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3화 (33/846)

33화

하와와 여고생쨩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종격투기―「3시간에 별풍선 10만 개 받은 여캠ㄷㄷ」

樂 SOCCER―「중딩한테 천 원 주고 능욕 하는 열혈들 인성」

도탁스(DOTAX)―「요즘 여캠 근황… 단풍잎 하는 중딩 여캠!」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 화제의 가벼움 때문인지 잊을 만하면 올라와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진퉁 본 애들은 왜 열광했는지 앎

뒤늦게 유입된 애들은 뭐지? 왜 아줌마가 있지?

강남 성괴처럼 생긴 여중생쨩도 있어? 짝퉁 보면서 어리둥절했겠지만 본판은 그렇지 않았거든 └누가 녹방 딴 거 없나?

글쓴이―클립 있었는데 오정환이 지움… 일반인이라고 └진짜 엄청 귀엽긴 했지ㅋㅋ└본방 사수 못 한 흑우 없제~?

그리고 이는 심화된다. ‘승리자’들에 의해 말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은 개념이다. 여러 이유로 아주 잠깐만 공개돼 마니아층을 낳은 사건.

이를 직접 본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자칭한다. 그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공지―『Spring comes back』

그녀가 다시 찾아옵니다.

SEE 2011. 12. 24. PM 05:00

갑작스레 올라온 오정환의 방송국 공지가 화제가 되어버린 이유다.

아주 심플. 그렇기에 오히려 갖은 추측과 호기심을 낳고 있다.

└왜 Spring임?

└여중생쨩 이름이 봄이잖아

└오 라임 보소…….

└님들! 이거 UP해야 핫이슈 올라가요. 무조건 추천 누르세요!

자발적인 추천. 자발적인 홍보.

파프리카TV 내부에서는 물론 커뮤니티에도 삽시간에 입소문을 탄다.

그것이 바로 나흘 전이다. 퍼질 대로 퍼져, 기대가 무르익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본방의 시작도 차고 넘쳤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죠~

길거리를 거닐면 흔하게 들려오는 유행곡이다. 그 가사의 마디마디가 평소와는 다르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쿡쿡 찌르고 있다.

―그리움 속에 마음이 멍들었어요…….

―왜 이제야 오는 거야 ㅠㅠ

―한겨울에도 봄은 정말 오나요?

―오정환 이 자식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었네

아무것도 없는 까만 창. 올라오는 것은 오직 시청자들의 채팅뿐이다. 그럼에도 귓속을 가득 메우는 멜로디가 상상을 자극한다.

머릿속으로 보는 예고편이다. 마치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착각은 아니다. 그 공지, 이 선곡, 결코 우연이 두 번 겹칠 리가 없다.

『Maple) 오정환. 당신의 크리스마스에도 봄은 옵니다_Spring, My Christmas』

? 본방: 554 (PC: 271/ MOBILE: 283)

? 중계방: 1, 088

? 누적 시청자 수: 2, 321

그래서야 이 폭동에 가까운 분위기를 달래지 못할 테니까.

방송이 시작한 지 고작 5분 남짓. 그럼에도 시청자가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미친 듯이 상승한다.

아무리 최근 오정환의 방송이 컸다? 이름을 알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케일적으로 합당치가 않다.

개인 방송에서는 드물게, 계획적인 준비를 해놓은 덕분이다.

뜬구름에 날려보낸 사랑 oh oh

노래가 끝이 난다. 시청자들도 상상 속에서 헤어 나온다. 마지막 한 소절이 머릿속 뜬구름까지 날려 보냈을 때.

“아, 아. 뭐, 당연히 들리겠죠.”

노래가 아닌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정환. 그를 기다렸던 것은 맞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다소 다르다.

―봄이보러옴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우리 같은 솔로의 크리스마스에도 봄은 찾아오나요?

“시작부터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얇게 입으셔도 될 것 같네요.”

―얇게

―크~ 감성

―믿고 있었다고 젠장!

―감질 난다 감질;; 나 지금 드라마 보냐?

금일 방송의 메인은 누가 뭐래도 그녀니까. 숱한 소문을 낳았다. 대한민국 웬만한 유저들이 이용하는 모든 커뮤니티에서 그녀의 이름이 거론됐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나다.

아, 걔? 고유 명사 수준의 인지도를 가진 여중생은 대한민국 전체를 따져봐도 손가락에 꼽힌다.

―여중생쨩사생팬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 혹시 여중생쨩 얼굴 공개도 하나요?

“100개로 팬 가입 감사합니다. 아무리 오늘 봄이 찾아왔다고 해도 그건 이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눈이 다 녹은 후에는 또 모르겠죠.”

“어머나, 어머나! 그런 거예요?”

―이미 왔는데?

―헐

―목소리 졸귀다!

―크리스마스에 정말 봄이 와버렸네…….

그와 반비례한다. 세간에서 그토록 떠들썩했음에도 의외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이름이 봄이? 그조차 가명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오늘 이 자리는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방송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 * *

파프리카TV.

한두 해 굴러먹은 게 아닌 만큼 여성 BJ…….

‘아니, 여캠 말이야.’

그에 대해서는 빠삭한 정도를 넘어섰다. 그들의 사생활부터 시작해서, 굴러가는 구조까지 그냥 전부 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현재 상황.

얼굴을 보이지 않는 여캠에 대해서도 안다. 토이치TV에서 성행한 탓에 듀라한이라는 은어까지 생긴다.

‘근데 시작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

일단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흔히 BJ라고 하면 당연히 얼굴을 오픈하고, 오픈하지 않은 BJ를 듀라한이라 부른다.

그런 정의가 있지만 그건 차후에 붙게 되는 개념이다. 애초에 BJ가 얼굴을 깐다?

인터넷 방송 초기에는 그것이 되레 어색했다. TV도 아니고 작은 모니터 화면에서 굳이 연예인도 아닌 사람의 얼굴을 볼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Maple큰손 님, 별풍선 1, 000개 감사합니다!

여기 천 원^^

“큰손 님이 천 원 주셨네. 고맙습니다 해야지?”

“천 원 아니에요. 엄청 많아요. 저 그렇게 큰돈 받을 수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이제 못 속이겠누

―모른 척하던 그 성괴들이랑은 역시 달라!

―여중생쨩 카와이~

즉, 캠의 유무는 주된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 적당히 단풍잎스토리를 켜서 캐릭터를 세워두는 정도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2D 게임 중에서도 매니악한 횡스크롤 장르인 단풍잎스토리 유저 중에 3D 영상을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지난 깜짝 방송부터 이어지는 이번 콘텐츠. 아무런 밑 준비 없이 시작했을 리는 당연히 없다. 물론 그것이 정체를 꽁꽁 숨긴 채 농담이나 따먹자는 소리는 아니다.

“일단 방송 시작에 앞서, 우리 서로 알아가야죠? 봄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 많을 텐데 가볍게 Q&A 시간 가져봅시다.”

개인 방송인. 그것이 BJ든 스트리머든 크리에이터든 세세한 구분은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일류가 되고자 한다면 한 가지만큼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바로 시청자와의 소통이다. 매력이란,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청자 스스로가 느낀다. 지금 내가 시작하려는 첫 번째 단추가 바로 그것이다.

―오정환환환 님, 별풍선 30개 감사합니다!

나이가 몇 살이에요? 이거 물어도 되나ㅎㅎ

―헤네일찐질문받음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음식 뭐얌?

―qorhvk123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랑은 어떤 사이예요?

별풍선을 10개 이상 쏴야 모니터에 글자와 함께 보이스 채팅이 들린다. 그 이상으로 쏴주면 당연히 고맙지만, 사실 개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평소에는 몰라도 이렇게 콘텐츠를 진행할 때는.’

중요한 건 내용이다. 시청자 전원이 궁금해서 미칠 만한 것. 방송적 진행에 도움이 되는 그런 질문을 원한다.

―강형욱도5점준보신탕집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혹시 남친 있어? 오빤 어때?

―남친ㅋㅋㅋㅋㅋ

―아 선 넘네

―여중생쨩한테 무슨 남친이야ㅡㅡ

―무슨 찐따도 아니고 중딩인데 왜 못 사겨

이렇듯 짓궂은 정도가 적당하다. 생각보다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살릴 만한 소재다.

“봄이 남친 없잖아.”

“저 공부해야 되는 나이예요.”

“그래도 한번 사귀어보고 싶지 않아?”

“사실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그래?”

여캠들이 남친이 없는 척, 숨기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적어도 봄이에 한해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얘가 좀 띨빵해서 그렇지 흔히 말하는 ‘착하게만 자라다오’를 제대로 실천한 타입이다. 그런 인생이 배우자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BJ로서는 맛이 떨어진다.

“남자 친구 사귀면요. 남자 친구가 맛있는 거 많이 사주면 좋겠어요."

“능력 있는 남자가 좋아?”

“제가 이래 봬도 꽤 깐깐해요~“

─봄이 김치녀였어?

─눈이 꽤 높네 ㅋ

─매점에서 최소 돈갑내기에 피크닉 정도는 사줘야 능력남이지!

―봄이는 아무고토 몰라요 ㅎㅎ

방송 진행이 담백하다면 MSG를 쳐줄 생각이었다. 이래 봬도 여성과 합방할 때 진행 능력이 남 부러운 적은 없다.

'봐봐, 끼 있다니까.‘

우리 봄이에 한해서는 걱정이 없다. 내가 괜히 BJ 유망주로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레전설10새끼 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혹시 스리 사이즈도 가능하나요? ㅋㅋ

문제는 항상 개청자지. 선을 넘는 놈들이 꼭 있다. 이를 조절하고, 자연스럽게 잇는 것도 BJ의 기량에 달렸다.

“200개 감사합니다! 하지만 봄이 나이가 나이이기 때문에 그건 좀 선 넘은 것 같고 키와 몸무게로 합의 봅시다.”

―ㅇㅋ

―이 집 장사 잘하네

―근데 여자애들 그런 거 싫어하지 않음?

―봄이 의사도 존중해 주세요!!

분위기를 띄우며 시청자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첫 단추는 무난하게 꿰어지고 있다.

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실제 BJ 업계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아니, 방송이 원래 그러하다.

‘연예인들도 자기 캐릭터 만들잖아.’

이미지. 느낌. Feel.

별 대단한 작업이 아니다. 내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포팅이다. 봄이는 스스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저 170cm 예정이에요.”

“웃기지 마.”

“그치만 저 진짜 170cm 될 거예요!”

“너의 희망 사항 말고. 지금은 몇이야?”

“저 165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응, 161.”

―170이라길래 깜짝 놀랐네ㅋㅋㅋㅋㅋ

―나보다 큰 줄

―여자 161이면 딱 적당한데?

―몸무게는? 몸무게는 안 말해주겠지ㅎㅎ

몸 말이다. 내가 봄이가 귀엽다고 말하는 건 단 하나의 빈말이 없다. 나는 태생적으로 빈말을 못 하는 사람이다.

‘진짜로.’

아직 애새끼라 그렇지. 굉장히 먼 미래에는 감히 말도 걸기 힘들 미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이 절대 낮지가 않다.

“저 몸무게는 40kg 조금 넘어요.”

“45?”

“아니에요오!! 저 40에서 41 왔다 갔다 해요.”

―세상에

―진짜 빼빼 말랐네

―빡친 거 졸귀ㅋㅋㅋㅋ

―아니, 161 40이면 연예인급 아님?

여자가 몸무게 안 말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자신 있으면 다 말해.’

여자한테 몸무게는 민감하고 뭐 어쩌고저쩌고. 그걸 진짜로 믿는 바보들이 있는데 대충 남자한테 롤 티어 묻는 거랑 비슷한 거다.

다이아 이상이면 못 말할 이유가 없다. 브론즈, 실버니까 혀가 길어지는 거지. 복잡하게 생각할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던파만렙20개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호라 호라~ 여중생쨩 무지하게 예쁘잖아!

―이 정도면 도내 최상위 랭크랄까?

―어이! 위험하다구!

―161에 40이면 ㅗㅜㅑ

―아 씹덕들 죽여버리고 싶네

기본 스펙만으로도 깔고 들어간다. 나라는 보증인이 신용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보라’에 면역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이다.

‘처음 보면 무조건 먹혀.’

보이는 라디오의 약자. 별건 아니고 이렇게 잡담하는 방송이다. 그 대상이 예쁜 여자고, 스토리를 짜다 보니 관심을 얻는다.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 옆구리가 시릴수록 달달한 목소리에 더 녹아내린다. 금일 방송의 흥행은 보증 수표이리라 확신한 이유이기도 한데.

“근데 저 중학생 아니에요!”

“뭐?”

정체성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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