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보라판 데뷔?
오정환의 돈슨 페스티벌 야외 방송.
당초에는 단 하루가 예정돼 있었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이틀째 또한 대성황을 누렸다.
이종격투기―「대기업에 취직한 파프리카TV BJㄷㄷ」
樂 SOCCER―「파프리카TV의 BJ가 취재한 돈슨 페스티벌. jpg」
도탁스(DOTAX)―「돈슨이 다른 3N 게임사보다 나은 한 가지. EU」
…
…
그 결과, 다른 커뮤니티에도 소식이 올라간다. 보통 어지간히 크거나 독특한 화제 혹은 공적인 것이 아니면 이슈가 되지 않지만.
[Best Comment]―BJ의 순기능
[Best Comment]―이런 BJ만 있으면 야방한다고 욕 안 먹지ㅋㅋㅋ
[Best Comment]―돈슨 행사 선입견 때문에 안 갔는데 생각보다 괜찮네요~
공적인 것이다.
적어도 게이머들한테는 말이다. 돈슨은 게이머에게 있어 참 애증의 대상이다.
돈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은 좋아. 하지만 회사가 하는 짓과 정책이 싫다. 그런 탓에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다.
―이번만큼은 진짜 갓슨 ㅇㅈ이네ㅋㅋ
행사에 어떻게 BJ 섭외할 생각을 하지? 돈슨이 가끔 가다 미친 짓 하는데 이번만큼은 좋은 쪽 미친 짓임!
└솔직히 대기업 입장에서 BJ 섭외한 건 진짜 도박수지 글쓴이―ㄹㅇㅋㅋ
└ㅈ도 관심 없었는데 방송 재밌게 해서 잘 봄
└오정환이 다 살림
BJ를 섭외하여 화제성을 살렸다. 오정환이 직접 방송까지 진행하자 관심은 있는데 가기는 귀찮았던 이들이 모여들었다.
이틀 동안 평균 5천 명이 시청했으며, 이후로도 커뮤니티에서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돈슨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알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화제가 불붙게 된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진짜 요즘 애들은 성장이 ㄷㄷ하다
[오정환 방송 캡처. jpg]
오정환 돈페 1일 차 때 나온 애들인데
고딩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나네
└요즘은 애들이 잘 먹어서 그래
글쓴이-잘 먹었으면 ㅇㅈ이지
└원래 이런데 오는 애들은 다 이쁘고 인싸임
└안 이쁘면 올 생각을 안 하지ㅋㅋㅋ
남자들 대화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얘가 누구임? 오정환 팬이라는데? 오~그래서 이쁨?
갓영규, 재호녀 등의 레전드 일반인녀. 인터넷상에서 흔히 화제가 되는 주제다. 누군지 궁금해서 찾다가 관심으로 이어진다.
―아니, 여고생이 왜 이렇게 커? (키가ㅎ)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네요^^
―일찐 눈나들 ㄷㄷ
―예쁜 애들은 예쁜 애들끼리만 노나 보네
…
…
남성 유저가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야기가 매우 많이 오간다. 연령층이 낮은 곳에서는 비슷한 또래라. 연령층이 높은 곳에서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토의를 진행한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누구의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지.
―1번 입가에 떡볶이 묻힌 애가 제일 이쁘지 않음?
화장 거의 안 해서 은근히 묻혀있는데
한 몇 년만 지나도 ㅈㄴ 이쁠 상임
└걔는 너무 애 같던데
글쓴이―애 같을 나이니까 애 같지ㅋㅋㅋ
└떡볶이녀가 오정환 팬이야!
└그 나이대는 화장 안 한 게 더 귀여움 ㄹㅇ
비교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상 이슈가 되는 건 필연이다. 일반적으로 화두가 될 일이 적기도 하다.
요즘 애들의 성장 상태.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고, 식생활이 개선되며 많이 달라졌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눈시울이 뜨겁다.
「[기획] 돈슨 오프라인 행사 활발… 소통, 재미 ‘일석이조’」
「[돈슨 페스티벌] BJ가 나타났다? 화제성은 잡아냈지만…….」
「인터넷 유명인을 초대한 ‘돈슨 페스티벌’이 뜨거운 감자에 올라섰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사의 폐막과 함께 올라오는 여러 가지 기사들. 개중에는 이번 돈슨 페스티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BJ들이 사고 거하게 친 모양이네
마디노기 부스에 초청된 BJ가 부심 부리다 관람객+지 팬들이랑 대판 싸움 났대 ㅇㅇ└ㅄ인가?
└행사하라고 불렀더니 깽판을 쳐놓고 가네
└사스가 원조 정공겜 클라슼ㅋㅋㅋㅋㅋ
└BJ가 그럼 그렇지
BJ의 입지도, 위상도 낮았던 시기다. 선입견 이전에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걸핏하면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돈슨 페스티벌에 초청된 수많은 유명인들. 그들 전원이 검증된 이가 아니었다. 돈슨 내부에서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행사비가 싸면 뭐 해? 뒤처리 비용이 더 들게 생겼는데!”
“죄송합니다…….”
“그 오정환 봐봐. 그 친구처럼 제대로 된 사람만 섭외하면 이런 일이 생겼겠냐고~!”
“…….”
그렇기에 더욱 조명받는다.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었으면서, 구설수는커녕 미담만 제조하고 갔다.
오정환의 가치.
돈슨에서는 더욱 중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본래 그의 주 활동지인 파프리카TV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고 친 새끼들 명단 알지?”
“예.”
“그 새끼들 베비 심사에서 싹 다 걸러.”
“오정환은 어떻게 할까요?”
“뭘 물어. 다음 달에 바로 승격시키고 이벤트 있으면 내용 보고 적극 협조해!”
남수길의 귀에도 보고가 들어간다. 일부 사고가 있었음에도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은 평소 그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반응이다.
그런 사고도 그러려니 하는 시청자층. 파프리카TV의 민심도 이제는 움직인다. 오정환은 더 이상 일개 겜비라 취급하기 힘든 위치에 올랐다.
―오정환 이제 보라도 먹는 거임?
보라 카테고리에 못 보던 BJ가 올라와 있길래 봤는데 그 단풍잎 하던 오정환이네?
생각보다 방송감도 있고 재밌어서 깜짝 놀랐음
└게임 페스티벌 갔다가 찍었다더라
글쓴이―평소에는 안 함? 왜?
└겜비니까 안 하지 ㅄ아ㅋㅋ
└근데 진짜 보라로 전향해도 절대 안 꿀릴 거 같은데 왜 안 하는지 몰겠음
일부 커뮤니티에서 소란이 날 만도 하다. 파프리카TV의 마니아층이 서식하는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오정환에 대한 재평가 및 고평가의 여론으로 떠들썩하다.
기득권 보라 BJ들 사이에서도 이목이 집중될 만큼 말이다.
* * *
보라.
보이는 라디오의 준말. 파프리카TV에서는 굉장히 일반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그 정의가 애매하다.
방구석에서 술 마시며 노가리 까는 것도 보라고, 어디 가볍게 나가는 것도 보라고, 하다못해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전부 보라에 해당한다.
“아니,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야?”
“허…….”
“이 바닥에 들어왔으면 신고를 해야지, 선임들한테 깍듯하게!”
즉, 논란이 된다. 파프리카TV의 인기 BJ인 김군. 그는 여러 파벌의 대가리를 한데 모았다.
명목은 흔히 있는 술자리다. 하지만 멤버를 봤을 때 심상치 않다. 보라 판 뒷담화가 목적이라는 건 뻔하게 눈치챈다.
‘군대도 안 갔다 온 새끼가 뭔 선임 드립이야.’
‘어휴, 미필 새끼가 더하다니까…….’
‘그냥 솔직하게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
물론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다. 모두가 김군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사실에는 공감이 모아진다.
오정환의 보라 콘텐츠. 게임 방송의 연장선이라고 하면 말은 된다. 그렇다고 두고 보기에는 몸집이 너무 말도 안 되게 커져간다.
“확실히 너무 나대는 감은 있어. 그건 맞아.”
“내 말이!!”
“근데 형도 좀 진정하고… 여기 다 형이 무작정 불러서 온 건데 대화가 진행이 안 되잖아~!”
남캠이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하고 있는 BJ 퀘이. 어린 나이임에도 이 자리에 초대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개인 사유로 불참한 몇몇을 제외하면 전부 자신의 파벌을 가지고 있거나, 존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력을 가진 자들뿐이다.
“아니, 봐봐……. 우리가 먹고 있는 보라 판에 흙발로 성큼 아무 말도 없이 기어오는 게 말이 되냐고!”
김군이 그런 이들을 한데 모은 이유, 얼마 전 있었던 한 BJ의 방송 때문이다. 5천 명이 넘어가는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피크 때는 무려 7천 명을 넘어섰다.
어중간한 숫자면 모를까. 대기업급이 돼버리면 다른 BJ들도 영향을 받는다. 동시간에 방송을 했던 김군은 평소보다 시청자도, 별풍선도 적었다.
‘결국 자기가 털린 거잖아.’
‘아우, 쪼다 새끼 같으니라고.’
‘김군 이 자식은 군대를 갔다 와야 성격이 고쳐지려나?’
마음의 소리. 속으로는 한마디씩 타박을 한다. 하지만 입으로 꺼내지 않는 이유는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으로 따지면 하나의 상권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이상, 들어오는 손님의 수는 항상 고만고만하고 기존 상인들끼리 나눠 먹는 구조다.
“진짜 영악한 새끼긴 해.”
“보라 관심 없다~ 자기는 게임만 할 거다~ 그러면서 은근히 존나 한다니까?”
“꿀이란 꿀은 다 빨아요.”
“내 말이.”
그런데 갑자기 외지 상인이 왔다. 자신들의 몫이 평소보다 줄어들었다. 텃세를 부리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일리가 있다.
“마아아!!”
“아, 깜짝 놀랐잖아요…….”
“이 형은 방송 콘셉트가 아니라니까? 아무 때나 소리 질러.”
엄밀히는 일리가 있을 뿐이다.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보면 큰 상관이 없다. 인터넷 방송은 시장 바닥이 아닐뿐더러 손님층도 겹치지 않는다.
최근 급성장한 BJ 오정환. 그의 시청자층은 게임 유저들이다. 혹은 외부에서 유입된 파릇파릇한 일반인들이다.
일련의 사실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안다. 하지만 김군의 말에 대놓고 반대하긴 뭣하다. 탑급 BJ들 사이에서도 김군의 위상이 대단하기 때문인데.
“걔는 게임 BJ잖아요. 게임 행사 간 거고, 눼에?”
“그래서 뭐?”
“형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 자기 텃밭 지키면서 큰 건데 새싹부터 밟는 건 쫌~”
철꾸라지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철꾸라지는 김군에 준하는 발언권이 있다. 그런 그가 오정환을 두둔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
소위 말하는 총대를 메줄 사람이 생겼다. 반대쪽 의견을 내는 데 눈치를 볼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 새끼 지금 야킹하고 있는 거 맞잖아. 그걸 두고 보자고?”
“아니, 뭔 야킹입니까. 형님~”
“그렇게 따지면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것도 야킹이에요? 그냥 거기 회사 그 뭐였지?”
“돈슨.”
“돈슨 부탁받고 행사장 삐끼 한 거겠죠.”
잠자코 보던 다른 BJ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솔직하게 억지라는 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정환은 사실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이 기회에 철꾸라지한테 잘 보여야지.’
‘김군 저 새끼는 존나 이기적이잖아.’
‘둘 중에 하나 고르라 하면 철꾸라지가 100배 나.’
BJ 업계는 정치판이 베이스. 사소한 의견을 정하는 것조차 이에 따른다. 분위기를 읽은 김군의 태도가 어쩔 수 없이 누그러진다.
한두 사람이 모인 자리가 아니다. 싸움판을 벌이면 자신만 불리해진다. 이는 화제를 종결시킬 출구를 제공했기 때문도 있다.
“삐끼라고?”
“삐끼든, 홍보든 그게 뭐 중요한 거겠습니까? 정말로 위협이 된다 싶으면 저도 형이랑 같이 움직이죠~”
“음… 알면 됐고. 감히 나랑 같은 시간에 야킹하니까 너무 거슬려서.”
야외 워킹 방송. 보라를 보다 세분화한 구분으로, 야외에서 걸어 다니며 진행하는 방송을 뜻한다.
오정환이 한 방송이 야킹인지, 아니면 게임 방송의 연장선인지. 이를 구분하는 원론적인 논의는 중지가 된다. 철꾸라지가 체면을 세워준 덕이다.
‘오정환 너 나한테 빚지는 거야.’
다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BJ 업계는 정치판이 베이스.
좋든 싫든 언젠가 깨닫는 순간이 온다. 자신이 감싸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두고두고 고마워할 것이다.
철꾸라지는 오정환을 영입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