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드라마.
그것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카페베네.
'파리의 연인'의 사실 소설이었음!
기타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드라마가 삼천포로 빠졌다.
“어느 정도 예상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드라마였습니다. 픽션이라고요. 우리 봄이의.”
“꾸웩…….”
“지금 이 순간에도 꾸역꾸역 처먹고 있는 떡볶이 귀신의 캠 데뷔를 위한.”
―?????
―이걸 어떻게 예상해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이해 안됨
―아니, 다 짜고 친 거라고?
그렇다.
짜고 치는 고스톱.
시나리오 쓰고 있네는 지금 이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모든 건 아니지만.'
나도 철렁했던 순간도 있다. 갑자기 직구로 물어올 줄은 몰랐어. 상정한 바 이상으로 진중한 분위기가 돼버렸다.
그에 맞춰 방송을 진행했을 뿐이다. 이 웬수가 꾸역꾸역 처먹은 탓에 다 깨졌지만.
결과론적으로 이것도 나쁜 결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빠가 신전 떡볶이에 치즈만 안 올렸어도 제가 실수할 일은 없었어요.”
“뭘 잘했다고 이 자식이.”
“꾸웩―!”
―때렸어ㅋㅋㅋㅋㅋ
―왜 갑자기 시트콤인데?!
―아니……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잘 짜여진 좋은 드라마일수록 그에 부응하는 결말을 내는 게 더 어렵다.
용두사미의 대작이 유난히 많은 이유일 것이다.
'여하튼.'
털어내고 나니 속시원하다.
불편하기 그지없던 봄이와의 감정선도.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봄이에요……? BJ하와와?
“예, 맞습니다. 인사드려.”
“…….”
“그만 처먹고!”
“꾸웨엑!”
―아ㅋㅋㅋㅋㅋ
―갑자기 이미지가……
―떡볶이 묻히고 다닌 이유가 있었네
―이래서 떡볶이녀였눜ㅋㅋㅋ
이러한 관계가 가장 잘 어울린다.
연애고 나발이고, 떡볶이가 가장 입맛에 맞을 나이다.
“안녕하세요 봄이에요. 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요.”
“너 스스로 아픔을 자초한 거야.”
“그치만, 그치만! 떡볶이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본능을 주체하란 거에요…….”
―그치만 그치만!
―말투 역변ㅋㅋㅋㅋㅋㅋ
―말투랑 매칭이 안돼……
―어떻게 저 얼굴로ㅠㅠ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정보량이 많다.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설명을 한다.
떡볶이녀는 봄이가 맞다는 사실. 고3이 아니고 화장빨의 꼬맹이란 사실.
최근 듀라한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작은 이벤트였다는 것까지.
─WnRNal717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왜 자꾸 머리를 깨물어요;; 그로테스크하게
“제가 말했잖아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고.”
“꾸웨엑…….”
―귀엽긴 한데
―앜ㅋㅋㅋㅋ
―뭐지 이 혼종 드라마는
―에라 모르겠다 웃자ㅋㅋㅋㅋㅋ
바른대로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납득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한동안 후폭풍이 이어지리란 것은 자명하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형, 제발 솔직하게 대답해주세요. 정말 마음 없었어요? 하나도?
“글쎄.”
그도 그럴게 뒤죽박죽일 것이다. 나도 막장 드라마를 많이 봐봐서 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래서 드라마가 재밌는 거야.'
예상에서 벗어날수록 여운이 길게 남는다. 드라마의 작가들은 용두사미가 날 바에 의도적으로 막장을 지향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그래도…… 솔직히 조금은 사심 있었잖아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또 모르지 않아요?
―거 되게 질척거리네
―마음이 있었으면 머리를 깨물겠냐?
―귀여워서 깨물었다잖아ㅋㅋㅋㅋ
―보장된 복권이긴 함!
물론 드라마는 끝이 있지만, 인생은 끝이 없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몇 년 후. 봄이가 대가리에 피가 마르면 정말 이 화장이, 화장빨이 아니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수도 있다.
'그건 맞아.'
그때에도 내 마음이 똑같을까?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는 대답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안 그래도 하고 싶던 참이다.
―진짜 애새끼로 본 거지
―썸녀만 불쌍하다
―썸녀가 아니라 봄이ㅋㅋ
―하와와라고? 말도 안돼. 난 이제 아무것도 못 믿겠음
원하지 않은 결말에 화가 난 시청자가 여럿 보인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때는 모르죠. 이 드라마가 사실 2부작이었을지.”
드라마를 꼭 단편으로 끝내리란 법은 없으니까.
* * *
엄청난 관심.
커뮤니티를 뒤집어 놓은 새로운 패러다임.
SNS에까지 파다하게 퍼지며 그 신문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김정환」
2시간 전。
#떡볶이녀#오정환#X발놈
아니, 이게 다 시나리오였다고??
「슈 밍」
2시간 전。
#인방드라마#떡볶이녀
ㄹㅇ 상상도 못한 결말ㅋㅋㅋㅋㅋㅋㅋㅋ
「묘한여자」
2시간 전。
#인방드라마#떡볶이녀
아직도 안 믿기네……
사실 마지막 연출도 시나리오인 거 아니야?
…
…
부질없는 짓이 돼버려서 문제다. 애시당초 전부 시나리오. 올라왔던 모든 해석이 망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몰입해서 보던 시청자들은 화가 단단히 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극단적인 비판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떡볶이녀 결국 바이럴 마케팅 같은 거 아님?
봄이인지 뭔지 홍보해주려고 한 거라며
이거 완전 시청자 우롱 아니냐?
└개빡친다 진짜!
└본방 보려고 학원도 땡땡이 쳤는데 ㅅㅂ
└그래도 어떤 의미로는 재밌더라
└재미는 있었지ㅋㅋㅋㅋ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시트콤이었다. 그것도 아주 웃기는 결말로 끝이 났다. 일부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부정적인 글일수록 빠르게 퍼져 나간다. 화제라는 이름의 길이 이미 잘 닦여 있다 보니 그 속도는 배가 된다.
BJ는 인지도를 팔아먹는 직업. 여론의 악화는 분명 치명적인 타격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한쪽 의견만 듣고 판단해서야 안된다.
─팩트) 오정환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1. 하와와는 고1인데 썸녀는 고3?
→자기 입으로 고3이라고 한 적이 없음
2. 고1이랑 썸 타면 안되는 거잖아?
→ㅇㅇ 그래서 공부하라고 함
나이랑 고백은 과몰입 시청자들이 갖다 붙인 거고, 사실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음└진짜 그렇네
└오해를 하게 만들었잖아 ㅡㅡ
└그럼 수학의 정석은 뭔데ㅋㅋㅋㅋㅋ
└그것까지 다 시나리오였던 거지……
시나리오였다.
그 의미는 단순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열렬한 팬들이 BJ를 실드 치다 보니 나온 해석 중 하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연히 내게 오나 봐~ 봄 향기가 보여. 너도 같이 오나 봐~ 저 멀리서 니 향기가~!」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카페에 들어가면 노래가 나와. 무슨 절도 아니고 가만히 차만 마시고 갈 게 아니니 당연하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차 싶다. 2화도, 3화도 주제곡이 있었는데 1화만 없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와 오정환 방송 설계 소름 돋네ㄷㄷ
개그로 끝난 게 너무 안 믿어져서
1화부터 다시 보면서 여운 달래고 있는데
처음 떡볶이녀 만났을 때 카페에서 흘러나온 곡 이름이 '우연히 봄' 임└그게 설계한 거라고? 우연 아님?
글쓴이―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하잖아
└아니 왜 진짜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봄이라는 게 복선이 깔려있었다니;;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려준 것이다.
그것도 대놓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이지, 그 시점에서 알아채는 것은 불가능했다.
절묘하기 짝이 없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기존의 해석과 합쳐지며, 분노했던 시청자들에게 퍼지며, 여론은 일순간에 역전된다.
「김 숙」
20분 전。
#떡볶이녀#오정환#화내지마요
얼마 전 인방 드라마 때문에 화났던 페친분들 계시나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반전이 밝혀졌어요~
글쎄, 알고 보니 사실……
「스릴러매니아」
21분 전。
#떡볶이녀#오정환#그는 도덕책
와 처음부터 시청자들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논 거네 이쯤 되면 오히려 감탄스럽다
「어그로남」
25분 전。
#떡볶이녀#오정환#인방드라마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오정환 시나리오 수준 ㄹㅇ 실화냐?
진짜 오정환은 전설이다……
…
…
방송적 장치.
이를 BJ 스스로가 말하면 폼이 안 산다. 밝혀지지 않은 사이에 비난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듯 밝혀지자 찬사 또한 배가 된다.
재평가의 재평가.
갓정환이라 불리며 여운은 커뮤니티를 지배하고 있다.
─난 그냥 시청자를 우롱하고 기만한 게 싫은데 ㅡ, ㅢ결국 속인 건 맞잖아별풍선도 억수로 터졌다며?
그냥 지가 돈 벌려고 쇼한 거지ㅋㅋㅋㅋㅋㅋ
물론 비난이 완전히 사그라진 건 아니다. 세상에는 여러 생각과 여러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원했던 결말로 전개가 안되자 굉장한 불편함을 느낀다.
[Best Comment]― 님 그거 앎? 드라마에서 연인들 실제로 사귀는 사이 아니래요 (속닥속닥)
└실제로 사귀는 줄 알았자너~
└불편하면 드라마는 어케 보냐고ㅋㅋ
└애 울겄다 그만 패라ㅋㅋㅋㅋㅋㅋㅋㅋ
호불호가 갈린다.
명작 드라마도 평점이 ☆10.0점이 아니듯 당연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드라마인 듯 시트콤인 듯, 그 미묘한 경계선은 수요가 있다.
팬덤이 생긴다. 오정환의 이름값이 높아진다. 인터넷 방송의 한계를 깨고,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3년만 기다리면 떡볶이녀 2부 나오나?
성인 되면 나오는 거 맞지??
└응 꿈 깨
└그냥 해본 소리겠지ㅋㅋ
글쓴이― 그래도 나왔으면 좋겠다……
└원래 오빠오빠 하다가 아빠 되는 건데 ㄹㅇ
그리고 속편에 대한 기대.
끝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 팬들도 제법 많다. 그 기대가 비난 여론을 일부 억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와 진짜 오정환은 거짓말 한 적이 없네;;
진짜로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여웠잖아 ㄹㅇ;
└머리를 깨문 거야??
글쓴이― 감동 실화
└아니, 어떻게 여자 머리를……
└BJ들이 진짜 막장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이라는 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BJ의 이미지.
간장으로 샤워를 하는 어떤 분으로 인해 10창이 나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5창 내지 6창이고, 하루이틀 내에 쇄신되기는 힘들다.
완전한 팬에서 한 발 걸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다.
이종격투기 ― 「인방 드라마) 떡볶이녀 우주로 간 결말」
樂 SOCCER ― 「보라의 神 오정환의 소름 돋는 설계 ㄷㄷ」
도탁스(DOTAX) ― 「하와와 코인 매수한 사람들 소리 질러~!」
하지만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든 첫 발을 내딛는 건 중요하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결말에 대해서도 왕성히 논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었다.
워낙 이슈가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던 감이 있었다.
─난 솔직히 떡볶이녀 결말보다 안 믿어지는 게
떡볶이녀가 결국
봄이였다는 사실임
아니……, 내 상상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
└진짴ㅋㅋㅋㅋㅋ
└듀라한 드립하던 놈들 빤스런
└갠방갤에서는 이미 난리 남ㅋㅋㅋ
글쓴이― 그런 썩은 물 커뮤니티 언급ㄴ
필연적인 떡상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