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3화 (13/846)

13화

개인 방송.

그 흥망은 정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듣도 보도 못했던 사람이 확 뜨거나. 유명했던 사람이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거나.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 바로 BJ 업계다.

―펑이조는 요즘 완전히 처참하네…….

6인텔 쪽팔리게 망하고, 정환이 방에서 채팅 유출돼서 민심 떡락하고 그래도 멘탈 잡고 방송 켜긴 하는데 얘가 맛이 갔음└펑이조?

└걔 아직도 방송하나?

└그냥 죽치고 레벨 업만 하던데

└텐션 떨어져서 시청자 반에 반토막 나고 안 봄 ㅅㄱ

단풍잎스토리를 대표하는 BJ였던 펑이조.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은 그의 방송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고렙들이 싫어할 만도 하네ㄷㄷ [7] +1

―오정환이 안 말해줬으면 평생 모를 뻔 [5] +5

―펑빡이들 분노의 뒤로가기 누르게 만드는 짤. jpg [172] +268…

평소였다면 모를까. 안 그래도 평판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악재가 겹치니 치명타로 작용한다.

BJ는 시청자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다. 민심이 바뀐 여파에 타격을 다이렉트로 입는다. 밉상으로 찍히게 되면 시청자 수가 급락한다.

―펑이조는 다 지 업보임 업보

좀만 띠꺼우면 블랙 하지, 열혈들이 불러도 대답도 안 하지, 시청자랑 싸우다가 방종 한다고 협박하지 그러니까 이런 때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는 거ㅇㅇ

└ㅆㅇㅈ

└이 새끼 펑잘알인가?

└이번 기회에 반성 좀 해야 함. 시청자를 너무 개돼지로 봄 글쓴이―옛날엔 착했는데 ㄹㅇ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절대 철밥통이 아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일상이다. 탈락자는 패배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

평생은 아니어도, 재기는 분명 쉽지 않다.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달렸다.

그런 치열함을 느끼기 싫다.

“펑이조도 겜비 중에서 꽤 손에 꼽히던 애였는데…….”

“그러면 뭐 해. 현재가 중요하지.”

“걔는 내 시선에서 Out이야.”

“가차 없죠? 낄낄!”

만들어진 취지 자체는 그러하다.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 한 명이 슬럼프나 콘텐츠 부족에 부딪혀도 협력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그렇다는 소리다.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 힘이 있는 자들끼리 뭉치면 좋은 일만 있지 않다. 하물며 개념이란 것이 부족하다면 더더욱이다.

“그러고 보니 형.”

“왜 X발?”

“또 기사 떴더라. 아주 훈장이야 훈장~”

“몸에 간장 붓고 그 X랄을 해대니까 그렇지!”

철꾸라지의 방송은 독특하다. 방송의 어그로, 혹은 별풍선을 위해 상식에서 벗어난 기행을 저지른다.

몸에 간장을 뿌리거나, 밀가루로 집에 떡칠을 하거나, 동네방네 고성방가를 부르는 등 말이다.

비상식적인 짓을 일삼다 보니 이미지가 바닥이다. 커뮤니티에서도 까이고, 걸핏하면 기사도 올라온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시청자 유입에도 문제로 작용한다.

―파프리카TV 대통령 철꾸라지 ㅇㅈ?

철꾸라지 물올랐는데 왜 안 봄ㅋㅋㅋㅋㅋ

└철꾸라지는 좀;;

└그 새끼 몸에 간장 뿌리고 손으로 라면 주워 먹는 미친놈이잖아글쓴이―그래서 재밌는 것인데ㅋㅋㅋㅋㅋㅋ

└그 BJ에 그 시청자네 ㅉㅉ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일반인이라면 방송을 보러 오지 않는다. 설사 비위가 센 사람이라고 한들 굳이 문제 있는 BJ의 팬이 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있다면? 주위에서 뭐라 하든 자기들끼리는 떳떳하다면?

현재 철꾸라지가 하려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철꾸라지가 이런 미담도 있네ㅋㅋ

―철꾸라지가 조금 독특하기는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역시 갓구지 갓구!

미담 만들기.

철꾸라지가 방송만 끄면 착하다. 미친 짓을 하는 건 방송 흥행을 위한 콘셉트일 뿐이다.

당연하게도 믿을 리 없다. 그런 돌려막기도 한두 번이다. 하지만 신뢰가 가는 이들이 철꾸라지를 두둔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철꾸라지 방송 끄면 착하다던데?

내가 보던 BJ가 그러네

└그냥 콘셉트지 애는 착함

└이걸 믿는 놈들 능지 괜찮냐? 정신 좀 차려라

└보라충들은 항상 저럼

└파프리카에서 젤 시청자 많음! 여기서 욕해봤자 니들 주변 친구 한 명은 본다ㅋㅋㅋ

이는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약발이 아직 약해서 문제지. 보다 신뢰성 있고, 일반 유저들에게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오정환을 영입해 괴벨스로 쓰자는 거 아니야.”

“괴벨스래. 그럼 철꾸 형은 히틀러냐?”

“우리가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철꾸라지 형 착해~”

정말로 그런 건가? 딱히 믿게 할 필요까지도 없다. 혼란을 야기하면 어느 쪽이 맞는지 확신이 안 서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코 한쪽이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장사.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인기 BJ들이 속해있는 대규모 사업체다.

“우리가 걔를 키워주면, 걔도 우리한테 뭔가 해주는 게 당연한 거지. 뭐 이상할 거 있어?”

“맞죠~”

“형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낄낄!”

마음만 먹으면 인기 BJ를 양산할 수 있다. 거대한 팬덤과 수많은 ‘입’이 이를 가능케 만든다.

소위 말하는 밀어주기를 할 만한 재력이 있는 집단이다. 그런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는 건 당연히 어렵다.

자신들과 연을 잇고 싶은 BJ들이 줄을 설 정도다. 그 영광스러운 멤버에 동참시켜 준다고 했으니.

‘당연히 받아들이겠지.’

철꾸라지의 예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 * *

방송의 성장은 무난하다. 아니,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님들 단풍잎스토리 방송 뭐 봐야 함?

150표도인데 솔직히 나보다 잘하는 BJ는 거의 없겠지? 펑이조인가 걔는 현질충이라 아는 거 ㅈ도 없더만 └응 아니야 글쓴이―있다고?

└그럼 넌 오정환이야

└레벨도 높고 방송도 재밌음. 단풍잎 유저면 그냥 보면 됨 ㄹㅇ

자연스레 이야기가 나올 만큼 인지도와 인기를 쌓게 되었다. 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자리에 있던 건 펑이조였다. 최근 그의 방송은 몰락했다.

시청자 수도, 평판도 땅에 떨어졌다. 나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 힘드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고작 그 정도도 못 버틸 멘탈이면 BJ 10년씩 못 해먹어.’

애초에 자기 업보고, 차후에 많은 사고를 치게 되는 원인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알아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못 하면 뭐 마는 거고. 자기 인생인데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내 인생 살기도 벅차다.

자리를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BJ 업계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드립니다^^

얼마 전 날아든 쪽지 하나. 슬슬 답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다.

‘사람이 굉장히 치졸해서.’

단순히 무시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없다. 언젠가 이 날이 올 걸 알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왔을 뿐이다.

파프리카TV의 파벌 싸움. BJ로서 성장을 하게 되면 필연적이다. 말이 개인 방송이지, 개인은 방송을 못 한다.

‘그게 파프리카TV야.’

토이치TV나 뮤튜브 등과 구별되는 점이다. BJ랑 스트리머가 뭐가 다르냐?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드시 밀어주는 파벌이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를 만든 게 바로 저 철꾸라지다.

어째서?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X랄을 하면 X랄병이지만, 여럿이 X랄을 하면 콘텐츠가 된다.

―안녕하세요.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드립니다^^BJ 오정환 님 안녕하세요? 단풍잎스토리를 주제로 한 방송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콘텐츠, 그 구상에 곤란이 있으실 거라 사료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BJ들과 함께 방송을 진행해 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저희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는 게임뿐만 아니라 보라와 먹방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방송의 성장을 위해서는 오정환 님도 다른 콘텐츠를 생각하셔야 되고… 그 점을 저희가 확실하게 보조할 수 있습니다.

오정환 님은 단 한 달 만에 경천동지할 성장을 이루어내셨고, 앞으로 더 번창할 끼를 충분히 가지고 계십니다.

좋은 대답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적어도 웃어넘길 수는 있다. 힘을 가진 단체.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주무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치 조폭처럼 말이다.

도를 넘은 짓을 해도 건들 수 없게 만든다. 그런 것치고는 쪽지의 내용이 제법 건실한 듯하지만.

‘딱히 볼 것도 없어.’

어차피 대필인데. 현혹되지 말고 골자만 파악하면 된다. 아니, 파악할 필요도 없이 이미 알고 있다.

자기들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목적은 이미지 세탁. 철꾸라지가 사고를 한두 번 친 것도 아니고 그걸 믿어줄까?

‘사람이 대가리가 있고, 뇌세포가 있는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잖아.’

뻔한 구라라는 걸.

그럼에도 내가 화가 나는 이유가 있다. 누가 봐도 의아하고, 안 믿을 것 같지만 믿게 되기 때문이다.

미담을 섞는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더라? 영향력 있는 BJ들이 한두 마디 옹호해 주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실제 회귀하기 전, 그것이 성공해 철꾸라지의 방송은 번창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별의별 짓거리를 다 저질러 버린 결과다.

「[인방] ‘미담 제조기’ BJ 철꾸라지, 인간미 넘치는 그의 따뜻한 일상 “눈물이 왈칵!”」

「[인방] BJ철꾸라지, ‘흙수저 찾기’ 방송 선정자에 ‘10만 원’ 더 보냈다.」

「[칼럼] 방송만 끄면 착하다는 ‘철꾸라지’ 방송에서는 왜 그럴까?」

소속사에서 댓글 알바를 푼다. 기자까지 매수해 백색선전을 펼친다. 여론을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주무른다.

물론 그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기업들은 거의 다 한다.

워낙 악성 팬이 많아서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안 하면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악성 팬을 관리하는 것과 본인이 악질인데 정상인 척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솔직히 내가 BJ다 보니까 실수에 대해 관대한 감이 있어.’

살다 보면 사고 좀 칠 수도 있는 거지. 본의가 아니고, 뉘우친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의 대형 사고를 줄줄이 달고 다니면 그게 X발 실수냐? 문제는 이걸 실수라고 믿는 개돼지들이 많다는 부분이다.

그렇게 왈왈꿀꿀 해주니 신이 나서 사고를 친다. 이번 생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철꾸라지는 지금 이 시기에도 손가락에 꼽히는 인기 BJ다. 방송 경력 자체가 이미 5년이 넘는다. 그에 반해 나는 한 달.

냉정해져야 한다. 힘을 키워야만 한다. 이를 지탱해 줄 팬덤도, 크루도 아직 아무것도 없다.

크루(crew). 보트에 타 한 조를 이룬 사람들. 그것이 일반적인 의미지만 방송적으로는 인맥을 뜻한다.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도 크루야.’

진짜로 자기들이 엔터를 운영하겠어? 그냥 그럴듯한 이름으로 붙인 거다. 그런 거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파프리카TV는 그 구조상 혼자 콘텐츠를 꾸리기에 한계가 있고, 결국 나도 나만의 크루를 가져야 한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소속되거나, 만들거나.

당연히 후자다. 현재는 2011년. 시간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방법 또한 쎄가 빠지게 알고 있는 입장이다.

딩동―♪

그 구성원이 될 만한 인재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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