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인기 있는 BJ들. 혹은 스트리머들. 그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고유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장기적일 수도 있다. 단기적인 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 불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정환 대박이네. 시청자들한테 자투 뿌림ㄷㄷ
가위 값만 쏴도 선물해 주는 콘텐츠 진행 중!
└ㄹㅇ? 낚시면 죽인다
글쓴이―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그러면 같이 깬 공대원들은? 손가락 빠나?
└혼자 깬다고 하던데…….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
입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도 그럴 게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케아 연필, 코스트코 양파 등, 공짜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 줄을 선다. 대한민국에 탈모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정환 내 3천 원 뱉어내라고ㅋㅋㅋㅋ
―갤에 쿰거지 득실거리는 거 실화냐?
―중계) 현재 오정환 본방 상황. Real
…
…
BJ 오정환의 방송.
얼마 전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했다. 그 내용은 보스 몬스터인 카쿰을 잡아 보상을 나눠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안 그래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BJ다. 화재에 기름을 붓듯 주요 화제로 급부상한다.
―카쿰의 투구 한 개에 몇만 원씩 하는 건데
특히 스카니아는 주류 서버라 엄청 비싸잖아
그걸 공짜로 준다고?
오정환 이 새끼 천사임?
└천사 맞지
└근데 걔한테는 공짜임. 솔쿰 하고 남는 거 주는 거라 글쓴이―솔로쿰이 가능함? 가능해도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 └해적으로 꼼수 써서 ㅈㄴ 빨리 깸ㅋㅋㅋㅋ
한 시간 만에 솔로쿰을 해내는 기염을 토한다. 단순 기록적인 측면으로만 봐도 엄청나다. 화제가 부상하며 그 사실도 주목받는다.
―와 오정환 솔로쿰 하는 거 미쳤네ㅋㅋㅋㅋㅋㅋ
카쿰 몸통에 호밍 붙여서 말뚝딜 오지게 때림
신박하다 진짜
이런 공략법이 있었구나
└호밍 붙이면 유도탄임?
글쓴이―ㅇㅇ
└해적이라 딜은 원래 세고 솔쿰 특화야
└ㄹㅇ 혜자 방송이다. 무조건 봐라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실제 마케팅 사례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다.
일단 관심을 가지는 게 먼저. 그게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깨닫게 되는 건 그다음이다.
이전부터 유명했다. 시청자 수가 증명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아직 그렇고 그런 BJ다.
아무래도 Deep한 하드 유저들에게 평가가 높았다. 일반 유저들은 펑이조가 보다 친숙하다. 솔로쿰 콘텐츠를 기점으로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해적이 숨은 꿀직업 맞는 것 같은데 [11] +17
―오정환 방송 보고 해적 키우는 중! [3]
―20 해적 사냥터 어디 감? [7] +1
…
…
어떤 종류의 게임이든 존재한다, 비주류 직업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꿀. 단풍잎스토리에서 해적이 그런 위치다.
가난한 자를 위한 도적이라 불린다. 애매한 캐릭이라며 놀림 받았다. 하지만 솔로쿰을 잡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느낀다.
신박한데? 생각보다 괜찮은데?
인기와 흥미, 이 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오정환이 하는 해적이란 직업의 선호도를 높인다.
―요즘 왜 이렇게 해적 많아짐?
부캐 새로 키우는데 해적 천지네
덕분에 총알 짱박아 둔 거 비싸게 팔아서 개이득
└베라 섭도 총알 시세 10배로 뜀
└X발 지금까지 상점에 다 팔았는데ㅠㅠ
└오정환 효과지
└오정환 아니면 누가 해적 키울 생각을 하겠어~
한 직업군을 대표하는 이름값. 오정환의 인지도가 날이 다르게 급상승한다.
* * *
개인 방송의 성장.
그 흐름을 타는 건 무척 어렵다. 하지만 한번 바뀌어버린 흐름은 되돌리는 건 더욱 어렵다.
“자~ 오늘은 500만 원 현질 콘텐츠 진행합니다. 이런 거 어디 가도 못 보거든요??”
BJ 펑이조의 방송.
시청자 유입을 위해 필사적이다. 자신의 사비를 아낌없이 풀어 대규모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와 500만 원 ㄷㄷ
―펑이 돈 많네
―그래 봤자 우리한테 이득은 1도 없지만
―콘텐츠 끝나면 팔아서 회수할 거잖아?
그럼에도 역부족이다. 민심은 이미 완전히 넘어갔다. 고작 그 정도가 아니라 시선 자체가 바뀌었다.
비교를 좋아하는 한국 문화. 한쪽이 뜨면 반대쪽은 퇴물 취급을 받는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펑이조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젠장할…….’
그 본인도 느끼고 있다. 평소 시청자에 대해 무심한 펑이조지만 이 정도로 공기가 달라지면 위기감이 생긴다.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한 콘텐츠. 평소 자신이 가장 즐겨하는 현질이다. 돈을 때려 박아서 부르주아 느낌으로 즐긴다.
그것이 먹히지 않는다. 초조함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난생처음 겪는 방송인으로서의 위기다.
―헤네일찐펑이조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펑이도 사람이네. 읍읍한테 1위 뺏기니까 똥줄 타나 봐ㅋㅋ
“나는 단풍잎 그 자체야! 나랑 누굴 비교하냐.”
―아직도 콧대가 높네
―100개 아깝
―오정환처럼 남들 못 하는 거 해보든가~
―단풍잎이 무슨 프로게이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뭐가 잘났다고…….
수백만 원의 투자. 물론 일부는 회수할 수 있다. 그것을 감안해도 적자 방송임은 틀림없다.
필살기성의 자극적인 콘텐츠다. 이를 썼음에도 약발이 들지 않는다. 결국 남은 방법은 정면 돌파뿐이다.
‘안 되겠다. 펑이조 패밀리 긴급 소집이다.’
펑이조는 1년 이상 방송을 해왔다. 일부 시청자가 떠나도, 여전히 열성적인 팬들이 남아있다.
그들 중 절대 다수는 게임을 한다. 길드까지 만들어서 운영 중이다. 즉, 물량에 장사 없다.
펑룡인: 부클마 도착했습니다.
쵸코맛펑이: 도착했긔~
펑이World: ㅈㅅ 단톡 보고 바로 컴퓨터 켰음
…
…
펑이조만큼 단풍잎스토리에 인생을 갈아 넣은 이들. 길드의 상위권은 고레벨이며 인맥 또한 풍부하다. 추리고 추리면 진짜 랭커를 섭외할 수 있다.
펑이조: 야, 니들 인맥 중에 고렙 있지?
펑이World: ?? 인맥은 형이 쩔죠
펑룡인: 저 새끼 분위기 파악 못 하네
디스코펑펑: 대답만 하라고야ㅋㅋ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방송을 종료한 후, 펑이조는 바로 길드원들을 소집해 콘텐츠를 기획한다.
‘6인텔? 솔로쿰? 그까짓 거 나도 하면 되는 거잖아.’
녀석과의 격차를 좁힌다. 자신과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 베이스만 깔리면 나머지는 손쉬운 일이다.
보다 많은 투자와 화려한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단풍잎스토리 제1의 BJ 자리를 되찾아온다.
그 목적을 위해 펑이조는 길드원들을 닦달한다.
펑이조: 우리가 화력은 돼. 아니냐?
하일펑이조: 그런가?
펑룡인: 펑이 형이 된다면 되는 거지 말대답하누
쵸코맛펑이: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봐 ㅠㅠ
오정환에게는 있고, 자신은 없는 것. 그것은 바로 보스 몬스터의 공략법이다. 이를 고레벨 유저들을 초빙해 메꾸는 것이다.
‘그걸 흡수까지 하면 내가 꿀릴 것이 없지.’
그간 해온 현질 덕분에 아이템은 남부러울 것이 없다. 길드원들의 힘까지 합친다면 계획은 완벽해진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 * *
최근의 방송.
솔로쿰 콘텐츠의 흥행 덕에 편하게 진행하고 있다.
―메이플60전사 님, 별풍선 30개 감사합니다!
띱!
―착한씹덕 님, 별풍선 30개 감사합니다!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나강림맨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나, 왔노라
…
…
채팅 창이 주르륵 올라간다. 채팅이 아닌 무려 별풍선이다. 최근 하루에 두 번은 반드시 보는 광경이다.
“메이플전사 님이랑 씹덕 님이 가장 빨랐네. 나강림 맨 님도 100개 정말 감사하긴 한데…….”
카쿰을 할 때마다 말이다.
전리품인 투구를 캐시템 값만 받고 선물해 준다. 별풍선 환전 수수료가 많아서 사실 손해이긴 하지만.
‘사람이 큰 그림을 봐야지.’
빅 픽처. 김치 한 그릇 원가 얼마나 된다고 그거 리필 안 해주면 손님이 뭐라 생각하겠어.
마찬가지로 인심을 쓸 때는 써야 한다.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BJ가 손해 본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에 그 이상을 쏴주는 분들도 생긴다.
단가가 싸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케바케. 이번만큼은 100개 쏘신 분도 양보가 불가피하다.
―오정환환환 님이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열혈 컷이 높지는 않다. 20위가 네 자리 겨우 넘은 정도. 그것이 대충 대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나는 BJ가 꿈을 선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약간 소름이 돋을 수 있지만 사실이다. 진지하게 나의 직업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기보다는 어디 강연 같은데 나와서.
‘강연자님의 직업은 어떤 것이죠?’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앉아서 시청자랑 떠들거나 게임하면서 별풍선을 받는 직업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는 포장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실제로 꽤 적절한 표현이기도 하다.
수백, 수천 명 중 오직 자신만이 특별 취급을 받는다. 사람들이 흔하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이다. 뇌리에 오래, 그것도 아주 깊이 남는다.
“오정환환환 님이 짤풍만 쏴서 열혈 입성하셨거든요. 전부터 제 방송 열심히 봐주신 분이라 솔직히 이건 드려야 돼요. 대신 강림 님은 다음에 할 때 무조건 첫 순으로 드릴 테니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나, 알겠노라
―열혈은 ㅇㅈ이지
―짤풍만 쏴서 열혈 ㄷㄷ
―쟤 방송 볼 때마다 맨날 있음ㅋㅋㅋ
민심이 허락하는 선에서 특별대우를 해준다. 이는 해당 시청자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단골손님 같은 거야.’
개인 방송이 BJ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그것은 분명 시골 쪽의 작은 동네 음식점일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한다. 자주 찾아오신 분들에게 뭐라도 좀 더 해드려야지. 깎아주진 않더라도 넉넉히 줄 수는 있는 거잖아.
그래야 단골이 되는 보람이라는 게 생긴다. 마찬가지다.
자주 보고, 열혈도 되면 BJ가 알아주는구나. 다른 시청자들도 애청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게 된다.
―오정환환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대학생이라 짤풍밖에 못 쏘는데ㅠㅠ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는 없고 자주만 봐줘. 열혈이니까 말 놓을게.”
―펑이조였으면 개무시했을 텐데
―ㄹㅇ 그 방은 10개 취급도 안 해줌
―열혈 찬밥으로 유명하잖아
―애초에 자투 줄 일도 없음ㅋㅋㅋㅋㅋ
그 특별한 순간이 추억과 인연이 된다. 정말 별거 아니고 사소한 거지만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별풍이랑 콘텐츠에만 목매면 방송이 얼마나 팍팍해.’
결국 개인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다. 이 소통이라는 게 대화를 많이 주고받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PR하는 것이다.
『Maple) 오정환. 스카니아 넘버원 초고수 이의 있나?』
? 본방: 506 (PC: 265/ MOBILE: 241)
? 중계방: 392
? 누적 시청자 수: 4, 729
나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일상.
콘텐츠가 받쳐주니 그것만으로도 시청자가 는다. 벌써 수백 명은 기본이고, 천 명에 가까워지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문제지.’
방송은 너무 잘 풀린다. 내가 원하는 이상으로 별 사고도 없이 술술 성장한다. 진짜 고민은 따로 있다.
―안녕하세요.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드립니다^^
얼마 전, 예고도 없이 날아든 쪽지 하나. 그것이 내 머리를 가장 심란하게 만드는 요소다.
―가을향기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환이 그거 암? 펑이조 6인텔 재도전한다고 난리도 아님 ―그 새끼 끈질기네
―환이가 깬 거 베껴서 깨려고ㅋㅋ
―추하다 추해
―펑이 요즘 옛날 같지가 않음
그리고 펑이조가 최근 콘텐츠를 바리바리한다는 사실. 걱정은 고맙지만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아니, 뭐 본인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을 수도 있는데.’
절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