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1화 (71/846)

71화

최근 인터넷상에서 뜨고 있는 한 웹드라마. 일련의 소동은 반짝 이슈로 끝나지 않았다.

끼익―!

떡볶이녀 1화의 첫 장면. 잡지 광고의 한 페이지 같다.

책을 펼친 채 커피를 마시는 한 여자가 이목을 붙든다.

“어머!”

“왜 그러시죠?”

“여자끼리는 아무래도 화장법에 먼저 눈이 가거든요~.”

방송 작가의 눈에 띄어 공중파까지 타게 되었다.

대체 어떤 것인지. 어째서 유명세를 탄 것인지.

한 여성 패널이 그 비결에 대해 침을 튀기며 설명한다.

남자들 눈에는 그냥 '이쁘다'지만 여자들은 어째서 이쁜지 그 과정을 안다.

“화장을 하신 분이 성숙미가 돋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굉장히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하신 분이요? 보통 자기가 하지 않아요?”

“보통은 그렇지만 저 정도는 전문 아티스트의 손길이죠.”

어째서 고1이라는 어린 나이에 성숙미가 돋보일 수 있었을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소시킨다. 소위 '연예인 메이크업'이라 불리는 전문적인 손길이 더해지면 가능하다.

실제 나이가 어린 아이돌들은 기본적으로 케어를 받는다. 연예계에서는 드물지도 않다는 소리다.

고작 인터넷 방송에서 나올 퀄리티가 아니다 보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색다른 시도네요.”

“투박한 맛은 있지만 이건 이거대로 재밌는데요?”

“게다가 매번 주제곡을 정해서 컨셉에 맞는 진행을 했다던데…….”

패널들의 평가가 높다. 카메라에 잡히는 방청객들도 표정이 재미있다.

알고 있는 사람, 처음 봤는데 신기한 사람, 시청률이 올라갈 만한 구간이다.

물론 딱 그 정도. 수박 겉 핥기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짤막하게 소개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는 하지만.

─오정환은 공중파도 나가고 잘 나가네……

SNS 타고 인싸픽 되더니

유명해지는 것도 한순간이누 ㄷㄷ

└TV에도 나옴?

글쓴이― 핫이슈중계에서 잠깐 다뤄짐

└진짜 느낌 있긴 했어ㅋㅋㅋㅋㅋ

└패널이 하와와 이쁘다고 엄청 빨아주더라

공신력은 생긴다.

개인 방송 갤러리.

한때 듀라한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던 BJ하와와의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이제 듀라한이 아니게 됐다. 공개된 외모의 수준이 장난 아니다. 무엇보다 과정 자체가 글자 그대로 드라마틱 했다.

『애청자 증가수」

1. 하와와 ↑19

2. 오정환 ↓1

3. LetTheKillingBegin ―

4. 꿀템은뒤졌다 ↑2

방송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애청자 증가수 1위를 탈환하는 기염을 토한다.

방송국에는 수만 명의 시청자가 드나드는 등 대세라는 것을 말해준다.

─오정환이 사실상 하와와 발굴한 거 아님?

처음 이름 알린 것도 정환이 방송이고

크리스마스 대박도 정환이가 기획한 거고

그 이후에 데뷔도 정환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못 떴고

결정적으로 이번 떡볶이녀까지……

└정환이 설계 맞지!

└애초에 BJ 할 생각도 안 하고 있었을 걸?

└바이럴 마케팅인지는 몰라도 능력 하나는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라의 神

이를 키워낸 오정환 또한.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손길이 깃들었다. BJ하와와는 오정환의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떡볶이녀의 대박에 힘입어 입지가 크게 상승했다. 기존 BJ들의 세력 균형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말이다.

─오정환이 요즘 인방 대세라고 봐도 되지 않나?

철꾸라지 대신 삼대장 들어가도 될 거 같은데 ㅇㅇ

└요즘 철꾸라지 개퇴물임

글쓴이― 오정환 보면 바로 튀잖아ㅋㅋ

└응 그래봤자 반짝

└아 그래서 철꾸라지보다 잘 버냐고ㅋ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TV를 주름잡는 대기업들을 웃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최근 시청자 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물론 반감의 여론도 있다. 철꾸라지는 그래도 근본인데. 어떻게 반년도 안된 신생BJ와 비교하냐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지만.

─지금 철빡이들이 오정환 절대 인정 못하는. EU

[9시 뉴스 인터넷 방송 비판. jpg]

즈그 주인은 9시 뉴스에 나온 적도 있으니까^^

└뉴스도 탔었누ㅋㅋㅋㅋㅋㅋ

└기사는 많이 봤는데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역시 파프리카TV의 대통령이십니다 ㅠㅠ

온갖 패악질을 일삼아왔다. BJ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가 만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그가 가진 힘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을 뿐. 이렇듯 꼬라지가 볼품 없어지자 하이에나들에게 물어뜯긴다.

“사장님.”

“지금 철꾸라지 여론이 좀 안 좋은데 자중하라고 할까요?”

“걔는……, 없어도 되지.”

“네?”

다른 대기업BJ들, 혹은 크루에게 말이다.

파프리카TV라는 야생의 정글은 얕보이는 순간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보통은 운영자들이 자중을 시키지만.

'그 자식은 사고를 쳐도 너무 쳐.'

파프리카TV의 수익에 큰 기여를 하는 건 맞다. 그 이상으로 골치 아픈 일을 끌고 와서 문제지.

철꾸라지가 통제가 되는 카드가 되길 남수길도 바라고 있다.

“요즘 시청자 수 왜 이렇게 안 나와?”

“아니, 그게 저…….”

“뷰봇에 돈 좀 아끼지 말라니까? 형이 돈을 다 주는데 니가 왜 돈 걱정이야?”

“쓴 겁니다. 저번 달보다 많이.”

“…….”

남수길이 밀어주는 김군의 사정도 썩 달갑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최근 방송.

철꾸라지가 고전을 하며, 반사 효과를 얻는 줄 알았는데.

'듀라한도 거품 꺼졌는데 왜?!'

뜰 요소밖에 없다. 주목 받고 있는 '보라'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럼에도 시청자 수가 부족하고 대외적인 반응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군은 그냥 거품 꺼진 거지

이 새끼 보라라고 해봤자 뭐 있음?

여캠이나 떨거지 연예인 초대해서 사심이나 채우지

안 그래도 게스트빨이었는데 오정환 뜨고 거품 뽀록남 ㅇㄱㄹㅇ└생긴 것부터가 씹밉상잖아

└솔직히 수준 차이 나서 비교하기도 민망함ㅋ

└돼지 새끼가 연예인 출신이라며 거들먹거리는데 꼴보기 싫었음글쓴이― 돼지 새끼ㄹㅇㅋㅋ

그 이유.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거품과 퇴물은 흔하게 남용되는 비난이지만 이번의 사례는 특별하다.

바로 옆에 똑같은 음식점이 생긴 꼴이다. 가격은 같은데 맛도, 참신함도 천지 차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돼있다.

“갠방갤도 그렇고 민심이…….”

“봐봐. 뭐라 써있는데?”

“그게 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헤헤.”

“돼, 돼지?! 이 새끼들 싹 다 고소해!”

평소처럼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여론을 주무르기엔 변화의 바람이 너무 크다.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새바람이 파프리카TV를 강타한다.

* * *

보라.

그중에서도 합방쪽 콘텐츠는 어느 정도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연애쪽 말이야.'

남자BJ가 예쁜 여캠 혹은 게스트와 엮인다.

그것을 베이스로 스토리를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렇게 뭉뚱그리면 세상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는 의미를 잃을 것이다.

풀어가는 방식과 연출에 따라 천차만별.

드라마와 영화라면 작가의 손에 달렸지만, 저예산에 실시간 진행이 특징인 인방은 BJ의 기량에 크게 좌우된다.

─솔직히 보라충들 부심부리는 거 존나 같잖았음

보라라고 해봤자 뭐 별 거 있음?

팝콘TV에서 물빨만 뺀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뼈를 때리누

└진짜 지금까지는 그랬지

└누군가 보라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오정환을 보게 하라

기량이 안되면 선정성에 매달리게 된다. 실제 대부분의 보라BJ들이 취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면 방송을 짜기도 쉽고, 사리사욕을 채우기도 편한 측면이 있다.

'나쁘지는 않아.'

다른 BJ의 방송 방식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다 장단점이 있는 거지.

내가 하는 방식도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른다.

「오빠」

「오빠?」

「저 어제 방송 봤는데요. 그러면 안 돼요」

「ㅠㅠ 자요?」

[읽지 않은 메세지 17건]

일전에 방송을 진행했던 정하율. 단골 돈까스집의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읽는 것이 차마 무서울 정도로 엄청나게 말이다.

'한동안 돈까스 먹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겠네.'

이것이 바로 부작용이다. 과몰입하는 건 시청자만이 아니다.

같이 방송을 한 게스트조차 다른 생각을 품는다. 썸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다. 다른 게스트와의 방송을 질투한다.

한사코 씹을 수는 없으니 스크롤을 쭉― 내려보자.

「저 주말에 알바 셔요~」

「저도 방송 나갈 수 있는데……」

「오빠 진짜 선 잘 그은 거에요. 고등학생은 좀 아니죠」

각 방송에 대한 감상이 남아있다. 멘트를 보니 1화와 2화로 보여진다. 조금 더 내려보니 3화에 대한 이야기도 즐비하다.

'이 정도면 귀여운 거지.'

흑역사 만들었네.

너무 질척거리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방송과 썸이라는 미묘한 경계선.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감정의 고양을 느낀다.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집착을 하게 된다. 대화로 풀어내기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고 눈을 돌릴 수도 없는 문제지.'

누가 보면 부럽다. 여자들 꼬시기 엄청 좋겠네.

이게 어떻게 부작용이냐 이 X발 새끼야, 라고 BJ의 사생활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일부일처제가 정착한 이유를 알게 된다.

좀 까놓고 말하면, 처음에나 뭔가 된 기분이고 좋지 나중 되면 그냥 귀찮기만 하다.

'별별 일이 다 생기거든.'

그냥 전쟁이야. 질투가 악의라는 꽃으로 피어난다.

여캠들이 방송을 키고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이다.

심지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경쟁BJ가 해당 여캠을 NTR한다던지.

일일이 열거하다가는 머릿속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다.

“여보세요?”

<…….>

“화 많이 났어요?”

<……몰라요.>

물론 여캠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진짜 모른다.

그리고 여자는 무서운 생물이라는 사실을 방송을 하며 처절하게 깨달았다.

'관리를 잘해야 돼.'

엇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돈까스집에도 가야 하고.

좁은 동네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날 일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방송인 거 알잖아요.”

<왜 답장을……, 안 해줘요. 저만 이상한 여자 만들고.>

“미안해요. 우리 잠깐 만나요. 저 요즘 방송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거든요.”

달래는 것도 노하우가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만나서 적당히 놀면 기분도 풀리고, 여자도 바보가 아니라서 스스로 거리를 잰다.

'그런 게 있더라고.'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쁨?'과 '그래서 했음?' 두 가지로 정리가 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BJ도 아니고 일반인.

만에 하나 달래지 못해도 큰일로 번지진 않는다.

그렇게 방심을 하고 있어도 될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문제다.

「방송 재밌게 봤어요」

「저도 그렇게 데뷔시켜 주시면 안돼요??」

「정환씨?」

「저기요」

[읽지 않은 메세지 54건]

하율이는 그래도 귀여운 반항이었지. 고작 반항 정도로 안 끝낼 사람도 있다. 신민하씨에게 엄청난 양의 카톡 폭탄이 보내져 왔다.

'저기요 나왔네.'

사실 방송보다 이런 순간이 더 심장이 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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