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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19화 (19/846)

19화

지로보 센세가 말씀하셨다. 인간이 다섯 명이나 모이면 반드시 한 명은 쓰레기가 있다고.

프로: ㅈㅅㅈㅅ

q샤키노p: 죄송할 짓을 왜 해?

프로: 진짜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여럿이 뛰는 레이드. 이따금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생긴다. 지난번 카쿰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긴 했지만.

“라테일은 공대 구성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불참 규정이 좀 빡세요.”

―규정?

―ㄷㄷㄷ 룰도 있나 보네

―무슨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시급은 아르바이트 이상 맞짘ㅋㅋ

고레벨 유저들에게는 민감한 일이다. 레이드로 얻는 수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명이 시간을 안 지키면 자칫 원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겨.’

그러다 보니 규정도 존재한다. 약간 불문율 같은 느낌. 불참하는 경우, 직접 대타를 구해서 빈자리를 메꾸는 게 기본이다.

프로: 진짜 ㅈㅅㅈㅅㅈㅅㅈㅅㅈㅅ

q샤키노p: 꺼져

미들마치: 그냥 가셈ㅋㅋㅋㅋㅋ

자리삽니다: 괜찮아요. 저도 그런 적 있음

이를 지키지 못할 만큼 바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공대장이 구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이는 쉽지 않다.

T없E해맑은Lr[스카니아―15]>> 내일 5시 텔이라 시간이 겹칠 듯…….

내가살릴게[스카니아―03]>> 텔 경험 없는데 괜찮아요?

라테일은 난이도가 높은 보스 몬스터다. 내가 동네북처럼 잡는다고, 다른 유저들도 그런 게 아니다.

실력과 경험이 있는 이를 제한된 시간 내에 찾는 건 까다롭다. 운이다. 운이 안 좋으면 못 구한다.

못 구하는 것보다는 조금 하자가 있더라도 가능한 유저를 넣는 것이 나은 선택이다.

이픈설이S2: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오정환: 긴장하고 임해주세요

이픈설이S2: 여기 무섭다 ㅠㅠ

―여자네

―여자다!

―여자인데 왜캐 갈굼 ㅡㅡ

―사랑으로 보듬어줘야지 ㄹㅇ

여자다 ㅇㅈㄹ.

인터넷 방송에서는 흔한 반응이다. 특히 게임 시청자들은 여성 유저를 보면 환장하는 병에 걸렸다.

‘말투가 약간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어.’

내가 공대원이면 이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공대장이고, 이 공대를 성공적으로 이끌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불안하다. 여성 유저.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에는 워낙 많은 것을 경험해 왔다.

q샤키노p: 디스펠 왜캐 느림?

이픈설이S2: 죄송요

q샤키노p: 됐음. 알아서 풂

이픈설이S2: ㅠㅠ

얼핏 안타깝다. 열심히 하는데 타박하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에는 징징 짜서 해결될 일이 있고, 징징 짜는 것조차 민폐가 되는 상황이 있다.

‘지금은 후자야.’

실수라는 건 기본적으로 구멍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다. 구멍이 없으면 실수가 생길 확률이 급감한다. 반대로 있다면?

―아군이 당했습니다!

생존력이 안 좋은 궁수가 죽고 만다. 평소와 다른 상황. 그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그마한 방심을 저질렀다.

자리삽니다: 아 물약 빨걸

q샤키노p: 힐 믿지 마

이픈설이S2: 죄송해요 ㅠㅠ

오정환: 일단 부활 있으니 집중 ㄱ

구멍이 하나 생기면, 그 구멍을 나머지 팀원들이 십시일반 해서 틀어막아야 한다. 즉, 자신이 해야 될 일 이상을 하게 된다. 필연적으로 실수가 나오기 쉽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두 번째 죽음.

빼도 박도 못하는 실수다. 그것도 다른 공대원이 아닌, 자신의 실수 말이다.

방울껌: 아

방울껌: 바로 안 따라붙음?

이픈설이S2: 바로 간 거예요

방울껌: 아니, 바로 갔으면 내가 죽었겠냐고ㅋㅋㅋㅋㅋㅋㅋ

유혹에 걸린 창기사. 성직자가 즉시 따라붙어 힐을 넣어줘야 한다. 그것이 1초 늦어지자 치명적인 결과가 야기된다.

이미 부활은 썼다. 창기사 없이 레이드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천만다행히도.

―라테일의 꼬리를 격파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공격이 떨어지는 부위를 시간 내에 격파했다. 창기사의 체력 증가 버프가 없어도 정상 진행이 가능하다.

오정환: 다들 체력 7천 되죠?

미들마치: ㅇㅇ

자리삽니다: 약간 안 됨

정예 of 정예인 덕분이다. 일반 공대였으면 전멸 내지 쌍욕 예약이었다.

‘욕먹는 정도로 안 끝나.’

남은 단풍잎 인생(?) 동안 제대로 된 공대에 못 들어간다. 글자 그대로 찍힌다.

공대원 전원이 네임드급이기에 진짜로 가능하다. 충분히 빡칠 만도 하다.

최소로 잡아도 수십만 원 상당의 기대 수익이 날아갈 뻔한 셈이다. 단 한 명의 바보 같은 실수 때문에.

T없E해맑은Lr[스카니아―15]>> 한 번은 뛸 수 있어요

오정환[스카니아―08]<< ㅇㅋㅇㅋ 근데 지금 망나뇽의 울음소리 필요해서 확실한 건 아님. 대기 좀 T없E해맑은Lr[스카니아―15]>> 그래요?

오정환[스카니아―08]<< 6인텔이라 한 번만 뛰어도 분배는 좋아요 T없E해맑은Lr[스카니아―15]>> ㅇㅎ ㅇㅈㅇㅈ

그리고 그 커버를 위해 발바닥에 불나도록, 아니 손가락에 불나도록 수소문을 하고 있다. 시간 내에 다른 성직자를 구해야만 한다.

―던파극혐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눈물의 똥꼬쇼!

―딜 하면서 챗까지ㅋㅋㅋㅋㅋ

―애쓴다…….

―버리는 거?

―너무 못하긴 했음

격파 시간 내에 새로운 성직자를 구해본다. 그러면서 나는 내 할 일을 빈틈없이 수행한다.

‘X발.’

단풍잎스토리는 물론 피지컬 게임이 아니다. RPG 중에서도 굉장히 라이트한 부류.

하지만 여느 게임이 그러하듯 최상위의 고레벨 콘텐츠는 손이 많이 간다.

오정환[스카니아―08]<< 님 실수 아니니까

오정환[스카니아―08]<< 분배에 지장 없으니까 걱정 마시고 방울껌[스카니아―08]>> ㅇㅇ

오정환[스카니아―08]<< 입장퀘 빨리 해보세요

방울껌[스카니아―08]>> ㅇㅋㅇㅋ 망나뇽의 울음소리만 구하면 됨오정환[스카니아―08]<< 저도 일단 친창에서 망나뇽 젠 찾고 있음

안 그래도 바쁜 와중 채팅까지 쳐야 한다면 더더욱이다. 그것도 머리를 굴려가며 말이다. 단 한 사람의 구멍에 이토록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그래서 RPG 게임에서 공대장이 존나 힘들어.’

공략 노하우 이딴 게 문제가 아니다. 공대원 사고 수습에 가장 진이 빠진다. 사람 상대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던파극혐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데 꼭 빼야 돼요? ㅠㅠ

―여잔데… 한 번만 봐주지

―실수할 수도 있는 거 아님?

―물소 새끼들 X랄병이 났네ㅋㅋㅋㅋ

―던공 쳐내 X발!

웬만한 수준이었으면 나도 이렇게 귀찮게, 힘들게 일 벌리지 않는다. 웃으면서 이해해 줄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롤로 따지면, 솔킬만 따인 게 아니라 똥을 전 라인에 뿌리고 다닌 수준이라고.’

자기만 못하면 상관이 없는데 아군까지 힘들게 한다. 공대장으로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오정환: 죄송한데 두 번째는 다른 성직자분이 오게 됐어요

이픈설이S2: 네? 왜용??

미들마치: 그걸 말로 해야 아나ㅋㅋ

성직자를 보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바꾼다. 최소한의 역할 수행은 가능한 이로 말이다.

“우리가 원래 한 시간 전후로 깨잖아요? 근데 한 시간 30분이 걸렸어. 이게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정말.”

―물약도 ㅈㄴ 씀ㅋㅋㅋ

―이럴 거면 힐러 왜 넣었냐고ㅋㅋㅋㅋ

―아무리 여자라도 심하다…….

―진짜 개암걸렸다

단순히 시간이 늘어난 거면 모를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진행해도 될 만큼 만만한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솔직히 성별과는 상관이 없다. 빈도가 많을 뿐이지, 그런 인간은 남자 중에도 적지 않다.

이픈설이S2: 정말 모야 짜증 나게 ㅡㅡ

이픈설이S2: 에휴, 돈이나 제대로 넣어줘요

문제는 바로 이거다. 못하면서 같은 대우를 받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줄 아는 마인드.

‘혜지야…….’

이런 유저가 많다 보니 차후에는 비꼬는 은어까지 생긴다.

LOL이라는 제2 민속놀이. 다른 유저의 실력에 편승해 승점을 얻어가는 여성 유저를 그렇게 부른다.

그 입에 착착 감기는 어감. 이를 써먹기에는 너무 시대를 앞섰다. 그것이 안 좋은 말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동정심은 1도 들지 않는다.

‘생각을 해봐. 혜지랑, 혜자랑 단 한 글자 차이야.’

한 글자도 아니고 한 획이다. 하지만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는 180도 다르다. 비슷한 단어의 이미지를 상쇄시킬 만큼 빠르게 정착했다.

일부 여성 유저들이 게임에서 저지른 패악질. 남성 유저들이 겪은 한이 깊다는 방증이다. X랄도 어지간히 해야 이해라도 해주는 것이다.

―‘이픈설이S2’ 님이 파티에서 강퇴당하셨습니다!

오정환[스카니아―08]<< 힐, 디스펠이 늦어서 딜러진이 물약 써야 했어요오정환[스카니아―08]<< 물약값 제하고 남은 돈 있으면 보내드릴 테니 그걸로 만족하세요

“정말 가지가지 하네요.”

―그 와중에 돈 밝히네ㅋㅋㅋㅋㅋㅋ

―이걸 참네

―나 같으면 안 줬다 ㄹㅇ

―나도 레이드 해봐서 아는데 여자들 진짜 못 함…….

여자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여자 중에 그런 케이스가 유난히 많을 뿐이지. 그걸 알면서도 여성 유저를 왜 끼냐고?

‘그건 차별이잖아.’

선입견으로 지레짐작하는 게 차별이다. 그 사람의 실력을 확인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건 차별이 아니다.

여자라고 무작정 좋아하던 시청자들. 민심조차 등을 돌릴 만큼 도가 지나쳤다. 간만에 방송에 매콤한 스파이스가 뿌려졌다.

『수많은 도전 끝에 라테일을 격파한 원정대여! 그대들이 진정한 라프레의 영웅이다!』

카쿰과 라테일. 하루에 두 번씩 진행 가능한 보스 몬스터다. 이를 하는 것이 내 방송의 고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롤이나 스타로 치면 랭크 게임 돌리는 느낌이지.’

BJ 입장에서 상당히 편하다. 오늘 뭐 먹지? 메뉴를 정하는 것처럼 콘텐츠 고민을 안 해도 되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렇듯 사고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매판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을 내는 게 가능하다.

―메이플하는찐따 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보는 내가 빡치네. 인내심 개쩌시네요ㄷㄷ

“200개 감사합니다! 공대장 하다 보면 별별 꼴을 다 봐서 그러려니 해요.”

오늘 정도로 심각한 사고는 보통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최근의 방송은 이런 느낌인데.

아싸비[스카니아―08]>> 님 우리 베르사유 길드원 여자라고 차별했나요 ㅡㅡ

조금 색달라질 전망이 떴다.

* * *

REAL꼬마법샤: 말투가 싸가지가 없다니까요

아싸비: 내가 뭐랬어 ㅡㅡ

올비핫세: 어머, 정말 사람 됨됨이가 못됐네

흔히 단풍잎스토리의 일찐 하면 헤네일찐과 커닝일찐으로 양분이 되며, 그중에서도 헤네일찐을 1티어로 치는 전통이 있다. 이는 짧은 식견에서 비롯된 무지다.

실제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을 떨치는 건 결혼식장 일찐과 라프레 일찐으로, 그들 중 갑 중 갑은 단연코 라프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오해가 싹 튼 걸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라프레는 고레벨 유저들의 마을이다. 100레벨 이하는 라프레에 갈 일 자체가 없다.

즉, 이곳에서 일찐 노릇을 하는 이들은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연순니: 헐ㅋㅋㅋㅋ 진짜 야바리 없다 ㅁㅊ놈ㅋ

쫌노는뇬s: 언니들 다 있는데 욕은 좀 글타~

연순니: 죄송해요 근데 너무 빡쳐서 ㅠㅠ

REAL꼬마법샤: 연순이가 뭔 잘못이야 이게 다 그놈 때문이지!!

라프레 마을 촌장집.

그 좁고, 별 할 것도 없는 장소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것도 개개인이 200레벨에 근접한 초고수격 존재들이 말이다.

단순히 입으로만 센 척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해당 서버에서 잘나가는 실세에 해당한다.

베르사유와 핫세팸을 중심으로 형성된 스카니아 최대 카르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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