쏘니까 4분 만에 깨지네
―이 정도 속도면 가능할 듯?
―ㄹㅇ 오정환인데 화력은 충분하지!
체력 제한이나, 유혹처럼 하드한 CC기가 없다. 옛날 보스 몬스터답게 패턴이 간단해 우격다짐으로 때려잡으면 된다.
그 화력이 충분하다. 시작 전에 얼추 계산을 해봤다. 말뚝딜을 박으면 한 시간 전후로 요리할 수 있다.
―던파격장초고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딜러라 몸통 가면 잡몹 처리 안 될 텐데ㄷㄷ
“열 개 감사합니다. 확실히 몸통부터가 진짜긴 하죠.”
실전은 말뚝딜이 아니라서 문제다. 솔로쿰은 내가 최초가 아니다. 전 서버에서 격파 사례가 셀 수도 없이 많다.
‘무슨 챌린지 하는 것처럼 많이 깼지.’
새벽 시간대, 사람이 없을 때, 혼자 들어가서 몇 시간씩 죽치면서 노가다하는 것이다.
제한 시간이 없었다 보니 가능했다. 진짜 못 잡을 것 같은 직업들도 시간만 들이면 어떻게든 된다.
―인증有) 만렙 썬콜 솔쿰 성공했습니다!
[제단 혼자 입장한 짤. jpg]
[팔 다 뗀 짤. jpg]
[몸통 격파+전리품 짤. jpg]
6시간 걸렸습니다 헤헤; 전섭 최초 맞나요?
└이걸 진짜로 깨네
└인간 승리
└안심하셔도 됩니다. 전섭 최초 맞아요!
└불독은 누가 안 깨나?
노하우보다는 노가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각 직업별로 끈기 있는 유저들이 챌린지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되는 건 또 아니다.
‘몸통부터는 소환수가 날아다녀서.’
본체를 치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소환수만 상대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솔로쿰을 성공한 직업들은 광역기가 있는 직업들로 한정된다.
그들은 순수 딜러가 아니다. 1 대 1의 화력은 강하지 않다. 그래서 클리어 기록이 몇 시간대로 사실상 예능의 영역이다.
―카쿰의 마지막 팔이 떨어졌습니다!
―카쿰이 분노하여 주위의 모든 것들을 파괴합니다!
하지만 나는 순수 딜러. 화력 하나는 표도와 1, 2위를 다투는 해적이다. 생존력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직업이기는 하나.
“재밌는 스킬이 하나 있죠. 새를 붙여놓으면 무조건 그 대상만 때려요.”
―설마
―대박이네ㅋㅋㅋㅋ
―잡몹 처리할 필요가 없구나
―아니, 잠깐. 이러면 1/1도 안 맞잖아?
여러 가지 특수한 스킬들이 있다. 잘만 활용한다면 소환수 천지 속에서도 딜로스가 안 생긴다.
장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주위가 온통 소환수 천지. 단풍잎스토리는 독특한 피격 메커니즘을 자랑한다.
‘맞으면 잠깐 동안 무적이야.’
대미지가 1이든, 5천이든 가리지 않는다. 소환수의 박치기 대미지는 1천 전후. 카쿰 본체의 공격에 비하면 솜방망이나 다름없다.
물약 소모가 훨씬 덜하다. 생존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나머지는 화력이 받쳐준다는 전제하에 시간문제다.
두두두!
두두두두―!
그 화력이 손가락에 꼽힌다. 엄청난 수의 대포알이 쏟아진다. 상단의 체력 바가 눈에 띄는 속도로 깎여나간다.
―――――――――+
※ 카쿰
+ 거대한 나무에 사악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생명력: ?????????? 63%??????
+―――――――――
본래라면 1파티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 레이드다. 이를 혼자 잡고 있으니 당연히 시간은 걸린다. 반대로 말하면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카쿰을 물리친 원정대여! 그대들이 진정한 설원의 수호자다!』
레이드를 시작한 지 한 시간하고도 5분. 단풍잎스토리 최초의 대형 보스로 위용을 자랑하는 카쿰이 고작 개인의 힘에 무릎 꿇는다.
―울어라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해적 최초 솔쿰 ㅊㅊㅊㅊㅊㅊ
―지옥참마도 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솔로쿰 1시간대 존경합니다…….
―인생메이플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거 전 서버 최단 기록 아님?
…
…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길다. 하지만 혼자 잡은 기준에서는 가장 빠르다.
시청자들이 별풍선으로 난리법석을 떨며 환호한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이게 이론적으로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시청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성공하게 됐네요, 는 개뿔이 내가 잘하긴 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해서 좋다!
―서민 파티가 딱 1시간 걸리는데
―해적이 이렇게 좋은 직업인 줄 처음 알았네ㄷㄷ
이론적으로 되는 걸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해봤으니까. 방송 전에?
‘아니, 회귀 전에.’
단풍잎스토리를 계속해서 하진 않았다. 솔직히 길게 할 게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큼의 미래는 알고 있다.
어지간한 대형 콘텐츠들. 필요할 때 몇 개쯤 꺼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레이드는 안정성과 수익성이지.’
개척자와 실없는 짓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아무리 성공을 해도 두세 시간씩 걸린다?
한 번의 이벤트 이상의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한 시간 내외라면 그냥 레이드로 뛰어도 할 만한 시간이다.
방송인인 나는 다르게 이용할 수도 있다.
―오오~ 혹시 나 자투 하나 줄 수 있니??
빨간색으로 보이는 채팅 하나. 눈에 띄는 색깔임에도 간신히 봤다. 카쿰 격파 직후라 챗이 정신없이 올라오는 탓이다.
‘이런 거 체크해야 돼.’
회장님의 부탁이다.
바쁘니까 못 볼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다가는 뒷일 감당하기 힘들다.
나이 드신 분들은 사소한 걸로 잘 삐진다. 나이가 들면 성격이 소심해진다. 평소에 잘 챙겨줘야 한다.
‘체면이 있어서 저런 부탁을 자주 하진 않아. 근데 어쩌다 한 번 했을 때 무시하면 마음속에 담아둔다고.’
에이, 설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평소에 챙겨 보고, 후원도 하고 그런 BJ가 자신을 소홀히 대하면 배신감이 배가 된다. 열혈 관리가 어려운 이유다.
“당연히 드려야죠, 회장님. 저번에 친추 했던 그 아이디로 보내면 되죠?”
이에 도가 텄다. 그냥 자연스럽다. 사회생활이 그러하듯, BJ 생활도 하다 보면 눈치라는 게 생긴다.
―불좀꺼줄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카쿰의 투구 보내려면 돈 들지 않아요?
“에이~ 들면 얼마나 든다고요. 회장님 부탁인데 제가 설마 그 몇천 원 아낄까.”
―갓정환ㄷㄷ
―다른 BJ였으면 생색 내면서 별풍 뜯었다 ㅇㅈ?
―그 Boom은 무조건이지ㅋㅋㅋ
―투구도 몇만 원 하는 건데
카쿰의 투구 같은 교환 불가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돈슨의 가호를 받은 캐시 아이템이 필요하다.
수수료 감안해도 3500원? 진짜 별거 아니다.
‘이 별거 아닌 걸로 몇만 원 뜯어낸다? 그 순간 열혈과 BJ의 관계가 비즈니스가 되는 거지.’
부담도 부담이지만 진정성 면에서 의심이 생긴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 재정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 살면서 돈으로 인간관계 재단하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봤겠나.
환멸스러울 것이다. 그런 BJ와 열혈은 오래가지 못한다.
―메이플아재 님, 별풍선 1, 000개 감사합니다!
허허 고맙다^^
“아~ 이러실 필요 없는데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여기서 가장 옵션 좋은 걸로 광내서 보내겠습니다.”
―광을 왜 내ㅋㅋㅋㅋㅋㅋ
―이 집 장사 잘하누
―자투 4개 중에 고르는 거?
―와 힘 17에 덱 16 오졌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퍼주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케바케가 있듯, 열혈 관리법도 케바케가 있을 뿐이다.
‘그걸 경험적으로 알 뿐이고.’
BJ도 일종의 서비스업 측면이 있다. 스트리머와는 대조되는 차이점이다.
스스로 말하긴 뭣하지만 있기 편한 장소, 인터넷상의 스위트 홈이 적절하겠지.
방송은 콘텐츠가 전부가 아니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결국 맛은 요리사의 손끝에서 살아난다.
최단 기간 솔로쿰 성공이라는 재료로 장기적인 콘텐츠라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다음에 또 솔로쿰 콘텐츠를 진행하게 되면 투구 버리는 게 아까워지긴 하겠네요.”
―회장님 주면 안 됨?
―이미 있잖아
―17/16/15/16이면 ㅆㅅㅌㅊ지
―나도 갖고 싶다ㅎ…….
카쿰의 투구는 교환 불가 아이템. 카쿰은 이를 두 개에서 다섯 개씩 뱉어낸다. 한 개밖에 가지고 나갈 수 없으므로 낭비가 생긴다.
‘일반적으로는 말이야.’
공급과 수요. 그 수요자가 넘친다. BJ인 나에게는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이따금 터진다. 그 자극적인 MSG. 이를 히트 요리로 만들어내는 것이 개인 방송의 비결이다.
요리가 그렇듯, 맛 좋고 인심 좋은 음식점은 금세 입소문을 탄다.
* * *
“아, 오늘 왜 이렇게 안 터지냐.”
BJ 펑이조의 방송.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구시렁이 심해진다.
―메이플찐따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옜다
“겨우 열 개 쏘면서 옜다 이 X랄이야. 나가, 이 새끼야!”
―유료 블랙ㄷㄷ
―돈 주고 욕 먹었누
―펑이 고혈압이네
―읍읍한테 시청자 다 뺏겼잖아ㅋㅋㅋ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든 시청자. 그에 따라 가뭄이 되어버린 별풍선. 신경질이 잔뜩 돋아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젠장할…….’
호수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단풍잎스토리라는 콘텐츠의 파이 말이다. 오정환의 방송이 흥하는 만큼 펑이조는 그늘이 진다.
“우리 열혈들 화력 왜 그래? 이거밖에 안 되나.”
―ㄹㅇ 열혈들 뭐 함?
―왜 안 쏨?
―아깝나ㅋㅋ
―돈만 밝히니까 열혈들도 짜증 나겠지…….
그뿐만이 아니다. 고정 시청자층, 콘크리트가 되어줘야 할 이들조차 넘어가는 형국이다.
방송적 위기.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전두엽을 쿡쿡 찔러온다. 보다 가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면 더욱이다.
―메이플S2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재 님 읍읍방에서 미션풍 만 개 쏘던데 여긴 안 쏘네
“아 진짜? 만 개가 뭐야……!! 나는 그 반만 줘도 절을 하겠다.”
―아재 님 요즘 읍읍방에 펑펑 쏨
―열혈도 뺏기네
―그러니까 평소에 열혈 관리 잘하지ㅋ
―ks1994 님 금지어 사용에 유의해 주세요. [정환]
본래 없었으면 모를까. 있던 걸 뺏기는 일은 누구라도 민감하다. 그것이 보다 가속화된다면 더더욱.
―지옥참마도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속보! 오정환 솔로쿰 성공 ㄷㄷ 1시간 만에 최단 기간 격파!
“보고하지 말라고 X발 새끼들아. 진짜 블랙해야 정신 차리지?!”
―응 해ㅋㅋㅋㅋ
―읍읍이 방송 보면 됨 ㅅㄱ
―이 새끼는 아직도 지가 갑인 줄 아네
―인성 개빻은 새끼 ㅂㅂ
펑이조의 목이 타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