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이유有) 오정환 시청자는 거품이다. 실시간 1위 인정 못함요즘 환견들이 보라 1위 좀 찍었다고 거들먹거리는데 어차피 사황들 방송 안 할 때였고 방송 어그로 끌려서 안티 드글댈 때 운이 좋았던 것 뿐임 ㅅㄱ
개인 방송 갤러리의 글. 잠시 시간이 남아 뒤적거리고 있던 중에 심금을 울려온다.
'니가 인정 안 하면 어쩔 건데……, 가 아니지.'
조금 과몰입하고 말았다.
원래 그러하다. 나쁜 것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기 쉽다.
─오정환의 급성장이 수상한 이유를. Araboza
─삐슝빠슝! 지인이 전부 미인인 BJ가 있다?
─개념요청) 이 와중에 듀라한 실드 치는 오정환. avi
…
…
나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커뮤니티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하나 반박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지인이 전부 미인인 게 아니라, 미인만 지인으로 둔 거지.'
이 대가리 안 돌아가는 놈아.
이런 추측성 글들이 즐비하다. 아무래도 슬슬 시작된 모양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곳 개인 방송 갤러리는 원래 그런 곳이다.
'깔 게 없어도 만들어서 까는 곳이야.'
빈말로도 질이 괜찮다고 말하기 힘들다.
유저들이 망나니이기도 하거니와 대기업BJ들의 입김이 워낙 세다.
그냥 대놓고 여론을 조작한다.
어떻게?
굳이 설명한다면 약간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BJ」→ 「충신(알바)」→ 「단톡방」
BJ가 자신의 충신에게 지령을 내린다.
그러면 충신은 커뮤니티의 여론을 적당히 흔든다.
그 적당한 수준으로 커버가 안 된다면?
충신이 운영하는 단톡방이 있다. 해당BJ의 광팬들이 득실거리는 장소다. 단톡방 여론을 선동하여 BJ의 지령을 실현시킨다.
'아무리 BJ가 돈을 잘 벌어도 수백 명씩 움직이는 건 말이 안되잖아?'
자금력도 대기 힘들거니와, 애초에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이런 방식을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규모의 여론 조작이.
차후에는 아예 사업화가 돼버린다. 궂은 일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가 생기는 것이다.
다달이 돈만 주면 여론 관리와 홍보까지 착착 해주는 시스템.
파프리카TV에서 크루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경도 많이 써야 되고, 돈도 엄청 들어.
나처럼 혼자 방송하는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힌다.
그것이 현재 커뮤니티의 상황이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별별 루머가 다 떠돌고 있지만 딱히 억울할 것은 없다.
「새 댓글 알림이 77개 있습니다! ― 방금 떡볶이녀에 대해 소름 돋는 사실 알아냈다ㄷㄷ」
나도 했으니까. 애초에 선빵을 날린 건 나다.
떡볶이녀가 봄이라는 추측성 글을 올렸다.
'엄밀히 말하면 조작까진 아니지.'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어, 목소리가 비슷한데?
이곳저곳 커뮤니티들을 둘러보면 관련글을 한두 개씩은 찾을 수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약간의 계기. 조금 힘을 주어서 시기를 끌어 당겼다.
이렇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 사이에 끝을 봐야 한다.
─떡볶이녀 솔직히 찐따상 아님?
킹능성 보인다고 빨아주는데
화려한 그룹에서 혼자 수수한 얼굴인 것부터가ㅅㅂㅋㅋ
이런 글들이 더 올라오기 전에 말이다.
우리 봄이가 까이는 걸 어떻게 봐.
'근데 이건 좀 웃겼다.'
인정. 살짝 좀 그런 감이 있어.
좀만 밉게 생겼으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모가 되잖아.
조금 어려 보이는 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옥의 티다. 그 점만 커버하면 부족함이 없다.
'이 환자 내가 집도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한다.
* * *
개인 방송 갤러리의 민심.
불과 며칠 사이에 180도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보라 역사상 최단기 퇴물. jpg
그건 바로 오정환
뭣도 아닌 BJ가 월클병+ 메이저병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예시└단풍잎이나 하던 놈이 ㄹㅇ
└겜비는 결국 겜비지ㅋㅋㅋㅋ
└얘 어쩌다 민심 조졌냐?
└'RUN' 했으니까
BJ오정환.
불과 반년만에 어지간한 대기업 뺨치게 성장했다.
하지만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변화는 결말이 좋지 않다.
『현재 시청자 순위』
1. BJ철꾸라지_ ?12, 743명 시청
2. 예능인[김군]_ ?7, 972명 시청
3. 오정환_ ?4, 191명 시청
최근 그의 방송은 난항을 겪고 있다. 눈에 띄게 줄은 시청자. 1, 2위의 진짜 대기업들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퇴물 소리가 나오게 된 이유다. 시청자 수만큼 눈에 확 띄는 지표가 없다. 그것이 뒤처지게 됐으니 거품이 아니냐는 것이다.
─오정환이 겜비라고 선 긋는 게 같잖은. EU
지가 겜비라서 보라를 안 한다?
콘텐츠 떨어지니까 짱구 굴린 거겠지ㅋ
철꾸라지, 김군처럼 꾸준하게 폼 유지하는 근본들이 이래서 대단한 건데 ㅉㅉ└ㅇㄱㄹㅇ
└솔직히 어그로빨이지
└그런가?
└진행 능력 ㅇㅈㄹ 하는데 미인 게스트 아니었으면 뜨지도 못했음
물론 본질적인 이유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게임BJ인데?
그런 두루뭉술한 변명을 허락할 만큼 보라판은 만만하지 않다.
깔 게 없어도 만들어서 까는 곳이다. 물어뜯을 약점이 보이면 사정 없이 달려든다.
개인 방송 갤러리의 민심은 실제 방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쿤☆입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또 박쥐짓 함? ㅋㅋ
“저 게임BJ에요. 라테일은 원래부터 고정 콘텐츠고.”
―보라 안 해요?
―또 라테일이야
―그놈의 단풍잎 지겹지도 않나ㅋㅋ
―철꾸라지 방송 한 번 가볼까……
유입된 보라 시청자. 그리고 보라에 눈뜬 게임 시청자. 오정환이 보라를 하지 않자, 진짜 보라BJ들의 방송에 찾아간다.
4~5천의 고정 시청자를 유지하던 그의 방송이 하락 징조를 보인다.
3~4천에서 2~3천으로.
비교를 좋아하는 악성 시청자들이 부추기자 그 균열은 점점 커진다.
“거봐 내가 뭐랬어. 이 새끼 거품이라니까?”
“역시 김군 형님의 안목이십니다.”
“야킹이랑 합방은 형님이 넘버원이죠!”
이를 실행한 이들이 만족할 만큼.
하지만 조금 만족했다고 봐줄 만큼 물러 터지지 않았다.
보라판의 수익은 막대하고, 높은 진입 장벽은 안정성까지 보장한다.
오래도록 해먹기 위해서는 이레귤러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오정환. 자신들의 예상을 벗어나고, 거스르기까지 하는 그가 다시는 보라판에 발을 딛지 못하게 만든다.
“거품하니까 그 새끼 생각나네.”
“그 새끼에요? 혹시 오…….”
“마!! 개때끼야! 단풍잎스토리 하다가 보라판 기웃거리는 최단기 퇴물 새끼를 내가 언제 언급했다고?”
“저는 그 정도로 디테일하게 말하진 않았는데요 행님 키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야킹 원툴?
―철꾸라지 소신 발언ㄷㄷ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ㅊㄲㅇ!
인기BJ들이 시청자의 비아냥을 부채질한다. 시청자가 수천에서 수만까지 이르는 이들이 말이다.
뒤에서 호박씨 까는 것과는 영향력이 비교도 되지 않는다.
─철꾸라지도 김군도 오정환 무시하네ㅋㅋㅋㅋ
ㄹㅇ 급이 다른데
지금까지 비교된 게 이상했지
└민심 다 떠남
└걔는 왕좌에 오를 자격이 없어
└오우 갤 분위기 살벌하네
└이젠 대놓고 까나?
추종자들이 대거 들고 일어난다.
어중간한 BJ 한 명 묻어버리는 일. 글자 그대로 딱히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파프리카TV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기업BJ의 영향력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물론 본사측이 말린다면 심한 공격은 불가능하지만.
“어쩌죠?”
“선 넘어서 대놓고 X랄하는 것만 단속하고 그 외에는 신경 꺼.”
“그러다가 오정환이 방송을 접기라도 하면…….”
“그 정도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면 애초에 오래 못 가.”
파프리카TV의 사장실.
안절부절못하는 비서의 물음에 남수길 대표 이사는 칼같이 선을 긋는다.
'이 기회에 게임쪽에 전념해준다면 바라던 바지.'
결과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같다.
보라는 베이스가 정치판. 대기업BJ들은 단순한 감정만으로 일을 벌리지 않는다.
본사의 판단까지 염두에 두고 저지른다.
오정환에 대한 공격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게 연계되고 있다.
─오정환 결국 무리수 두네ㅋㅋ
시청자 계속 떨어지니까 야킹 한다고 방금 짐 쌈ㅋ
근데 보나마나 뻔하지
길 가다 우연히(?) 미인 지인 만나거나
못 만나면 빤스런
└방송 다 봤누ㅋㅋㅋㅋ
└그저 ―RUN―
└런정환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방송 조지면 민심 ㅈㅈ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방송까지 훼방하며.
* * *
오랜만의 보라.
시내에 나와 적적하게 걷고 있다.
―얘가 대형 신인? ㅋㄷ
―응 최단퇴
―ㅋㅋㅋㅋㅋㅋㅋ
―걷는 거 말고 하는 게 없누
반응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민심이 갑작스레 바닥을 보이는 이유.
'대강 알지.'
보통은 없다. 하지만 간간히 있다. 직접적으로 방송 진행을 훼방하는 일 말이다.
채팅 알바.
커뮤니티의 댓글 알바보다 훨씬 돈도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효과는 가시적이다.
내 방송을 어떻게든 끌어내리겠다.
이전 생에도 수차례나 당해봤다. 어찌저찌 버틴다고 능사가 아니다. 타격을 입는 건 결국 나고, 장기전이 될수록 피해는 심화된다.
─메창인생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냥 돌아가서 하율이랑 술방이라도 하면 안됨?
“아뇨. 하율이가 BJ도 아니고. 잠깐 인사한 정도로 족하죠.”
―그나마 그때가 시청자 많았는데
―인맥 바닥 났누ㅋㅋㅋ
―혼자 방송하니까 그렇지
―철꾸라지나 김군 좀 보고 배워라!
이전 생의 나라고 발악을 안 해본 게 아니다. 평소 잘 먹히던 콘텐츠. 혹은 그 이상의 느낌 있는 준비.
어지간한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일전에 그토록 반응이 좋았던 하율이와의 썸.
잠깐 찬스를 활용했음에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결국 엔터에 들어갔지.'
아무것도 몰랐다.
진짜로 반응이 안 좋아진 줄 알았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그 더러운 판에 한 번 엮이게 되면 끝이다. 족쇄가 채워지며, 그들이 원하는 방송을 해야 한다.
이번 생에서는 그 첫 발을 내디뎌줄 생각이 없다.
“오늘은 많이 돌아다녔으니까 커피만 한잔하고 방종 할게요.”
―역시 런하누ㅋㅋㅋㅋㅋ
―추하다 런정환!
―채팅 상태 안 좋네 가서 셔라;;
―ㄹㅇ 요즘 왜 이러지
각오는 진작에 마쳤다. 다시 보라판에 돌아오기로 마음 먹은 시점에서 이미 말이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끼익―!
정면 돌파뿐이다.
카페 앞의 자동문이 열린다. 그와 거의 동시에 새 곡이 타이밍 좋게 울려 퍼진다.
「우연히 내게 오나 봐~ 봄 향기가 보여. 너도 같이 오나 봐~ 저 멀리서 니 향기가~!」
카페의 BGM.
유난히 커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만다. 그보다 더 시청자들의 이목을 빼앗고 있는 건.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
―미쳤다
―존나 이쁜데???
―꼬시면 인정 X발럼앜ㅋㅋㅋㅋㅋㅋ
마치 잡지 광고의 한 페이지 같다.
책을 펼친 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여자.
우연히 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친다.
'…라는 내용의 드라마 추천해 달라고 해도 당연히 없겠지.'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어울릴 법한 그녀를 말이다. 내 화장빨이 있기는 해도 역시.
“우연……, 이네요. 정환 오빠.”
알고도 이성을 놓아버릴 만큼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