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스카니아 패권 싸움
―커닝일찐S2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싸비 님이랑 왜 사이가 안 좋은 거임??
“언젠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날이 오늘인 것 같네요.”
귓속말이 왔다. 그것도 방송 도중에 말이다. 이전부터 누누이 말을 해왔기에 속에 꿍쳐 놓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게 참 설명하기가 난감하네.’
2017년이었으면 단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다.
비선실세. 비유를 하자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스케일이 훨씬 작을 뿐이지. 스카니아 서버에 한정된 이야기다. 아싸비와 그녀가 속한 집단이 그러하다.
“제 방송을 보는 시청자분들 대부분이 단풍잎스토리를 하거나, 안 하더라도 RPG 게임 하나나 둘 정도는 해봤을 거예요.”
―안 하는데 왜 봄?
―나 안 함ㅋㅋ
―그냥 보는 거지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봐요! (덜렁덜렁)
원래 그래.
콘텐츠라는 게, 그 방송을 보는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결국 찾아보게 되는 건 그 방송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해를 위함이다. RPG 게임이라는 게 하나의 작은 사회다. 실제 사회가 그러하듯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최강전사: 자리요
스틸꾼: 즐
최강전사: 뭐 함 ㅡㅡ
스틸꾼: 니가 꺼져ㅋㅋ
이런 식의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차후에야 버닝이다 뭐다 해서 레벨 업도 쉽고, 사냥터도 많아진다.
현재는 일부 유명 사냥터를 제외하면 사냥 효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서 경쟁이 심하다.
―한손에창들고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자리요 X랄하면 응 니 묫자리요 하고 처죽이면 안 됨?
“100개 감사합니다. 단풍잎스토리는 PK가 안 돼요.”
이래서 내가 말을 했던 거다. PK가 되는 게임에서 싸움이 일어난다? 둘 중 한 명이 죽고 끝날 문제지만 단풍잎스토리는 그게 안 된다.
―묫자리 ㄲㅂ
―인맥 좋은 쪽이 이기지 ㄹㅇ
―인맥 대전!
―이건 진짜 단풍잎스토리 해본 사람은 느낌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길드의 입김이 생각보다 세다. 그중에서도 최상위권 길드들. 사냥터뿐만 아니라 레이드 관련 문제에도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최강법사: 누가 우리 전사 건듦?
최강도적: 너 평생 스틸함 ㅅㄱ
스틸꾼: 헐 죄송죄송 ㅠㅠ
최강전사: 넌 이제 ㅈ됐다 ^^
길드에 속해있으면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숫자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고레벨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어떻게 말을 안 듣고 배겨.
‘아싸비가 속한 베르사유가 잘하는 짓이지.’
그들이 과연 정의로운 판결만 내릴까? 만약 그랬다면 나와 충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힘이 있는 자들이 으레 그렇듯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서 방금 그 혜… 아니 성직자분 같은 상황을 저 말고 다른 사람이 겪었으면 그냥 ㅈ됐어요.”
여자라고 차별하는 거 아니냐? 힐이 늦으면 얼마나 늦었다고 그러냐? 동영상 판별에 의하면 이분은 힐을 주는 속도가 다른 성직자에 비해 평균 0.74초가 늦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면 소름
―이건 ㅇㅈ이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거네
바로 그거다. 힘이 센 쪽의 말이 무조건 맞다. 힘이 비등해야 비로소 목소리를 낼 자격이 생긴다.
‘그래서 여성 유저들이 진짜 좀 귀찮아.’
사실 못하고, 억지 부리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차후에 생기는 오버워치나 LOL에 비하면 양반이다.
문제는 인맥까지 참전한다는 부분이지. 파프리카TV에 물소가 많듯 단풍잎도 마찬가지다.
여성 유저라면 환장하는 애들이 흑기사를 자처한다. 특히 베르사유는 워낙 몸집이 큰 길드다. 어지간한 네임드조차 찍소리도 못 하고 사과해야 하지만.
―벼락의신vv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킹정환 앞에서는 킹림도 없지ㅋㅋㅋ
“네, 맞습니다. 그런 인맥 믿고 설치는 행위를 제가 용납을 안 해요.”
정공법으로 파고든다. 모든 길드장 세워두고 인민 재판 ㄱ? 꼬박꼬박 설명하면 누가 더 옳은지 자명하게 깨우쳐준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한들, 억지를 부리는 것도 자기들 선에서 정리할 수 있을 때다. 멋대로 하고 싶은 그들의 입장에서 눈엣가시일 만하다.
“오늘 같은 일이 좀 많았어요. 아싸비 님을 중심으로 모인 여성 파벌이 있는데 제가 완전 찍혔습니다.”
―아ㅋㅋㅋㅋ
―그런 이유였구만
―진짜 쌍년들이네…….
―근데 싸비 님은 모르고 그런 거 아님?? 웹툰이랑 가이드북 활동 때문에 바쁠 텐데
굉장히 유명한 분이다. 그런 만큼 잘 아는 팬들도 많다. 한 시청자의 지적은 날카롭다면 날카롭다.
‘원래 아줌마들이 모임 같은 거 좋아하잖아.’
그 짓을 단풍잎스토리라는 게임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 뒷담 까는 걸 엄청 좋아한다. 인성이 빻았다기보다는 그냥 아줌마들이 원래 수다가 많다.
하필 내가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사이가 좋지 않게 된 연유. 그녀의 과한 오지랖으로 인해 여러 번 충돌한 결과다.
―던파극혐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초딩 때 싸비 팬이었는데 개실망이네
“100개 감사합니다. 근데 알고 보면 다 그렇더라고요. 그분들도 사람이고 결점이 없을 수는 없겠죠. 저도 평소에 억울한 게 있다 보니 길게 얘기하게 됐는데, 과장된 점도 있으니까 어느 정도 걸러 들으세요.”
―자리삽니다도 징징댄다며ㅋㅋㅋㅋ
―이 집 재밌네
―ㄹㅇ 이런 걸 어디 가서 들어
―펑이조 인맥 자랑과는 차원이 다르누ㅋㅋ
회귀하기 전.
단풍잎스토리는 방송에서 아예 안 했기 때문에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RPG 게임이라는 게 1, 2년만 지나도 완전히 다른 게임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아싸비도 한물이 가버려서 단순 화제로 꺼내기도 뭣했고.’
하지만 단풍잎스토리가 득세하는 현재는 제법 쏠쏠한 떡밥이다. 단순히 묵혔던 속을 푼다. 그 이상의 방송적 의미가 있다는 소리다.
* * *
BJ 오정환의 방송.
꾸준한 상승세를 밟아나가고 있다.
―와 오정환방 뭔데 2천 명이나 봄?
며칠 안 본 사이에 엄청 늘었네. 또 여중생쨩이라도 데려왔나?
└ㄴㄴ 혹시 하고 갔는데 아니더라
└클 만하니 크지
└오정환은 될 놈이라니까?
└근데 오늘은 좀 특별히 많긴 했음
개인 방송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다. 어떤 특수한 사건에 의해 시청자가 부쩍 는다? 그렇다 해도, 며칠 지나면 없었던 일처럼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러지 않고 꾸준히 성장한다는 건 한 가지 사실을 방증한다. 그 사람의 방송이 매력이 있다. 물론 이번 경우는 조금 특별한 조미료가 뿌려진 결과다.
―방금 오정환이 싸비썰 풀었는데 흥미롭네
물론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건 아니지만 어렸을 적 우상의 추악한 면을 본 것 같아서 재밌음└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듣고 보니 그럴듯해
└그 성별특이자너ㅋㅋ
└나도 레이드할 때 여자 끼기 싫음
└ㅈㄴ 떽떽대고 꼭 나중에 정치 싸움 생겨
인지도 하나는 어지간한 연예인 뺨을 친다. 특히 RPG를 주로 하는 학생층.
인기 연예인이나, 개그맨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있어도 아싸비 세 글자는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학생A: 헐! 명환이 단풍잎 가이드북 사왔다
학생B: 엣헴!
학생C: 다 보고 띱!
학생A: 내가 먼저 말했는데?
학생D: 어이, 너희들 명환이가 곤란해하잖아
학생D: (과자를 건네며) 내가 먼저 맞지?
학생B, C: 너가 새치기하는 거냐고!!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대충 이런 느낌의 상황이 전국 초중학교에서 연출됐다.
인터넷에 제대로 된 공략이 올라오지 않던 시절이기에 가이드북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하물며 집필자가 워낙 맛깔나게 잘 썼다.
아싸비는 과장 조금 보탤 것도 없이 잼민이들의 아이돌이었다. 그런 그녀가 실제 게임 내에서 저지른 패악질을 나이 먹고 보는 건 흥미가 이는 광경이다.
『Maple) 오정환. 스카니아 넘버원 초고수 이의 있나?』
? 본방: 507 (PC: 232/ MOBILE: 275)
? 중계방: 1, 499
? 누적 시청자 수: 13, 237
오정환의 방송.
평균 시청자 1천 명대를 훌쩍 넘어 2천 명의 고지를 정복하게 된 이유다.
이미 한 번 넘어본 산이기는 하나, 그 자신 홀로 유별난 콘텐츠도 없이 이루었기에 의미가 깊다.
―단풍잎에서 오정환은 진짜 넘사벽이네 ㄷㄷ
레벨 높고 템 좋은 것도 좋은 건데, 본인이 랭커 출신이라 게임 공략도 빠삭하고, 스카니아 네임드들이랑도 다 알고 지내니까 내가 겜 하는 느낌임└ㄹㅇㅋㅋ└걔 때문에 단풍잎 시작하고 100만 원 현질 꼴아 박음 ㅅㅂ글쓴이―너도냐? ㅋㅋㅋㅋㅋ└그냥 초딩 게임이라 생각해서 저걸 왜 하지? 싶었는데 오정환 하는 거 보면 재밌어 보이긴 하더라
단풍잎을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안 해본 사람은 없다. 스쳐 지나간 인연마저 매료시키는 그의 매력은 괄목할 만하다.
그렇게 오정환의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거슬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여성 차별이나 하는 녀석을…….’
어쩌다 본 단풍잎 커뮤니티. 이제까지와 달리 자신보다 그의 이야기가 많다. 아싸비는 조금 시기를 느끼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아싸비의 팬덤은 절대 다수가 초딩과 중딩이다. 커뮤니티를 할 정도면 나이대도 있거니와, 가이드북을 굳이 사서 볼 이유도 없어진다.
―라테일 처음 하는데 욕 하나도 안 먹음ㅋㅋㅋ
오히려 어디서 해봤냐고 다음 주부터 고정해 줄 수 있냐고 묻더라.
오정환 방송 챙겨본 보람 개쩌네. 일단 수락하긴 했는데 흥분돼서 오늘 잠 못 잘 듯!
└흥분은 야동 볼 때 하는 게 흥분이고
└메소 팔아봤자 얼마나 번다고ㅋㅋㅋ
글쓴이―ㅠㅠ 학생이라 돈 없다궁
└오정환 말로는 하루 알바비 정도는 거뜬하다던데
이렇듯 알 만큼 다 안다. 그것이 오정환의 영향이다. 아싸비로서는 그가 유명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소 저지른 게 많기 때문이다.
펑이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오정환이 유명해진 건 결국 이 레이드야.’
자신이 가이드북의 가벼운 공략과 활자로 유명세를 탔듯, 오정환은 레이드라는 묵직한 공략과 영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즉, 그 밥줄이 끊기면 성장세도 멈춘다.
―오정환 공략이 제일 정확하네 [4] +3
―킹정환식 6인텔 베라도 성공했습니다! [27] +58
―그냥 영상 보고 따라 하기만 해도 1인분임ㅋㅋㅋ [17] +2…
…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단풍잎스토리 전체를 아우르는 두꺼운 팬층. 그 중압감에 짓눌러 살다 보면 싫어도 알게 된다.
오정환은 분명 유명하다. 단기간에 엄청난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하지만 자신과 달리 레이드 성공에 의한 반짝 임팩트다.
‘간단해. 그 모래성을 무너뜨리면 돼.’
가장 레이드를 잘하는 유저. 신기하며 효율적인 공략 방법. 더 이상 그만의 것이 아니게 만들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영향력도 줄어든다. 이전만 한 위세를 떨칠 수 없게 된다. 마침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아싸비: 우리가 카오스 라테일을 먼저 정복하자
돈뜯긴악마: 헐
A급l표도l: 저 한 번 가본 적 있는데 진짜 어려워요
은인: 그거 아직 깬 서버 없지 않나요?
카오스 라테일.
기존 라테일의 상위종으로 얼마 전 새로 생긴 보스 몬스터다. 아직 전 서버에서 아무도 클리어한 공대가 없으며 시도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 한 마디로 너무 세다. 무식한 체력부터 희한한 패턴까지 기존의 보스 몬스터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우리 베르사유가 작정하고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렇기에 길드. 개인은 할 수 없는 목표를 우격다짐으로 이루어내는 막강한 추진력을 가진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