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61화 (61/846)

61화

듀라한. 얼굴을 까지 않는 BJ의 통칭.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할 수가 없는 입장이지.'

BJ로 살아왔다는 건, 단순히 방에 앉아 노가리를 많이 깠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 활동을 했고, 여러 만남을 가져봤다. BJ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여캠들.

얼굴을 까는 이들도 9할5푼은 캠빨이다. 토이치TV에서 구독냥이 하는 어떤 아주머니처럼 실물은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것이 문제란 소리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고. 남자 중에 여자 외모 관심 없는 사람 있어?

─철꾸라지UP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음? 듀라한들도 실물은 존예일 수 있는 거신데ㄷㄷ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모를 수밖에 없다.

혹은 만에 하나의 기대. 마치 소설이나 만화처럼 힘숨찐일 수 있다고 바라는 것이다.

'아니, 외숨찐인가?'

여하튼, 안타깝게도 현실에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깐 애들도 믿을 수가 없는데, 까지 않은 애들은 대체 얼마나 심하겠어.

─철9가답이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라니까? 지혜도 원래 겜비였는데 얼굴 공개하고 여캠 하잖아

“그런 경우도 가끔 있죠.”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말 좀 또띠 못함?

―아니ㅋㅋ

―정환아 너 위해서 하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철꾸라지한테 붙어라

물론 세상은 넓고, 이상한 일은 많다.

세상에 이런 일이가 괜히 22년째 방송 중인 게 아니다. 알고 보니 얼굴이 꽤 반반했던 듀라한 스트리머도 여럿 존재했다.

'근데 반대로 생각을 해봐.'

얼굴이 반반하기 때문에 공개를 하는 거다. 생긴 애들은 기본적으로 자존심이 세다. 남한테 듀라한~? 이런 소리 듣고 참지 않는다고.

늦어도 1년 안에는 얼굴을 까게 돼있다. 그나마도 순수하게 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번 돈으로 성형을 한 군데 이상은 무조건 한다.

'그냥 무조건이야.'

민하 씨의 경우와 같은 맥락이다. 팬들이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되기 위해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오지랖이다. 여캠 중에 성형 안 한 애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런 현실을 다 알고 있음에도 듀라한을 꺼려하는 이유는.

“BJ끼리는 행사나 사석에서 만나는 경우가 생겨요. 저는 지금까지 예!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빻았구나?

―선 좀 지켜 임마!

―근데 철꾸라지는 만나보니까 예뻤다던데?

그렇게 구전으로 외모가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만나보니 예뻤다, 누구누구 닮았다 기타 등등.

'그 속뜻은 '왜 듀라한 하는지 알겠다야.'

진짜로 예쁘면 '왜 그분 얼굴 공개 안 하시지?'로 시작해서 어쩌고저쩌고 자연스럽게 썰이 튀어 나온다.

'니들 그분 듀라한이라고 까지 마!' 시청자들한테 찐텐으로 화를 내거나.

굳이 누구누구 닮았다고 짜고 치듯이 안 말한다.

─철꾸라지24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나는 목소리가 귀여워서 보는 건데?

“아 그래요? 하하하하…….”

―뭐가 웃김?

―실성이라도 했나

―ㅋㅋㅋㅋㅋ

―하여간 물소 새끼들 아닌 척은

내가 만약 일반 시청자면 허허허 그럴 수도 있지, 웃고 넘어가겠지만 나는 닳고 닳은 10년 차 BJ다.

구글이 빅데이터로 정보를 걸러내듯, 나도 경험으로 깨닫고 확신하게 된 바가 많다.

'이성BJ 보는 이유는 대부분 사심이지.'

여캠이든, 듀라한이든 어차피 보는 이유는 하나다.

유사 연애.

물론 진짜 순수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전체 비율에서 따졌을 때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이돌팬들이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도 막상 애인 생기면 이성팬이 떨어져 나가는 이유와도 같다.

BJ들은 그 현상이 더욱 심해서 나는 여러 꼴을 많이 봤다.

미래에서 본 거라 설명할 수 없는 게 아쉽네.

─철꾸라지74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래서 봄이는 개빻았고, 팬들도 사생팬이라고??

“아니, 봄이는 해당 사항 없지. 고1한테 사심 가지는 건 당장 감옥에 처넣어야 할 새끼고.”

―정색하는 거 개웃기네

―아 봄이는 아니라고?

―하긴 봄이는 급식이니까……

―내로남불 오지는데 이 새끼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예외는 있다. 자신의 콘텐츠가 있는 BJ는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 지망생이나 우왕굳 이런 사람이 못생겼다고 논란이 되겠어?'

논란이 단 0.1도 될 리가 없지.

왜?

어차피 얼굴 보고 빤 게 아니니까.

그런데 만약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대리였다면?

당연히 논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심으로 벌어먹은 BJ가 못생긴 게 밝혀져서 까이는 건 억울할 요소가 없다는 소리다.

─철꾸사생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야기도 알겠고, 이해도 되는데 조금 실망이네…… 결국 봄이도 듀라한인 건 맞잖아

“그렇긴 하죠.”

문제는 시청자 입장에서 이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것.

봄이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런 사소한 문제는 남아있다

* * *

BJ오정환.

방송 시작 5개월 만에 대기업의 반열에 든 초―대형 신인이다.

뿐만 아니라 하와와라는 신인 여캠까지 발굴해내며 상승 가도를 밟고 있었는데.

─오정환 이 새끼도 진짜 웃긴 새끼네

듀라한 ㅈ같은 거 알겠음

듀라한 못생긴 것도 인정하고

근데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이 새끼야!!

└지가 듀라한 유행시켜 놓고ㅋㅋㅋㅋㅋㅋ

└개추

└얘도 은근 내로남불 쩔어

└지가 뭘 안다고 아는 척 역겨워ㅋㅋㅋㅋ

최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듀라한 사태. 아무래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입장이다.

오정환이 하와와를 키웠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듀라한의 시초니까.

그렇기에 그의 발언은 이해를 받지 못한다.

“마아아―!!!”

“갑자기 리액션을 왜 하십니까 형님~!”

“웃지 마. 이건 진짜 빡쳐서 소리지르는 거니까.”

커뮤니티는 물론 철꾸라지 본인 또한.

최근 김군과 대척점을 가지고 있던 그로서는 오정환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 새끼가…….'

애초에 그래서 판을 벌린 것이었다.

오정환 너 이쪽에 붙을 수밖에 없잖아?

평소 그를 탐냈던 철꾸라지는 도박수, 아니 우량주를 샀던 것이다.

누가 봐도 그래.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오정환이 오히려 반듀라한파를 두둔하고 말았다.

“아니, 띠바 이게 말이 되냐고!”

“싹이 노랬다니까요?”

“오정환 얘가 정치를 ㅈ도 몰라서 그래요. 결국 지만 손해지.”

울그락불그락.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이마에 핏줄까지 보일 지경이다. 단순히 기분이 상하는 정도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철꾸라지 측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다. 세력의 균형이 무너진 셈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발언으로 손해를 본 건 오정환도 마찬가지다.

─정리) 오정환의 이번 발언이 개빡대가리 짓인 이유

철꾸라지편을 든다― 김군을 적으로 돌리겠지만 철꾸라지라는 든든한 우방을 얻고 하와와도 까이지 않음김군편을 든다― 최악의 선택. 인방 대통령 철꾸라지를 적으로 돌리고 하와와도 까이게 됨대 단 하 다 ㅈ 정 환!

└네 다음 빡친 철빡이^^

└부들부들잼

└최악의 선택 ㅇㅈㄹㅋㅋㅋ

└근데 진짜 다 떠나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하긴 했음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발언의 논지가 엇나가서?

그 말이 옳고 틀리고 이전의 이야기다.

BJ의 세계는 정치판. 자신의 발언이 미칠 여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쥐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소리다.

─그냥 이건 오정환이 생초짜라 생긴 문제임

항상 혼자 방송 하던 새끼라

지가 어느 라인 타야 할지 생각 자체를 안 한 거임;

진짜 대가리 조금만 굴렸어도 듀라한 까는 말을 할 수가 없었음└ㄹㅇㅋㅋ

└지가 봄이는 이쁘다고 해봤자 누가 믿겠냐고~

└봄이 걔도 수상해

└ㅇㅇ 얼굴 안 까는 건 이유가 있다니까?

현실 정치에 비하면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치는 정치.

유권자라 할 수 있는 시청자의 질이 썩 낮다 보니 오히려 난해한 측면도 있다.

까는 걸 좋아해. 쉽게 흔들려.

갑작스레 성장한 오정환에 대해 반감을 가진 시청자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오정환 이 새끼도 은근히 별풍 존나 땡김ㅋㅋㅋㅋㅋ겜비니까 푼돈 버는 줄 아는 애들 많은데

행사 나가서 야방도 하고

열혈 꼬셔서 미션풍 받아내고

별풍될 만한 짓 다 하는 수전노임ㅋㅋㅋㅋ

└그래서 철꾸라지보다 많이 벎?

글쓴이― 코건 아니지ㅋㅋㅋㅋ

└거의 보라급으로 많이 땡기는 건 맞음

└많이 번다? 그럼 까여야지ㅋㅋㅋㅋㅋㅋㅋ

BJ들의 수입.

일반 직장인보다는 확실히 많다.

직업의 특수성과 리스크가 고려된 수치지만 그런 걸 따져주는 이는 적다.

그냥 부럽다. 별거 하지도 않는 거 같은데.

배가 아프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대기업BJ면 전부 해당되는 사항이다. 오정환도 더 이상 예외가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그 시기를 앞당기게 된 셈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새끼였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크큭.”

“정치도 모르고 멍청한 게 신경 안 써도 되겠는데요?”

남의 불행은 곧 자신의 행복. 김군의 입장에서는 역으로 이뻐 보인다. 오정환의 실언으로 자신의 입지가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고 도와줄 생각은 1도 없지만.'

평소 기특하게 여기던 녀석이 아니다. 철꾸라지한테 당하던 말던 자신은 상관없다.

하지만 철꾸라지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김군이 안 움직이네요.”

“독사 같은 놈이잖아. 우리가 오정환과 싸우면 뒤통수를 칠 생각이겠지.”

“역시 형님이십니다! 안목이 다르시네요.”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간다.

괜시리 움직였다가는 자충수가 될지 모른다.

'사석에서 듀라한을 만난 적이 있다고? 대체 어떤 년을 만난 거야…….'

그리고 오정환의 발언.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바라지 않기에 발이 묶인다.

―여기가 그 박쥐 방송?

―지금부터 오카콜라가 오카콜라에게 팩트폭격 들어간다!

―뭐지? 채팅창 왜 이래;;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하지만 철꾸라지가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現파프리카TV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보라 시청자들의 여론이 흉흉하다.

오정환의 방송에 단체로 몰려가 행패를 부린다.

* * *

대기업BJ쯤 되면 저마다 전문 분야가 존재한다.

철꾸라지는 간장 뿌리는 걸 잘하고.

김군은 군대 안 가는 걸 잘하고.

'그리고 나는 사고 치는 걸 잘해.'

누가 보면 전국범죄자랑이라도 하냐고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다.

나의 사고는 철저한 계획과 예측 하에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간장원샷미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기 겜방인데 보라충들 오지게 북적이네ㅋㅋ

―그래서 철꾸라지보다 많이 버냐고ㅋㅋㅋ

―겜비 주제에 보라BJ한테 깝침?

―어휴, 또 X랄이네

―제발 저 새끼들 강퇴 좀 해줘;;

마치 사고처럼 가장해 콘텐츠를 꾸리는 것이다.

보라쪽 시청자가 몰려왔다는 사실. 시점을 달리하면 유입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게임 시청자와 보라 시청자는 보통 섞이지 않지.'

서로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정반대의 취미를 가졌으니 당연하다. 보통이라면 생기지 않을 이 상황을 기다렸다.

“그러게요. 이참에 나도 보라나 한 번 해볼까?”

드디어 기지개를 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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