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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35화 (35/846)

35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희비가 교차한다.

“대표님, 지금 또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설마, 그거?”

“예, 그 여중생 BJ가 또 화제가 되고 있…….”

“주식 티 나지 않게 천천히 싹 다 매입해!”

파프리카TV.

방송의 흥행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본래라면 정해진 파이를 인기 BJ들이 나눠먹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현재 사태는 조금 다르다.

유입 시청자가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오정환. 운영진의 입장에선 이리도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시청자가 1만 명?!”

“단풍잎스토리 방송에서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반대로 돈슨.

똥줄이 좀 심각히 타는 입장이다. 개발부 부장 장연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겨우 천 명, 2천 명 보는 수준 아니었어?’

디렉터 앞에서 큰소리를 쳤을 정도로 BJ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보통 개발부에서 건드는 내용은 아니지만,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연수는 상업적인 측면도 크게 중시한다.

그들이 가진 파급력. 결국 인지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천 명, 2천 명이 무시할 정도는 아니어도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기에는 어림도 없다.

『Maple) 오정환. 당신의 크리스마스에도 봄은 옵니다_Spring, My Christmas』_? 10, 007명 시청

분명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단위 수가 달라지자 와닿는 느낌도 전혀 다르다. 이른바 체급이란 것에서 만만찮은 상대가 되어버린다.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시청자가 몰리게 된 거지?”

“그건 파악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카니아 서버의 접속률이 특히 저조한 걸 봤을 때 해당 BJ의 영향이 큰 것은 확실한 걸로 보입니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연수는 아랫입술을 아프리만큼 세게 깨문다.

기생충. 단풍잎스토리의 인기에 빌붙는 녀석들이다.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렇듯 커져버리면 통제가 안 된다.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15만? 이벤트 특수치곤 너무 적게 나온 것 아닌가?>

“오정환이라는 BJ가 무언가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유저들이 그쪽에 많이 쏠린 듯합니다.”

직속 상관인 총괄 디렉터에게 보고한다. 이미 퇴근을 한 후이기에 전화로 이어진다. 장연수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다. 업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이 간다.

보고를 들은 디렉터. 들려오는 대답은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때린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기생충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 그게…….”

<자네가 그 기생충 한 마리도 막지 못할 만큼 무능한지는 처음 알았군.>

“…….”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

사회생활에서는 실수였다고 봐주는 일이 없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평가가 뒤따른다.

“근데… 하락 폭을 봤을 때 다른 변수도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날씨가 풀린 영향이라든가, 아니면 경쟁 게임의 이벤트라든가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볼 여지가…….”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오정환의 시청자 수는 1만 명. 그 전원이 단풍잎스토리 유저라고 쳐도 동시 접속자의 낙폭이 지나치다.

예상했던 20만 명에서 무려 5만 명이나 벗어났다. 나머지 4만은 어디로 증발했단 말인가? 그것은 컴퓨터 앞에서 숫자로 따져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금주의 게임세상] 떨어진 단풍잎… 대신에 트리가? Merry Christmas!」

「[돈슨 열일] 단풍잎스토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후끈… 이색 이벤트」

「[게임 레시피] “솔로들이여 PC 앞으로!” 돈슨 온라인 게임 15종, 성탄절 이벤트 화제」

돈슨에서 기획한 크리스마스 이벤트.

‘솔로들을 위한’이라는 홍보 문구는 효과가 있었다.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게임 레벨이라도 남겨야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런데 유저들의 앞에 보이는 환상. 아니, 현실이다.

단풍잎스토리 유저라면 모르기도 힘든 인기 BJ 오정환이 한창 귀여울 나이의 소녀와 함께하고 있다.

“남자 친구 사귀면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싶어요~”

“그래, 남자 친구도 맛있는 거 먹고 싶을 거야.”

“그럴까요?”

다른 게임이면 몰라도 단풍잎스토리다. 유저의 절대 다수는 급식충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야 여중생쨩, 여고생쨩이러지만 그들에게는 학교 가면 보이는 일상이다.

결국엔이별: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다ㅏㅏㅏㅏㅏㅏ

해강고S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ㅄ

개룽지누냐: 오정환 방송 보냐?

결국엔이별: 애들 노래방에 있다던데… 지금이라도 용돈 당겨서 갈까?

현자 타임이 씨게 찾아온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가 왜 사냥이나 하고 있지? 그것도 이런 노가다 게임을?

분위기란 전파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풍잎스토리 특유의 친목 시스템. 건너고 건너면 서버 내 모든 유저들을 아우른다.

‘솔로들을 위한’이라는 홍보 문구. 그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일련의 사실을 장연수가 알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지?>

“그게 아니라… 지금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결과는 차후 보고하도록. 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돼서.>

“…….”

크리스마스. 매년 12월의 25일. 현대에 이르러선, 종교적 의미보다 성대한 이벤트라는 느낌이 크다.

휴일과 연말이라는 중대사까지 겹친다. 누구나 크리스마스는 특별하게 보내길 원한다. 방구석에 박혀서 노가다에 가까운 레벨 업을 하는 게 아닌 말이다.

‘시이발…….’

경험치 두 배 이벤트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큰 의미를 가진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

방송사로 따지면 시청률과 비슷하다. 그것이 떨어진다? 평가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목이 위태로워진다. 대형 게임사, 특히 돈슨은 사내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그럼 좋은 결과 기대하겠네.>

“…알겠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십시오.”

지금까지는 빠른 출세를 도와줬지만, 언제 날을 돌려 자신을 찔러도 이상하지 않다. 전화를 끊은 장연수의 전두엽이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전체 유저 수의 감소가 아닌 변수에 의한 단기적인 부진이라는 것만 입증한다면…….’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것이 통하든, 안 통하든 고요한 밤과 거룩한 밤의 야근은 이미 확정돼 있었다.

* * *

BJ에게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 되길 원한다. 애써 진행한 콘텐츠가 별 주목도 못 받으면 힘이 빠지지 않겠는가?

―메이플아재 님, 별풍선 1, 225개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회장님 크리스마스 개 감사합니다. 저번에 미션풍 2만 개도 쏘셨는데 무리하시는 거 아니죠?”

―왜 크리스마스 개임?

―12월 25일 ㅄ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흥분 많이 했네

흥분을 할 만도 하다. 원래 게임 방송이 시청자 수 대비 별풍선이 짠 편이다. 나야 뭐, 영업력이 있어서 없는 별풍도 만들어내지만 편중은 막을 수가 없다.

아재 님을 포함해 몇몇 분. 신세를 지는 열혈 팬들이 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걱정할 필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정환 님의 방송이 별별랭킹 ‘별풍선 억수르 터지는 방송’ 1위에 등극!

“또 1위 감사합니다. 오늘 봄이 덕분에 운수가 텄는지 별별 걸 다 받네요.”

―아까는 그녀들이 원하는 쿨남 뜨지 않음?

―쿨남ㅋㅋㅋㅋ

―난 봄이 보러 왔는데

―오늘 갓정환 포텐 터지네

시청자 수가 많기 때문이다. 무려 1만 명. 이 정도 숫자가 되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것이 실현된다.

―국밥사랑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국밥사랑 님이 1, 839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별이우는밤 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별이우는밤 님이 1, 840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리신10장인 님, 별풍선 5개 감사합니다!

리신10장인 님이 1, 841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BJ 랭킹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팬클럽 가입도 쉴 새 없이 터진다. 별별랭킹 1위도 뜨고 상정한바 이상으로 크게 흥행하고 있다.

‘사실 별별랭킹은 별 의미 없는데.’

별 의미 없기 때문에 별별랭킹. 그런 말도 있을 정도로 그냥 막 터진다. BJ 입장에서도 왜 터졌는지 모르겠는 게 터질 때가 있다.

―오정환 님의 방송이 별별랭킹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는 방송’ 1위에 등극!

“오늘 하나씩 다 터지겠는데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건 뭐야ㅋㅋ

―진짜 아무거나 터지네

―알고리즘도 귀찮았나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리즘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기준도, 대상도 애매하기 짝이 없을뿐더러 선정된다고 좋은 것도 없다.

‘신인 BJ들은 저게 운영자가 직접 선정하는 줄 알고 황송해하는 경우도 있지.’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무덤덤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기분은 좋다. 실제로 별풍선이 많이 터진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게 다 굴러온 복덩이, 봄이의 덕분이다.

네다섯 시간가량 진행한 방송.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자연스럽게 방종각을 잡는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솔직히 나야 몇 시간이고 더 할 수 있지만 봄이는 그렇지 않다. 방송이라는 게 생각보다 많이 피로하다.

말수가 줄어든 게 티가 날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와와… 오빠 있잖아용. 저 목이 너무 마른 거시야요.”

“그래?”

“오빠 냉장고에 콜라 있는 거 봤어요. 저 한 캔만 마셔도 될까요? 하와와.”

“마음껏 마셔!”

물론 내가 시킨 독특한 말버릇 때문도 있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게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어찌나 목이 말랐는지 호다닥 뛰어가 한 캔 때린다.

그 모습이 전혀 밉지가 않다. 지금이라면 떡볶이? 고작 그것만으로 오늘의 수고를 치하하지 않는다.

“봄이 오늘 방송 잘했어.”

“저 잘했어요?”

“응.”

“그럼 저 머리 쓰담쓰담 해주세요~”

머리를 내밀며 귀여운 요구를 해온다. 기특하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인다.

‘애 같고 얼마나 좋아.’

딱 나이대에 어울리는 행동이다. 봄이와 있으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머리통을 간지럽혀 주자.

“좀 더 격하게 해주세요!”

“…….”

의외로 하드한 게 취향인 모양이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질 만큼 쓰다듬자 만족한 듯 고개를 뺀다.

짜악!

슬램덩크의 한 장면처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는다. 기분이 High하게 치솟는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고양감이 있거든.’

방송을 만족스럽게 마치면 텐션이 업된다. 실제로 여캠들 꼬시는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합방 후에 자연스럽게 썸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봄이는 어리다.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때때로 일탈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봄이야.”

“하와와… 네!”

“오빠 똑바로 봐봐.”

배시시 웃음을 짓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괜스레 요염하다.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일수록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

피로한 듯 눈동자에 살짝 실핏줄이 보인다. 흥미는 가득 담긴 걸로 봐서 졸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 밤, 조금 더 불태워 보아도 될 것이다.

“오늘 집에 돌아가기 싫지?”

봄이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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