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1화 (41/846)

41화

예쁜애×친구=예쁜애

두꺼운 팬층. 세월이 만들어낸 인지도. 이벤트 진행 경력까지 풍부한 아싸비는 난적이다.

‘솔직하게 못 이겨.’

내가 아무리 파프리카TV BJ로서 단기간에 성장을 했다고 해도, 그건 인터넷상의 인지도다. 오프라인에 찾아올 수고를 할 만한 팬?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적다.

그에 반해 아싸비. 지나가던 초딩 중 열에 아홉은 알아본다. 중고등학생, 하다못해 성인들도 어디서 한 번은 들어본 이름이다.

그녀가 쌓아 올린 10년의 격차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정직하게 경쟁하면 상대가 안 된다. 알고 있기에 기를 쓰고 준비했다.

“여러분, 즐길 준비 되셨나요?”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적어도 3m 거리 이내에는 말이다. 혼잣말을 들은 몇몇 행인들이 ‘어?’ 하고 바라보지만 상관없다.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

―시간 딱 맞춰서 켰네

―이벤트 지금 하는 거임?

나는 BJ니까.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골이 날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처음이나 부끄럽고 신경 쓰이지.’

배우들이 만약 부끄럽다고 연기를 못하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마찬가지다. 주위의 시선을 관심으로, 하나의 무대로 승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공지―『BJ 특채로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정환입니다.

돈슨 페스티벌 단풍잎스토리 부스의 홍보를 맡았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까먹지 말라고 공지 올렸어요?

공지를 띄웠다. 자랑하고 싶어서? 아니, 금일 야외 방송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다.

[Best Comment]―제목 어그로 보소ㅋㅋㅋㅋㅋ

[Best Comment]―찾아가서 사인받아 버려야지 각오해라

[Best Comment]―휴방할 줄 알았는데… 갓정환 차냥해!

최근 내 민심은 상당히 좋다. 지난 크리스마스 방송 이후 평균적인 시청자 수가 크게 올랐다. 이후 방송에 대한 기대치까지 말이다.

‘좋아.’

방송을 켜자마자 주르륵 올라가는 시청자. 그중 상당수는 현장에 오고 싶다며 관심까지 보인다.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긴 하지만 그래 봤자 결국 한계가 있다.

지금의 나는 잘 쳐줘야 중견급 BJ다. 시청자 풀도 단풍잎스토리에 한정된다. 방송을 켜봤자 현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소린데.

“던전앤파이팅 부스에 왔습니다. 정말 공기부터가 달라요.”

그렇다면 풀을 늘리면 그만이다. 다른 게임, 그것도 단풍잎스토리 못지않게 유명하다.

“이런 말하기 뭣한데… 정말 던파 할 것처럼 생긴 친구들이 많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상학 마스터

―역시 정공겜!

―이걸 선전포고 해버리네ㅋㅋㅋ

던전앤파이팅.

돈슨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다. 솔직히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여러 가지 유명해서 모를 수가 없다.

‘군대에서 관심 병사 걸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거나.’

던파 만렙을 찍은 적이 있냐? 이 질문에 Yes를 대답하는 녀석을 눈여겨봐라.

확률이 감탄스럽다 보니 군필자들 사이에서는 묘책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정말 진실인지에 대해 탐구해 볼 시간이다.

와장창!

큼지막한 소리가 들려온다. 무언가 깨지고, 가라앉는 듯한 파열음. 던파 부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벤트 진행으로 온 오정환이라고 하는데요. 잠깐 시간 괜찮을까요?”

“지금 바빠서…….”

“무슨 일인지 조금만 들을 수 있을까요?”

“말도 마세요. 의자가 부서졌답니다, 쯔쯧.”

관계자라는 신분 덕분에 간단하게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다. 한 스태프가 질렸다는 듯이 혀를 차며 가리키는 광경.

일부 관람객들이 앉은 의자가 부서졌다. 불량품이라서? 차라리 그런 거라면 나았겠지만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어디 편의점이나 야외 음식점 가면 많이 있는 그 플라스틱 의자인데… 이렇게 처참하게 부서진 건 처음 보네요. 앉으신 분의 다이어트가 시급해 보입니다.”

―파오후 때문에

―파오후 의자 대학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 VS 인간

―오우 단풍잎 하길 잘했다…….

현장에서 목도해 버리니 부정하기도 뭣하다. 정공겜, 파오후겜 재미삼아 하는 농담이었는데 앞으로는 말조심을 해야 할 듯싶다.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면 안 되거든.’

그 충격적인 광경이 생방송으로 내보내진다. 시청자 수의 추이에 변화가 생긴 것이 기쁘긴 하지만 수습해야 한다. 던파 유저들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일이다.

“던파 유저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던파 하지 않을 것처럼 생긴 분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 주고 병 주고

―뎀프시롤 오지게 때리네

―던파 유저 100명은 접었겠다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의자 바사삭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왔다.

‘이걸 어떻게 예상해, X발.’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온 건 아니다. 던파 부스의 안쪽.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곳에도 생명체는 자생하며 빛은 들어오고 있다.

“보이루~”

“어, 보이루! 무슨 일이야.”

“저 방송하고 있어요. 던파 부스 보러 왔거든요?”

“그려? 코와이네~!”

장신의 남자가 분주하게 철제 의자를 옮긴다. 대체 누구인지. 시청자들에게 더욱 익숙한 사람이었다.

―헐 보황

―ㅂㅇㄹ

―의자 나르고 있네

―파도파도 미담만ㄷㄷ

던파를 주 콘텐츠로 삼고 있는 BJ 보황. 나와 마찬가지로 돈슨 페스티벌의 진행자로 초청되었다.

스태프가 아니므로 잡일을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솔선수범해서 도와주고 있다. 관람객들이 깨먹은 의자의 뒤처리.

“그걸로 지금 찍고 있는 거여?”

“예, 야방.”

“컹s하네~ 지금 난리도 아니여.”

보황과는 일면식이 있다. 회귀하기 전은 물론이고, 이곳 돈슨 페스티벌에서도 말이다.

‘방송 전에 만났지.’

성격이 워낙 사교적이고, 동업자끼리는 유대감이 있어서 말문을 쉽게 텄다.

BJ라는 직업 특성상 서로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하고. 방송에 대한 것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통한다.

“정환이 방송 많이 봐주시고, 제 방송도 많이 봐주시고, 던파 부스에도 많이 찾아주세요. 그런데… 살은 좀 빼고 와야지. 의자 부서진 거 실화냐~? 여러분들 이거 인정하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던공들 모임에 형이 가서 그래…….

―던파의 유일한 희망

―그저 ‘던’

던파 유저들의 민심을 되찾으며, 보황의 안내를 받아 부스 안을 돌아본다. 진행자로서도 훌륭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보라) 오정환. 첫 야외방송) 돈슨 페스티벌 왔습니다! (Feat. 보황)』

? 본방: 601 (PC: 232/ MOBILE: 369)

? 중계방: 1, 855

? 누적 시청자 수: 5, 974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 * *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정환 야방 켰는데?

돈슨 행사 실시간 중계하고 있음

└오정환이?

└아ㅋㅋ 돈슨 페스티벌은 ㅇㅈ이지

└단풍잎 부스 생방송 하나?

글쓴이―ㄴㄴ 지금 던파 부스부터 도는 중

돈슨 게임.

차후에야 워낙 그렇고 그런 이미지로 점철되고, 현재 시점에도 별다를 건 없지만 게임사가 가지는 위상의 차이는 확연하다.

『PC방 점유율 종합 게임 순위』

1. 아이온 RPG

2. 단풍잎스토리 RPG

3. 써든어텐 FPS △1

4. 던전앤파이팅 RPG ▼1

5. 파파온라인2 Sports

1위부터 10위까지의 게임 중 아이온, 스타, 와우, 리니지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돈슨에서 서비스할 정도다.

단일 게임사로서의 영향력은 한국 최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돈슨에서 여는 페스티벌.

당연하게도 인기도, 관심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이란 실로 잔혹하여 가고 싶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

―오정환이 돈슨 페스티벌 한 바퀴 싹 돌아본다네요!

돈슨 게임하는 분들은 오정환 방송 보러 가면 될 듯

└집에서 볼 수 있네, 개꿀

└근데 촬영해도 되는 거임? 문제되지 않나?

글쓴이―돈슨에서 오정환을 초청한 거임

└갓정환 클라스 ㄷㄷ해

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콘크리트층이 단단한 돈슨 게임들. 그 팬들이 오정환의 방송에 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정환 보황 만남ㅋㅋㅋㅋㅋㅋ

―보피셜: 던공 새끼들 살 좀 빼라

―의자 바사삭할 정도면 대체 몇 kg 나가야 되냐?

하물며 스토리텔링. 오정환의 진행 능력도 빛을 발한다.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모여든다.

“안녕하세요. BJ 오정환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행사 때문에 나오신……?”

“예, 시청자들이 돈슨의 신작 게임을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어서 혹시 게임의 장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환영이죠~! 저희 에어라이더로 말할 것 같으면…….”

그리고 이는 Win―Win.

인기 있는 코너만 골라서 도는 게 아니다. 저조한 행사 참여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신작 게임 부스도 때아닌 호황을 맞는다.

“현장에도 찾아와 주시면 푸짐한 경품과 함께 만렙 계정으로의 체험 기회도 있으니 부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잘 들었습니다. 에어라이더가 한게임 로우바둑좌를 넘어서길 기원하겠습니다.”

“넘어서야죠. 저희 개발진들은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로우바둑좌ㅋㅋㅋㅋ

―망겜판독기 ON

―진짜 해보고 싶긴 하네

―내가 가서 평가해 줄까?

수천 명이 보고 있다. 개중에는 행사장에 찾아온 이들도 있으며, 근처에 살고 있는 잠재적 참가자도 적지 않다.

홈쇼핑 광고에 혹하듯 궁금해서라도 한번 가본다. 사람이 적은 부스들로서는 개이득. 문제는 몇몇 짓궂은 팬들이 BJ 본인을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 나섰다는 점이다.

“와 진짜다!”

“진짜예요?”

“네?”

“아… 그게 진짜 오정환은 처음 봐서, 헤헤!”

“팬이시구나. 감사합니다. 근데 지금 말고 이따 단풍잎스토리 부스에 오시면 준비된 고급 용지로 사인해 드릴 수 있거든요?”

“그, 그럴까요?”

BJ 본인이 개의치 않으니 문제가 안 된다. 납득한 팬 몇몇은 뒤따라간다. 자연스럽게 행렬이 생긴다.

BJ의 방송을 현장에서 볼 수 있고, 간접적으로 출연하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 행사장의 안내까지 되는 셈이다.

알음알음 알게 된 몇몇 행인들도 신기해서 따라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다고 보긴 힘들다.

―오정환 야방 재밌긴 한데

역시 겜비라 여자가 안 꼬여서 아쉽

└ㄹㅇ 보라는 여자가 있어야 되는데

└어쩔 수 없지 겜빈데ㅋㅋ

└물소 새끼들 역겹누

└던공 안 꼬인 게 어디야…….

아무리 방송 능력, 아이템이 좋아도 인기란 단기간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무언가 확실한 계기가 있으면 모를까.

“오빠, 오빠!”

그 계기가 손을 휘휘 흔들고 있다.

* * *

개인 방송.

리얼리티가 중요한 것은 물론 맞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항상 버라이어티하지 않다.

‘아까처럼 쓸데없이 버라이어티한 경우도 있긴 한데.’

보황을 만나러 갔을 때처럼 말이다. 덕분에 재미가 쏠쏠하긴 했어도, 내가 원하는 적재적소의 타이밍은 아니었다.

방송의 악센트.

캠핑장에서 와일드한 바비큐를 즐기더라도 소금과 후추 정도는 뿌리듯, 모든 것을 조절하진 않아도 방송의 포인트 정도는 원하는 때 터져야 한다.

“어머, 정환 오빠다!”

“그게 누군데?”

“몰라? 그… 그 방송하는 BJ야!”

발연기. 봄이가 자신의 발가락이 무척 귀엽다는 사실을 과시한다.

사전에 말을 맞춰두었고, 이곳 돈슨 페스티벌에 봄이를 풀어놓은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헐

―여성팬?

―와 환순이가 실제했누ㅋㅋㅋㅋㅋㅋ

―얼굴 좀 보여줘요!

다소 어색하더라도 괜찮다.

혼자가 아니다. 봄이의 친구들. 같이 놀 겸해서 왔고, 방송 진행도 도와주기로 했다고 한다.

‘방송에 여자가 출연하면 느낌이 확 살지.’

소금과 후추와도 같은 맛의 악센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케바케. 얼마나 풍미를 살릴 수 있는지는 솔직하게 외모에 달렸다. 그 점은 걱정이 없는 게.

“카메라 얼굴에 비춰도 될까요? 허락 안 하면 안 비출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완존 괜찮아요!”

“오빠 말 놔요~”

“그럴까?”

―졸예;

―일반인 아닌 거 같은데

―환순이 수준ㄷㄷ

―혹시 아이돌 지망생들 아님?

이쁜 애의 친구는 무조건 이쁘다.

‘그냥 공식이야.’

외워놓고 써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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