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9화 (59/846)

59화

고래 싸움에서 새우가 이기기

RPG 게임의 유저들.

사실 이들이 바라는 건 별 게 아니다.

─오정환 방송 게스트 레전드넼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운영자를 섭외했지?

핑크린 사태 어영부영 넘어가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제 좀 마음에 들려고 한다 └지금까지 캐시로 번 돈 모두 사회에 헌납하고, 돈슨 사장이랑 임원들 전부 무기징역 안 때려도 됨?

글쓴이― ㅇㅇ 기분임

└이 새끼도 어지간히 싸이코패스네

└돈슨 운영자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여러분!

그냥 소통.

우리 말 좀 들어 달라고.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과 벽 보고 얘기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자신들의 불만 사항을 알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만 알아도 확실하게 화가 누그러진다.

─운영자 싸대기 미션ㅅㅂㅋㅋㅋㅋㅋㅋ

진짜 하면 개레전드 아님?

나도 알바비 받은 거 털어서 한 대는 무조건 때린다

└김치 싸대기는 몇 개임?

글쓴이― 최소 5천 개?

└돈슨 운영자들 떼돈 벌겠누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차피 욕받이 알바생일 텐데……

물론 유저들이 바보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운영자'가 실상은 별게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안다.

콜센터나 민원실 직원과 같은 입장이다. 투덜대는 걸 듣는 쪽이지, 해결할 권한은 없다.

단순한 쇼에 지나지 않았다면 오히려 공분을 사게 될 뿐이다.

─[정보] 오정환이 초대한 게스트 파워 있는 사람임

우리가 문의 보낼 때 매크로 답변하는 놈이 아니라

그 매크로 답변하라고 시킨 놈임

└그런 거였누ㅋㅋㅋㅋㅋㅋ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

└흑막이었어??

└그래서 다람쥐 뿌려주는 건 맞지?

그 점에 한해서는 걱정이 없다. 오정환이 초대한 운영자.

'운영자'라는 단어가 친숙해서 뭉뚱그렸을 뿐, 엄밀히 따지면 전혀 다른 직책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기획과 업데이트. 이를 총괄하는 개발부의 부장이다. 단풍잎스토리에서 행사하는 입김이 가장 셀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개발자보다 기획자가 더 센 거 아니냐는 애들 있는데ㅋㅋㅋ내가 기획자임……

옛날처럼 기획, 개발 나눠져 있는 시대가 아님

거진 다 개발자 출신이고, 기획쪽이 적성에 맞거나 프로그래밍에 너무 재능이 없어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임그러다 보니 어지간히 일 잘하는 거 아니면 진퉁 개발자들보다 힘이 약하고 정리 해고 1순위 대상됨솔직히 나도 모가지 간당간당해서 신작 한두 개 망하면 가장 먼저 잘릴 듯 └신세 한탄 지못미└그래서 오정환 방송에 나온 놈은 센 놈임?

글쓴이― ㅇㅇ 존나 센 놈임

└현직 기획자가 존나 세다고 말씀해주시니 믿음이 가네요^^

그러한 이가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받아준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말 고르는 순간 비난이 쏟아지고, 자연스럽게 평소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 나온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왜 돈슨은 맨날 캐시 팔아먹을 생각밖에 안 함?

“그것도 솔직히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인데 괜찮은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 어차피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다른 수익 모델을 제시할 거에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히려 지금이 가장 나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운영자가 뭔 죄냐

―ㄹㅇ 사장이 쓰레기지

―와 근데 이런 얘기 해도 됨??

감정이 욱하는 순간 말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게 인터넷 방송의 묘미.

케이블과 달리 격식 없는 분위기이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하……,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시말서는 예약이네요ㅋㅋ”

“이게 웃겨요?”

―웃기지ㅋㅋㅋㅋㅋ

―뒷감당 어쩌누ㅋㅋㅋ

―이 운영자는 마음에 드네

―너, 우리 동료가 돼라!

물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지지 못하면 방종이 되고, 간혹 인터넷 방송이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비주류 직업이 개성이라고? 팔다리 한두짝 없는 것도 개성이냐 X발놈아!

“아니, 운영자가 웃으면 안되죠~!”

“정환씨가 웃으니까 저도 웃게 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밸런스 개판이긴 함

―그래도 이번에 상향 해줬잖아?

―팔다리는 붙여줘야 상향이지ㅋㅋㅋ

몇몇 시청자들의 과도한 어그로 또한, 선을 넘나드는 질문과 이를 수습하는 대처가 상승 효과를 낳으며 방송은 대흥행을 기록했다.

절대 흔할 수가 없는 특별 게스트. 돈슨의 운영자가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갔다.

그로 인한 후폭풍은 방송 내에서의 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영상) BJ오정환 운영자 특별 초빙 Q&A [577] +369

─돈슨 운영자 발언 요약. txt [113] +74

─??? : 돈슨 운영자? 캐시템만 밝히는 놈들 아님? [205] +89…

간판 게임인 단풍잎스토리를 제외해도, 돈슨 게임을 하는 유저는 대한민국 게이머의 과반수다.

여러 커뮤니티에 일파만파 퍼지며 이슈를 낳는다.

일반인들도 관심을 과지는 화두. 일반 커뮤니티에도 이야기가 전달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이슈가 되어야 할 곳에선 다른 화제가 지펴지고 있었다.

─갠방갤 일동은 선언합니다

퇴폐하고 썩어있는 외모지상주의식 여캠에서 탈피해

마음만으로 시청자를 반하게 만드는 BJ하와와를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X랄 났네ㅋㅋㅋㅋㅋㅋ└누구 마음대로?

└팩트) 국민의 80%는 봄이의 방송을 지지한다

└캠 좀 안 켰다고 열폭하는 놈들 꼬라지ㅋㅋ

개인 방송 갤러리.

최근 한 가지 주제로 토론에 열이 올라있다. 그 주제라 함은 폭풍의 신입 BJ하와와에 대해서였다.

혹시 또 견제를 받고 있나?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야기다. 그녀의 방송 스타일은 파프리카TV에 대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애청자 증가수」

1. 하와와 ―

2. 오정환 ―

3. 꿀템은뒤졌다 ↑1

4. LetTheKillingBegin ↓1

즐겨찾기, 팔로워라고 할 수 있는 애청자 증가 수 1위를 2주일째 유지하고 있다. 신인의 귀여운 반란 정도로 생각하기엔 몸집이 너무 거대해졌다.

“BJ하와와?”

“얘는 뭔데 갑자기…….”

“오정환이 키우는 여캠이래!”

파프리카TV의 상위권BJ들.

그들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견제'라고 부르는 물밑 작업도 상대가 웬만큼 만만할 때나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Maple) 하와와.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다구요!」

? 본방 : 585 (PC: 301/ MOBILE: 284)

? 중계방 : 2, 701

? 누적 시청자 수 : 27, 731

시청자가 무려 3천 명. 중견을 넘어, 대기업BJ에 가까워졌다. 오정환이 자신의 시청자를 밀어주기까지 하니 말도 안 되게 급성장했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면 이토록 화제가 될 리 없다.

그녀 자신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여중생쨩'과 '하와와 여고생'은 거진 일반 명사화되었다.

─여중생쨩 방송 처음 가봤는데 되게 귀엽네

100개 쏘면 하와와~ 리액션도 해주더라ㅋㅋ

목소리가 너무 취향이라 즐찾도 함

근데 얼굴이 안 보여서 아쉽

└난 그래서 좋던데

└BJ들 캠 킨 거 너무 이상함

└링크

글쓴이― http://bj.pafreecatv.com/hawawa ㄱㄱ

인터넷 방송의 초창기.

대부분의 일반인은 캠에 익숙지 않다. 게임 화면 정도야 PC방 옆자리 느낌으로 볼 수 있지만,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작은 화면에서 떠드는 건 위화감이 든다.

실제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캠을 켜지 않는 게 보편적이었을 정도다.

당시 웹캠의 성능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하며, 처음 인터넷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만날 것도 아닌데 캠은 솔찌 상관없고

그냥 귀엽다……

낼 모레 30대인 군필 여고생쨩으로서

진짜 여고생쨩이 내 채팅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군필 여고생쨩;;

글쓴이― 중위 전역인 거시와요

└야발련아!

└아니 X발 소대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것이 없다. 귀엽기는 마냥 귀엽다. 게임이라는 공감대까지 형성되자 커뮤니티에서 유입된 이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한다.

“여캠이 4천 명? 미친 거 아니야?!”

“아니……, 나 여자가 저렇게 시청자 많이 나오는 거 처음 봐.”

“너만 처음 보냐?”

남성BJ 중에 시청자가 천 명이 넘는 이는 세기도 귀찮을 정도지만, 여성BJ 중에는 시청자가 많은 이가 극히 드물다.

특히 현재 2012년에는 아예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홀로 낭낭하게 수천 명의 시청자. 대형 크루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게 같은 시청자 수면 여성BJ가 남성BJ보다 수입이 월등하게 많다.

─메이플큰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여기 천원^^

“천원 아닌데! 아닌데! 별풍선 천 개 너무 고마운 거시야요. 근데 그렇게 많이 주시면 안되는 거시야요…….”

―아닌데!!

―맞는데?

―풍 욕심 없는 거봐

―졸라 귀엽네 진짴ㅋㅋㅋㅋㅋㅋ

원래 그러하다.

주로 강이나 늪 주변에 서식하는 소무리와 같은 특성을 일부 남자 시청자들이 지녔기 때문이다. 그녀 본인의 천부적인 방송 센스까지 더해지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탐이 난다. 그 가치를 아는 자라면 더더욱.

방송의 흥행 이유를 분석하고, 한발 더 나아가 카피 방송이 유행하게 된 이유다.

'별풍을 안 받는다고? 나 같으면 바람잡이까지 세워서 싹 쓸어담겠다!'

'여캠은 시청자 천 명만 나와도 초대박인 건데…….'

'심지어 따라하기도 쉬워.'

물론 한 번 실패했다.

여중생쨩 컨셉이 먹힌다고? 되도 않는 짓을 하다가 거하게 말아먹은 흑역사가 있다.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앞선 실패를 교훈삼아 심혈을 기울였다.

노캠과, 게임이라는 세일즈 포인트를 잡아낸 것이다.

「종겜) 탱탱버린. 신입여캠/소통/팬구합니당 ?3?」

_ ?121명 시청

「스타) 여대생. 목소리 실화? 현역 여대생 남친 급구!」

_ ?74명 시청「보라) 지니. 신입여캠 17일차 가디건하나만, , , 골짜기 ㅗㅜㅑ, , , ☆」_ ?22명 시청…

그렇다고 확신을 가지고 저지른 건 아니다. 실패도 있었거니와, 애초에 먹힐지 긴가민가하다.

아니, 상식적으로 캠을 켜지 않고 입만 터는데 거기에 별풍 쏘는 호구가 어딨어.

“있네?”

“개, 개많은데…….”

“와~ 얘 김군형이 데뷔시킨 신인 애잖아? 다 까고 방송하는데도 22명밖에 안 봐.”

그런데 통한다. 그것도 매우 잘. 경위야 어찌 됐든 대형 크루들이 뛰어들 이유는 충분하다.

왜?

돈이 되니까. 쓸만한 여캠 한두 명만 키워내도 자기 앞으로 떨어지는 돈다발이 수두룩하다.

─요즘 캠 안 키는 여캠 부쩍 많아졌네

신입여캠이래서 들어갔는데

얼굴은 안 까고 떠들기만 하더라?

얼굴 보여 달라고 했더니 열혈한테 욕 먹고 강퇴 당함 ㅡㅡ└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 왜 갑질임?

글쓴이― 그러니까 X발 ㅡㅡ

└뭐긴 뭐야 하와와 따라하는 거지

개인 방송 갤러리가 난리가 난 이유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사태. 한두 명이 그러는 것과 유행으로 번진 것은 느낌이 아예 다르다.

특히 커뮤니티의 특성상 마니아 시청자가 많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노캠은 특이할 것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한 것이다.

논란이 된다.

노캠 방송 이상한 거 아니야? 이상할 게 뭐가 있냐, 니가 불편한 거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은어가 정착한다.

─아니, 얼굴도 없이 방송하는 여캠을 대체 왜 보는 거임?

그냥 게임 방송 보는 거면 몰라

어차피 물소 새끼들이 보는 거 아님?

얼굴도 안 보이는 여캠을 대체 왜 빨아

니들은 여자친구가 모가지 없는 듀라한이라도 가능이냐?

└듀라한ㅅㅂㅋㅋㅋㅋㅋ

└몸매 좋으면 씹가능 이 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

글쓴이― 몸매도 안 까잖아 X발련아!

└듀라한 좋네 듀라한

듀라한(Dulachan).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스트리머의 멸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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