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48화 (48/846)

48화

개인 방송 갤러리.

약칭 갠방갤은 최근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캠도 안 켠 년을 이쁘다고 빨아주는 놈들은 병신이냐?

여고생한테 환상 가지고 있나 봐ㅋㅋㅋㅋ 평소에 여자를 얼마나 못 만났으면ㅉㅉ 아 주어는 없음^^└이쁘다고 빤 적 없는데?

└겜비한테 캠 타령ㅋㅋㅋㅋㅋㅋㅋ

└님 인생을 사세요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

딱히 드물지도 않다. BJ를 까 내리거나, 팬덤끼리 싸우거나. 과몰입하는 시청자가 많은 갠방갤에서는 일상적이다.

하지만 평소와는 한 가지 다르다. 타깃이 한 명으로 고정돼 있다. 인기가 급상승한 BJ 하와와를 작정하고 까 내리는 글들이 보인다.

“이 새끼들 반항이 거세네.”

“쟤네도 알바 고용했나?”

“아 몰랑! 빨리 여론이 우리 편 되게 만들어!”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졌다. 김군 측에서 고용한 댓글 알바. 어지간한 하꼬들은 단 한 시간이면 죽일 놈으로 만들어버린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격언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와닿는다. 인터넷은 이를 행하기 굉장히 용이한 환경이다.

―얼굴 안 까고 방송하는 이유 보면 모르겠음?

존나 못생겨서 그런 거지ㅋㅋㅋㅋㅋㅋ 정상적으로 생겼으면 안 깔 이유가 있겠냐고 └ㄹㅇㅋㅋ

└변명질해서 더 추잡함

└PC방에서 돼지 같은 년이 랜챗으로 오빠~ 이러던 거 생각나네 글쓴이―오우 쉣ㅋㅋㅋ 상상해 버렸자너~

이렇듯 글을 쓰고, 좌표를 찍는다. 나머지 인원들이 아이디를 바꿔가며 댓글로 호응한다.

대중이란, 특히 커뮤니티 안에 소속된 인원들은 ‘개인의 생각’이라는 게 없다.

한국 인터넷 문화의 특징이다. 공인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민다. 조금만 잘못하면 그 내용이 어떤 건지 자세히 확인도 안 하고 일단 깐다.

└그런 건가?

└하긴 전부터 온갖 핑계로 캠 안 까긴 했음

└사실 여고생도 아니면 웃기겠다ㅋㅋㅋㅋㅋ

└ㄹㅇ임?

어차피 내 일이 아니니까. 중립 기어는 안 넣는 편이 재미지다. 군중 심리와 익명성은 죄책감을 망각하게 해준다.

평소라면 이것만으로도 임무 완료다. 한 번 일으킨 불길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자신들은 가끔 가다 장작만 더 넣어주면 되는데.

└또 X랄이네 또!

└지가 못생겼다고 남도 못생긴 줄 아나ㅋㅋ

└우리 봄이 건들지 마라탕…….

└또! 또! 시기하는 새끼들 나오죠?

이번 대상은 만만치 않다. 여론이 기울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음식도 시켜 먹으며 하루 종일 갤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쉬운 임무 아니었어?”

“하, 빡센데.”

“이거 우리가 더 X랄하면 알바인 거 들키고 역풍 맞아.”

댓글 알바들로서는 당황스럽다.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보통 이 정도 X랄하면 여론이 개판 나게 돼있다.

그렇게 되기는커녕 자신들만 수세에 몰린다. 의도대로 풀려가지 않는 이유. 어떨 때 여론을 움직일 수 없는지 경험해 본 바가 있다.

“예, 형님 접니다. 혹시 하와와 뒤 봐주는 BJ 있어요?”

<있을 리가 없잖아. 멍청아!>

“…실드가 두꺼워서 저희끼리는 뚫기가 힘듭니다.”

바로 대형 크루에 속한 BJ.

소속된 알바들이 항상 주시한다. 크루에 속한 BJ들을 실드 치도록 말이다.

공격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 창과 방패가 충돌하는 셈이다. 그래서 서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섀도 파이팅 오지게 한 거잖아.’

마치 그런 느낌이다.

신인 BJ. 공격할 명분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여론전이 안 먹힌 이유는 그래서가 아닐까?

하지만 김군曰 그렇지 않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어리둥절하다. 자신들이 볼 수 없는 시야 밖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 * *

봄이의 BJ 데뷔.

사실 앞당기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첫 방송 때는 물론, 크리스마스 때도 각은 얼마든지 나왔으니까.’

이슈에 편승하는 것만큼 쉬운 흐름이 없다. 그럼에도 뜸을 두 번이나 들인 이유. 견제를 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연예계나 정치 쪽도 아니고 설마? 그런 심리가 역으로 허점이 된다. 허접한 여론 조작도 사람들이 쉽게 믿어버린다.

유언비어를 믿는 시청자. 자신을 까 내리는 커뮤니티의 글.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사람이 한 명한테 욕을 먹으면 기분이 나쁘지만, 다수한테 욕을 먹으면 헛구역질이 나와.’

멘탈이 나간다. 의기소침해져서 방송 텐션도 떨어진다. 면역이 없는 신인 BJ가 악의에 노출되면 십중팔구는 슬럼프를 겪는다.

공격하는 이들이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잔인하지만 BJ 업계의 엄연한 현실. 그런 추악하기 그지없는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봄이 까는 거 너무 수상한데

별창들이 옷 벗고 난리 치는 건 관용하다가, 여고생이 게임 방송하는 건 갑자기 엄근진 한다라 흠ㅋㅋ└사주받고 X랄하는 거 아님?

글쓴이―킹리적 갓심

└아니, 진짜 선 넘었어

└여캠 보는 놈들이 여고생 까는 건 십라 진짴ㅋㅋㅋㅋ

여론 조작은 결국 뒤에서 까는 호박씨다. 약자에게는 먹혀도 강자에게는 아니올시다.

몸집을 어느 정도 키우면 내성이 붙는다. 즉, 팬덤의 크기에 따라 방지가 가능하다.

‘결국 힘 싸움이야.’

나도 이제 대기업 BJ에 가까워졌을뿐더러, 봄이도 하꼬라고 보기에는 뭣한 시청자 수를 가졌다.

심지어 시청자 수만 많은 것도 아니다. 여러 사건들과 나의 전략이 더해졌다.

봄이의 열렬한 팬층이 제법 두껍게 생겼다. 안 그래도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링크 준 건 고마운데 저런 놈들은 그냥 병신이구나 욕만 해주세요. 일일이 상대하면 어그로들이 원하는 거잖아요.”

―잘나가니까 시기하는 거지

―진짜 별창이 사주한 거면 소름 ㄷㄷ

―별의별 병신들이 다 있네

―캠 안 켠 게 뭔 대수라고ㅋㅋㅋㅋ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아오른다. 별말 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런 팬들이 폭주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건 전면전으로 가자는 이야기지.’

딱히 ‘Let the Killing begin(자아! 살육을 시작하지)’ 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건들지 말라는 저지선을 그었을 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성장의 시기다. 나서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전혀 없다.

대신 만만히 볼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인지시킨다.

―봄이예비열혈 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졸예인데 의심병은ㅋㅋㅋㅋ

“100개 감사합니다. 물론 이뻐요. 이쁘긴 한데 헛바람 들어가면 안 될 나이니까 자중 부탁드립니다.”

―순수하게 봐주라구!

―그놈의 외모지상주의 어휴

―목소리는 ㅇㅈ

―된장녀 되는 지름길이긴 하지ㅋㅋ

된장녀라.

옛날에 쓰던 표현을 지금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지금이 옛날이니만큼 이상할 것도 없긴 하지만 한 가지 찔리는 것은 있다.

‘사실 듀라한이 얼굴 안 까는 건 까일 만해.’

직업 특성상 만나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그 자리에서 싸대기를 날리고 싶던 경우도 솔직하게 있었다.

너무 솔직하긴 한데 꼬우면 맞을 짓을 하지 말든가. 봄이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이쁘니 괜찮다.

그 사실을 나만 알고 있긴 해도 조급할 것은 없다. 지금은 세웠던 계획이 열매를 맺는 과정을 즐길 때다.

『애청자 증가 수」

1. 하와와―

2. 오정환―

3. 래퍼드ㅋ ↑9

4. 꿀템은뒤졌다 ↓1

애청자 증가 수는 한마디로 팔로워의 개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해당 BJ가 주목을 받았을 때 큰 폭으로 오른다.

나 같은 경우 근 네 달간 거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갔다는 이야기다.

봄이도 내 뒤를 따라 유망한 BJ가 될 소질을 보이고 있다.

―오정환환환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방송 크는 거 흐뭇하긴 한데 정환이는 항상 2위네. 홍진호도 아니고 킄ㅋ루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콩 까는 소리)

―2등도 잘한 거야 임마! 2등도 잘한 거야 임마!

―야, 세르게이!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폭풍저그, 홍진호가 간다!

청출어람까지 해버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어느새 위에 봄이가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

‘물론 이것도 다 계획이야.’

아무튼 계획임. 방송국 개설하자마자 주르륵~ 오른 것이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BJ로서, 믿음직한 오빠로서 위엄이 충분히 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봄이에게 투자하다 보니 나 자신에게는 소홀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해도 시청자들에게 실례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방송을 하자.

―봄이의삼촌팬 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방송 언제 켜나요?

“…….”

―앗ㅋㅋ

―이걸 필터링도 없이

―사실 나도 궁금함!

―여기 봄이 대기방이자너~

아니, 정말 그럴 의도였다. 전부 내 계획의 일환이었다니까?

‘조금 ㅈ같네.’

계획이 의도대로 잘 풀려서 기분이 더러워진 적은 난생처음이다. 이 신선한 충격을 잊기 위해서는 더 신선한 콘텐츠를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

* * *

신선한 충격.

일상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ㅈ같네.’

아싸비는 최근 자신의 상황을 곱씹고 있다. 지난 돈슨 페스티벌의 폐막 이후 일거리가 크게 감소했다.

자신이 그리던 웹툰.

‘빅토리 단풍잎’의 연재 중단이 선고됐다.

물론 이는 ‘빅토리 단풍잎 스타’의 출간으로 인해 예정된 것이다. 비슷한 스토리 라인의 공식 만화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식 만화가가 아닌 자신은 그릴 수 없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그 보상으로 여러 가지 약속이 있었는데.

<예, 예……. 그렇죠. 근데 지금 시점에서 확답을 드릴 수가 없는 게 내부에서 의견 조율이 아직 안 끝났습니다.>

얼마 전, 돈슨과의 통화.

이전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듣지 못했지만 유추 정도는 가능하다.

―뭐야, 간만에 왔는데 시청자 줄었네

―퇴물인데 당연하지ㅋ

―요즘 대세 오정환인 거 모름?

―봄이도 졸라 귀여움!

인소야닷컴 라디오 방송.

아싸비가 소정의 출연료를 받고 MC를 보는 곳이다. 급식충들의 우상답게 한때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까지 들으러 왔다.

하지만 현재는 반의반 토막 정도로 줄어들었다. 참여 또한 저조해져서 채널 유지까지 불분명하다. 한마디로 라디오 MC마저 잘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아싸비 님, 오늘 라디오 수고하셨습니다.”

“아, 네.”

“요즘 시청자가 좀 저조해졌죠? 아, 아니 다른 뜻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라디오 방송을 위해 매주 찾아가는 인소야닷컴 본사. 아쉬운 소리가 나오나 했지만 의외로 잘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벤트를 해서라도 이전처럼 방송을 활성화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정도로는 안 돼.’

자국이 남을 정도로 아랫입술을 아득 씹은 아싸비는 회상한다.

돈슨 페스티벌. 당시 단풍잎스토리 부스에서 가장 이목을 모으는 건 자신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줄. 게임 내 영향력이 줄은 이후 맛보기 힘든 쾌감까지 느꼈다.

그런 현실의 무대에서조차 오정환에게서 끌어내려진 것이다. 돈슨 측에서 망설임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겠지.

자신보다 오정환을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가 있는 이상 자신의 가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더 이상 오정환이 스카니아에서 설치게 두지 않아.’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오정환의 자리를 빼앗으면 된다. 누가 스카니아를 이끄는지, 단풍잎스토리 최고의 네임드인지 재정립시킨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 그리고 영향력. 그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지난 카오스 라테일 사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비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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