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7화 (47/846)

47화

Chapter1. 듀라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최근 파프리카TV의 인기 급상승 BJ.

『애청자 증가 수」

1. 하와와 ↑193

2. 오정환 ↓1

3. 꿀템은뒤졌다 ↑5

4. 지수 ↑17

BJ하와와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데뷔한 지 일주일은커녕 이제 겨우 사흘 차. 그럼에도 웬만한 인기 BJ의 싸대기를 왕복으로 후려치고 있다.

평균 시청자 수가 2천 명을 상회한다. 수치로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지만 추천과 별풍선의 수도 예사롭지 않다.

비상식적인 수준의 급격한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파프리카TV 여고생 콘셉트의 BJ 데뷔해서 화제!」

내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봄이(17·여) 양이 BJ 하와와라는 이름으로 BJ 데뷔를 해 화제를 낳고 있다.

[Best Comment]―여중생이 여고생 코스프레하고 있었네ㄷㄷ

[Best Comment]―여고생(진)은 ㅇㅈ이지ㅋㅋㅋ

[Best Comment]―아 실망이다 ㅠㅠ 바로 보러 가야지!

그녀가 가진 캐릭터성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여고생. 파프리카TV 전역을 뒤져봐도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희귀 생물이 방송을 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어그로가 충분하다. 그런데 그녀는 방송 경력도 은근히 가지고 있다.

―하와와가 걔 맞지?

정환이 방송에 가끔 출연하는 꼬맹이. 크리스마스 때 놀리는 거 개재밌게 봤는데 └레전드 방송이었지ㅋㅋㅋㅋㅋㅋ└그게 리액션으로 이어지다니…….

└나도 그거 보고 유입됨

└Latte는 여중생쨩이었는데 말이야~

단 두 번. 하지만 한 번 한 번의 임팩트가 너무 크다. 데뷔 이전부터 팬도, 관심도 많았고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가 쉽게 유입된다.

―킹갓백수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리액션 부탁드려용!

“하와와~ 백수 오빠 별풍선 100개 고마운 거시야요, 히히.”

―히히

―깨물어주고 싶네

―어쩜 이리 귀여울 수 있을까?

―하와와 여고생쨩!

그 발길을 붙잡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다. 아직 미성숙된, 그래서 더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듣고 싶어 마지않았던 말을 해준다.

현실에 하와와 하는 여고생이 어디 있어? 조금 오그라들고, 비현실적이지만 한 번쯤 들어보고 싶다.

뭇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 크리스마스 때 검증이 끝났다.

“100개 쏘면 하와와~ 해준다고?”

“100개?”

“혜잔데… 나도 한번 부캐로 쏴볼까.”

“야 이 새끼들아!”

일반 시청자는 물론, 인기 BJ들까지 눈여겨볼 만하다. 김군과 아이들. 파프리카TV에서 가장 강력한 크루 중 하나에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지금이 웃고 있을 때냐고…….’

크루장인 김군의 속이 타들어 가는 이유다. 강 건너 꿀잼 구경하듯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여캠을 발굴해, 수익 중 일부를 거둬들이는 건 자신들의 주 사업이다.

“에이, 뭐 반짝이죠.”

“여캠은 어차피 별풍선 아닙니까~”

“그, 그러게.”

“제가 방송 보면서 비교 좀 해봤는데 지수 반도 못 받습니다.”

크루에 새로 들어온 BJ 프제.

별것도 아니라는 듯 능글맞게 품평한다. 실제로 김군의 크루가 밀고 있는 ‘지수’는 왕성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 수나 추천 등의 지수가 밀릴 뿐이지. 가장 중요한 별풍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프제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지만.

‘세상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김군은 속으로 후―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진정한 의미로 가족이 되지 않은 프제에게는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

파프리카TV 여캠의 수익 구조. 잘나가는 곳은 하루에 몇만 개씩도 터진다.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봐도 순수한 팬심으로는 불가능하다.

“프제야.”

“네, 형님!”

“잠깐 나가서 돈가스라도 사먹고 와라.”

“아니, 제 나이에 무슨 돈가스입니까~”

“내 말이 ㅈ으로 들려?”

“아, 아닙니다…….”

이를 알고 있는 관계자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자신의 집에서 프제를 내보낸 김군은 본격적인 이야기의 운을 띄운다.

“우리가 지수 키우려고 쓴 돈 알지?”

“예, 뭐…….”

크루에 들어온 지 오래된 BJ들은 알고 있다. 여캠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방송의 성장과 트러블 처리를 맡는 직업 매니저. 열혈 팬의 후원 심리를 자극하는 바람잡이.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얽혀있다.

‘한탕만 벌고 빠지고 싶었는데…….’

‘나는 평생 이 짓 하다 죽을 거야~’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김군 형 밑에 있으면 돈은 잘 벌어.’

글자 그대로 ‘사업’이다. 입막음은 이중 삼중으로 철저히 되어있고, 발을 빼고 싶다고 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자신들도 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는 걸.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더러운 짓을 하는 만큼 돈이라도 잘 벌길 원한다.

“거의 남는 것도 없어.”

“네? 그 정도예요?!”

“막판에 호구 새끼 하나가 만 개를 쏴줘서 망정이지.”

“휴… 난 또. 그래도 앞으로 받을 거 생각하면 투자한 가치는 충분하잖아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크루원의 반문에 김군은 또 한숨을 푹푹 쉰다. 자신이 진정 말하려는 바를 척하면 착 눈치를 못 챈다.

‘하와와인지 뭔지 하는 급식충 때문에 묻히게 생겼잖아.’

한 시기에 데뷔시키는 여캠은 아주 많아야 서너 명이다. 그 이상은 관리도 안 되고, 방송 어그로도 분산되어 제 살 파먹기가 된다.

지수는 근래 데뷔시킨 여캠 중 가장 싹이 보인다. 잘만 키우면 한철 장사가 아닌 연금을 노려볼 만하다.

김군으로서는 갑작스레 이슈가 되고 있는 하와와가 거슬린다.

“근데 제가 보기에도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너도? 왜?”

“아니, 그게……. 저도 일단 확인을 해보니까 한계가 있어 보여서요.”

나름대로 짬이 찬 크루원. 프제와는 달리 전후 사정을 다 안다. 보통 여캠을 발굴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외모다.

그 외모가 없다. 얌전히 게임만 하고 있을 뿐이다. 캠을 켜지 않는 건 게임 BJ 중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으나.

“확실히 여캠도 아니고, 어차피 애새끼니까…….”

“게다가 저희처럼 전문적인 인력을 동원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음, 그렇지.”

경쟁 상대로 보기 애매하다. 당장의 이슈에서 약간 손해 보는 정도. 그것도 충분히 거슬리지만 거품을 꺼뜨릴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BJ 업계의 무서움을 슬슬 알 때가 됐지.’

김군은 도끼눈을 바짝 치켜뜨며 가볍게 손봐주기로 마음먹었다.

* * *

좋은 소재, 좋은 마케팅, 좋은 타이밍.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자 급상승한다. 최근 봄이의 방송 성장세는 절로 입가가 흐뭇해질 정도다.

―킹갓백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는 근데 캠 켤 계획 없어요?

“봄이가 아직 방송 적응 기간이고, 앞으로 더 할지 안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게 맏따

―보고 싶지만 참아야지…….

―ㄹㅇ

―겁나서 안 하면 우짤겨 ㅠ. ㅠ

물론 그런 만큼 예상된 반응도 나온다. 왜 캠 안 켜냐? 최근에는 약간 공격적인 어그로까지 생기고 있지만.

‘상관없어.’

파프리카TV는 힘이 있는 사람 말이 옳은 곳이다. 약육강식. 억울하면 강해지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린다.

그래서 강해졌다. 과거의 내가 아니다. 시청자 수만 따지면 상위권 BJ들에 꿀리지 않는다.

『Maple) 오정환. 스카니아 넘버원 초고수 이의 있나?』

? 본방: 1017 (PC: 532/ MOBILE: 485)

? 중계방: 2, 101

? 누적 시청자 수: 21, 229

베스트 BJ를 달며 본방이 1천 명으로 확장된다. 중계방까지 합하면 3천 명의 시청자가 보고 있다. 특별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이번에 봄이네 집에 갔었거든.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어머님이… 진짜 예뻐.”

―아니?

―어머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미친놈이 있어요!

―거 선생님 불륜은 좀 ㅎㅎ

규모 자체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단풍잎스토리라는 한계를 어느 정도 벗어났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길을 벗어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봄이네 어머님이 젊어서 그래.’

30대 후반이시다. 관리도 잘하신 데다, DNA가 워낙 우수하다. 봄이랑 같이 서있으면 언니가 있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다.

―보라하나요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30대 후반이면 20대 초에 임신했다는 건데 사고 쳤네 ㅗㅜㅑ

“뭔 사고야. 이쁘니까 주위에서 가만 안 두는 거지.”

―이쁘면 ㅇㅈ이지

―아버님이 능력 있으시네!

―오정환도 혹시?

―어머님이 예쁘니 봄이도 예쁘겠죠?

약간 사생활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유는 방송 어그로 때문만이 아니다. 자연스레 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계획적인 입담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어필하는 게 설득력을 얻기 쉽거든.’

이러나저러나 결국 이야기는 계속 나올 것이다.

왜 캠 안 켜냐? 길 가다가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괜히 목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

알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BJ라면 더욱. 공개하진 않더라도, 외모가 출중하다는 심증은 불어넣을 수 있다.

믿고 말고는 어차피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내가 하는 건 등을 약간 떠미는 것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꺼낸 진짜 목적은.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봄이 방송 켠 것 같은데 심심하신 분들은 봄이 방송 봐주세요.”

―갑자기?

―요즘 방송이 짧아졌네…….

―봄이 왔으니 봐줌

―좌표 봄이ㄱㄱㄱ

봄이에게 시청자를 몰아주기 위함이다. 크루들이 흔히 하는 행위로, 나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초반 흥행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건 단순한 홍보보다 한 단계 상위의 개념이다.

‘봄이 이야기를 슬며시 흘리면 화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잖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래용?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알려주고 싶고, 봄이도 이를 호응하기가 쉽다. 공통된 화제라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봄이와 시청자 사이의 쿠션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 전략은 보기 좋게 먹혀 봄이의 방송은 날로 급성장한다.

『Maple) 하와와.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다구요!』

? 본방: 537 (PC: 289/ MOBILE: 248)

? 중계방: 702

? 누적 시청자 수: 1472

방송을 켠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 천 명을 가볍게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는 내 시청자들이 넘어갔기 때문도 있지만.

‘기본적인 컨설팅 자체가 기가 막혀서 그래.’

흔히 여캠 하면 많이 번다, 잘나간다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의외로 시청자 수는 적은 편이다.

오히려 시청자 수가 많은 건 외모가 특기가 아닌 쪽. 마치 음식점과 비슷하다.

너무 맛있는 음식점은 자주 안 들르게 된다. 가격이 싸고, 비싸고 이전에 맛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된장찌개처럼 푸근한 느낌이 들어야 매일매일 질리지 않고 발걸음이 이어진다. 봄이가 캠을 켜지 않게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겜돌이들한테는 너무 자극적이야.’

먼 세상의 사람처럼 느낀다. 예뻐서 보다가도 어느샌가 발걸음이 끊긴다. 특히 연령대가 낮은 단풍잎스토리 시청자들은 더욱 그러하다.

최근 많이 유입되고 있는 일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방송의 초창기. 캠을 켜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모든 점을 착안해 결정을 내렸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다.

이것이 바로 내 프로듀스 계획 Chapter 1 ― 듀라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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