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6화 (16/846)

16화

개인 방송도 방송이다. PD들이 프로그램을 짜고, 방송에 내보내고 흥행을 기대하듯 BJ들도 마찬가지다.

‘스케일이 보다 작을 뿐이지.’

혼자서 꾸리는 만큼 당연하다. 하지만 애타는 마음만큼은 못지않을 거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은 여럿이 만든다. 만약 잘못돼도 책임이 분산된다. 그에 반해 개인 방송은 순전히 자기 몫이다.

“방송 잘하고 있었어?”

“저, 저 3업이나 했어요!”

“…아니, 레벨 말고.”

어느 정도 방송에 적응한 후에는 일부러 나가있었다. 밖에 나갈 일이 있기도 했거니와 불편하다.

‘집주인이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으면.’

개인 방송은 자유롭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BJ 본연의 색깔이 자연스레 녹아 나온다. 그 사람이 가진 매력 말이다.

물론 처음이다. 당연히 감안을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방송에 재미만 느꼈으면 싶다.

“오빠 컴퓨터가 엄청 좋아요~ 광클 해도 하나도 안 버벅여요.”

“광클?”

“후후, 파티 퀘스트 고수만이 하는 비법이에요. NPC를 마구마구 클릭하면 입장할 확률이 올라가요~!”

다행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표정도 밝고, 평소보다 텐션이 업돼 있다.

‘유리잔을 깨고 무척이나 풀 죽어있었는데.’

이를 까맣게 잊은 듯 해맑게 웃는다. 당장이라도 머리를 깨물어주고 싶지만,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방송은?”

“저 갑자기 방송 끄는 흐름이 돼버려서 꺼버렸어요.”

“그래?”

“헐! 끄면 안 되는 거예요?”

딱히 혼낼 일은 아니다. 방송이라는 게 흐름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직접 해보면 느끼는 순간이 온다.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챘다. 생각 이상으로 재능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혹시 몰라서 걱정도 했는데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트라우마가 돼서 안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개인 방송이라는 게 힘든 요소가 많다. 짓궂은 시청자나, 소통의 어려움.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도 1 대 1로 하는 것과, 1 대 다수를 상대하는 건 느낌이 전혀 다르다. 특히 시청자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면 감당이 안 돼.

실제로 그게 부담돼서, 마음만 먹으면 몇천 명도 유입시킬 수 있는 스트리머가 일부러 하꼬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오빠 손에 든 거 뭐예요? 맛있는 냄새나요!”

“우리 봄이 출출할까 봐 먹을 것 좀 사 왔지.”

“흐으으으응~! 저 완전 감동이에요. 침 줄줄 흘러요!”

콧구멍을 벌렁대며 냄새를 맡는다. 그 광경이 밉지만은 않다. 오히려 대견하다.

‘이런 게 재능이지.’

남들이 쎄가 빠지게 해도 안 되는 게 자연스레 된다. 대기업 BJ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피스로 따지면 패왕색 패기 말이다. 물론 재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애가 좀 띨빵해서… 대충 마무리하고 신이 나서 침을 질질 흘리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인지는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선물 받은 내역』

13:16:23 사랑의사자(rjkj0903) 님 별풍선 100개 선물

13:19:51 Maple큰손(dfwesdd) 님 별풍선 1, 000개 선물 13:21:10 Lee다훈(dkdh89) 님 별풍선 10개 선물…

금일 받은 별풍선 내역.

솔직하게 많은 건 안 바란다. 아니, 아예 바라는 게 전무하다.

‘시작부터 너무 좋았어.’

애초에 갚으리란 생각은 1도 안 했지만, 진짜로 갚아버려서 상관이 없다. 짓궂은 시청자 덕분이다.

그 짓궂음이 BJ의 포텐과 결합하며 믿기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도 하는데.

『선물 받은 개수』

? 별풍선: 100, 239

조금 엄청난 일이 돼버렸다.

* * *

모든 BJ에게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인기 BJ라면 반드시 있다.

아, 그 사람?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 퍼뜨리게 되는 에피소드 말이다.

어떤 사람은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다. 어떤 사람은 방송을 하다가 우연히 터지는 날이 온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단 한 번에.

―님들! 님들! 그 여중생 BJ 이름 뭐예요?

도탁스에서 포탈 타고 왔는데

(단풍잎 안 함)

└단풍잎을 안 하는데 왜 봄?

글쓴이―커여워서 ㅎㅎ

└방송을 안 해요…….

└그냥 어쩌다 한 번 한 건데 대박 터진 거ㅋㅋㅋㅋ

오정환의 새로운 콘텐츠. 그를 위해 초대된 작은 손님. 그 풍문은 단풍잎스토리 커뮤니티 내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엄청나다. 별풍선이 무려 10만 개. 단순 계산으로 1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BJ들이 별풍선 많이 받는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 실제 사례가 목도됐으니, 이야기가 퍼질 만도 하다.

이종격투기―『3시간에 별풍선 10만 개 받은 여캠ㄷㄷ』

樂 SOCCER―『중딩한테 천 원 주고 능욕하는 열혈들 인성. jpg』

도탁스(DOTAX)―『요즘 여캠 근황… 단풍잎 하는 중딩 여캠!』

여러 커뮤니티의 인기 게시글에서 수십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단순히 별풍선을 많이 받아서? 그런 일이라면 잠깐의 주목으로 끝난다.

2011년 파프리카TV의 이미지는 한 마디로 여캠이다. 보라, 먹방 등도 분명 파이가 크다.

대외적으로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파프리카TV 보냐? = 여캠 보냐?’

별도의 설명 없이 동의어로 취급될 정도다. 이번 사건도 넓은 의미에서는 여캠인 게 맞지만.

[Best Comment]―저런 여캠 있으면 맨날 본다!

[Best Comment]―목소리 너무 커엽다… 여중생쨩 하앜하앜

[Best Comment]―너무 순수해서 1, 000개가 1, 000원이라 굳게 믿고 있어ㅋㅋㅋ

절대 선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아이의 순수함이 돋보인다. 짓궂은 큰손들의 장난이 더해지며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낸다.

10만 원인 줄 알고 10만 개 모은 중딩 여캠! 그 믿기지 않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궁금하다. 며칠 새 파프리카TV의 방문자 수가 배로 늘어난 이유다.

“지금 문의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뭐가 문젠데?”

“최근 화제인 여캠이 누군지 알려달라는데요?”

“알려주면 되잖아.”

“그런 여캠이 없습니다.”

“…….”

파급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현재 시점에서 파프리카TV를 보는 사람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Deep한 개인 방송 시청자들. 여캠을 기대하고 들어온 물소들.

두 부류 외의 일반 시청자 유입은 거의 없다. 이번 사태는 부동이던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었다.

대체 그 댕청하고 귀여운 중딩 BJ가 누구냐? 이는 기업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님, 금일 주가가 5% 상승했습니다.”

“그래애?”

“하지만 단기적인 현상으로 곧 다시 적정선을 유지하게 되리란 전망입니다.”

“…….”

파프리카TV 하면 여캠. 그렇고 그런 뒤 세계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반대되는 긍정적인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남수길 대표의 귀에도 보고가 들어간다. 당장 돈이 되는 것이니 당연하다.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다.

“묶어둘 수는 없어?”

“이번 화제가 계속 이어지면 또 모르죠. 근데 아무래도 단발성 화제라…….”

상장 기업의 시가 총액. 그 5%만 해도 수십억이다.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천문학적인 이득이다.

‘단발성 이슈로 끝내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회사 차원에서 대응에 들어간다. 상층부에서 즉각 명령이 하달된다. 대표조차 관심을 기울이니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어떡하죠?”

“어떡하긴 뭐 어떡해. 없는데.”

“그러게요. ㅈ됐네.”

“ㅈ됐지.”

해결 방안이 없어서 문제다. 파프리카TV의 고객관리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담당자들은 머리털이 빠질 만큼 골머리를 썩는다.

스트레스성 탈모로 자리 잡기 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고삐를 쥔 사람이 있다면 기를 쓰고 부탁해서라도.

* * *

보라, 보이는 라디오의 준말.

순전히 듣는 매체이자 아날로그 매체였던 라디오가 영상 매체의 발전에 따라 방송실을 보여주는 콘셉트로 진화한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석되지만.

“와~ 이 새끼 개쩐다. 10만 개를 이런 식으로 땡기네.”

“보라가 원래 잘 터지긴 해도 이건 좀…….”

파프리카TV에서는 쓰임새가 다르다. 그냥 얼굴 까고 방송하면 다 보라. 그래서 ‘여캠’도 보라의 일종으로 친다.

“근데 이게 여캠인가?”

“여자가 하니까 여캠 맞지.”

“캠을 안 켜잖아.”

“그러네?”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던 BJ다. 그런 이가 대박 콘텐츠를 터트렸다. 피크에 천 명을 찍던 시청자가 세 배로 떡상했다.

별풍선도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한 번 꺼졌던 관심에 다시 불이 붙는다.

‘골 때리는 녀석이네.’

철꾸라지로서는 묘한 기분이다. 욕심이 없다며 자신을 속인 것일까? 이를 판단하긴 애매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게 여캠이든, 보라든 중요한 건 대박을 쳤다는 거지.”

“그러게.”

“세 시간에 천만 원은 와……. 나도 이렇게는 받은 적 없어!”

철와대에 모인 BJ들은 한 명 한 명이 빼놓으면 섭섭할 인기 BJ들이다. 그런 이들조차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새로운 스타급 BJ의 탄생.

커뮤니티의 파동은 그대로 인기가 될 수 있다. 오정환의 가치가 이전과 비할 바 안 되게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오정환이 한 건 아니지 않아?”

“그렇지. 결국 여중생쨩이 다 했지.”

물론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일련의 소동. 분명 대단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오정환은 별 기여를 안 했다.

자신의 방송 무대만 빌려줬을 뿐이다. 방송을 진행한 건 한 명의 여중생이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오정환이 아닌 여중생이 아닐까?

“마아!! 이 멍청한 새끼들아!”

“여기에 형보다 멍청한 사람 없어요…….”

그렇지 않다. 비록 평소 이미지가 멍청할지언정 한 크루의 수장이다. 지능이 아닌, 짬밥에서 오는 예리한 식견이 있다.

“그럼 걔를 어떻게 섭외할 건데?”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거나 하면…….”

“마아아아!!”

“아하!”

“그걸 오정환밖에 모르니까.”

혹은 그 여중생이 갑자기 방송을 시작한다. 그러면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긴다.

여차저차 잘 꼬시면 확률이 0은 아니다. 그 첫 단추가 꿰어질 수 없어서 문제다.

별풍선이 한 개에 100원이라는 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다시 방송을 할 확률?

“그러네…….”

“심지어 우리가 접촉하면 위법이야.”

“왜?”

“네 얼굴로 중학교 가봐.”

“나 방금 경찰한테 끌려가는 상상함, 낄낄!”

하물며 파프리카TV는 선정적이라는 이미지가 뿌리 깊던 때다. 장본인들도 찔리는 구석이 하나씩은 있다.

자신들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 하지만 오정환이라면 가능하다. 즉, 오정환을 꼬시면 화제의 여중생이 1+1로 딸려온다.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는 영입을 위해 다시 손을 쓴다.

“오정환 이 새끼 한 달 만에… 뭐야?”

“존나 탐나는데? 그 여중생도 그렇고.”

이는 다른 크루에서도 마찬가지다. 철꾸라지 말고도 파프리카TV에는 여러 인기 BJ가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파벌 또한 형성돼 있다.

당연하게도 경쟁 구도. 아래쪽 파벌들은 물론이고, 이미 득세하고 있는 파벌들은 더 커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 영입이 절실하다.

‘우리는 이미지 좋잖아?’

‘게임 쪽은 게임 BJ끼리 뭉쳐야지!’

‘오정환 이 자식 크게 될 싹이 보여.’

대부분의 파벌에서 눈독을 들인다. 자신들과 차별되며, 경쟁력까지 있는 신인 BJ.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가치를 눈치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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